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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화 (103/1,559)

# 10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3화

뿌득.......

급기야 일리나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눈은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판결을......."

"잠깐만요! 그는 엄연히 연금!......."

"잠깐."

이어서 여성이 판결을 내리려던 찰나.

내가 천천히 손을 들어 상황을 제지하고 나섰다.

촌극도 계속 보면 질릴 수밖에.

"우선 전제부터 잡고 갑시다."

"외부인, 언변을 조심하라!"

"그만!...... 그래. 외부인, 발언을 허락하지."

당연히, 생긴 것과 다르게 잘 발끈하는 시오의 말은 선생 중 한 명에게 끊겼다.

"나는 이곳의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사명도 잘 몰라요."

내 말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내 말에 술렁거리던 목소리가 일제히 침묵한다.

"자신들을 지하에 숨겨놓고 활동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그런 조직의 사명을 처음 온 이가 알아달라고 하는 것부터 전제가 틀려먹었지요. 그게 아니면."

내 말에 일리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내심으로라도 자신들의 희생정신을 알아주길 바랐던 겁니까?"

"이놈이 기사단을 모욕해?!"

"시오 하울! 언동을 조심하라!"

이 상황이 일리나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냥 맡겨놓았다간 밑도 끝도 없이 탁상공론이나 펼치고 있을 모양새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해야 할 건 완성된 씨앗을 찾는 게 아니라 완성될 기미가 보이는 씨앗을 찾는 게 맞겠죠. 틀렸습니까?"

"그 말인즉슨 자네는 완성될 기미가 있는 씨앗이다 라고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리인포스 알파가 정말 숭고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동화되겠지요."

"푸하하하하핫!!"

내 말이 무슨 키포인트라도 되었던 것일까.

조용히 침묵하던 거구의 사내가 갑작스레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그렇군, 그렇지. 그 말이 맞다!"

"보리스 선생님!!"

"그만 시오! 내 경고가 들리지 않았더냐."

"그...... 그건......."

"좋다. 자네는, 이름이 무엇인가?"

"데이비,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그대는 자신이 비밀 기사단인 리인포스 알파에 녹아들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가?"

그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픽 웃어 보였다.

"말 백번 하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다만, 리인포스 알파는 마나의 양으로 자위 잘하는 편협한 단체는 아닐 거라고 믿고 싶네요."

"......."

"나름대로 환상 품고 있는 게 있었는데 그게 허구면 좀 그럴 거 같아서 말입니다."

내게 라스트 위스프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던 궁신 아폴론 덕분에 사실 이 비밀 기사단들에게 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인정하지. 하지만 그 재능을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가."

"저 천지 분간 못 하는 마법사 정도의 재능을 말하는 거면......."

"네놈......."

내 말이 흐려지자 청발의 소년, 시오 하울의 얼굴이 극도로 차가워졌다.

"직접 비교해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인과 관계고 서로 간의 이해관계고 내겐 관심 없다. 나는 그저 일리나가 시험을 치르는 데 도움을 줄 뿐이고, 그 대가로 비밀 기사단에 와서 데이터를 쌓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말뜻을 깨달은 듯 선생이라 불린 세 남녀는 곧 서로 간에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대로 일리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청문회를 파했다.

* * *

재능을 판단하는 기준.

검을 쓰는 기사들이 모인 곳도 아니고,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만 모인 곳도 아니다.

모두 제각각의 재능을 가진 동년배 소년 소녀들의 모임인 만큼 재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별것 없었다.

"선생님들은 적당히 하라 말씀하셨지만. 내게 자비를 기대하지 마라. 외부인."

싸늘하게 말하며 스태프를 들어 올리는 그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저놈, 겁도 없이 메가트론을 공격한 것도 모자라서 살기를 흘렸었지.

살기는 상대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흘러나오는 감정 에너지의 일부.

상대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품었다면 반대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물론, 정말로 죽였다간 계획이고 뭐고 다 허물어지는 만큼 힘 조절은 필수요건 중 하나이리라.

"일리나! 저 사람, 마나가 일반인처럼 아주 미약하다구."

"맞아, 아무리 믿는 구석이 있다 해도 이건......."

"괜찮아. 샤이르, 펜디르. 걱정은 고맙지만......."

거대한 공터의 너머에서 일리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남들에겐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저 미친 녀석이 시오를 어떻게 아작낼까 오히려 겁이 나."

한 손에는 메가트론을 압축시켜둔 큐브를, 나머지 한 손엔 평범한 목검을 든 채 느긋하게 맞은 편에 서 있는 청발의 소년 시오 하울을 바라본다.

마나의 축복이라는 마법사로선 드물게 피어나는 특수체질을 가진 소위 천재.

내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적의가 보통이 아니다.

이윽고, 열댓 명의 관중이 보는 앞에서 큐브를 가볍게 들었다 받아내고 있자 시오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리는 게 보였다.

"선공을 주지, 마나도 잘 느껴지지 않는 네놈이 무슨 재주를 보여줄지는 모르겠다만 어디 한 번 발버둥 쳐봐라."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손에 든 큐브를 허공에 던졌다. 그리고는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메가트론, 명령하달."

[명령 인수. 대기 중.]

"전기톱 꺼내."

[명령 확인, 가동.]

철컹!! 철커덕!

부릉!! 기이이이이잉!!

순식간에 거대한 거신병으로 변하며 크고 우람한 전기톱을 꺼내 드는 메가트론의 모습에 주변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머리 식히고 대화로 가보자고."

메가트론의 손에 있는 훌륭한 대화수단으로.

42. 손바닥 안이로다.

금속 부분들이 여지없이 비틀리고 회전하며 거대한 거신병의 형태로 돌변한다.

기잉!! 기이이이잉!!

그리고 놈의 손에 압도적인 비주얼과 소리를 자랑하는 전기톱이 여지없이 제 존재를 포효하며 주변의 분위기를 찍어눌러 버렸다.

"데이비! 아무리 꼭지 돌아도 죽이면 안 돼!"

메가트론의 전기톱이 얼마나 괴랄한 파괴력을 보여주었는지 잘 알고 있는 일리나였기에 기겁하며 내게 소리쳐 왔지만 나는 들은 척하지 않고 그저 눈앞에 있는 시오 하울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직시했다.

"골...... 렘? 너...... 골렘 조종사였나?"

거대한 신체를 가진 메가트론이 위용을 뽐내며 크게 포효하자 그의 전신에 마나가 끓어 오르며 사방으로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미약한 마나만 느껴지더라니, 고철 덩어리만 믿고 같잖은 술수를......."

이상한 곳에서 자존심이 있었던 건지 메가트론의 거체를 보며 조용히 분노를 표출하던 그가 마나를 일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짜드드득!!

[방출]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수많은 얼음 파편들이 날카롭게 벼려지며 이윽고 메가트론과 내 몸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석궁의 볼트같이 날아드는 터라 일반인이었다면 반응도 못 하고 쓰러졌을 법한 공격이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자.

그들이 가지는 메리트는 가볍지 않다.

마법을 실현할 때 율리스처럼 천재적인 센스가 없다면 상당히 장문의 영창을 가해야 한다.

하지만 마나의 축복을 받은 자들은 그런 개념의 반을 잘라먹고 시작한다.

무슨 소리냐고?

노력하지 않아도 영창의 간소화를 응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마나가 소유자와 일정 동기화되며 같은 마나를 써도 상상 이상의 효율을 보여준다는 점.

그런 의미에서 아주 미약하지만 마나의 의지를 느끼고 공명하는 '동화'의 경지와 아주 약간 비슷하다.

카카카카캉!! 캉!

순식간에 날아드는 얼음 파편이 메가트론뿐만 아니라 내게도 날아오는 탓이었을까.

우람한 체구를 드러내며 위용을 자랑하던 메가트론은 곧 내 앞을 막아서며 그의 공격이 내게 오지 않게 막아 세웠다.

출력을 최저한도로 낮춘 덕분인지 살상력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피는 좀 나겠지만.

"음, 냉기에 노출되니 자동 보호 시스템은 반응속도가 조금 느리네."

캉!! 캉!

상대는 나에게 큰 상처를 남길 요량으로 공격을 해오고 있지만 나는 그저 메가트론의 성능 실험이나 데이터 수집에 더욱 관심이 갈 뿐이다.

느긋하게 선 채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쳐내는 메가트론을 보며 나는 품 안에서 작은 차트를 꺼내 들고는 익숙하게 체크해나가기 시작했다.

"흉부 외갑판은 조금 강화할 필요가 있겠어. 이두 쪽 강판은 간소화시키지 않으면 반응속도가 떨어질 거고."

-효율도 조금 손을 봐야 할 게야. 기껏 좋은 출력을 가지고 있는데 힘의 배분이 엉망이지 않은가.

페르세르크 또한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메가트론의 출력 현황을 체크할 뿐 도저히 내가 당한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익!!"

그 모습에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일까.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얼음 파편 너머로 길고 거대한 얼음 창을 만들어낸 그가 싸늘하게 눈을 빛냈다.

[빙결]

짜드드득!!

동시에 메가트론의 발치부터 새하얀 서리가 끼이기 시작하더니 거체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한다.

[분쇄, 얼음 창]

동시에 얼어붙기 시작하는 메가트론을 향해 시오의 거대한 얼음 창이 날아들었다.

"좋아, 방어실험은 대충 여기까지 하고, 적당히 반격해."

[명령 수락.]

마치 지금까지 멀뚱멀뚱 구경하기라도 했다는 듯.

전신에 푸른 마나를 일으켜 얼음을 털어내 버린 메가트론이 전기톱을 뽑아내지 않은 손으로 얼음 창을 낚아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뭣?!"

동시에 주변에서 경악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내 시선은 메가트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쿵!! 쿵!!

거체답지 않게 재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메가트론의 거대한 전기톱이 시오를 그대로 절단 내버릴 듯 덤벼들자 그가 빠르게 영창을 하며 사이에 빙벽을 만들고 몸을 날렸다.

키기기기기깅!! 콰드득!!

"흐억?! 이...... 미, 미친 골렘이!! 누굴 죽일 셈이냐!"

"거, 적하고 목숨 걸고 싸울 때도 그렇게 싸울래?"

"빌어먹을 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시오의 낯빛은 잔뜩 창백해진 후였다.

메가트론이 미친 사이코패스마냥 달려들어 그의 공격을 분쇄하고 몸을 갈라버릴 듯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금속 골렘이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구현하며 덤벼드는 경우는 그로서도 상상해보지 못한 무지막지한 공세였다.

쾅!! 쾅!!

"히익! 저...... 저 흉악한 무기는 도대체 뭐야?!"

멀리서 대련을 지켜보던 몇몇이 핼쑥해진 얼굴로 일리나의 팔을 잡아 흔들며 비명을 내질렀다.

확실히 전기톱은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본능적으로 공포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만, 시오 하울은 성격답지 않게 그래도 재능이 없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피하면서도 그는 메가트론을 향해 반격하고 나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탓에 메가트론이 나를 보호하고자 중간중간에 행동을 멈추고 내 앞을 막아섰지만 이 또한 결국은 내 실험의 일환일 뿐이었다.

이른바 반사신경 테스트.

위험하다 싶으면 나를 공격해서 틈을 만들고, 거대한 움직임 끝에 생겨나는 딜레이를 파악해 반격을 가한다.

마냥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실전 경험은 확실히 마탑의 골방 마법사들보다는 한 수 위의 수준이었다.

-그래도 율리스라는 그 아이보단 못하지.

'율리스 그 양반보다 뛰어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니겠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었을 뿐 율리스는 대륙 최고의 천재 마법사 중 하나다.

아무리 재능있는 아이들이 모였다곤 해도 율리스 급 재능을 가진 놈이 흔할 리가 없다.

"으아아악!!"

급기야 한 번의 실수로 팔이 날아갈 뻔한 시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저 기괴하고 흉악한 무기에 팔이 잘려 떨어져 나가는 경험만큼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피해내면서도 내게 적의를 보내는 게, 뚝심 하나는 대단한 놈이었다.

거 대화수단이 조금 거친가?

'서리?'

느긋하게 그와 메가트론을 관찰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던 중 문득 공기 중에 생겨난 이변에 내가 픽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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