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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9화 (99/1,559)

# 9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23화

"어째서?"

"도와달라면서, 싫은가?"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일단 짚고 가자고. 네가 속한 그 조직은 희귀하고 위험한 마물 사냥이 주 업무, 맞지?"

"어떻게......."

"일반적으론 출입이 불가능하다 알려진 마경과도 관련이 있을 거고, 이름을 알려주지 못할 만큼 비밀리에 조직된 곳이면 여러 가지 타입의 인간도 있을 거다. 맞나?"

"그...... 그래!"

"그거면 됐어."

직접 내가 데이터를 심어 넣을 순 없기에 일리나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이들이 필요하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이형의 마물을 상대로 한다면 또 그에 따른 데이터들이 상당히 방대하게 수집될 터.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절대 놓치면 안 돼.'

-......그대의 머리통 속엔 그놈의 영지 발전밖에 없군.......

골렘이 더욱 강화된다. 즉, 영지의 방어가 굳건해진다.

입지가 강해지고 발언권이 강해진다.

이후엔 무슨 짓을 해도 무력 견제를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

오히려 여러 가지 재능있는 이들의 데이터를 한자리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뿐이다.

"도와주는 방식은 내 방식대로 한다. 상관없지?"

* * *

"개이득."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데이비, 라스트 위스프는 비밀조직을 통칭하는 단어라는 걸 모르진 않을 게야. 그들과 엮인다는 건 필연적으로 제약을.......

"그래서 더 좋은 거지."

당당하게 일어나 메가트론을 구성하는 마법진을 손보던 내가 대답했다.

-더 좋다고?

"그래, 애석하게도 이 녀석은......."

탕탕!!

단단한 금속판이 신명 나게 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직 세상에 나올 수 없는 놈이니까. 마정석도, 구성하는 마법진이나 배열도."

메가트론 급 골렘은 달의 풀이나 성흔을 발현한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개조된 대로만 만들어지면 마스터 급에 조금 못 미치는 전쟁병기.

만들어지기만 하면 대륙에는 메가트론 같은 특수 마도 골렘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문제가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지구에서 핵병기 문제가 괜히 시끄러웠던 게 아니다.

마음껏 다룰 수 있고 강력한 무력에 외갑판 관리만 해주면 반영구적으로 가동하는 골렘은 그만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최소한 견제를 받고도 멀쩡한 수준으로 내가 강해지거나, 기반이 쌓아야 했다.

"그런데 대놓고 데이터를 수집하러 이놈 저놈 찾아다니랴? 절대 안 되지, 그러니 이쪽을 이용하는 거야."

일리나가 소속된 라스트 위스프의 견습 기사단원들은 성년식을 치렀다곤 해도 아직 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이전 펠리스티 공국에서 봤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를 게 틀림없었다.

라스트 위스프는 재능만 있다면 황족부터 노예까지 그 범위를 가리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범위도 다양하니 그들을 상대로 전투 데이터만 뽑아낸다면.......

-적어도 전투 데이터는 거의 완성되겠지.

내가 원하는 건 완성된 데이터가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회랑 때처럼 많은 경험을 가진 영웅들이 임의로 대련 상대를 구현하던 때와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었다.

"적어도 극도로 보기 힘든 마물과도 접촉할 가능성이 있지."

게다가 메가트론의 존재에 놀란 녀석들이라 해도 그걸 함부로 발설했다간 역으로 물을 먹게 된다.

일석이조, 금상첨화.

-하아...... 데이비, 다 좋다고 해도 그건 그대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 있냐?"

내 질문에 그녀가 움찔거렸다.

"우웅...... 아부아......."

졸린 눈을 비비며 내게 안겨오는 청단이를 안아 무릎 위에 앉힌 내가 녀석의 양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있을 리가 있나."

미지의 위협? 그래 봐야 어지간해선 다 한 번 이상씩은 만나본 것들인데.

초월급 환수나 마수만 아니라면야.

* * *

내가 너무 흔쾌히 부탁을 들어줘 버리니 오히려 당황한 것인지, 되려 허탈했던 것인지.

그녀는 2주 뒤에 떠날 것이라는 사실만을 알려준 뒤 힘 빠진 모양새로 돌아갔다.

2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거기에 목메느라 다른 일을 못 할 만큼 능력이 달리진 않았다.

"A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답니다. 그리고 홧김에 B가 무기를 빼 드는 바람에 사고가 커졌구요. 원인은...... 간단한 시비 같습니다만......."

"지금 기간에 폭력사건이라고? 유치장에 둘 다 처넣어, 다음."

"한 아이를 가지고 두 여인이 판결을 요청해왔습니다만...... 둘 다 아이의 친모라고 하는 바람에."

"반으로 갈라서 나눠준다고 해, 포기하는 쪽이 친모겠지. 다음."

"......진짜 그럽니까?"

"당연히 거짓말이지, 연금학회가 도울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으니 그쪽에 의뢰해."

"페트로드 상단에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아직 미개발된 부지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싶다고......."

"때가 어느 때인데 부동산 투기질이야, 짤라. 다음."

"몬미더 근위조장의 보고입니다만, 고블린 부락이 발견되었다고......."

"어제 근위대원 몇 명 차출해서 처리했으니 패스. 다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판단하면서도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는 내 모습이 웃겼던 것일까.

한쪽에서 차를 준비하던 소녀에게서 아주 작게 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물론, 베르닐 시종장의 불편한 헛기침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청색의 머리칼을 가진 하녀복을 입은 소녀는 제 무례를 깨닫고 허둥지둥거렸다.

분명 평범한 인상인데, 왜 일전에 숲 속에서 봤던 가면을 쓴 소녀와 같은 청명한 느낌이 나는 것일까.

음, 이 향기는 상급 정령사의 향기로구나!

정령사는 다른 기존의 존재와 다르게 마나의 향기부터가 다르다.

요즘 하녀들은 중상급 정령하고도 계약하고, 능력도 좋아. 게다가 인간도 아니고.

"죄...... 죄송합니다! 저하!"

"신이 교육을 잘못했습니다. 뭣들 하느냐 당장 쫓아내도록!"

"아니, 사람이 웃으면서 살아야지. 그런 거로 칼같이 굴지 말자고."

"죄송합니다."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하는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내 눈에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천성에서 우러나오는 여유 갖은 느낌이다.

"괜찮다니까, 베르닐 시종장. 말 나온 김에 간식이나 좀 돌려. 뭐든 먹으면서 해야 한다고, 당분 좀 들어가면 능률도 오를 거다. 시내에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을 적당히 수배해 봐."

"명 받잡겠습니다."

기존의 영지민들은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새로 유입되는 영지민들은 쓸데없는 불만, 요구사항이 많아 아주 정신이 없다.

기본적으로 상당히 좋은 대우를 해주곤 있지만 역시 머리가 늘어나면 안티도 생기는 법이렷다.

문제의 소지는 칼같이 잘라내며 영지관리를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일리나와 약조했던 2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 * *

질병 관리단의 일로 린디스 제국으로 향한 고르네오 남작이 보내온 연락은 생각 이상으로 의외였다.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린디스 제국의 황족을 태운 마차를 공격하던 암살자들이 있었다던 모양이더군요.

"흐음......."

-문제는 그 위치가 오르뎀 영지였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숲 전역에 떨어지던 거대한 벼락에 암살자들이 휘말려서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불태워버린 덕분에 수사가 애매하게 돌아간 모양입니다.

"수사라......."

미안합니다, 사실 그거 내가 했어요.

황족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설마 린디스 제국의 황족일 줄은 몰랐다.

자칫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뻔했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소 뒷걸음질 치다 개구리 밟은 격이다.

-실은 이번에 린디스 제국의 막내 황녀님이신 에이리아 알 린디스 님을 치료하기 위해 온 겁니다. 그리고, 이번 치료가 끝나면 왕자님이 일궈내신 이 업적을 대륙에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요, 업적은 치하받아야 마땅합니다. 왕자님은 왕자님이 얼마나 큰 업적을 세웠는지 아직 모르십니다.

어차피 경계만 사고 이득은 하나도 없을 거 괜찮다니까 이 사람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후일 더 큰 이득이 될 일이니 마냥 밀어붙여서 좋을 게 없다.

계속해서 내 업적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그의 고집은 어지간해선 꺾일 것 같지 않았다.

의학에 대한 자존심이 깊은 작자이니 이런 부분에선 절대 물러날 수 없었던 것일 터다.

그와의 통신을 끊고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조용하던 창문이 벌컥 열리더니 환한 금발의 소녀가 익숙하게 창문으로 들이닥치며 나를 향해 개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이비!"

"......근위병!!"

"아, 안 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근위병을 부르자 당연하게 창문에 올라앉아 있던 그녀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린다.

그리고는 다른 생각을 미처 못했는지 후다닥 뛰어들어와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누구 혼삿길을 막으려고!"

소문, 확실히 날법하지.

팔란 제국의 금지옥엽인 일리나 황녀가 하인스 영지의 영주인 내 집무실에 몰래 찾아온다.

정식 방문이야 문제 될 게 없다지만 은밀한 방문은 이야기가 다른 법이다.

그 정도만 해도 수많은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릴 터.

여성 권한이 그래도 괜찮은 이 세계라 해도 그녀의 행동은 경솔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런 주제에 대낮에 대놓고 남의 집무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나?"

"그렇다고 대놓고 들어올 수도 없는 입장이라는 걸 이미 몇 번이고 말했잖아."

"소문내면."

"......."

"참 유감이겠습니다?"

으득.

거 성질 죽이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그녀가 세간에 알려진 우아하고 지혜롭다는 이미지 이외에 아주 더러운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입에서 쓴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올 때마다 그녀를 따라다니던 시녀가 기겁하며 말리던 모습도 간간이 보였으니 말이다.

이름이 릴리라고 했던가. 린다라고 했던가.

이로써 재능과 성질머리의 연관성이 공식화 되는 더러운 기분이다.

그녀의 부탁을 승낙하고 2주.

그동안 그녀는 내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는지 필요한 게 없냐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딱히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지만 그녀에겐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뻔뻔한 요구를 들어준 내게 한없이 고마움을 표할 뿐이었다.

"마지막이야, 지금이라도 싫다면 거절해도 돼."

"그전에 한 가지 확인부터 하자고."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그 비밀 기사단,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정보 차단이 확실하다는 건데, 마구잡이로 아무나 데려가서 시험에 동원하는 게 가능한가?"

내 말에 그녀는 품 안에서 작은 아티펙트를 꺼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내게 있는 기회를 쓸 생각이니까."

"기회?"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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