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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6화 (136/1,559)

# 13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9화

스르륵.......

스륵.

물론, 그녀가 못 찾는다고 있던 인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방금 상황이 어처구니없었다는 것을 알 테지만 이들은 마치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온 암살자들마냥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존재감도 굉장히 희미하고 제대로 상대의 특징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명백히 현재 이 공간은 이상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스릉.......

무기를 빼 들고 서서히 포위하듯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에 일리나가 전신에 마나를 폭사시키며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원을 해친 죄는 절대 가볍지 않아."

일만 마스터가 아니라 해도 그녀는 초유의 천재라 할 수 있다.

동급의 익스퍼트급들 사이에선 1:1로 거의 따라올 자가 없을 만큼 강한 것 또한 그녀였다.

실제로 그녀가 내뿜고 있는 기류는 어지간한 익스퍼트들에게선 볼 수 없는 밀도의 힘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이 누가 되었건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리나. 나머지 골렘들 데리고 견습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

"뭐?!"

"기사단이 당했으면 견습생이 안전할 거란 보장은 없어. 그러니 빨리 가. 길은 내가 열어줄 테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일리나는 그제야 다른 견습생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엔 내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으리라.

"다치지 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무조건 튀어."

튀라니, 그게 황녀 입에서 나올 말인가.

애초에 그녀가 내 옆에서 보여주던 숨김 없는 꼴을 보고 있자면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당연히 일리나의 이탈을 두고 볼 생각은 없다는 듯 흑색 로브인들이 그녀를 막기 위해 나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을 뚫어준다고 했으면 확실히 뚫어주는 게 옳은 일일 것이다.

"륀느."

"새 장비 적용 허가를 요청해."

"마음대로."

새 장비라니.

내가 아는 그녀의 무기는 양쪽 손등에 소환하는 특이하게 생긴 장비와 거대한 대포와 같은 무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또 새로운 게 있다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스르릉.

그리고, 그런 궁금증은 곧 녀석이 구현해내는 무기를 보고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저건...... 음."

-쇠 지렛대?

기역 모양의 쇠몽둥이.

노루발못뽑이라고 하던가.

륀느가 꺼내 든 흉악한 무기에 절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빠루가 무기였냐?"

"륀느, 무기의 구상은 데이비 님의 기억 속에 있는 단편적인 지식 중 가장 강한 것들을 구현. 및 채택. 그중에 빠루를 륀느가 높게 평가."

묵직한 쇠 지렛대를 붕붕 휘두르며 당당하게 선언한 녀석이 곧 눈동자를 푸르게 빛냈다.

우웅.......

동시에 녀석의 머리 위로 떠 있던 원형의 고리가 빛을 내뿜으려 빠르게 회전하자 녀석의 날개 표면에 옅은 빛의 입자가 감돌기 시작하더니 그 빛의 입자가 빠루의 전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빛을 뿜기 시작하는 륀느의 행동에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것일까.

이상함을 눈치챈 이들이 재빨리 륀느를 습격하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왼발을 가볍게 들어 올린 륀느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륀느, 매우! 높게! 평가!!"

콰아앙!! 쾅!! 쾅!

빛의 입자를 충분히 흡수한 빠루를 단단하게 틀어쥔 녀석이 왼발을 강하게 구르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고 뒤이어 빠루가 휘둘러지며 강력한 푸른 빛의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카가가각!!

"대단하구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울 수가 없다.

저 녀석의 무기는 도대체 무슨 원리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가.

분명 저 빠루라는 것도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금속공구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손에 들려 공명하는 순간 그냥 빠루가 아니라 핵 빠루가 되어버렸다.

어느덧 암살을 하려는 건지 내 뒤로 파고든 로브의 인영의 검을 낚아채 잡아냈지만 정작 내 시선은 나를 공격한 이가 아닌 륀느에게 고정되어있었다.

"세상에......."

일리나는 지역 일부가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긴 채 날아가 버린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멍청아, 빨리 안가냐."

"읏! 꼭 무사해야 해!"

내 타박에 정신을 차린 일리나가 몸을 낮게 낮추고 그대로 지역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적들은 그녀의 도주에 급히 그녀를 막아서려 하지만 또다시 입자를 충전시킨 륀느의 빠루가 허공을 부숴버릴 듯 가른다.

콰아앙!!!!

또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을 기점으로 빠르게 지역을 이탈하는 그녀였다.

물론, 그들도 바보는 아닌 만큼 곧바로 뒤쫓으려 했지만.

"움직이지 마,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면 이놈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나는 미리 제압해둔 로브의 인영 하나의 뒷목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른 채 소리쳤다.

"인질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나!"

"......."

"......."

싸늘한 침묵이 감돈다.

가슴속에 비수가 날아...... 아니, 이게 아니고.

후드 너머로 아주 가끔 비치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미친놈 보는듯한 시선이었다.

마냥 감정이 없는 암살자 같은 이들은 아니라는 소리일 테지.

그렇다면 인질극만큼 시간 끌기 좋은 게 또 없으리라.

"어허, 안 되지."

"커헉!"

내게서 빠져나가려 애쓰는 그를 재차 제압하자 륀느가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군중 제어기술, 륀느. 매우 효율적이라고 분석."

"넌 이런 거 하지 마라."

"의미 불명, 설명을 요구해."

담담하게 말하지만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인간의 가치관이 일정 결여되어 있는 저 녀석이 인질극을 벌였다간 정말 아주 난리가 날 것이다.

"몇 가지만 확인하고 풀어주마."

이윽고 나는 제압하고 있던 사내의 후드를 훌렁 넘기며 물었다.

"너희는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이 맞나?"

기사단의 적은 인간이 아닌 마물이다.

그런데 굳이 이곳까지 와서 기사단을 습격하려는 자가 있을까.

존재 자체도 숨겨진 마당에 말이다.

결국 이들은 리인포스 알파 내부에서 새어 나온 분란 종자들이거나. 아니면 기사단의 존재를 알면서도 공격해온 자들이라는 답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말할 것 같은가?"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빙그레 웃음 지어 보였다.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과 자존심을 가지고는 있지."

"뭣?"

"처 맞기 전까지는."

권능도 좋지만 역시 직접 들어야 듣는 맛이 있다.

화르륵!

[삼매진화]

[흑마법 저주의 낙인]

[병합기]

[심문의 불]

이전에 뱀파이어 페드키드 때 한 번 사용한 적이 있는 고문용 화염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누가 이 사탄을 불렀단 말인가.

물론 놈은 정보를 다 뱉기도 전에 터져 죽어버렸지만, 이들은 그런 금제가 걸려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결국 상대를 우습게 본 탓에 완전히 말아먹은 거지.'

-쯧.......

내 손에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검 보랏빛 화염의 존재에 그의 얼굴에 언 듯 공포가 서렸다.

"이...... 이 잔인한 놈!"

"걱정 마. 죽진 않아."

하하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내가 일순간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 수십 명을 베어놓고, 거기에서 만족 못 하고 함부로 내게 검을 겨눠놓고 뭐? 잔인해?"

화르르!

"끅...... 끄아아아아아악?!?"

일반적인 불이 아니라는 건 불이 닿기가 무섭게 눈치챘을 것이다.

상대를 태우지 않고 지독한 작렬의 고통을 부여하는 것.

생물체의 육체에 극도로 파고든 학문의 마법답게 어딜 어떻게 공격하면 가장 지독한 고통을 느끼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를 죽이려 했다면 반대로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어야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려 하지만 단단하게 잡혀 제압당한 터라 발버둥조차 쉽지 않다.

점혈을 써서 몸의 움직임을 막지 않은 이유?

시각적 효과의 극대화가 이런 게 아니겠는가.

"이 잔인한 놈!!"

내게 깔려 비명을 지르고 게거품을 무는 사내의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일까.

흑색 로브를 입은 인간 몇몇이 빠르게 내게 덤벼들어 왔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한줄기 섬광이 되어 그들을 걷어차 날려버린 륀느 때문에 완전히 무산되었다.

"크헉! 허억...... 허억......."

"우리 하나는 짚고 가자고."

좀 전부터 이들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너희들은 이제 여기서 도망 못 가."

나한테 걸린 걸 재수 없다 여겨라. 내 앞길을 막은 죄는 크다.

"다시 간다. 이 악물고 버텨봐. 전에 녀석은 5분도 못 버티더라."

섬뜩한 내 웃음에 제압당해있던 사내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화르르.

"끄아아아아악!!!!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멈추지 않고 그의 전신 곳곳에 심문의 화염을 쑤셔 박았다.

미쳐버리고 싶은데 미칠 수도 없으니 아마 그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있으리라.

만족스레 화염을 거둔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내를 향해 만족스레 웃어 보였다.

"신기록 달성은 못 했네."

직접 당해봐서 알지만 이놈의 화염은 오래 버틸 만한 계통의 그것이 아니다.

"좋아, 다시 질문하자고. 너흰 리인포스 알파의 기사단원이 맞나?"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외부의 적인지 내부의 적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서 답해보라며 종용하자 그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공포를 숨기지 못하는 듯한 시선이다.

"우린......."

"그렇게는 안 되지."

서걱!

그때였다.

천천히 입을 열려 하는 기사의 몸에서 섬뜩한 파육음이 들리더니 그대로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동시에 무형의 기운이 내 전신을 때렸고 나는 별수 없이 시체가 되어버린 사내를 내려둔 채 그대로 물러났다.

"......."

그리고는 말없이 옅게 떨리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놈의 몸은 너무 연약해서 탈이다.

"다들 물러나라. 이제 본래 계획에 착수해."

"......."

느닷없이 참전한 사내의 목소리에 다른 흑색 로브인들 중 생존한 인원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사라졌다.

방향 자체는 오히려 나와 일리나가 왔던 쪽과 반대 방향이었다.

"처음 만나는군, 데이비 견습생 맞나?"

고풍스러운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장복을 입은 사내.

척 봐도 그 힘의 깊이가 보통 다른 검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내였다.

"미안하지만 자네, 날뛰는 건 여기까지 해주게."

그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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