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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6화 (86/1,559)

# 8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10화

이정도면 오러, 아니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도 늦은 상황이 분명했다.

다만.

-물질 계통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벨 수 있다.

그가 준비를 했듯 내게도 이차원 너머까지 도망치는 그를 잡아챌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서걱!!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강렬하게 발산하던 마나의 움직임이 일순간 멎었다.

그리고, 기이한 이물감에 굳어버린 링튼 백작이 제 목에 걸린 시퍼런 검날을 가진 환두대도에 눈을 부릅떴다.

"이게 어떻게 된......."

"궁금하면 500 금화."

촤악!!

새빨간 피가 제어실 사방으로 여지없이 튀었다.

35. 이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두두두두두두!!!

약 2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기병대가 빠르게 오르뎀 영지의 문을 넘어 영지로 들어왔다.

"저하! 시체입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고르네오 남작!!!"

동시에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말 위에서 한 소년이 투구를 벗어 던지며 급히 소리쳤다.

소년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오르뎀 영지의 실 영주이자 윈리의 쌍둥이 오빠, 그리고 데이비의 동생인 바리스였다.

생각보다 너무 복귀가 늦어버렸다.

"수색해!! 1번, 3번 기사단은 신속히 링튼 백작과 콜리오 백작을 구속하라! 저항한다면 쓸데없이 무리하지 말고 물러나! 그리고 2번대는 고르네오 남작을 수색! 나머지는 모두 영지민들을 찾아 보호해!"

"예!!"

"잊지 마라! 우리가 하는 것은 결사항전이 아니다! 하나라도 많이 구해!"

힘차게 답한 뒤 빠르게 흩어지는 기사들을 둔 채 그가 급히 말을 내달렸다.

대부분의 영지민들은 이번 병이 발병하면서 모든 생업도 내려놓고 격리 시설로 수용되었다.

그 탓에 상당히 활기가 가득하던 영지는 실상 며칠 만에 먼지만 날릴 만큼 고요하기 짝이 없게 됐다.

어떻게 된 건지.

사방에 늘어져 있는 핏자국과 멸재 기사단원들의 시체를 보면 누군가가 그들을 도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링튼이 일을 저질러서 고르네오 남작의 기사들과 충돌한 것일까.

복잡해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달려들어 갈수록 시체의 양이 많아진다.

창백하게 질린 채 치료소에 도달한 그는 곧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저...... 전부 기사단원이잖아!?"

한둘도 아니고 수십 명.

이쯤 되면 영지에 있던 대부분의 멸재 기사단이 죽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마치 홀린 것처럼 치료소 내부로 들어가는 바리스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호흡기로 감염된다 알려진 병이 만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급한 그의 머릿속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급하게 치료소 내부로 들어간 그는 볼 수 있었다.

마치 바깥의 일은 관심 없다는 듯 묵묵히, 그리고 담담하게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고르네오 남작을 말이다.

"고르네오 남작님!"

"음? 아니! 바리스 왕자님, 돌아오신 겁니까?"

너무 평이한 어조에 바리스의 눈초리가 꿈틀거렸다.

"예, 남작의 말대로 야적의 근거지를 모조리 뒤져서 증거를 찾았습니다, 전서구를 먼저 보낸 것으로 아는데 어찌 된 겁니까!"

그의 외침에는 지금 상황에 대한, 그리고 밖에 무더기로 죽어있는 기사단에 대한 의문이 가득했다.

처음 질병 관리단이 이곳에 온 뒤 고르네오 남작은 조금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였다.

영지의 상태가 말이 아닌 터라 어쩔 수 없이 권한을 대부분 양도한 뒤 하루하루 걱정스레 기다리던 바리스는 후에 찾아온 고르네오 남작으로부터 쉽게 믿기 힘든 한 가지 의문에 대해 들은 바 있었다.

링튼 백작의 수작으로 누군가가 병을 영지에 고의로 퍼뜨렸을 수도 있다는 것.

이후 병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한다는 핑계로 영지를 벗어났던 바리스였다.

유일하게 그가 지켜야 하는 가족인 윈리가 떠났으니 적어도 바리스가 돌아오기 전엔 그녀도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간 계속된 수색 끝에 바리스는 결국 땅속에 묻혀있던 질병 관리단 마크가 새겨진 포션 병 몇 개를 찾아내고 말았다.

이후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서 돌아왔건만.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그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놀란 심정을 최대한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그가 분노한 듯 물었다.

"데이비 왕자님이 이곳에 오셨습니다."

"형님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병의 치료제를 개발하셨지요."

"......."

놀라운 소식에 바리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예, 솔직히 기겁했습니다. 저희 질병 관리단의 의원들이 몇 년간 매달려서 힌트도 찾아내지 못하던 병을 왕자님이 고작 사흘 만에 해결하신 겁니다."

"그럼 밖에 기사들의 시체는......."

"문제는 거기서 나오지요. 아무래도 링튼 백작이 거기서 다른 마음을 품었던 모양입니다. 휘하 기사들을 시켜서 저희들을 묻어버리려 했던 모양이더군요."

"혀...... 형님은! 그럼 윈리는 어찌 된 겁니까!"

그의 격한 외침에 고르네오 남작이 담담하게 답했다.

"자자 진정하십시오. 그리 걱정하실 일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니요!! 질병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제게는 형님과 윈리가 더 중요합니다! 형님은요! 윈리 이 녀석은 어떻게 됐습니까!!"

"바리스 왕자님......."

"안전하겠죠? 말해주십시오!! 만약에 두 사람에게...... 특히 그 바보같이 사람 잘 믿는 윈리 녀석에게 털끝만큼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격분하는 그의 귓가에 의문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긴다면?"

"제국과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복수 할......."

핏발이 선 눈으로 분노를 불태우던 그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뻑뻑하게 고개를 돌렸다.

"음...... 바리스 왕자님은 말씀하셨던 것보다 훨씬 윈리 님을 아끼시는 것 같은데요?"

"야...... 너 갑자기 안 어울리게 왜......."

치료소 내부에 침묵이 고요하게 감돌았다.

* * *

자신의 몸이 어째서 베어진 건지, 이미 가동한 마법이 어떻게 캔슬된 건지도 모른 채 무너져 내린 링튼의 눈동자는 부릅떠진 채 굳어버렸다.

자신의 원통함을 알아달라는 듯 그의 동공은 내게 고정되어있었지만 이미 죽은 이의 귀에 대고 청단이가 가진 사기급 능력을 말해줄 의리까진 없었다.

-결국 처참한 시체 신세로군.

"인간 이하의 짓을 했으면 언제고 이렇게 될 각오를 해야지. 그나저나 쉽게 안 죽이려고 했는데."

만신창이가 되어 늘어진 링튼의 품 안을 뒤지자 액체가 담긴 작은 병 대여섯 개가 보였다.

내가 사흘간 만들어냈던 융해 가속바이러스의 치료제였다.

이 치료제의 제작법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고르네오 남작뿐.

그는 이 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탓에 고스란히 샘플 전체를 보관했던 모양이었다.

적어도 이 치료제의 가치는 현재로썬 상당할 테니 말이다.

-데이비 그런데 이 시설은 어찌할 게야?

"다 부숴야 할......."

콰아앙!!!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이건 무슨?!

순식간에 뒤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설들을 보며 곧바로 홍단이를 뽑아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천장을 과감하게 베어버리며 거침없이 위로 솟아올랐다.

"귀찮게 손댈 것 없이 싹 무너져버리라지."

그 말대로였다.

링튼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시설 전체를 폭파하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의 안배대로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는 폭발력은 시설을 흔적도 없이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데이비, 저길 보아.

비처럼 쏟아지는 파편을 피하고 발판삼아 튕겨 올라가던 중 어깨 위에서 페르세르크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닿았다.

"저건 또 뭐야."

-키메라.......

반사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녀의 중얼거림에 내 얼굴에 황당함이 어렸다.

흑마법사가 다른 곳에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다.

반수 이상은 무너지는 시설과 함께 매장당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크기가 큰놈들은 그 틈을 타고 시설 밖으로 튀어나온 꼴이었다.

-크르릉!!

-키아아악!!

그 수는 한두 마리에서 삽시간에 수백 마리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곧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르뎀 영지!

그제야 그 방향을 깨달은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고 나는 망설임 없이 가장 가까이에 있던 기괴하게 생긴 키메라의 앞을 막아섰다.

덩치는 4m에서 5m 정도 되는 거대형 몬스터.

오우거와 비슷한 근육에 트롤 같은 피부색, 그리고 기본적인 생명체 같지 않은 기괴한 형태를 지닌 녀석이었다.

-머리와 신체기관이 제각각 엉망으로 붙어있군.

가슴께에 붙은 머리통 하며 눈은 양어깨에 달려있다. 이외에 전신에 입 같은 것들이 달려있다.

비위가 약한 이가 봤다면 구역질을 했을 만큼 참혹한 모습이었다.

-크아아앙!!!!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치듯 녀석이 나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그대로 덤벼들어 왔다.

"속도도 빠르고. 힘도 보통이 아니고."

투쾅!!!

순식간에 파고든 내 주먹이 놈의 머리통으로 추정되는 곳을 박살 내고 몸체까지 짓눌러 터뜨려버렸다.

완전히 박살 나진 않았지만 꽤 치명적인 일격인 탓에 놈은 가볍게 쓰러졌지만 내 표정은 가볍지 않았다.

"딱딱한데? 생명력을 극도로 단축하고 성능을 극대화한 건가?"

-단기간 전쟁에 사용된다면.......

"이미 어느 정도는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지."

직접적인 관계만 없다면야 실상 내 알 바는 아니다.

다만 지금 튀어나와 사방으로 흩어진 몬스터들은 숲을 방패 삼아 일사불란하게 오르뎀 영지로 향하고 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이 넓은 숲에 퍼진 놈들 하나하나 잡긴 힘든데."

-차라리 빠르게 돌아가 방어를 하는 것은 어때.

개중엔 화염구를 뿜어내는 와이번과 흡사한 놈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방치했다간 내가 합류한다 해도 상당한 피해가 나올 정도.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때마침 비가 오려는 지 흑운이 가득했다.

"습도, 적당하고."

말없이 허공에 손을 뻗어 마나를 살짝 자극하자 옅은 스파크가 가볍게 튀었다.

"이걸로 가자."

방법이 없으면 만들어내서라도 막는다.

한번 했던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5 서클]

[플라이]

제법 마나 소모가 심한 마법이지만 적당히 자극을 주는 것으로 마나를 발현시키자 내 몸이 무형의 힘에 의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홍단이를 뽑아 들고는 조용히 검면을 쓸어넘겼다.

"자자, 홍단아, 미안한데 마나 좀 빌리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고작 5 서클의 힘으로 대규모 마법을 사용할 순 없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그저 가져오는 정도라면, 5 서클 마법사 정도의 내 마나와 7 서클에 해당하는 홍단이의 마나로도 충분히 가용이 가능하리라.

빠르게 허공을 날아 키메라들을 지나친 나는 놈들이 오는 길목을 막아선 뒤 홍단이를 허공에 띄우고 양손을 소리 나게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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