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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6화 (96/1,559)

# 9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20화

놈의 전신은 인간과 매우 흡사했지만 기본적인 골조나 몸을 구성하는 건 대부분 정체 모를 석재와 금속이었다.

철컹!! 푸쉬이익!!

변신하며 수증기를 뿜어내던 골렘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완전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상당히 욱여넣어 져 있기라도 했는지 처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공방 일체식, 즉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에 특화된 형체가 아니라 정말 사람처럼 움직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기본적인 골렘의 베이스가 없었다면 나로서도 만들기는 힘들었으리라.

세상에 알려진 기술력으론 이렇게 부드럽고 민첩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으니까.

나로서도 그 부분은 조금 어렵기 그지없지만 고대 유적을 지키던 골렘들은 그 구조가 어떻게 되어 처먹은 건지 움직임부터가 굉장히 민첩하고 강하며 부드럽다.

세상에 존재하는 골렘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해버린 사기적인 모델이 바로 프로토타입 메가트론이었다.

그래 봐야 아직은 한 기가 전부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푸른 안광을 빛내며 묵묵히 서 있는 놈을 향해 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차렷."

철컹!!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푸른색의 안광을 빛내던 놈은 절도 있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차려자세를 취해냈다.

"열중쉬어."

철컹!!

"뒤로 돌아."

쿵!

"전방에 함성, 5초간 발사."

철컹! 구오오오오오오오!!!

내 말 하나하나에 완벽하다 싶을 만큼 깔끔하게 움직여주는 모습에 절로 만족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은사께서 주신 음성녹음 마석이오, 사기진작이나 피어(fear)용도로는 제격일 게요.

"부탁한 것도 준비되었습니까?"

"아. 그거 말입니까?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전개하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의 말에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격 모드."

철컹! 철컹!!

내 말과 함께 놈이 거대한 양손을 바닥에 짚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동시에 등 부분이 개방되며 내부에서 특이하게 생긴 것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정렬되기 시작했다.

"저...... 저건......."

"간단히 요격시스템을 부탁드렸더니 아예 최종병기를 만들어주셨는데요?"

"하하하! 우리야 뭐 설계도 주는 대로 붙이고 두들기는 게 전부 아니겠소. 말씀하셨던 대로 단발 포격용 마정석 포대가 둘. 위력은 떨어지지만 지속형 에너지 포대가 넷이오."

그가 자랑스레 외친다.

"어떻소. 말씀하셨던 것들은 모두 장착해서 전개할 수 있게 해두었소"

"이 정도면 어지간한 비행 몬스터는 접근하기 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겠네요."

주변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처음 지정된 명령 외에 복잡한 명령까지 수행하는 골렘...... 게다가 저렇게 부드러운 움직임 하며 충전식 마법 포대...... 데이비 님, 도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맞아요. 무슨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인가요?!"

황당하다는 듯한 질문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세상에 알려지면 수많은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눈에 불을 켤 만한 개체였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기본적인 스펙과 명령을 착실하게 수행하는 점만 보면 확실히 큰 수확이다.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향해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런 평화로운 시대에 전쟁은 무슨 전쟁입니까, 단순히 영지 방어용 가디언입니다."

물론, 조금 과격한.

내 집을 지키는 데엔 돈과 기술을 아낄 생각이 전혀 없다.

여유로운 내 말에 세 사람은 이제 초탈해버린 듯 헛웃음만 흘려댔다.

* * *

뭐든 한번 완성되면 써먹어 보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는가.

"대련 한 번 해주시면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드리죠. 뭐, 검신의 검을 가르쳐달라느니 그런 것만 아니면요."

"조...... 좋아요. 하지만 저거, 부서질지도 몰라요?"

거검을 늘어뜨린 채 일리나가 자신만만하게 중얼거렸다.

"부서지면 결국 그 정도인 겁니다. 마음껏 휘둘러도 괜찮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쪽도 쓰지 못하고 박살 난다면 결국 거기까지인 실패작인 셈이다.

왜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

기본적인 뼈대가 되었던 마도 골렘 놈들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프로토타입 메가트론은 그런 마도 골렘들의 출력을 담당하던 마정석을 무려 7개나 박아넣은 초기품.

사실상 말만 그렇게 할 뿐 생각 이상으로 기대가 되는 편이었다.

-그래 봐야 소드마스터는 이기기 힘들겠지.

'첫술에 배부를 수야 있나, 개선의 여지만 있다면야.'

초월급 경지인 마스터가 어디 뉘 집 개 이름이던가.

철컹!!

마치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전투형태로 돌변한 뒤 자세를 잡는 골렘, 메가트론을 보며 일리나가 거검을 뽑아 들었다.

한편에선 칼디라스가 자신을 쓰라며 악을 쓴 모양이다만, 신검의 조력이 있으면 제대로 판단을 할 수도 없다.

"흐응...... 척 봐도 비싸 보이는데......."

"쉽지 않을 텐데."

쿨한 내 답변에 그녀의 눈동자에 활기가 돌았다.

"후회하지나 말아요."

콰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련에 집착이 강한 그녀가 선공을 내지른다.

순식간에 바닥을 부서뜨리며 쇄도하는 그녀의 검과 전신에 푸른 마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프로토타입 메가트론의 안광이 파랗게 빛나며 팔목에서 바닥 쪽으로 길게 검이 뻗어져 나왔다.

* * *

결과적으로 일리나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이건 사기야!!"

바닥에 처박힌 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당한 뒤 비명을 내지르는 일리나의 모습에 절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비록 메가트론의 한쪽 팔이 박살 나 바닥에 나뒹굴고 몸체도 반 이상 터져나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로토타입 메가트론은 그야말로 광전사, 버서커 그 자체의 맹 돌격으로 일리나의 방어를 박살 내버리고 그녀를 제압해버렸다.

"무슨 골렘이 이렇게 강해요!?"

빼액 소리치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주자 잔뜩 이를 부득부득 갈아붙이는 그녀였다.

검신의 검술을 사용하는 차세대 최고위 검사의 재능을 가진 그녀가 조금만 삐끗했어도 그대로 당할 정도로 강력한 출력 그 자체였다.

"하아...... 하아...... 거리만 벌리면 포격...... 근접하면 반격...... 우욱......."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마정석을 7개나 박은 것치고는 효율이 떨어지는군.

예리한 페르세르크의 말에 나는 말없이 긍정을 표시했다.

"마냥 많이 박는다고 좋은 거면 고대 인간들이 마정석을 하나씩 박지도 않았겠지."

연료통이 크다고 차가 빠른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엔진의 힘.

오히려 연료통이 커질수록 부담만 커질 뿐이라는 사실은 내가 잘 알았다.

"조금 손봐야 할 부분이 많네."

후다닥 뛰어와 수레에 부품들을 담아 옮기는 드워프들을 바라보던 내가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거참, 이기적이게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화폭이 될 줄이야.

"고생 많았습니다."

"하아...... 하아, 자동 배리어라니. 하아, 무슨 골렘이......."

"3 서클 마법인 하드 실드 정도는 기본 아닙니까?"

능청스레 묻자 그녀가 복장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팍팍 두들겼다.

"그러니까 사기죠! 무슨 골렘이 3 서클 이상의 마법까지 쓰는 건데요?! 대륙 파괴병기를 만들 생각인가요?!"

"에이, 마정석까지 박았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내가 말을 말아야지......."

질렸다는 듯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윈드 마법을 걸어주던 율리스가 눈을 빛냈다.

"데이비 님."

"안 됩니다."

"......아쉽네요."

어디 마정석을 욕심내.

좀 전부터 메가트론을 구성하던 핵인 마정석을 향해 보내던 시선이 보통이 아니더라니.

아쉬운 감정을 뒤로 한 채 입맛을 쩍쩍 다시는 게 잘못하면 그걸 들고 날라버릴 것 같은 불안함까지 든다.

"설마 고철 덩어리에 패배할 줄이야......."

그녀의 반신이나 다름없는 신검을 썼다면야 승패는 완전히 반대가 되었겠지만, 이번 대련은 어디까지나 조건부 승부였다.

좋은 데이터를 뽑았다.

직접 하고는 싶지만 그래서야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이 될 리 만무하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방식, 그리고 다양한 실력에 대한 전투 데이터.

그렇다고 그녀 정도의 실력가를 찾아 초빙하기엔 번거로운 점이 많다.

그러니 그녀와 메가트론의 대련은 상당히 큰 이익이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이거 뭔가 억울하네요. 그럼 약속대로. 제 부탁 들어주시는 거죠?"

그녀가 마치 사기꾼을 보듯 조심스레 물어온다.

"검술을 가르쳐달라는 것만 아니면야."

"그럼 조금 생각해볼게요."

그녀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저거...... 나중에 더 만들 건가요?"

"일단은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는 대로 5대 정도는 만들 생각입니다."

말끝을 흐린 그녀가 가동 정지한 채 굳어있는 전투마도 골렘, 메가트론을 가리켰다.

"그럼 나중에 한기만 양도해줄 수 있나요?"

"저게 얼마짜린지는 압니까?"

만드는데 들어간 인건비와 마정석, 그리고 고대 마법진은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공짜로 달라곤 안 했어요."

"그러니까 저걸 사겠다...... 뭐 이런 겁니까?"

내가 황당하다는 듯 묻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가워 보이던 그녀의 시선이 순진무구하게 변하며 내게 꽂혀왔다.

"나 돈 많아요."

사실이라서 미묘한 대답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요청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시원시원한 답변을 내놓았다.

"황녀님 자금으로도 못살걸요, 그리고 안 팝니다."

욕심이 그득그득하시구만.

40. 그 영주님 선심 쓰는 법.

영지의 가디언이 될 골렘 군단.

디셉티콘 편대의 시작품인 메가트론의 제조는 영지를 발전시키면서 내가 틈틈이 해온 결과물이었다.

욕심에 욕심을 가득가득 담다 보니 아주 그냥 밑도 끝도 없는 놈이 만들어져버렸다.

기본적인 출력은 마도 골렘과 비슷하지만 지속성이나 다양성, 그리고 마법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점은 확실히 좋은 점이었다.

과거 영지의 저주를 추적하기 위해 사용했었던 리픽스 커스를 이용해 고대의 마법사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정교한 마법진을 분석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야. 전투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

-그렇다고 이 무지막지한 놈을 세상에 꺼내 놓는다는 건 더 미친 짓이지.

'고민이네.......'

"여기 계셨네요."

"또 월담하셨습니까?"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시종장이 여기에 가면 있다고 해서 왔어요."

"너무 속 보이는 친구제안인데요. 내가 승낙해야 합니까?"

"......저로는 안 되나요?"

"안될 건 없습니다만."

딱히 그녀가 친구로서 문제가 되는 인물상은 아니었다.

요 최근 사이 그녀의 인간 됨됨이는 이미 볼 만큼 봤으니 말이다.

"그...... 칼디라스도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거 같고......."

말끝을 흐리며 천에 둘러싸인 칼디라스를 들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돌리자 가공 테이블 위에 누워 잠들어있는 페르세르크가 노곤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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