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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3화 (123/1,559)

# 12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23화

"앗! 오라버니!"

숙소를 미리 준비해놓는다던 율리스와 윈리의 연락대로 찾아온 숙소는 고위급 귀족이나 왕족들이 머물 것 같은 크고 으리으리한 숙소였다.

각종 마법 장비로 삶의 질을 끌어올려 놓은 곳인 덕분에 복도는 환했고 온도도 불쾌함 없이 깔끔하기 짝이 없다.

"오라...... 버니?"

한 손에는 홍단이의 손을 잡고 남은 한 손은 어깨에 걸쳐진 소년을 둘러메고 온 나는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숙소의 지배인을 향해 말했다.

"한 명, 쉴 수 있는 방으로 준비해줘. 남는 방은 있겠지?"

"네? 아아...... 네, 데이비 왕자님."

"이 녀석 데려가고 좀 씻겨, 밥도 먹이고. 대화는 안 통할 테지만 적당히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면 알아먹을 거다."

"오라버니? 저 소년은 누구......."

윈리는 제 또래의 소년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설명해줄게."

나도 조금 혼란스럽거든.

내 말에 윈리를 따라 나왔던 일리나와 율리스도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 조금만 쉬게 해줄래? 피곤해서."

그리 말하며 내가 홍단이와 청단이를 윈리의 품에 안겨주었다.

이에 홍단이와 청단이를 바라본 윈리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반사적으로 녀석들의 귀여움에 매료된 꼴이다.

"아이구! 청단이 홍단이! 언니 안 보고 싶었어?"

"꺄우!"

"으우우......."

윈리의 경우야 이전에 이 녀석들과 만난 적이 있으니까.

다만 뒤따라온 일리나와 율리스는 달랐다.

남자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아찔한 귀여움을 가진 두 쌍둥이가 감수성 풍부한 제 나잇대의 소녀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안 봐도 뻔했다.

"데, 데이비! 이 귀여운 아이들은 누구야?!"

"내 딸. 이쪽이 홍단이, 그리고 이쪽이 청단이. 홍단이 청단이, 인사해야지?"

"빠빠~"

"꺄르륵!"

"뭐?!"

"헛!"

아, 그러고 보니 윈리를 제외한 두 사람은 아직 청단이와 홍단이를 보지 못했구나.

성장기가 오면서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녀석들이라 어지간해선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멍한 얼굴로 나를 향해 설명을 요구하는 그 모습에 나는 고개만 까딱였다.

하나하나 머리가 복잡해 죽겠는데 괜히 보여주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 * *

내가 데려온 소년은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었던 건지.

내가 하이네스 힐을 걸어준 이후로 기절해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덕분에 묻고 싶은 게 있어도 일단은 참고 있는 꼴이다.

"오라버니! 저 어떤가요?"

눈을 반짝이며 녹빛 드레스를 입고 빙그르르 도는 윈리의 모습에 내가 무심코 엄지를 세워 올렸다.

"최고다! 내 동생!"

"헤헤!"

"어후...... 저 동생 바보를 어쩌면 좋을까......."

질린 듯한 숨을 내쉬면서도 일리나는 제 작품이 만족스러운지 한껏 콧대가 높아져 있었다.

"어때? 이게 대륙 황족을 보조하는 시녀들의 실력이야."

"굉장한데, 다음부턴 윈리에게 좀 더 신경 써줘야겠어."

"뿌핫!"

"꺄아!"

윈리의 행동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녀석에게 달라붙은 홍단이와 청단이가 윈리의 치마에 뺨을 마구잡이로 부비적거렸다.

"꺄악! 너무 귀여워!"

"세상에...... 아무리 생각해도 데이비 님과는 딴판인데요?"

"그거 무슨 뜻입니까."

"아뇨 그게......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율리스.

그래, 당신도 내 성격 개차반에 또라이 새끼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지.

물론 아직 청단이와 홍단이가 천일야장 수르트의 두 번째 쌍둥이 검이라는 사실을 말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딱히 두 아이가 내 딸이라는 것에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 반쯤은 초탈했다고 할까.

애초에 내 곁에 있는 이들 중 정상적인 이들이 거의 없으니까.

-그대는 저지르는 일 하나하나가 워낙에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겠지.

윈리와 마찬가지로 율리스와 일리나도 평소엔 보지 못했던 고풍스럽고 우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라는 직종을 숨길 순 없기에 율리스는 일반적인 정복보다는 마탑의 깔끔한 제복을 입고 있었고 일리나는 황녀답게 머리까지 한 갈래로 틀어 묶어 내린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본녀도 꾸며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묘하게 씁쓸한 중얼거림에 나는 절로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가 원하는 건 윈리나 일리나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후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에게 저렇게 꾸며지는 모습이었을 테니 말이다.

실체가 없는 그녀에겐 요원한 일이라 씁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오라버니도 정말 멋지세요!"

이윽고 제 옷을 보며 즐거워하던 윈리가 내게 다가오며 탄성을 질렀다.

일단은 제국의 연회인 만큼 평소의 복장으로 참석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 탓에 내 직인을 마구잡이로 그은 일리나가 내가 쓸 연회복장까지 챙겨둔 건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뭐...... 내 입맛대로 고른 거니까 불평하지 마."

"괜찮네."

검은 정장의 소매 부분을 건드리며 내가 빙그레 웃자 그녀가 짧게 신음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쓸데없이 편안하게 생겨가지곤......."

"남의 얼굴 까는 건 적당히 해라."

나도 내가 잘생기긴 해도 절세미남이 아닌 것까진 안다.

"우리 오라버니께 왜 그래요! 오라버니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분이 어딨다고!"

당연히 이 착하고 귀여운 동생은 그 투덜거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야! 너 배신하는 거야?!"

언제 말을 놓았는지 비명을 지르는 일리나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선 나는 소년이 잠들어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녀석의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위에 종이를 놓고 가볍게 무언가를 써 내렸다.

-튀지 말고 남아 있어라.

대륙의 공통언어가 아닌 한국어.

전생의 기억은 반쯤 흐릿하지만 남아 있는 부분은 무슨 짓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아직 이 문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튀진 않겠지. 딱히 이놈에게 희소가치를 느끼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 확인하고 싶었던 점은 분명 있었다.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한 가지를 말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일리나 데 팔란 황녀님. 그리고 율리스 5급 장로님. 그리고 데이비 올 라운 왕자님과 윈리 올 라운 왕녀님이시군요."

얼굴은 처음 보지만 우리가 건넨 초대장과 신분을 증명하는 패를 확인한 젊은 집사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연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생이 많아요. 연회는 이미 시작했나요?"

"네, 다만, 아직 황제 폐하께선 입장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 다행이네요."

호호 웃으면서 우아하게 부채로 입을 가리는 걸 보니 요물도 저런 요물이 없다.

공적인 자리에선 본연의 이미지를 유지하겠다는 건지, 일리나는 한결같은 고운 미소를 지은 채 우아한 모습을 유지했다.

겉면으로는 일리나와 율리스는 약혼내정이라는 소문이 돌만큼 이렇게 공적인 행사에서 서로 간에 파트너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이번에도 같은 경우이리라. 애초에 두 사람 모두 이런 일에 관해서 딱히 불만이 없어 보이는 눈치라는 게 내 결론이다.

"오라...... 버니......."

긴장했는지 파르르 떨리는 윈리의 손을 꼬옥 잡아주자 녀석의 말끔하고 총명한 녹안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죄...... 죄송해요. 저 엄청 떨려서......."

왕족이라 해도 이만한 큰 연회에 참석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윈리는 라운 왕국에서도 사교계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케이스는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당당하게 행동해. 넌 지금 누구에도 꿇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워."

"하지만......."

"널 무시하는 놈이 있다면 전쟁을 일으킬 각오로 오라비가 도와주마."

거짓말 같지? 한다면 진짜로 한다.

"고마워요......."

윈리는 펜타곤 홀의 아름다움에 반쯤 심취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보통 같으면 촌뜨기 같다고 할 법한 모양새였지만 엉뚱한 귀여움을 지닌 윈리의 인상 덕분인지 오히려 귀여워 보이는 행동이었다.

각자 자신을 뽐내는 아름답고 깔끔한 복장을 한 각 나라의 왕족과 귀족들을 따라 연회 홀에 입장하자 으리으리하면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내부 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에는 넓은 단상이 존재하고 그 위로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악단으로 보이는 이들이 깔끔한 정복을 입은 채 단조로우며 잔잔한 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 크기부터 어지간한 왕국연회와는 급이 다를 만큼 거대한 홀의 천장에는 정말 으리으리하게 큰 샹들리에가 제 존재감을 빛내며 아름답게 홀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와아......."

탄성을 숨길 수 없는지 윈리가 부채를 들어 가까스로 제 입을 가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정말 아름다워요."

"저런 게 좋아?"

"네? 오라버니는 별로이신가요?"

"아니, 괜찮긴 한데. 저런 게 좋으면 만들어줄게."

못 만들진 않는다.

별로 효용성을 못 느꼈을 뿐이지.

드워프 500여 명이 달려들어서 3년간 만들었다고?

아마 황색 바위 부족 말고 그때 만났던 검은 바위 부족의 드워프들, 그리고 일대 대륙의 수많은 드워프 부족들이 내게 호의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와인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윈리가 제정신을 차렸는지 짧게 헛기침을 한 뒤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 그럼 가실까요 레이디?"

"어머, 잘 부탁드려요. 오라버니."

그리고는 왕족으로서의 품위를 보이며 내게 곱게 웃어 보였다.

* * *

연회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당연히 연회엔 수많은 이들이 왔지만 그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으로 시선을 모으는 건 일리나와 율리스 두 사람이었다.

파트너 관계로 참석한 두 사람은 겉보기에도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고 그만큼 사람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선남선녀가 분명했다.

한 명은 대륙 최고 신랑감 중 하나라 불리는 천재 마법사 장로.

그리고 또 한 명은 대륙 5대 미녀 중 하나라 불리며 검의 천재. 그리고 신검의 주인이라는 호칭까지 가지고 있는 팔란 제국의 금지옥엽.

관심을 받지 않으면 이상하리라.

당연히 두 사람에게 어떻게든 안면을 터보려는 자들의 움직임으로 두 사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윈리 왕녀님. 저는 하르탄 왕국의 4 왕자인 테미드라 합니다."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저는 펠라드 공작가의 장남인......."

의외의 부분에서 윈리가 굉장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왕족 중에서도 상당히 아름다운 미색을 가진 녀석이 작정하고 황족 시녀들에게 꾸밈을 받았으니 아주 황새가 금빛 날개를 단 격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내 경우는 조금 달랐다.

아직 나를 알아보는 이는 적다. 그 탓에 외향적인 호감에 다가오는 이들 말곤 그래도 한산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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