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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2화 (112/1,559)

# 112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12화

-뭐야...... 그대...... 언제 마나 서클이.......

마치 열리지 않는 문을 강제로 뜯어 열어버린 것처럼.

내 몸을 회전하는 서클 중 2개의 고리가 흐릿하게 회전하고 있다.

6 서클과 7 서클에 해당하는 고리였다.

"임시 서클이야, 금방 없어지긴 할 테지만 당장 이것 덕분에 죽을 일은 없어."

반동은 각오해야겠지만.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력의 3분지 1은 소실된 것도 사실이었다.

"끄으윽......."

비명을 지르는 시오 하울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다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루시아는 금방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악...... 하악...... 다...... 다프네...... 다프네 님......."

이 와중에도 성녀를 찾고 있다. 주신 프리아보다 다프네를 더욱 신봉하는 소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찾는 그 여자는 너 몰라요.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아 신성력을 끌어올려 감싸자 그녀의 몸 안에 있던 신성력도 덩달아 반응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인포스 더 마인드]

"아...... 아아......."

상위 신성 마법인 정신 강화.

일전에 고블린 퇴치를 위해 영지 자경단원들에게 쏟아부었던 버프 마법 중 하나였다.

"아......."

아주 천천히 유영하는 신성력은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창백해져 있던 그녀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괜찮아. 살아있어."

"데...... 데이비 님?"

"그래. 나야."

"나...... 살아있어?"

어림잡아 100m는 가볍게 넘어 추락했었으니 쇼크로 넘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다.

어떻게 유적의 아래에 이만한 공간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만. 애초에 고대 유적 자체가 상식을 거부한다는 점은 익히 봐서 알고 있었다.

"이제 다 괜찮아."

"아...... 아아......."

울먹거리며 계속해서 아아 거리던 그녀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자 나는 말없이 그녀를 다독여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 * *

"커흑!!"

시간이 흘러 스스로 진정하기 시작한 후에야 나는 그녀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시오 하울에게 다가갔다.

팔이 아작난 고통과 추락 당시의 충격 때문인지 녀석 또한 제정신이 아니었다.

물론, 겉으로 활발하지만 의외로 여린 루시아보다는 독종이니 그나마 잘 버티리라.

"이 악물어라."

그리 말하며 나는 통증 완화도 걸지 않은 채 어긋나버린 그의 팔을 단단히 틀어잡았다.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그의 몸속 모습이 훤히 보일 지경이다.

우드득!!

"아아아악!!!"

"참아 새끼야."

우득! 우드득!

강제로 어긋나버린 뼈를 맞추고 간단하게 회복마법을 걸어준다.

뼈가 완전히 낫기 전까지는 부목이라도 대야 했기에 나는 확장 주머니에서 부목 대용으로 쓸 만한 간이 철판 두어 개를 꺼내 든 뒤. 그의 로브를 찢어 묶었다.

"데...... 데이비......."

그 와중에도 나를 확인했는지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패닉에 빠져 있던 녀석이 내 이름을 불렀다.

"왜...... 왜 나를......."

"......."

녀석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있던 루시아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

그 눈빛엔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마냥 말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괜한 의문을 품게 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크으......."

이윽고 시오 하울의 시선까지 내게 닿자 나는 말없이 떨어졌던 천장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어림잡아 100미터 이상 떨어졌어. 조금만 늦었어도 두 사람 다 피떡이 됐을 거다."

"어......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속이 뒤집히는 통증을 애써 억누른 채 숨을 거칠고 짧게 한 번 몰아쉰 나는 내 주변으로 떠오른 라이트 마법을 하나씩 두 사람에게 붙였다.

"따라와. 밖으로 나갈 길을 찾을 거니까."

"데...... 데이비 님! 당신이 저흴 구해준 건가요?!"

이윽고 뒤에서 루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뭐 일단은."

"어떻게......."

당신은 마나도 거의 없는 연금술사 아니었나요.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질문은 그것이었다.

그 사실은 시오 하울 또한 마찬가지인지 혼란스러운 시선을 여전히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역중력 마법을 쓴 것뿐이야."

"리버스 그래비티, 6 서클 중력계 마법. 그럴 리가......."

시오 하울은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계속해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그보다 상위인 7 서클 하이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이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빨리 움직여, 유적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니까. 여기 있다가 벽이 움직이면 쥐포 되도 모른다."

내 말에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멍하니 나를 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 *

침묵은 오래갔다.

진정하긴 했지만 당시의 충격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루시아는 계속해서 공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음...... 그래도 당장 쥐포가 될 일은 없겠네."

벽면을 이리저리 짚으며 내가 말하자 시오 하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날 살린 거지?"

"뭐?"

"말 그대로다. 너는 왜 나를......."

"넌 덤이야 새끼야."

그냥 두면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지니 잽싸게 끊어버렸다.

"......."

그렇게 말했다곤 해도 그 자신이 내 덕에 살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도 다른 동기생과 다르게 그는 죽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부류이지만 덤으로 얻어걸려 목숨을 구해준 거면 그건 그것대로 녀석의 운인 것이다.

"몸에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고작해야 일반인 정도. 그런데 어떻게...... 고위 마법인 중력 마법을 사용한 거지?"

그의 질문에 벽면을 두드리며 앞장서서 걷던 내가 허리춤에서 홍단이를 천천히 뽑아 들었다.

스스로 빛을 내뿜은 붉은 검의 모습에 숨을 죽이는 그를 보며 나는 망설임 없이 어두운 복도 저편을 향해 검을 그어 날렸다.

"쓸 수 있으니까 쓰는 거지."

서걱!!

그 말과 동시에 섬뜩한 절삭음이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들려왔다.

쿠웅!!

동시에 육중한 무언가가 잘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말이 될 리가......."

다시 한 번 홍단이의 붉은 검신이 수십 가닥의 잔상을 남기자 저 멀리서 또 한 번 수십 개의 육중한 무언가가 잘려나갔다.

"네가 보기에 내 마나가 미약하든?"

"......."

"그런 거면 결국 네가 볼 수 있는 건 거기까지라는 거다."

내 말에 그가 숨을 짧게 들이켰다.

"인생은 실전이야 새끼야. 믿기 싫어도 눈에 보이면 그게 진실인 거다. 그리고."

가디언들, 더럽게 많네.

뒷말을 삼키며 내가 한발을 과감하게 내디뎠다.

"이 와중에 진상 규명하고 싶냐? 넌 될 수 있으면 입 다물고 따라와. 듣는 사람 속 터지니까."

이것도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그놈의 하고 싶었던 말은 뭐가 그리 많은지.......

기회가 있을 때 써먹어야지 언제 써먹겠는가. 내 생각을 읽은 그녀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은 역시나 마도 골렘이었다.

역시나 하인스 영지의 유적에 있던 놈들과 완전히 같은 종류.

다시금 마나를 끌어올린 탓에 반동이 적지 않게 걸려오지만 이미 한번 폭주한 덕분인지 모자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뒤에 잘 붙어서 따라와. 두 사람 다 상처 하나 없이 밖으로 내보내 줄 테니까."

수련을 쌓을 땐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 걸까 생각했으면서도.

이런 상황이 되면 스스로가 노력한 그 고생들이 보답 받는 기분이 들었다.

* * *

"데이비!!"

철컹!!

비명을 지르며 굳게 닫혀버린 곳을 향해 달린 일리나는 곧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가디언 골렘.

메가트론에 의해 제지 되었다.

"비켜!!"

격한 외침이 들렸지만 메가트론은 묵묵히 그녀를 막아 세울 뿐이었다.

"네 주인 떨어진 거 안 보여?! 비키라고 했어!!"

일반적으로 그녀가 들고 다니던 거검도 아니고 칼디라스를 뽑아 든 그녀가 격분하며 소리쳤지만 메가트론은 그저 묵묵히 푸른 안광을 빛내며 그녀를 막아설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는 그대로 물러날 만큼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망할 고철 덩어리가!!"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녀가 메가트론에게 덤벼들려는 순간.

"안 돼 일리나!!"

"그만둬!"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헤그와 샤이르 렌다가 그녀의 팔을 낚아채 제지했다.

"그만해! 이미 닫혔다고!"

"놔! 찾으러 가야 해!"

"네가 가서 어쩌겠다는 건데!"

그러자 그녀가 악을 쓰듯 비명을 내질렀지만 두 사람은 작정하고 그녀의 팔을 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콰앙!! 기이이잉!!!

-캬아악!!

그리고, 그런 혼란을 틈타 파고든 배틀엔트 한 마리가 메가트론의 거대한 전기톱에 갈려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메가트론!! 출력제한을 해제한다! 모두를 지켜라!]

자아가 없는 골렘은.

그저 주인이 남겨놓은 명령에 따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움직일 뿐이었다.

* * *

4m에 달하는 거구. 인간의 형태이지만 전신에 특유의 석재가 얼기설기 붙어있는 형태.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보석까지.

-기이잉!

지직!!

놈들의 눈이 시뻘겋게 변하며 마치 슈퍼맨이 광선이라도 쏘듯 초 고열의 열 광선이 쏘아져 들어온다.

오러 블레이드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벽인 탓에 놈들의 광선에 지형이 뒤틀리진 않았지만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서걱!!

반대로 딱히 극도로 예리함을 강화하지 않았음에도 단단한 바닥을 갈라버리며 날아드는 홍단이의 검기가 놈들의 거체를 무참히 베어 넘겼다.

닿는 모든 것의 저항을 무시.

여전히 느끼는 것이지만 간단해 보이면서도 무식한 권능이다.

물론, 대상이 단단할수록 마나의 소모가 상당하다는 디메리트가 있지만.

방어 무시라는 개념은 여러모로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신들린 것처럼 검을 휘둘러 닥치는 대로 베어내는데도 불구하고 놈들의 수는 쉬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처럼 마냥 다 쓸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

큰 위험은 넘어갔다 해도 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꺄악!!

거의 무아지경에 빠지듯 몰려오는 놈들을 베어내던 중.

갑작스레 벽면에서 튀어나온 골렘 하나가 루시아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리찍었다.

"얼어붙어라! 아이스 월!!"

반사적으로 시오 하울이 급히 얼음을 방출해 벽을 세웠지만 급히 만든 얼음벽이 놈의 공격을 제대로 막을 턱이 없다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주 찰나의 틈. 놈의 주먹이 기어이 시오 하울의 빙벽을 박살 내며 날아들었다.

하지만 놈의 공격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순식간에 날아든 홍단이가 놈의 팔째로 절단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푸른 잔상을 흩뿌리는 청단이의 검신이 놈의 몸을 그대로 꿰어 벽에 처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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