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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4화 (104/1,559)

# 104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4화

"서...... 선생님!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대련을 참관하는 선생의 팔을 붙잡은 소녀가 호들갑을 떨었다.

"저...... 저 골렘! 비정상적으로 강하잖아요!"

"맞아요! 골렘이 저렇게 유동적이고 지능적으로 움직인다는 소리는 들은 적도 없어요! 게다가 저 정체 모를 무기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쌍둥이 소녀들의 말에 거대한 도끼를 등에 둘러멘 체격이 어마어마한 소년이 턱을 쓰다듬었다.

"정말 강해 보여. 대단한데? 일리나, 네 친우라는 저 사람. 유명한 골렘술사야?"

"아니......."

골렘술사는 무슨, 목검으로 일대를 엎어버리는 괴물이 인형 놀이하고 있는 건데.

문제는 그 인형도 정상 상식에서 벗어난 놈이라는 게 문제지만.

일리나는 자신을 향해 놀랍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물어오는 거구의 소년, 헤그의 질문을 일정 부정했다.

정확히는 골렘술사가 아니라 정체불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마스터 이상급의 강함을 지닌 검사주제에, 신성력을 지닌 성흔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연금술사들이 침을 질질 흘릴 법한 저런 골렘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낸다.

데이비라는 저 불합리한 미친놈을 하나로 표현하자면 솔직히 뭐라 불러야 할지 그녀로서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잘못하다간 시오가!"

"아니, 샤이르 견습생, 시오는 현재 지극히 냉정해."

"하지만!"

"녀석은 생각 이상으로 고집이 세지만 전투의 센스 하나만큼은 확실히 발군이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지 않니."

거구의 사내인 보리스 대신 여성 선생 실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대단하군요. 저 골렘. 보통의 골렘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입니다."

"그러네요. 체내의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골렘술사라면 미약한 마나로도 운용이 가능하죠."

골렘술사들의 장점은 다량의 골렘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물량.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지속성에 있다.

즉 골렘술사 본인을 처리하지 못하면 골렘을 처리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골렘만 믿고 스스로 방비가 허술해요. 경험은 부족해 보이는군요."

실리아의 중얼거림에 보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경험을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마물이라고 해봐야 지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마물들이 대부분이니."

"골렘을 제작하고 다루는 재능만 따지면 확실히 커트라인에 통과한다지만......."

"정작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라서야......."

"그 부분은 잘 가르치면 해결될 거라 봅니다. 보이십니까? 골렘을 다루는데 딱히 힘들어하지 않고 있어요. 저건 효율적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거겠지요."

착각이 계속된다.

"잘만 키우면 정찰, 보조, 여러 면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일 거예요. 게다가 저...... 흉악한 톱은 저런 식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니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네요."

"확실히 공격력 방어력 모든 면에서 뛰어난 골렘입니다. 이거, 오러 블레이드로도 쉽게 베이지 않겠는데요?"

마치 품평하듯 대화를 나누던 보리스와 실리아의 모습에 견습 단원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불안함에 물들어갔다.

반면 일리나는 거의 초탈한 얼굴이었다.

"이제 슬슬 결판이 나겠군요."

"네, 골렘술사가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골렘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건 크나큰 미스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석으로 내몰린 시오 하울을 향해 메가트론의 거대한 전기톱이 내리 찍혔다.

"꺄악!"

자칫 그가 크게 다칠까 봐 비명을 내지르는 견습 단원들의 모습에도 몇몇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확실히 대단한 골렘이긴 하다만, 공략법을 찾았구나, 시오."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실제로 메가트론의 움직임이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느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렘의 관절부를 조금씩 얼렸어요. 아무리 관절이 유연한 골렘이라도 저렇게 내부부터 얼어버리면 손을 쓸 수 없죠."

"얼음 마법사를 상대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처음처럼 마구잡이로 얼린 게 아니라 치밀하게 의도를 숨겼어요."

미약하게 쌓이긴 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보리스와 실리아의 시선에는 저 골렘도 대단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시오의 센스가 더욱 돋보였다.

이윽고 완전히 굳은 것처럼 끼긱 소리를 내는 메가트론을 바라보는 데이비라는 소년을 향해 시오가 한발 내디뎠다.

"마법사로서 근접전은 미련한 짓이지만 리인포스 알파의 단원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겠지."

담담하게 중얼거린 보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걸로 끝......."

짜드드득!

손 위로 거대하고 날카로운 얼음의 검을 뽑아낸 시오가 데이비를 향해 쏜살같이 파고든다. 동시에 시오의 공격을 확인한 데이비가 목검을 들어 올렸다.

"저 골렘의 성능을 과신하고 자신에게 여파가 오지 않을 거라 여겨 목검을 든 모양이지만...... 이렇게 되면 목검은 단 일 합도 버티지 못할 테지."

"어이쿠!"

그와 동시에 방어를 위해 발을 내디딘 데이비가 마찰력 제로의 빙판에 미끄러져 균형을 잃었다.

그 찰나의 틈은 확실히 남들이 보기엔 치명적이었다.

서리가 얼어붙어 얼어붙은 빙판에 미끄러지니 반격은커녕 균형조차 잡기 쉽지 않다.

이윽고 데이비의 목검이 애꿎은 허공을 베고 균형을 잡지 못한 데이비가 허공에 튕겨 오른 순간.

시오 하울의 얼음 검이 데이비의 몸을 베어버릴 것처럼 휘둘러졌다.

"헉...... 헉! 빌어먹을 악랄한 놈! 이걸로 끝이다!!"

"꺅!"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몇몇이 눈을 감았다.

또 몇몇은 처음부터 한결같이 질린 표정으로 서 있는 일리나를 향해 타박하기도 했다.

"이...... 일리나! 말려야!......."

"누굴 말려?"

다만 일리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답할 뿐이었다.

"데이비를?"

이어서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이 모두의 귓가에 닿기가 무섭게.

빠아악!!!

시원한 타격음이 연무장 위에 울려 퍼졌다.

침묵.

그 순간, 아무도 눈앞에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굳은 채 입을 쩍 벌렸다.

균형을 잃고 튕겨 나간 데이비의 목검이 마치 우연처럼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며 정확히 시오의 빈틈을 노리고 낙하.

그의 정수리에 내리꽂혀 버린 것이다. 날카롭고 빠른 쇄도였지만 단 한 곳 완벽한 빈틈을 노리고 목검이 내리 찍혔다.

말도 안 되는 우연에 침묵하길 잠시. 목검에 튕겨 나간 시오의 몸을 메가트론이 자비 없이 찍어 누르며 완전히 제압해버렸다.

"저 자식 또 사기를......."

좀 전에 얼어붙어 있던 모습은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커헉?!"

"음...... 이거, 내가 이긴 건가? 뭐, 잘난 것처럼 말하더니."

-데자뷔.......

느긋한 중얼거림,

하지만 일리나는 저 가증스러운 말을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 * *

"칼디라스."

[흐아암...... 엉?]

"저 자식 말이야. 차분한 척하면서 성격 정말 나쁜 거 아닐까?"

[저 자식 백 퍼센트 성격 나쁜 거야, 나 알아! 난 말이야, 저 자식이 네 옷을 찢어서 날 뜯어갈 때부터 알아봤다?]

"그것도 그건데......."

저 악독한 검술은 도대체 뭘까.

처음엔 그녀도 눈치채지 못했었다.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 힘든 건 지금도 마찬가지.

솔직히 그의 진면목을 알기에 괴리감을 느낀 것이지 모르는 상태로 보았다면 또다시 우연인가? 라고 고개를 기웃거렸을 것이다.

"어......."

멍청한 어조로 누군가가 탄성을 흘렸다.

'저 자식, 분명 노렸어!'

아주 잠깐, 일리나는 데이비의 얼굴에 스친 섬뜩한 비웃음을 확인했다.

이제야 모든 게 명확히 보였다.

데이비는 자신의 힘을 괜히 드러내 경계를 사지 않고 상대를 완전히 물 먹이는.......

[내가 알어! 내가 봤다니까?! 저 새끼 소드마스터...... 아니 뭐라고 하지? 하여튼 신검합일까지 이뤄낸 새끼인 거 내가 봤어!]

그 사실은 본인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떤 미친 소드마스터가 신검을 상대로 목검을 들고 압도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육체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 비슷한 수준.

하지만, 대처법이 그녀가 상대해본 소드마스터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치 만렙 용사가 저주를 받아 약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검에 귀천은 없다지만...... 정말 악(惡)한 검술이다......."

천성이 악한 인간은 아닌데 하는 짓은 악마가 따로 없다.

질린 얼굴로 데이비를 바라보던 일리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공터를 바라보는 이들을 보며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국, 아무도 그의 속임수를 눈치챈 이가 없다.

* * *

대련이 허무하게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을까.

도저히 침묵에서 빠져나올 줄을 모르는 모양새에 메가트론을 가볍게 회수하며 손뼉을 쳐주자 그제야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대...... 대단하군!"

거구를 자랑하는 선생인 보리스의 감탄.

"우연? 그런 것치고는 너무 절묘한......."

"......시오 하울, 아직 수련이 많이 부족하군!"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듯 서로 수군거리며 의논하던 세 사람은 곧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하는 게 맞는다고 여긴 듯했다.

"일단 해산한다! 그리고, 데이비라고 했나?"

"예."

"하하하하! 우연이라곤 하나 정말 대단하군! 뭐,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 약속은 약속이니 재능을 인정하도록 하지!"

"과찬이시네요."

한 치의 거짓 없는 칭찬은 좋게 받는 법이다.

반대로 시오 하울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공격에 당했다는 사실로 타박을 받았다.

"시오 하울! 연습을 게을리했구나! 마지막에 이겼다고 방심하는 순간 눈먼 칼에 맞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던 시오 하울이 벌떡 일어나며 격하게 소리친 것이다.

"이건 골렘이 강했던 거지 저놈이 강했던 게 아닙니다. 선생님! 놈의 검술을 보셨잖습니까!"

확실히, 내가 보여준 검술은 검을 잡아본 적도 없는 초짜 같은 모양새다.

"추한 짓 하지 마, 시오 하울. 골렘술사는 후방 지원계통이야. 그런 골렘술사를 전장 한복판에 세워놓고 대련을 한 주제에 불공평하다고?"

당연히 일리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 검술에 질린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그녀는 일단 제 친구인 나를 감싸고 시작했다.

"일리나!!"

"정신 차려, 저 골렘은 데이비가 만든 골렘이야. 그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고. 본래라면 넌 저 골렘 하나와 그대로 싸웠어야 했어."

일리나의 독설은 멈추지 않았다.

제 성격을 숨기지 않으니 아주 거침이 없다.

"그런 주제에 그사이에 데이비를 끼워놓고 위험할 때마다 데이비를 견제해 치졸하게 시간을 벌었잖아? 왜? 그것도 전술이라고 해보게? 애초에 네가 얼린 저 골렘. 확인은 했어?"

그녀의 말대로.

그는 골렘조차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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