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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7화 (137/1,559)

# 13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0화

54. 무귀(武鬼)의 환향

비밀기사단의 기사단장.

그의 이름은 알지 못하고 그의 얼굴도 본 적은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결국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거지."

"경고, 고에너지 반응 검출, 이 이상 접근 시, 륀느가 배제."

"호오, 역시나 충성스러운 아가씨로군. 설마 외부에서 온 노련한 기사단원들까지 애를 먹을 줄은 몰랐는데."

입을 다문 채 빠루를 역소환 시키고 두 자루의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 드는 륀느를 보며 그가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양 손등 위에 구현해낸 장비로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 들고 있는 륀느의 모습은 당당하기 그지 없다.

인성 x관?

결과적으로 생김새는 완전히 다르다지만. 녀석의 무기 대부분은 내게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녀석이 그 자리에서 만들어낸 것들.

아마 그 모티브가 그곳에서 왔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리라.

"뭐, 그렇게 날 세우지 말라고."

"구면인 것 같은데."

"음? 나는 자네를 처음 보네만?"

"사기는 적당히 치셔야지."

씨익 웃으며 나는 손에 피워올리던 권강을 더욱 짙게 끌어냈다.

"정말로 처음이야? 당신 이미 한번 나를 봤잖아. 대화까지 나눈 마당에. 륀느를 내놓으라고 할 땐 언제고?"

느긋한 내 말에 그의 얼굴에서 아주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눈치가 빠른 건지."

"감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

웃으며 말한 내가 일순간 미소를 지웠다.

"덕담을 줬는데 받기만 해서 쓰나."

퍼엉!!!

반격은 한순간이었다.

"커헉?!"

순식간에 일어난 무형의 공격에 그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고 내가 밀려났던 것 그 배 이상으로 구르고 처박혔다.

그의 수준은 막강하다.

기본적으로 갓 경지를 뛰어넘은 소드마스터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강자라는 소리였다.

확실히 기사단장 중 하나의 위치에 있다면 이정도 무력은 예상 못 한 바는 아니다.

"쿨럭...... 역시 실제로 대면해보니 더 대단하군. 알 만해.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겁이 없을 수밖에."

옅게 신음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가 이를 살짝 악물며 중얼거렸다.

"정말 놀라워. 자네, 내 사람이 될 생각은 없는가?"

"적어도 전후 사정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손을 훌훌 털어내며 느긋하게 말하자 그가 다시금 쿡쿡 웃어 보였다.

"적어도 일리나 데 팔란 견습생을 보낸 것은 칭찬해주지. 재능은 있지만 그런 성격은 우리와 맞지 않거든."

"조금 뻔뻔하긴 해도 착한 건 사실이니까."

태생부터 고귀했던 황족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불의를 현실적으로 파악 분석해 막으려 하는 게 과연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일리나를 상당히 고평가하고 있다.

고개를 까딱이며 어서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자 그가 끌끌 웃었다.

"자네,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이 밝혀낸 마경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가."

"듣기로는 중부 초입까지라고 알고 있는데."

"틀렸네. 사실은 중부 지역에 진출하지도 못했어."

그리 말한 그가 검을 내려놓았다.

"진출 못 했다?"

"그래, 마물의 힘은 영역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강해졌지. 단순 무력으로 밀어붙이기엔 판도라 영역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네. 그 탓에 기사단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초입을 확보한 것이 고작이었지."

몬스터를 모두 밀어내지도 못했고.

뒷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뿐인 줄 아는가, 판도라 영역엔 각기 마물의 왕이 존재하네. 이미 견습생들에게도 퍼진 정보인 중부 지역의 왕인 샨드라. 그리고, 그 뒤에 존재하는 세 마리의 마물의 왕."

"......."

"알겠는가. 이대로라면 기사단은 절대로 판도라 영역을 넘어서지 못해."

그가 설득하듯 말을 이어붙였다.

"수많은 기사단원이 죽겠지. 애꿎은 목숨이 사라질 테고. 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네. 어째서 인간이 마물과의 싸움에서 죽어야 하는가."

"근본부터 부정하기는."

"차라리 마물이 마물과 싸우게 할 순 없을까."

그리 말한 그가 검을 땅에 살짝 박아넣은 채 양손을 펼쳤다.

마치 원대한 포부를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네라면 어찌하겠나. 마물의 왕, 초월체 샨드라를 포획해 길들일 수 있다면, 걸어 다니는 재앙에 가까운 그 괴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격하게 외치는 그의 얼굴엔 이미 희열까지 어려있었다.

"기사단이 더는 죽지 않고 판도라 영역을 모두 개척할 수 있지 않겠는가!"

"......초월체를 길들인다라,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그런 말을 꺼냈겠지?"

이 양반이?

초월체가 지금 내게 어떤 의미인데.

"그렇다네. 이미 우리는 초월체 샨드라를 어느 정도 길들이는 데에 성공했지. 하지만 아직 불안정해."

그의 말은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그러니 제안하는 것이네! 더 이상 인간의 희생은 필요 없어! 초월체 샨드라와 그놈을 따르는 마물의 힘을 이용해 판도라 영역을 개척하세! 그 끝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렇기에 더욱 시도해볼 가치가 있지!"

"....."

"뛰어난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고, 고대 유적에서 흘러나온 고대 신물이 있을 수도 있네! 아니면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의 광기 어린 외침이 계속되었다.

"서부에서는 이런 말이 있더군! 오랑캐는 오랑캐를 이용해 제거한다고! 지금 당장의 희생은 뼈아프나 초월체를 길들이는 것에 완전히 성공한다면! 기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야!"

"그게 멀쩡한 기사단원들을 이렇게 대규모로 학살할 이유인가?"

"샨드라의 동태를 살피는 기사단이 대부분 흩어지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네."

기사단 본부에 설치되어있던 결계의 열화판이 왜 이곳에 설치되어있는가 했더니. 결국은 기사단 내부의 알력 싸움이라는 소리였다.

이런 건 끼어들면 골치 아파지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만.

내가 관여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짚고 넘어가자고."

내 말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머리가 있어서 그동안 기사단 수칙 같은 걸 봐왔는데."

그리 말하며 권강을 지운 내가 홍단이를 뽑아 들었다.

제압이 아닌 철저한 말살.

선택은 간단했다.

"라스트 위스프의 통합수칙은 마경의 확보와 탐험이 아니라 마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미지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것 아니었나? 언제부터 고대의 맹약이 그따위로 변질되었지?"

"......."

"주객이 전도되었잖아. 그런 주제에 기사단이 더 이상 희생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멀쩡한 기사단원 수십을 도륙 내고."

내 말에 그의 얼굴이 굳었다.

"내로남불이라고 아시나 몰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쉽게 되었군, 자네같이 현실적인 인간은 우리의 위대한 포부를 알아줄 거라 믿었는데."

"내가 거절하는 이유는 사실 위 두 가지 때문이 아니야......."

담담한 내 말에 그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졌다.

"나를 공격했다는 거다. 사람에게 칼을 들이밀었으면 우선 사과부터 하셔야지. 그리고 초월체는 내꺼야. 당신이 함부로 탐내도 될게 아니라고."

사과할 생각이 없다면 한배에 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거고.

그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피워올리며 말하자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의 것이라...하하 광오하기 그지 없군, 아쉽게 되었어. 별수 있겠는가. 자네는 여기서 죽는 수밖에."

"장담하는데, 필사적으로 덤비는 게 좋을 거다."

"그래 보이는군. 그저 특이한 애송이라 생각했는데, 그 검...... 보통 검이 아니야."

탐욕 어린 눈으로 홍단이를 보던 그가 한 손을 들었다.

"죽기 전에 한가지 알려주지. 우리가 어떻게 초월체를 길들였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이미 알고 있어."

"뭐?"

"정확히는 환술사가 아니지 않나? 감각제어능력을 따로 표현할 길이 없어서 환술사라고 했지."

그리 말하며 멀지 않은 공간을 향해 그대로 홍단이를 휘둘렀다.

[마령 제 15초식]

[괴리침검]

쩌적!

균열을 찾아 뒤트는 공격.

붉게 달아오른 검기가 순식간에 날아들어 공간 일부를 잘라내자 일대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며 한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기엔 전신에 피를 잔뜩 묻힌 익숙한 소년이 서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말했지. 환술사는 정말 특이하다고."

"어떻게......."

"오감으로 찾을 수 없으면 육감으로 찾는 수밖에."

놀란 듯 처음으로 무표정이 깨진 소년.

환술사 트레브의 모습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초월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만, 장담하는데. 이 미친 짓거리는 반드시 실패할 거다."

"아쉽게 되었군."

그 말과 동시에.

쿠웅!!!!

좀 전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허공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내 몸을 거침없이 후려치곤 날려버렸다.

"자네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소드마스터 수십이 덤벼들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거라 생각되는 초월체를 상대로는 어떨는지."

허공에서 드러난 거대한 괴물은 고서 속에 나오는 거대한 용이 아닐까 싶을 만큼 거대하고 위압적이었다.

* * *

길이는 150여 미터.

거대한 비늘에 단단한 4개의 발톱.

날카로운 뿔이 달린 긴 목과 마치 살아있는 충차와 같은 아래턱.

날개만 있었다면 완벽한 고룡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위압적인 황갈색의 눈빛까지.

균열이 갈라진 비늘 사이사이로는 새파란 빛이 머금어져 있는 놈의 정체는 더 물어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쓰읍......."

거대 초월체.

판도라 영역에 뿌리를 내린 신생 초월체인 샨드라.

마스터급 강자 4명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한 초유의 괴물.

그것이 바로 놈의 정체였다.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하늘까지 가릴 것처럼 거대한 녀석의 몸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 만큼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다.

이런 거대한 녀석의 존재감을 숨긴 것을 보면 트레브 녀석도 결국은 보통 견습생의 수준은 아니었다는 소리이리라.

-데이비!

처음으로 내가 흘린 각혈 때문일까.

놀란 페르세르크의 외침이 들려왔다.

솔직히 초월체라는 존재를 마냥 과소평가한건 아니지만, 몸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공격이 빨랐다.

"쓰읍. 괜찮아."

-초월체!

"초월체가 아니야."

처음엔 혹시나 하긴 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세상에 무조건이라는 건 없었던 모양이었다.

"저 정도니까 초월체 소리나 듣지."

개 박살이 나버린 바위틈 사이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홍단이뿐만 아니라 청단이까지 뽑아 들고 그대로 기세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상대가 이 녀석이라면 지금 당장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샨드라 미네아. 갈 데까지 갔구나."

초월체 샨드라.

아니 지상의 패왕이라 불리던 환수의 왕 샨드라 미네아는 내가 아는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채로 그저 본성만이 남은 괴물이 되어 내 앞에 거대한 존재감을 뿌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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