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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8화 (118/1,559)

# 11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18화

메가트론이 전기톱을 무자비하게 휘두를 때도 그랬지만 그녀는 골렘 군단의 파괴력을 몸소 체험했고 개선 속도를 직접 눈으로 봐온 산 증인이었다.

그렇기에 불안한 마음 한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스스로 사고하고 감정을 가지고, 마스터 급도 이길 수 있는 인간형 골렘까지 얻었다고 하니.

그녀의 입장에선 륀느의 존재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으리라.

실제로, 일반적인 칼디라스를 들고 덤벼든 일리나가 고작 3분 만에 륀느에게 완전히 제압당해 땅에 처박힌 전적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일반적인 거검으론 힘들어도 본래 그녀의 검인 칼디라스를 들면 제압할 수 있었던 다른 골렘과 다르게 륀느는 궤도를 달리하는 괴물 같은 생체 골렘.

둘이 대련을 핑계로 한판 붙었을 때 그녀의 얼빠진 표정은 아직도 쉬이 잊히지 않는 웃음거리였다.

-이쯤 되면 솔직히 그대가 골렘 편대를 만든 건 다른 이유를 제쳐놓고 그냥 욕심 가득가득 담은 커스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게지.

역시 페르세르크만큼은 나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굳이 마스터 급에 밀리는 골렘을 양산한다고 마스터 급을 이기진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재료와 자금을 쏟아부었고 이놈들을 만들었다.

뭐 때문에?

정확히는.......

내 흥미 때문에.

"하아...... 데이비, 그래...... 메가트론을 포함해서 저런 골렘들은 그렇다고 쳐. 그런데 쟤는 일부러 그런 거야?"

그녀의 질문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절로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너 뭐, 공개장소에서 수치를 줘서 성적 쾌락을 느낀다거나, 뭐 그런 거야?"

이 황녀님이 밖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교양을 우선시하는 황족이 이런 말투를 쓰는 것부터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녀는 유난스레 내 곁에서는 상당히 허울이 없는 편이었다.

마치 기사단 내부에서처럼.

"뭐가 문젠데."

"아니 복장이......."

"륀느, 거치적거리는 금속 파츠는 생체장갑에 비해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분석, 비효율적. 반대로 이 천 방어구는 활동영역이 넓다고 판단. 만족."

그냥 제 나잇대의 여자아이처럼 보이라고 입혀준 옷이 방어구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현재 륀느가 입고 있는 옷은 하얀 민소매 티와 짧은 속바지가 부착된 무릎 위까지 오는 푸른 스커트를 입고 있다.

확실히. 상의는 그렇다 치고 허벅지부터 복사뼈까지 노출을 절대 금하는 이 세계의 풍기사상과는 확연히 다른 사상을 가진 복장인 건 사실이었다.

상체는 등까지 파도 종아리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게 이 세상의 상식이니까.

실제로 일리나 또한 평소엔 활동이 용이한 간편한 드레스를 입거나 전투 시엔 치마가 붙은 바지를 입고 다니곤 했다.

처음 이 복장을 대충 구상해 영지에 자리 잡은 의상점에 던져주었을 때 받은 시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긴 했다만.

"륀느, 일리나의 말에 이해수용이 불가. 납득할 이유를 요청."

"하아...... 내가 골렘에게 뭘 바라니."

그놈의 골렘이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말을 하니 더 괴리감이 드는 게지.

"저래 봬도 나름대로 수수한 복장인데."

"도대체 어디가?!"

"륀느, 일리나가 이상하다고 분석. 정신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

아주 작정하고 일리나를 골려버리자 그녀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나를 노려보더니 짧게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그래 너 잘났어! 아주 잘났어 그냥!"

"륀느, 객관적인 정보에 기인하여 데이비 님의 능력은 현재 이곳의 기술력에 비해 이해도가 높고 시대를 앞서있다고 판단."

"음, 범인은 천재의 심리를 이해 못 하는 거다 륀느!"

"륀느, 감정이 탑재된 고성능 생체 골렘, 칭찬받는 것을 매우 높게 평가."

질렸다는 듯 물러나는 일리나는 골렘과 입씨름을 하기도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 이 자식이 언제부터 말이 통했다고."

꿍얼거리는 말을 무시한 채 녀석들을 작은 큐브에 보관해 주머니에 담아 넣었다.

"그나저나 한번 실험해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새로 만든 대 전략용 병기들은 한 번쯤은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만 이놈의 영지에는 영지 자치의 근위병도 근위병이고 각 마탑이나 신전의 사람들까지 있는 터라 겁 없이 영지를 약탈하겠다고 숨어드는 놈들도 없으니 이건 이것대로 곤란한 상황이다.

"전부 기사단으로 가지고 갈까?"

"견습생들 입장도 생각해줘 이 나쁜 자식아."

메가트론 하나에 처참하게 털렸는데 4기가 더 추가된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네크로맨서나 골렘술사는 비슷한 감이 없잖아 있다.

내가 마나를 쓸 일이 없으니 당장 녀석들의 충전된 에너지가 남아 있는 한 무한정으로 날뛸 것이다.

"오라버니!!"

다만 우연이 겹치고 겹치다 보면 복권이 터진다고, 의외로 그 기회는 내게 빨리 닿았다.

숨을 할딱거리며 허겁지겁 내게 뛰어오는 에이미와 그녀를 따라 내게 오는 윈리, 그리고 율리스 세 사람의 소식 때문이었다.

"모...... 몬스터 무리가 발견되었어요! 그것도 5천 마리에 달하는 대규모로!"

생각해보면 대규모 교전에서 이 녀석들이 얼마나 뛰어난 효율을 보여줄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새로운 신제품을 시험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 아닌가.

나를 가지고 장난감 가지고 놀 듯 간을 보는 모기 놈이 거슬리긴 하지만, 제때에 좋은 선물을 가져온 꼴이다.

* * *

"륀느, 재주 있어, 본체의 능력은 간섭, 해석이라고 판단."

"어차피 넌 지금 디셉티콘 편대의 골렘들과 전부 어느 정도 연결되어있어."

"륀느, 이물질이 불편하다고 판단. 이것은 낮게 평가."

완벽한 신체 내부에 어정쩡한 기술력이 담긴 물건이 들어갔다고 시위한다.

내가 연금술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연금술에 한해서 이론파일뿐 실전은 실상 많지 않았다.

전투나 생존 경험이라면 질리도록 쌓아왔지만 말이다.

고대 인간들이 무엇을 노리고 륀느를 잡아 골렘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실상 녀석도 가동 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는 편이니 말이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거라곤 자신이 백익이라는 종족이었다는 것,

그리고 백익이라는 종족은 마치 특질능력자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외에 알아낸 점이라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백익이라는 종족은 [주신]이라는 특유의 정신 연결체를 통해 의식을 서로 공유하는 정신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륀느의 경우엔 이미 그런 골렘이 되어버렸기에 고유능력만 미약하게 남아 있고 정신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순 없다는 모양이었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다.

무슨 능력이냐고?

해석은 대상과 접촉함으로써 필요한 단편적인 정보를 입수하는 능력.

페르세르크의 심연까지 들여다보는 막장능력은 아니지만 녀석이 처음 다짜고짜 내 콧구멍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던 것도 그런 계통의 일환이었다.

꼭 점막접촉이라는 게 콧구멍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덕분에 녀석은 아주 간단한 상식이나 내 이름 같은 것들을 이미 습득한 후였으니까.

이외에 간섭은 그녀가 손등 위로 소환하는 무장들과 관련이 있었다.

연금술이나 마법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더니 설마 고유능력일 줄이야.

결과적으로 내가 판단하는 륀느의 제조 목적은 아마 병기가 아니었을까.

물론, 반대로 나는 그 두 가지 능력이 본래 저런 용도로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데이비, 나야, 이쪽에서 무리를 발견했어. 이 자식들 죄다 능선을 타고 몸을 숨겨서 기습공격을 가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수는?"

"그 에이미라는 대리 영주 아가씨 말대로 약 5천 마리. 다만 네가 말한 뱀파이어는 없어. 곧 협곡을 지날 거야."

나와 다른 방향으로 향한 일리나가 적을 찾아내고 정보를 보내준다.

몬스터가 이렇게 전략적인 행동을 하고 먹이사슬의 포식자와 피 포식자가 연합을 한다니.

웃기는 일이다.

아무리 지능이 어느 정도 있는 놈이라 해도 오우거와 트롤은 앙숙 관계이고 고블린은 그 둘에게 식량일 뿐이다.

그런 녀석들이 어디서 뭉쳤는지 오천여 마리나 뭉치고 전술적인 라인을 타고 영지를 습격한다?

원숭이가 아니고서야 놈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배후가 있다는 소리일 터다.

물론, 돌대가리 놈들이 뭉쳐서 지휘를 받아봐야 그놈이 그놈인지라 일대를 돌아다니던 사냥꾼들에게 들켜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뱀파이어 자식."

뱀파이어에 한해서 극도의 분노를 보여주는 일리나는 이번 일에 뱀파이어가 연관되어있다는 내 말에 눈이 돌아갔고 그녀의 위치고 뭐고 다 내팽개친 채 이번 일에 참여했다.

"오라버니.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병사가 하나도 없는데."

"데이비 님이 강한 건 알지만...... 수가 많으면 모두 처리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소드마스터라도 사방에서 흩어져 이동하는 몬스터 오천 마리를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다 잡을 순 없다.

특히 이런 산속에서 말이다.

적어 보이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니 말이다.

"뭐가 되었건 몬스터가 저렇게 규합해서 움직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야.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쓸데없이 혼란이 생긴다."

내 말에 윈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완드를 꼬옥 쥐었다.

"저도 도움이 될게요!"

"부족하나마 마법사의 주특기는 광역기이지요. 윈리 님과 빠르게 이동하면서......."

"나설 필요 없어요."

내 말에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라버니, 나설 필요 없다니요?"

"설마......."

율리스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들자 한없이 맑고 화창한 하늘이 보였다.

이래서야 '죽어라 벌레같은 놈들!' 같은 짓은 다시 할 수 없겠지만 이번의 주역은 다른 곳에 있었다.

"륀느, 시작하자."

내 말과 함께 손에 쥔 통신 수정구를 통해 무감각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륀느, 명령을 수행해. 전 디셉티콘 편대 활성화."

철컹!! 철커덩!!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앞에 던져둔 주먹만 한 큐브가 빛을 내뿜으며 그 부피를 키우기 시작했다.

륀느와 다르게 이 녀석들은 자아가 없는 완전한 무생물이니까.

공간 확장마법을 거는 게 어렵지 않다.

거대한 조형물형상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놀란 윈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거...... 그 골렘......."

"조금 다르군요......."

철컹!! 철커덩!!

역시 저격수는 은폐성이 좋아야지.

두 사람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채 조형물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거대한 골렘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다만 메가트론과 다르게 게 녀석의 몸체는 등 부분에 거대한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코드 002, 저격 모드 가동. 륀느, 좌표를 전송."

이어서 사령탑인 륀느의 말이 수정구에서 작게 울려 퍼지자 녀석이 천천히 팔을 들어 등 뒤에 있는 거대한 물건을 꺼내 펼쳤다.

형태 자체는 거대한 스나이퍼 건과 비슷했다.

하지만 총구로 추정되는 부분엔 거대한 마정석이 박혀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마정석 뒤로 3개에 해당하는 마정석이 연달아 박혀있다.

이 녀석, 화력 담당답게 마정석의 출력이 괘씸할 정도라 조금 투자가 과했던 감이 없잖아 있다.

[명령 인수, 엘더브레인, 좌표고정완료.]

"륀느, 다른 골렘들은?"

"적합한 위치에 배치, 륀느 후임들, 매우 높게 평가."

"좋아, 어디 날뛰어 봐."

륀느가 제대로 지휘 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내 곁에 서 있던 스나이퍼가 천천히 마총의 총신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 방향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이 전부였지만 녀석은 신경 쓰지 않고 동체에서 뽑아낸 케이블을 마총에 꽂아넣고 맹렬하게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저 빛나는 건 막아야 할 게야.

"저거 수정하자."

물론, 초기작이기에 시행착오는 분명 있다.

우웅.......

순식간에 마총의 총구로 대량의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하자 마법사 출신인 두 사람의 얼굴이 핼쑥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륀느가 있는 고지로 이동하자."

당장 가동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학살을 지켜볼 때다.

"쐐기전술 채택, 륀느, 후임에게 명령 인계,"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좁은 협곡으로 들어서는 몬스터들을 향한 선고가 떨어졌다.

"발사."

투쾅!!!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며 대량의 에너지탄이 숲 속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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