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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5화 (115/1,559)

# 11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15화

'최소한 나 정도의 상식은 갖추고 살아야지. 오래 사는 양반들이.'

-근래에 들은 최고의 헛소리로고.

"지금이라도 넘겨. 쓸데없는 살생은 좋아하지 않아."

담담한 그녀의 말에 나는 말없이 바닥에 뉘어진 백익이라는 이 나신 소녀의 가슴을 꾸욱 눌렀다.

-이 변태가 뭐하는.......

그 모습에 그곳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당황으로 물들려던 찰나.

치익!!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소녀의 가슴이 열리며 내부에 있는 생체 기계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내부에 있는 공간은 딱 작은 심장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미련 없이 가지고 있던 기계장치의 신인 기계 심장을 밀어 넣어버렸다.

"이런. 이미 장착되어버렸네?"

밀피유고 뭐고 알게 뭐겠는가. 지금 내 관심은 심장만 넣으면 끝난다고 항의하는 것 같은 이 작은 은발의 소녀에게만 가 있는데.

메가트론에게 장착시키는 것도 좋지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이 작은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장난스런 내 말에 밀피유가 무어라 반응하려던 찰나.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던 은발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크게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 * *

뜬금없는 내 행동에 모두가 침묵했다.

반사적으로 내가 한 행동의 결과가 궁금했을 수도 있으니 이해는 한다.

특히, 나와 대치하고 있는 저 특이하기 짝이 없는 하프 뱀파이어 밀피유는 안 그런 표정인 주제에 눈이 반짝반짝하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찰캉! 슈르르륵!!

이윽고 유일하게 내부가 개방된 해치 속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기계 심장과 소녀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몸의 90%는 생체. 하지만 나머지 10%는 인공적인 특유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쌉싸름한 맛은 아다만티움. 그리고 은은한 느낌이 드는 백색의 금속은 오리하르콘.

역시 고대문명 클라스가 어디 가는 건 아닌 듯했다.

찰캉!!

이윽고 은은하게 진동하던 기계 심장이 완전히 장착되자 열려있던 해치가 스스로 닫히며 완전히 봉합되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틈도 남기지 않고 압착되듯 달라붙은 피부는 곧 겉보기엔 멀쩡한 피륙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변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기계처럼 내부를 열 수 있게 균열이 나 있던 그녀의 가슴에는 이제 그냥 일반인과 다를 게 하나 없이 뽀얀 살결만 남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침묵 끝에 움찔움찔 움직이던 소녀의 손가락이 까딱였다.

치잉.

동시에 소녀의 머리 위로 금빛의 원형 테두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마치 천사의 고리와 같은 형태였다.

"엑세스 코드. 활성화. 메인 동력 삽입 완료."

굳게 닫혀있던 소녀의 입술이 눈을 감은 채 작게 열려 중얼거렸다.

체격이 워낙에 작은 탓일까.

미묘하게 목소리도 앳된 느낌이다.

그래 봐야 10대의 목소리이니 애초에 둘 다 어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잉...... 챠르륵!

멍하니 지켜보는 과정에 움찔거리던 소녀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동시에 내가 덮어두었던 것들이 훌렁 흘러내리며 새하얀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생체 골렘인지 아니면 정말 특이한 종족인지는 몰라도 이 녀석의 몸은 생식에 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달려있었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소녀의 눈이 천천히 뜨여지며 말끔한 푸른빛 눈동자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동자 안으로 수만 가지의 문자가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던 소녀는 곧 내게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메인 프로그램 부팅완료. 륀느 가동개시."

"륀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인지하지도 못했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앙증맞은 움직임으로 일어난 그녀가 나를 정확히 직시했다.

그리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며 한 손을 뻗어왔다.

"링크 개시. 소유자의 DNA를 각인."

담담하게 말하며 내 목에 손을 올린 그녀의 손끝에서 옅은 스파크가 튀었다.

따끔한 기운과 함께 륀느라 불린 소녀의 푸른 눈이 한번 점멸했다.

"소유자 각인 완료. 현재 시각...... 삐이이! 데이터 오류. 륀느, 새로운 데이터 갱신을 요구."

내게 그리 말하며 다가온 그녀의 손가락이 내게 닿았다.

"커넥팅 개시, 점막 접촉 시도."

그리고는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제 손가락을 내 콧구멍에 밀어 넣어버렸다.

"컥?!"

다만, 아무리 작은 손가락이라도 어지간한 이의 코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접촉 실패. 차선책으로 구강 점막 접촉 개시."

그리 말하며 이번엔 코에 밀어 넣었던 손을 빼내 입에 밀어 넣었다.

"억?!"

동시에 그곳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나와 대치 중이던 밀피유는 눈이 크게 뜨여지며 숨까지 거칠어진다.

"흐...... 흥미로워."

우웅!!!

점막접촉이 무슨 상관인 건지.

내 입안에 들어온 손가락, 조금 전까지 내 코를 찌르던 손가락이다.

반사적으로 빼내니 륀느의 의아한 심정이 담긴 무표정이 내게 꽂혔다.

"주인님, 왜 륀느의 데이터 갱신, 허락 안 해?"

"됐고. 더럽게 뭐하는 짓이야."

"륀느, 소유자의 점막과 직접 접촉. 필요한 기본데이터 수집 가능."

"그래서 콧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냐?"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오래가지 않아 일단은 만족한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일정 데이터 수집 완료. 뱀파이어, 주인님의 배제대상."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내게서 데이터를 뽑은 건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든다만. 당장에라도 싸울 것처럼 말하는 륀느의 모습에 밀피유가 정신이 든 듯 손가락을 펼친 손날에 붉은 혈기를 피워올렸다.

하프 뱀파이어인 밀피유는 상당히 강한 계급인 것 같지만 그래도 하프 뱀파이어인 만큼 그 무력은 같은 계급 중에서도 낮은 편일 것이다.

"나와 싸울 거야?"

"주인님의 적, 전투 병기 륀느가 배제."

"하나같이 흥미로워, 너 연구하게 해줘."

"분석결과, 연구, 륀느의 육체에 상당히 흥미가 있다고 판단."

어찌하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그 모습에 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자신 있으면 한 번 해보라지.

"처리할 수 있어?"

"검색결과, 륀느, 승기가 있다고 판단."

"좋아, 그럼 어디 제압해봐."

"명령, 인수."

담담하게 말한 륀느의 머리 위에 고리가 반짝거리더니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크기가 본래 크기의 두 배로 늘어나며 푸른 눈동자 내부로 수만 가지의 숫자가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흥미로워, 나와 같이 가, 내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점막접촉이 필요해? 얼마든지 도와줄......."

"륀느, 주인님의 명에 따라, 제안 거절. 뱀파이어. 배제대상."

담담하게 말한 륀느가 밀피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웅.......

동시에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홀로그램처럼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무언가가 입자화되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게 무슨?!"

"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와...... 이건 또 상식이 빗나가는 기분이네."

내 중얼거림은 아마 이곳에 있는 모두의 생각과 같지 않을까.

아무래도 만 년 전 고대문명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의미로는 극도로 발전했던 문명이 아닐까.

그런 문명이 어쩌다가 멸망하고 사라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광열 포탑. 링크완료. 목표 지정. 적중 시 제거 확률 2.1%. 지속적인 적중 시 제거 확률 상승 예상해."

륀느가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이상한 점을 눈치챈 밀피유가 반사적으로 몸을 튕겼다.

마스터 급 이상의 고위 뱀파이어답게 위기 감지능력도 보통이 아니다.

"발사."

찌잉!

아주 짧은소리와 함께 푸른 빛 광선이 거대한 홀 한편을 갈라버리듯 날아들었다.

* * *

찌잉!!

콰아아앙!!!!

일순간에 수십 가닥의 광선이 날아든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륀느의 공격이 시작되자 밀피유는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튀어 다니며 피하기 바빠졌다.

"꺄악!!"

"이 정신 나간 자식이."

반사적으로 그 여파에 휘말린 루시아와 시오는 광선을 피할 재주가 없는 관계로 내가 나서서 막아 줄 수밖에 없다.

쿠웅!!

아슬아슬하게 날아드는 광선을 그대로 홍단이를 이용해 쳐내자 미묘하게 저릿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왔다.

출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 정도 한발이라면.......

-메가트론의 모든 출력에 90% 정도. 연사력을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인 게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페르세르크가 정확한 비교 분석을 해준다.

"이...... 이게 뭔가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루시아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럴 수밖에, 갑자기 나타난 뱀파이어라는 존재. 그리고 그런 뱀파이어를 쫓아 마구잡이로 광선을 쏘아대고 있는 소녀 륀느.

"데우스 액스 마키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효능일 줄은 몰랐는데."

-기계 심장뿐만 아니라 저 본체의 스펙도 보통이 아니라는 게지.

괜히 골렘 계의 현자의 돌이라 불린 게 아닌 모양이다.

냉정하게 분석한다.

정확히 말해서 현재 내 지식과 이해력으론 저런 출력을 뽑아내는 물건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

수르트의 신검을 내가 홀로 만들 수 없듯 말이다.

내 연금술 스승이었던 이바라면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도대체 이놈의 유적의 주인은 뭐하는 양반인 건지.

"화력이 굉장해...... 점점 더 가지고 싶어!"

다만, 그렇게 뛰어난 녀석이라 해도 한계는 보였다.

첫째가 전투 데이터의 압도적인 부족, 그리고.......

"반대로 강자를 상대로는 출력이 약해."

기본적으로 륀느가 쏘아대고 있는 광선은 강하다.

이 정도면 4 서클 후반 5 서클 마법사가 쏘아대는 마법과도 비슷한 수준.

하지만 마스터 급 이상의 존재에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물론, 광선에 특유의 무언가가 있어서 맞았다 하면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건 어디까지나 밀피유가 맞아 줬을 경우에 한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 정도 출력이 전부는 아닐 테니 데이터가 쌓이고 기계 심장과의 동화가 어느 정도 되면 마스터 급도 어렵지 않게 이길 만한 성장성은 보인다.

출력이 마정석으로 고정되어 한계가 명확한 메가트론과는 완전히 다른 완성 급 개체.

자아가 없는 골렘을 내가 매번 조정하고 다루기 쉽지 않으니 지휘 개체가 있었으면 했다만.

이렇게 득템을 하게 된다.

달칵.

화력을 보는 건 이 정도로 충분하니 슬슬 나서 줄 때가 되었다.

하프 뱀파이어라곤 해도 밀피유라는 저 분홍빛 머리카락의 여자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아마 륀느의 공격이 어느 정도 위협적이라 판단한 탓에 흥미로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륀느를 시험하고 있는 것일 터다.

"데이비 님?"

갑자기 내가 일어서기가 무섭게 눈을 동그랗게 뜬 루시아가 나를 불렀다.

"일단 굉장히 만족스럽다만, 지금 저 녀석으론 처리 못 하겠다."

내 말에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내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는지 밀피유는 정신없이 륀느의 연사 공격을 피하며 녀석을 분석하고 있었다.

"흥미를 느끼는 건 좋은데, 저거 내 거다. 한눈팔지 마라."

그리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광선을 피한 그녀의 위치가 내 사정거리까지 도달했을 때.

검집에 넣어둔 청단이를 아주 조금 뽑아 든 내가 중얼거렸다.

"읏?!"

[초 중검]

[초신속 발검]

[창월광검]

일 대 일로 싸우는 데에 누군가가 난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순식간에 그녀의 뒤를 점한 내가 씨익 웃으며 그대로 검을 뽑았다.

뒤통수 조심해라.

찰나의 순간, 푸른 섬광이 그녀를 포함해 그녀를 향해 날아들던 륀느의 공격까지 모조리 베어버리며 일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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