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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1화 (131/1,559)

# 13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4화

결국 나는 린디스 제국에서 2일 정도를 더 체류했다.

에이리아 황녀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이미 황실에는 내가 돌아갔다고 말을 했거니와 그 딸 바보 황제가 마냥 나와 그녀를 엮이게 두진 않을거라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는 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율리스와 일리나가 합류하지 않았다.

재밌다는 이유로, 또 신기한 것들을 자주 보여준다는 이유로.

거머리마냥 붙어있는 두 사람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일이 있는 이들이다.

본국에 일이 생겼다고 떠난 일리나와 마탑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라 말하는 두 사람을 상쾌하게 보낸 건 숨길 일도 아니다.

유일하게 제국에서 체류하면서 조금 걸렸던 것이 에이리아 황녀이긴 하다만.

그 진상 딸 바보 황제가 그냥 두지도 않았을 테고, 나도 적당히 눈치껏 움직여준 덕분에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윈리와 륀느를 데리고 영지로 돌아온 지 약 2주정도.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을 재기라도 한 듯. 슬슬 움직일 때에 맞춰 황색바위 부족의 8장로이자 현재 하인스 영지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골다 장로가 나를 찾아왔다.

"은사, 말씀하셨던 것들이 도착했소. 양이 많아서 아주 혼이 났소이다. 껄껄."

유쾌하게 웃으며 설명하는 골다의 말대로 거대한 공터에 쌓인 상자들은 그 숫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생각보다 양이 많은데요? 이걸 다 옮기셨다고요?"

"뭐, 힘 빼면 시체인 게 드워프 아니겠소, 물론 양이 많아서 대리관리인 아가씨가 인력을 빼줍디다.

두 번째 사업은 실상 보조에 가까운 수익이다.

고정적이지도 않거니와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말이다.

"허허, 아주 열의가 붙었는지 무리를 한 모양이오."

"그렇다 쳐도 상당히 많지요."

"실은 검은 바위 쪽에서도 보내온 것들이오. 기술을 날로 배워가는 도둑질은 자존심에 맞지 않는다고 하오."

그리 말하며 검은색 상자를 개봉한 그가 은빛을 빛내는 검을 꺼내 들었다.

"블루 스틸이네요."

내가 드워프들에게 알려준 사장된 합금식.

일반강철과 티오니스 대륙에서만 발견되는 흔한 금속 중 하나인 페르칼 강을 합쳐놓은 방식의 합금이다.

"허허...... 열전도가 극도로 낮고 고열에도 잘 견딘다는 점만 제외하면 장점이랄 것도 없던 금속이건만.

"어떻게 손질 하냐에 따라서 탄성이 놀랍게 증가하니까요."

단점이라면 제련이 조금 어렵다는 점 정도뿐일까.

종류는 다양하다.

검부터 창, 화살촉, 단검에 방패, 갑옷까지.

전쟁물자란 전쟁물자는 모조리 긁어온 모양새였다.

아주 열의에 불이 붙었다는 걸 알려주듯 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라는 건 분명히 보였다.

아직 숙련도가 낮은 탓인지 합금 자체가 조금 미숙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이것들은 전부 실패작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실패작도 실패작 나름이라고 할까.

다만, 드워프제 메이커라는 이름은 이 대륙에서 어마어마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당장 이것들을 시중가의 두 배에 내놓는다고 했을 때 과연 팔릴 것인가.

대답은 단호하게 '예'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워프 메이커는 세계 제일!

아마 장비에 목숨을 건 용병들이나 출세에 관심이 깊은 기사들은 사비를 들여 그것들을 사려고 안달이 날 거라는 건 분명했다.

물론, 내 주 고객층은 그들이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드워프들의 등골을 빨아먹는 행동이긴 하지만 금속의 반절을 내가 제공했다는 점과 그들이 새로운 합금방식과 재련방식에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은 상호 간에 불만이 생기지 않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내가 제공한게 더 많아 보이긴 하지만 나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그들이 이 블루스틸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그들이 만들어낸 장비는 하인스 영지에 한해 거의 무상에 가까운 거래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

드워프들이 갚는 은혜란 그만큼 과감했고, 호탕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어디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겠소?"

"그렇죠."

사실상 금속 가공품 중에 가장 돈이 되는 게 무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잠깐의 목돈이나 벌자고 이것들을 이렇게 대량으로 부탁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인간들은 현재 전쟁을 억제하고 있다고 들었소만, 팔리겠소?"

왜 안 팔립니까.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지.

전쟁 없다고 군대가 없어질까.

"전쟁을 피하는 거지 금지된 게 아니니까요. 특히 자국 내에서의 전쟁은 다른 나라가 함부로 끼어들 여건도 되지 않습니다."

내 설명에 그는 복잡한 건 질색이라는 듯 입맛을 쩍쩍 다셨다.

"뭐...... 이것들이 실패작이라는 건 변함없소만. 역시 실패작을 파는건 영...."

"그 실패작도 보통 작품들에 비하면 뛰어난게 사실이니 좋게 생각하세요."

내 말에 골다는 미리 준비해둔 일 번 강철 검 위로 블루스틸 검을 내리쳤다.

카앙!!

동시에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철 검의 이가 흉하게 빠져버렸다.

"껄껄...... 그 실패작을 가볍게 내리친 것만으로 이가 이렇게 빠져버릴 줄이야. 영감탱이들이 아주 좋아죽겠군."

흉하게 이가 빠진 강철 검에 비해 블루스틸 검은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

이것만 봐도 드워프제 메이커의 차이가 여실히 보였다.

적당히 비싸게 팔아도 아마 불만 없이 사갈 품질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돈도 챙기고, 목적도 달성하고.

내 사업방침은 참 간단하기 그지없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그대는 사업 참 쉽게도 하는군.......

'있을 때 빨아먹어야지.'

부지런히 벌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법이다.

물질 만능주의 세상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돈이라는 것에 상당히 치중하는 느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잔불]을 이용한 이론의 현실화.

이른바 육체의 재구성.

굳어있는 원소마나와 사령마나, 그리고 신성력에 정을 가져다 대고 망치질을 하는 행위.

이른바.

"강제 환골탈태."

-헌데, 그대가 이행하려는 그 이론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지 않는가.

"그러니까 여분의 목숨이 필요한 거지, 그리고, 이 이론은 내가 아니라 내 마법 스승이 만들어낸 이론이야."

이 이론의 무서운 점은 그것이다.

실패하면 그대로 죽는다. 성공해도 죽는다.

아무튼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부활할 수단만 확실하다면.

반드시 효과가 있다.

마침, 타이밍 좋게 그만한 상황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도 있지 않는가.

잔불을 사용할 초월체도 득시글거리고, 힘이 폭주한 내가 뭔짓을 저질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장소.

-일리나, 그 아이가 알면 아주 거품을 물며 반대할게야.

그녀 뿐일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놈들이라면 대부분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륀느."

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아 새들을 구경하고 있던 륀느가 내 부름에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고 다가왔다.

"데이비님, 륀느 불렀어?"

"기사단으로 가자."

"륀느도 따라가?"

"그래."

지금부터.

잠깐 나타난 것만으로도 소드마스터급 강자 대여섯을 압살하고 사라져버렸던 초월체의 잔재를 이용해 몸에 과부하를 건다.

환골탈태도 결국은 육체의 붕괴와 재구성.

나는 그것을 내 의지로 일으킬 생각이다.

* * *

라스트 위스프 중에서 중부대륙의 북부를 담당하는 기사단인 리인포스 알파의 기사단 본부는 평시엔 상당히 조용한 편에 속한다.

실제로 영구 동토 아래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숲의 모습은 절경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었다.

"일리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고요한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견습생들은 잔뜩 지친 얼굴로 걸어들어오는 일리나를 보며 반색했다.

밖에선 절대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그녀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차갑고 냉철한 얼음황녀님의 이미지를 깨지 않는 그녀지만 적어도 기사단 내에서만큼은, 정확히는 제 친우들 곁에서만큼은 가면을 쓰지 않았다.

"으으...... 힘들어."

"어머, 황녀 저하.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정략혼 이야기가 나와서. 처리하느라."

같은 팔란 제국 출신이자 데이비가 우상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조금 대하기 껄끄러운 소녀, 알리사 페트릭의 질문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그녀가 팔란 제국의 귀족 영애가 아니거나, 일리나처럼 로밍나이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보통 왕족이든 황족이든 정략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얽매여서 아무것도 못 한 채 휩쓸릴 만큼 약한 위치가 아니었다.

참 억울한 일이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제 일신의 힘은 쌓아두고 있는 편이었다.

"하긴...... 바깥 귀족이나 황족들은 정략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긴 하지."

거구를 자랑하는 헤그가 바게트를 으적으적 씹어먹으며 중얼거리자 그의 파트너인 샤이르가 일리나의 등을 토닥였다.

"많이 힘들어? 데이비는?"

"아. 그러고 보니, 저하, 데이비 왕자님은 어디 가신 건가요?"

"너희는 몇 년간 한솥밥 먹은 나보다 데이비가 중요해?"

"어머, 제 우상을 찾는 게 뭐가 잘못되었나요?"

"......."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맞아요. 아직 데이비 님께 보답도 못 해 드린걸요. 이건 초대 성녀님이신 다프네 님도 원치 않으실 일이에요."

알리사에 이어 신관 출신인 루시아 쉘만이 눈을 반짝였다.

확실히 그녀는 사고를 당했을 때 데이비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별일은 없었어? 시오 하울은 안 보이네."

"시오는 트레브와 함께, 개인 임무야. 곧 시험이 시작될 때 합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듣자하니 초월체와 관련한 특별임무를 수행중이라던데."

"흐음......."

"트레브의 능력은 특이한 편이니까."

특질능력자는 견습생이라 해도 상당히 중요하다. 개중에 환술사는 극히 효율이 높은 특질능력자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 불려 다녀도 실상 견습생들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것도 없었다.

"시오도 대단하지. 그날 이후로 그렇게 상부에 불려 다녔으면서 힘들다고 앓는 소리 한 번 안 해."

"여기 있는 루시아와는 다르게 말이야?"

"흐응...... 그, 그건 어쩔 수 없었다구요! 정말 힘든 걸 어찌하나요!"

"예이, 예이."

루시아 쉘만의 불만에 다른 이들이 건성으로 답했다.

"시오 걔는 자존심 빼면 시체인 거 몰라?"

쌍둥이 자매의 타박에 헤그가 비실비실 웃어 보였다.

"그렇긴 하네. 그나저나 이번 시험 통과할 수 있을까......."

"트레브도 참 부럽다...... 걔는 이번 시험에서 낙제만 안 받으면 바로 정식 단원이지?"

"일단 워낙에 희귀한 능력이니까."

"이번에 또 실패하면...... 나는 벌써 두 번 떨어지는 건데......."

성기사 필디르의 투덜거림에 루시아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걱정 말아요 필디르. 다프네 님의 이름을 걸고 우리 페어는 반드시 합격할 거에요."

"네가 그래서 더 불안한데?"

"아야야! 아파요!"

루시아와 필디르의 투덕거림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일리나는 걱정 없겠네."

"맞아. 데이비가 있으니까."

"일리나도 대단하긴 하지만......."

일리나도 이들 견습생들 사이에선 뛰어난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오 하울과 루시아 쉘만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식 외의 존재.

데이비가 가져다주는 입지는 거대해도 너무 거대했다.

일리나의 경우엔 데이비 본인에게 들었지만 나머지는 루시아와 시오의 증언으로 상황을 유추하는 게 전부였다.

확실히,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너무 터무니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이상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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