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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5화 (135/1,559)

# 13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8화

드르르르륵!! 키이잉!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마탄의 잔여 에너지가 모조리 다된 듯 광탄이 멎어 들자 메가트론이 거침없이 놈들의 몸을 포박하고 미리 준비된 튼튼한 쇠줄로 놈들의 몸을 묶었다.

한 발 한 발이 기관총에 달하는 화력을 지닌 저거노트의 포화를 그렇게 받은 주제에 죽지도 않고 꾸역꾸역 재생하고 있는 놈들은 확실히 일반적인 트롤과는 달랐다.

-재생력이 일반 트롤의 수십 배가 넘는다더니 기괴함을 넘어서 공포 수준이군.

마경에서 변질된 마물들은 대개 야생 몬스터들이 강대한 힘을 가진 초월체의 힘에 의해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비유를 대자면 극도로 변형된 방사능에 장기간 노출된 몬스터가 변형된 것.

그것이 바로 마경의 마물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재생력이 좋아진 만큼 약점도 두드러지고 전투 능력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일까.

거세게 몰아친 눈보라 치고는 거의 쌓이지 않은 눈밭을 가볍게 밟으며 나는 수정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몇 점이지?"

"녀석들의 혈액 한 병당 100점이야. 우리가 포획한 블루 트롤들에게서 뽑아낸 양만 따지면 60병은 넘었으니까. 6천 점 조금 넘겠네."

수정구 너머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커트라인이 5,500점이니까. 여기까지 하자."

"더 안 잡게? 우리 임무 시작한 지 반나절도 안됐는데? 점수를 높여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분명 메리트도 있을 텐데."

"무리하게 점수를 쌓을 필요는 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체력이나 비축해."

내 말에 일리나는 미묘하게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 두 번째 시험은 이걸로 끝이야. 네가 너무 말도 안 돼서 그렇지 원래 생포해서 채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다른 페어는 아직도 아등바등하고 있을 거야."

그녀의 말대로 일리나와 내 페어가 시험을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끝낸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스나이퍼를 이용해서 블루 트롤을 수색하고 끌어낸다.

그리고 신성력으로 떡칠이 된 칼디라스를 든 일리나가 녀석들을 유인한 뒤 내 쪽으로 보내면 저거노트와 메가트론이 놈들을 제압하고 포획한다.

이후 느긋하게 다가가 채혈.

방식 자체는 조금 까다로워 보이지만 오로지 연금술만 가지고 시험을 치르고 있는 내 입장을 생각했을 때 굉장한 속도인 건 분명했다.

"그나저나 정말 추적능력이 엄청나네. 너 뭐 이런 사냥을 많이 해본 거야? 뭐가 그렇게 익숙해?"

"추적능력이 미숙해서 한 달 가까이 굶어보면 자연스럽게 늘게 돼."

보통 인간이 한 달을 굶으면 아주 미치고 펄쩍 뛰게 된다.

처음 수련을 시켜주었던 생존 전문가, 헤라클래스가 아무런 지식도 없이 나를 숲에 내던졌을 때.

그때 나는 이렇다 할 힘도 없었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보니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런 자잘한 능력들이었다.

저기에 전갈이 있군요.

네? 독이 있다구요?

괜찮아요. 먹고 죽지만 않으면 모든 것이 제 단백질입니다.

"뭐야...... 한 달 가까이 굶었다고? 뭘 어쨌길래?"

"별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은 아니니까 여기서 덮어두자."

내 말에 샐쭉하니 입을 삐쭉인 일리나가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

"솔직히 말해봐. 너 6년 이상 혼수상태였다면서? 너 혼수상태라고 사기 치고 다른 곳에 있었던 거야?"

쓸데없이 예리하긴.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들이 싫다.

"혼수상태였던 건 사실이야. 칼루스 놈이 쏜 화살에 맞고 사경을 헤맸거든."

내 말에 그녀의 눈이 찌푸려졌다.

"칼루스라면...... 네 나라의 2 왕자?"

"그래, 그놈."

"세상에...... 제 형을 향해 활을 쐈다는 거야 지금?!"

왜 본인 일도 아니면서 더 격분하는 것인지.

"인성이 안 좋은 녀석인 건 알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

왕족끼리의 암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놓고 제 형을 향해 활을 쐈다는 건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내 입장에선 독을 타나 활을 쏘나 그게 그것이지만.

씩씩거리던 그녀가 눈을 번뜩였다.

"그런데 넌 참고 있어? 차라리 나한테 부탁해보지그래? 내가 도와줄게. 비록 제국의 힘을 이용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제국은 그만한 힘이 있어."

"누가 참는다고 하던?"

"뭐?"

"그 문제는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신경 꺼."

뭐든 준비가 착실해야 변수가 적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하다못해 팔란 제국에서 쓸데없이 간섭 못 하게나 해주면 좋겠네."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었지만 일리나는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데이비. 사람이 아무리 강해도 군대와 싸워선......."

그때였다.

"이상한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내 모습에 일리나도 덩달아 걸음을 멈췄다.

"이상해? 뭐가?"

"좀 전부터 주변이 영 어수선한 게...... 미묘하게 익숙한......."

말을 하던 내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일리나의 멱살을 그대로 잡아 그대로 품으로 당겼다.

"읍?!"

그리고는 버둥거리는 그녀를 제압하듯 끌어안고 입을 틀어막았다.

"쉿."

"읍!! 읍!?"

어찌나 당황했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버둥거리는 그녀를 제압한 채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곧 미묘한 기시감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기사단 본부에 설치되어있는 결계와 비슷한 결계가 둘려 있어."

마치 환각과도 같은 느낌.

"뭐?"

그 정도가 상당히 약해 기시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결계의 존재를 눈치채기가 무섭게 엉망이던 감각이 일부나마 돌아오지 않았던가.

효율적으로, 또 관리 면에서 기사단 본부 근처 이외엔 이렇게 구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텐데 어째서 이런 결계가 이곳에 쳐져 있는 것일까.

"이쪽이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내가 빠르게 이동하자 당황하면서도 일리나는 칼디라스를 쥐고 빠르게 따라붙었다.

칼디라스의 백은 색 검에 서린 빛을 보니 신검의 힘으로 결계를 중화시키고 있는 듯 보였다.

"이게 무슨 냄새...... 우욱!"

나를 따라 한참을 이동했을까.

불현듯 코를 찌르기 시작하는 지독한 냄새에 중얼거리던 그녀가 입을 틀어막았다.

지독한 혈향.

한둘이 아닌 수십 명이 동시에 피를 흘리면 이렇게 될까 싶을만큼 혈향이 짙게 풍겨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계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 기시감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그냥 넘겼을 법한 상황.

말없이 나무 위에 올라선 나는 곧 멀지 않은 공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인상을 찡그렸다.

"기사단이야, 이게 무슨......."

쓰러져있는 수십 명의 남녀는 전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리인포스 알파 정식 기사단원의 정복.

분명 견습생들을 멀리서 지켜주고 있던 시험관들이 분명했다.

파앙!!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일리나는 곧바로 피바다가 되어 나뒹굴고 있는 기사단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하나라도 살아있는 사람을 구하려고 그런 듯 보였지만.

-이미 다 죽었군.

시신의 상태는 생각 이상으로 참혹했다.

그 시체 중 몇몇은 눈에 거의 파묻혀 있기도 했다.

"죽은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는데."

이만한 수의 기사단원을 이곳에 모았고, 소리소문없이 모조리 처리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들 중에 소드마스터 급 존재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익스퍼트 급이라고 해도 이렇게 소리 없이 모조리 죽인 건 뭔가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다...... 죽은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 하지만 쉽게 패닉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그녀에게 이들은 직접 만난 적은 없어도 한가지 사명 아래에 한솥밥을 먹어온 선배들이었다.

정식기사와 견습생들 사이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아마 찾아보면 그녀와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으리라.

-원통했던 게지.

눈조차 감지 못한 채 싸늘하게 얼어붙은 시신의 눈을 감겨주려 하지만 딱딱하게 얼어붙은 몸은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고요한 참상 너머 멀지 않은 곳에서 옅은 신음이 들려온 것이다.

"데이비! 생존자야!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

그녀의 말대로 모두가 침묵하고 있지만 단 한 명.

나무에 기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한 여성기사의 몸이 아주 간헐적으로 떨리는 게 보였다.

"거기 있어."

괜한 사고 치지 않게 못을 박아둔 나는 조용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그녀의 목에 검지와 중지를 가져다 대었다.

맥박은.......

"음, 아주 건강하네."

쐐애애액!!!

카가가각!!!

그 말이 시동어가 되었던 모양이다.

죽을 것처럼 신음하던 여성이 순간적으로 움찔하기가 무섭게 반사적으로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내 목에 꽂아넣었다.

문자 표현 그대로 완벽한 암살 라인.

그대로 찍히면 목에 있는 경동맥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낼 위협적인 공격이다.

하지만.

암살자 기술에 한해선 내가 몇 수나 선배인데 그런 내 앞에서 주름을 잡는 꼴이다.

모르고 당해도 당해주기 어려운 마당에 알고 있는데 간도 크지.

"무...... 무슨?!"

도저히 날카로운 검과 인간의 손이 긁혀서 날 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가 여지없이 들려오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그녀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는 마치 그 모든 부상이 연기였다는 듯 너무도 멀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와, 금강불괴는 처음이지?"

마치 바이스로 낚아챈 것처럼 검을 틀어쥔 내가 피식 웃기가 무섭게.

륀느가 섬광처럼 날아들며 여성의 옆구리에 무식한 드롭킥을 꽂아넣어 버렸다.

진실한 남녀평등의 표본 같은 녀석이로다.

"커헉?!"

당연히 기본 체중만 해도 200kg이 넘는 녀석이 힘까지 끌어내 들이박았으니, 그녀는 거의 거대한 덤프트럭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그냥 걷어차도 파괴적인 힘을 담고 있는데 몸을 날리듯 걷어차는 저 드롭킥은, 맞아봐서 얼마나 무식한지 잘 알고 있다.

-일반인은 죽을만한 공격을 어린아이의 앙탈 정도로 보는 게 정상인 게야?.......

그야말로 오래 준비해온 듯 한 깔끔한 연계!

거의 크레인에 매단 쇠 구슬마냥 날아들어 상대를 걷어차 버린 륀느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면서도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이다.

"미사일 드롭킥. 매우 효율적이고 강력한 공격이라 분석."

"그, 그래, 잘했다."

"엣햄!"

내 칭찬이 그리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작은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녀석의 얼굴은 그야말로 대만족의 표본이었다.

뭔가 심상찮은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아닌 녀석만큼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순식간에 여성을 제압, 아니 곤죽을 만들어버린 륀느의 기행 때문일까.

아주 잠시간 침묵이 주변을 잠식한다.

"거 모른 척하기도 뭐하니까 어서들 나와."

새하얀 설원, 그 위의 피바다.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공간의 중앙에서 내가 허공에 대고 소리치자 일리나가 경계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적의 위치를 찾기 힘든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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