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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2화 (132/1,559)

# 132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5화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수많은 골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러 블레이드로 처리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힘이 어지간한 소드마스터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뿐일까.

시오의 증언대로 추락 도중에 6 서클에 달하는 마법을 사용하고도 멀쩡했고 거기에 신성력도 사용했다고 한다.

데이비라는 인물이 성흔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나는 듣고도 믿기가 쉽지 않았지."

"맞아. 기사가 마법을 쓰는 경우는 봤지만...... 신성력까지 가진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그 유명한 성기사들도 신성력으로 신성 마법을 사용하고 육체를 강화한다.

그런데 육체를 강화하고 원소 마법을 쓰는 주제에 신성 마법까지 다룬다니.

"야야, 애초에 그 자식...... 연금술사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아......."

그제야 주변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뭐야 그럼...... 신성 마법에 원소 마법. 게다가 소드마스터 급 실력의 연금술사라고?"

"그게 뭐야...... 너무하잖아......."

"그걸 어떻게 20세 이전에 다 이룩해낼 수 있는 거야?! 한 분야만 해도 4~50년은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걸."

상식이 안 통하는 괴물딱지라도 떠올리듯 견습생들의 얼굴에 혼란과 의문이 돋았다.

"일리나는 데이비와 여기 오기 전부터 친우사이였으니 알고 있는 거 없어?"

그 말에 견습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일리나에게 향했다.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

"응, 응."

"하아......."

짧게 한숨을 내쉬며 일리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괜한 두통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루시아와 시오가 검사가 아니었기에 데이비가 뱀파이어 밀피유와 싸우면서 보여주었던 신기 중 한 가지를 눈치 못 챈 것도 사실이었다.

바로, 검선의 경지. 이기어검.

이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소드마스터도 어려운 마당에 그 상위 경지라니 웃기지도 않을 일이 아닌가.

애석하게도 그 정도의 수준을 그녀가 직접 목도(目睹)한 적이 없었던 만큼 그녀도 정확히 데이비를 파악하고 있진 못했다.

"나도 몰라. 걔 밖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모르지?"

일리나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궁금증이 돋았다.

"밖에서?"

"어머, 황녀 저하. 로밍나이트의 개인 활동에 대해선 서로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는 게 불문율 아닌가요?"

"초월종 샨드라에 대해서 성급하게 언급하던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쿡쿡 웃으며 쏘아붙이자 그녀가 볼을 부풀렸다.

"정말...... 저하는 너무하시네요."

"애초에 말이 불문율이지 사실 지키는 녀석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일리나가 추욱 늘어져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고귀한 황녀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녀석 고작 몇 달 만에 동대륙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어."

드워프제 병장기에 각 단체에서 어떻게든 구하려 하는 희귀약초까지.

"그냥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말자. 그런 괴물도 있는 거겠지."

"막 알고 보니 인간의 탈을 쓴 괴물 같은 거야? 꺄르륵!"

"괴물보다는 신의 사도 같은 건 어때. 성흔도 내려 받았다면서?"

"그거 말 된다."

나긋하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더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견습생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시각.

따로 륀느만 대동한 채 기사단 본부로 들어온 데이비는 견습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의 호출을 받고 느긋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 * *

"데려왔습니다."

고성의 최상층.

견습생들. 그리고 일반기사단원에겐 접근이 불가능한 방 중 하나로 그저 견습생들 사이에선 소문만이 무성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에 내가 와있다.

"륀느. 생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놈의 골렘이 배고프시단다.

"나가면 산짐승이라도 사냥해 줄 테니까 기다려."

"륀느, 데이비 님 음식, 매우 낮게 평가."

"굶을래?"

짧은 물음에 녀석이 잽싸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먹을 수만 있으면 됐지 뭘 맛까지 따지고 그러냐.

정어리 파이라도 되냐?

"크흠!"

륀느와의 말장난 때문일까.

문득 곁에 정자세로 서 있던 선생인 보리스가 불편한 헛기침을 했다.

"단장님, 그럼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리해주게."

보리스의 말에 대답한 것은 내부에 있던 사내 중 한사람이었다.

거대한 회의장과도 같은 장소에서는 네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자네가 이번에 견습생으로 들어온 데이비인가?"

"예,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듣던 대로 보통은 아닌 것 같군."

담담하게 말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선명했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미묘한 마나 장벽으로 인식을 왜곡시킨 듯한 모습이다.

"자네에 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아주 훌륭한 인재야."

"칭찬 감사합니다."

담담한 대답에 내 앞의 모습을 가린 이들 중 하나가 껄껄 웃어 보였다.

그 수는 총 두 명에서 세 명 정도.

작정하고 추적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모습을 보긴 어려울 듯 보였다.

제법 튼실한 인식 왜곡 장이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없어서 미안하군. 이래 봬도 사정이 있어서 기사단 내부에는 없는 몸일세."

"신경 쓰지 않습니다."

"흠...... 뭐 좋아. 곁에 있는 그 꼬마 소녀가 고대 유적에서 발견한 골렘인가?"

특이한 은발에 푸른 눈동자.

머리 위에 뜬 발광하는 고리와 등허리에 달린 백색의 날개만 봐도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듯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사정 설명도 하기 전에 도망치듯이 영지로 돌아와 버렸으니까.

이들로썬 꽤 애가 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들에겐 이것이 가장 중요했던 모양이었다.

"유적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잠들어있던."

담담하게 륀느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자 녀석이 불만스레 내 옆구리를 툭툭 때렸다.

"그 아이가 골렘이라는 말은 들었네만."

"예. 상식선에서 설명하기 힘든 기술이더군요."

"그 외에 보고할 것은 없는가?"

"뱀파이어가 있더군요. 유적 최하층에 잠들어있던 이 녀석을 데려가려고 왔었던 것 같습니다."

"자네가 쫓아낸 건가?"

"베어버리긴 했습니다만, 죽진 않았더군요."

"흐음."

황당한 이야기가 대번에 오갔다.

저쪽도 딱히 무언가를 빙빙 돌리는 체질은 아닌 듯 보였으니 말이다.

"그 아이의 신병을 이쪽으로 양도하게. 그 아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거절합니다. 반론은 받지 않습니다."

"......자네."

"아쉬운 게 어느 쪽인지 잘 생각하세요."

어디서 날름 빼먹으려 드나.

내 단호한 대처에 조용히 수군거리던 그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네. 그만 가봐도 좋네."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너무 쿨하게 보내주는 모습에 괜히 오기가 생길 지경이다.

조용히 운을 띄우자 한 명의 대답이 들려왔다.

"물어볼 것?"

"기사단은 그 유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습니까?"

실상 그들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는 바가 없었네. 기사단원으로서도 3층이 한계였으니 그 아래까지 확인하는 건 요원한 일이지."

딱히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 대답에 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짓말하고 있네.

52. 초월체 배달왔어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역시 초월체가 있는 판도라 영역의 숲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유적의 일도 있고 초월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도 돌고 잇었던 만큼 견습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탓일까.

시종일관 여유로운 웃음을 띠며 즐거워 하던 알리사 페트릭이 새로운 정보를 모두에게 제공했다.

[이번 시험은 이전의 전적도 있고 하니 평소보다 두배에서 세배는 많은 선배분들이 저희를 지켜주실거레요. 눈보라도 불어닥칠 기간이 아니니까 전혀 문제 될게 없다고 하셨답니다.]

그 정보를 어디서 들어온건지는 모르지만 견습생들은 알리사가 가끔씩 특이한 정보를 발빠르게 물어와 알려주는 사실이 익숙한 듯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시험의 숲에 들어서는 순간 믿을 것은 자신의 경험이오, 곁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뿐이다.

견습생들을 인솔해 숲의 초입에 들어온 세 명의 선생, 보리스와 실리아, 프리도스는 각 견습생들의 등을 두드려주고는 조용히 암시시켜주듯 말했다.

"조심해라, 부디 다치지 마라. 비록 시험의 숲은 일차적으로 정리가 끝난 곳이지만 엄연히 마경이다! 너희는 기사단의 미래이지만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다."

다른 페어와의 협동은 선택사항이지만 그에 따른 점수 페널티는 어쩔 수 없다.

시험에서 보는 것은 파트너와 얼마나 협력해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였다.

시험의 숲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일리나는 미리 지급 받은 지도를 펼치며 내게 의견을 피력해왔다.

"첫 시험 목표는 목표지점까지의 빠른 이동, 그리고 보급품의 회수야. 적어도 우리의 적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급품을 무슨 보물 상자마냥 숨겨놓진 않았을 테지만,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는 있어."

"대신 방해꾼은 많겠지."

"그건 우리가 직접 뚫어야 하니까. 걱정 마, 네게 귀찮은 걸 떠넘기지 않아. 이건 내 시험이니까, 내가 앞장서겠어."

비장하게 말하며 칼디라스를 실체화시킨 그녀가 당당하게 한발을 내디뎠다.

꽤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데이터 수집은?

'당분간은 크게 필요하지 않아. 그보다.......'

생각을 멈춘 채 숲을 바라보던 내 눈동자가 연녹색으로 옅게 빛났다.

-데이비?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말자.'

추위와 냉기에 거의 면역에 가까운 정령이 추위를 느낄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괜히 영구 동토라 불리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분명 알리사 페트릭은 눈보라가 불어닥칠 시기도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쓸데없이 귀찮게......."

"데이비, 안 오고 뭐 해."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나가던 일리나는 문득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에 나는 작은 공간확장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큐브 두 개를 꺼내 던졌다.

철컹!!

동시에 축소되어있던 큐브가 거대한 형태로 변하며 두 기의 각기 다른 골렘으로 변했다.

전투 연금술사는 언제고 골렘과 하나이리라.

키잉!! 기이이잉!!

전기톱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메가트론과 거대한 체격을 지닌 중거리포화형무기인 미니건을 장착한 골렘인 저거노트였다.

"륀느.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자, 하다못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동굴 같은 걸 찾아."

"명령하달. 저거노트. 길 뚫어."

[엘더브레인 명령 입수, 행동 개시]

륀느의 눈동자 한쪽이 붉은빛으로 번뜩이자 6기통의 원통을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한 저거노트가 당당하게 전진하기 시작한다.

"뭐하는 거야?"

"빨리 이동해야 할거 같다. 투정은 나중에 들어줄게."

"뭣?!"

일리나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정령의 상태가 저 지경이라면 이곳엔 최소 두 시간 안에 눈보라가 휘몰아칠 것이다.

나머지 녀석들?

눈보라 정도야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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