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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2화 (122/1,559)

# 122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22화

49. 이방인과 황실 연회.

"후우...... 후우......."

"어이, 말슨, 시킨 대로 했겠지?"

"......네. 돈주머니를 훔쳤고, 흔적도 남기면서 도망쳐왔어요."

"그런데 왜 빌어먹을 놈이 쫓아오지 않는 건데!"

뻐억!!

거구의 사내가 작고 볼품없는 소년을 걷어찼다.

"쿨럭!"

당연히 힘없는 소년은 그대로 무너져 거친 숨을 흘리며 쿨럭거렸다.

"아...... 아니에요! 분명 눈치채게 했고 저를 쫓아오는 것도!...... 으악!"

"어디서 말대꾸냐 이 빌어먹을 말뼈다구 같은 놈이!"

퍽퍽!

거침없는 폭력 아래에 소년은 이를 악물고 옅은 신음을 흘렸다.

"어이, 빌디, 놈이 온다. 준비해."

"오오, 그렇단 말이지."

"미친놈이 느긋하게 쫓아오고 있는데? 돈 많은 졸부라도 되나?"

"피부 희멀건 걸 보니 부잣집 도련님인가 보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분명해."

"겁 없는 놈이지만 놈이 데리고 다니는 꼬마 세 명은 상처 하나 없이 회수해야 해. 알고 있겠지."

"네가 뒤에서 지원이나 잘해주면 돼. 그나저나, 그놈은 또 뭐야."

빌디라 불린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와 대화하는 거구의 사내가 한 손에 추욱 늘어진 작은 소년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긴 뭐야. 공친 거지, 희멀건 한 놈이길래,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비렁뱅이지 뭐야, 적당히 데려가서 노예로 팔아버리려고."

"뭐, 팔아버리든 어디 묻어버리든 네 맘대로 해. 이번 일은 비싼 건수이니까 확실히 하라고."

킬킬거리며 말한 빌디가 고개를 까딱이자 나머지 거구의 사내들이 모습을 숨기듯 사라졌다.

이후 빌디 또한 근처에 몸을 숨기며 부리부리한 눈매로 골목길을 주시했다.

동시에 골목 너머로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다가오는 소년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히익! 여기까지?!"

비명을 지르듯 도망치려던 소년이 발목을 접질린 듯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나 잡아줍쇼 하는 그 모습에 나는 말없이 홍단이와 청단이를 내려놓고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멀리멀리 도망가라고 일부러 늦게 쫓아와 줬는데 고작 여기냐?"

"뭣?!"

내 질문에 소년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예나 지금이나 식상한 새끼들."

혀를 쯧쯧 차며 소년이 떨어뜨린 주머니를 주워들고 입을 열자 내부에 있는 돌멩이가 훤히 보였다.

"너 이게 뭔지는 알고 가져갔냐?"

"돌멩이?! 설마!"

"어떤 미친놈이 이렇게 붐비는데 돈주머니를 대놓고 밖에 메고 다녀."

"윽......."

내 말에 소년이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겉보기엔 상당히 못 먹은 것처럼 앙상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눈가에 독기가 상당했다.

뒷골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 그러니까 일부러 천천히 쫓아오셨다?"

"일단은 구경이나 할까 싶어서. 그래서, 술래잡기는 여기까지 하고."

내가 그 말을 꺼낸 것과 동시였다.

뒤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내 머리통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른 것이다.

빠각!!!!

하지만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몽둥이는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우지끈 부서져 내려버렸다.

"하! 머저리 새끼! 겁도 없이 쫓아오니 그 꼴이......."

내 머리에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는지 뒤를 기습했던 사내가 외쳤다.

하지만 그의 말은 오래가지 않아 강제적으로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후두부를 맞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버렸으니 말이다.

애초에 내 살에 닿기도 전 은은하게 펼쳐져 있는 강기의 막에 막혀 부서져 버렸지만 이들의 눈에는 몽둥이가 내 후두부를 강타하고 부서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요즘 뻑치기는 신박한 방법으로 하네. 너 그러다가 내가 안 쫓아왔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내 말에 소년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어떻게...... 곤봉에 맞고도 멀쩡......."

놀란 건 소년뿐만 아니라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사내도 똑같은 모양새였다.

"나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벌 받을 짓을 했으면 벌 받는 게 맞는다고 여기는 주의거든. 애들이라고 이딴 같잖은 짓을 저지르는 걸 보고 허허 웃으면서 받아줄 만큼 착한 성미가 아니란 말이야."

내 말과 함께 뒤에 서 있던 사내가 달려들었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죽어!"

순식간에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덤벼드는 그의 행동은 제법 날카롭고 거침없었다.

뿌드득!

분명 성공은 했을 것이다.

적어도 순식간에 파고들어 와 그의 팔을 꺾어버린 륀느만 아니었다면.

그냥 꺾는 수준이 아니라 될 수 없는 각도로 팔다리가 어긋난 걸 보니 아예 작정하고 분지른 모양새였다.

"그......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사내를 무시한 채 고개를 돌리자 홍단이와 청단이를 잡고 있는 사내, 그리고 륀느를 잡고 있다가 뼈가 분질러져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내가 보인다.

한순간에 자신을 잡고 있던 사내를 아작내버리고 달려든 것으로 보였다.

"륀느 질문, 왜 가만히 있어?"

"희망 고문 정도는 해줘야 미치고 펄쩍 뛰지."

"륀느, 데이비 님은 아주 악랄하다고 판단."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어 불구로 만들건 네 마음대로 해. 다만, 확실히 분질러."

"륀느, 감정회로의 온도가 상승하는 걸 감지, 분노라 판단. 기꺼이 명령 수락."

눈을 번뜩인 륀느의 머리 위로 원 형태의 고리가 나타나자 골목의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곤봉으로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와 가볍게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나뭇가지를 부수듯 사람의 팔을 분질러버리는 작은 소녀라니.

뒤이어 몰려온 일당들의 수는 제법 상당히 많은 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한 발자국도 나서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절대로 죽이지 마. 죽이면 또 겁도 없이 덤벼든다."

불구 정도로 그치자. 그래서 살아야 이 새끼들이 세상에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게 있는 걸 알겠지.

내 말뜻을 이해한 듯 륀느의 눈동자가 더욱 퍼렇게 빛났다.

"륀느, 빠르게 수긍."

"그럼 저 뒤의 놈들은 륀느에게 맡기고. 너도 혼은 나야지?"

빙그레 웃는 내 모습에 소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왜...... 왜 이런 힘이 있으면서 날 바로 잡지 않은 거야?!"

녀석이 격하게 외쳤다.

"왜 긴. 주로 소매치기하는 것들은 뒤에서 조종하는 놈들이 있거든, 하나하나 찾기도 힘드니 싹 모아서 정리하려고 따라와 준 거지."

넌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졸부에 마음씨 착한 사람처럼 보였냐?

애석하지만 전부 틀렸다.

내 설명에 그의 얼굴에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걱정 마, 그래도 애들은 조금 약하게 훈계하는 정도로 그칠 거니까. 넌 적어도 저 쓰레기들 같은 수준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자신의 양심은 지키면서 살라고."

"으...... 으읏...... 끄아아아악!!!"

이후, 골목길에선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이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 * *

"사...... 살려주십시오......."

바닥에 쓰러져서 비는 사내들은 이미 반쯤 이성을 놓은 상태였다.

그나마 그는 멀쩡한 편이다.

뿌득.......

"끄아아악!!"

"륀느, 정보에 의하면 그 눈빛은 매우 옳지 않다고 판단. 아동 성애자는 고간을 짓뭉개라고 데이비 님의 명령이 있었어."

실시간으로 고간이 짓뭉개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내도 있으니 말이다.

"으아...... 으아아......."

바닥에 쓰러져 엉덩이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소년을 무시한 채 홍단이와 청단이를 안아 든 나는 미련 없이 그들을 지나쳤다.

"상대는 봐가면서 호작질을 해야지, 지금은 한두 군데 아작낸 거로 끝낸다지만 또 걸리면 짤없다."

"끄으......."

뭐, 원한을 품은 놈들이 호작질을 벌일 순 있다만. 이런 놈들이 수작을 부려봐야 내게는 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데이비 님. 희생자를 발견."

그때 나를 따라오던 륀느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나를 불러세웠다.

이에 고개를 돌리니 골목의 구석에 쓰러져 묶여있는 흑발의 소년이 보였다.

나이는 대충 14살에서 15살 정도 되었을까.

곱상한 손이나 얼굴을 보니 딱히 고생을 했을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륀느, 약자는 돕는다고 판단."

"저대로 두면 노예로 팔리거나 실험체로 쓰이겠지."

흑발이라는 점에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어 소년에게 다가간 나는 손끝에 가볍게 오러를 피워 올려 그대로 소년의 몸을 포박하던 밧줄을 끊어내 버렸다.

그리고 소년의 몸에 손을 얹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이네스 힐]

우웅!!

옅은 빛과 함께 상위의 회복마법이 내 손에서 펼쳐지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마...... 마법사......."

그제야 자신들이 지뢰를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은 듯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지만, 이미 속 시원하게 두들겨 패버린 내게 그들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으으...... 엄마...... 보고 싶어...... 아빠......."

소년은 기이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어이, 괜찮아?"

하이네스 힐로 다 죽어가던 소년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자 녀석은 어벙한 얼굴로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데, 상당히 동양미가 섞인 대륙인 바로 이 티오니스 대륙이라 해도 이렇게 완벽하다 싶을 만큼 동양인의 느낌을 가진 녀석은 잘 없다.

정확히 동부대륙과 중부는 동서양 혼혈에 가까운 외모이고 서부 대륙은 라틴계와 닮았으니 말이다.

"이런 완전 동양계통 외모는 흔하지 않은데, 너 어디 출신이냐?"

내 질문에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야. 말을 못 알아듣나?"

"여긴 어디......."

"어디긴, 린디스 제국 수도지."

내 말에 소년이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을 할 줄 알면서 알아듣지 못한다고? 이건 무슨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륀느 질문, 데이비 님 언어를 알아듣고 있어?

륀느의 말에 익숙하게 대화를 나누던 내가 멈칫했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파악!!!

동시에, 이 괴리감을 깨달은 내가 눈을 부릅뜨며 소년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너 뭐야."

잔뜩 놀란 내 얼굴에 겁을 먹었는지 소년의 눈가에 공포에 절은 눈물이 고였다.

"으...... 으아아!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왜 이 괴리감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자신도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기억이 너무 또렷해서 반사적으로 해석해놓고 전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 언어 설마.......

말뜻을 이해 못 한 듯 파르르 떨고 있는 녀석을 향해 나는 이번엔 언어를 바꾸고 물었다.

"너, 뭐냐고."

중부대륙과 동대륙을 어우르는 공통언어가 아닌.

티오니스 대륙과 다른 이(異) 세계의 언어.

지구에 있는 작은 국가, 한국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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