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1화
본래 샨드라 미네아는 회랑의 영웅. 셰인 스크리프트의 삼 환수 중 하나였다.
당연히 이 티오니스 대륙의 소속 인간도 아니었기에 샨드라 미네아가 이곳에 존재할 확률은 실상 극도로 희박한 것을 넘어서 존재해선 안 되는게 현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그것이 현실이면 믿어야 한다고 했던가.
녀석은 눈앞에 있다.
초월체라고 하기에 어느정도 오래살고 강해진 마물을 생각했더니, 생각이상의 거물이다.
"호오...... 초월체의 일격을 맞고도 살아남다니. 좀 전 자네를 보호해주던 건 성마법인가?"
"......."
멀리서 느긋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숲에 들어서기 전부터 걸어두었던 7위계 성마법인 신성가호가 없었다면 꽤 타격이 컸을텐데.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장담하건대, 당신은 지금 미친 짓을 저지른 거야. 알아? 샨드라 미네아는 면역력이 어마어마한 환수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그렇다.
미친 짓도 그냥 미친 짓이 아니다.
보아하니 샨드라 미네아의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분신체 같은데. 그 분신체 꼴이 이 지경인 걸 보았을 때 본체의 꼴은 안 봐도 블루레이다.
-그르르르르.......
낮은 녀석의 울음과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강자는 그 자취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본체의 역량이 그랜드마스터 급인 샨드라 미네아라면 그 힘의 일부만 가진 분신체라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존재했다.
좋은 예로 내가 9 위계 최후 성마법 신의 성역을 발현했던 펠리스티 공국도 아직 신성 지대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애석해...... 아주 애석해. 어쩔 수 없군. 트레브. 죽이게."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담담하게 답하며 눈을 번뜩이는 트레브가 다시 한 번 능력을 사용해 샨드라를 자극한다.
그러자 저항하듯 괴성을 내지르던 샨드라가 몇 차례 거세게 몸을 뒤틀고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환술에 마냥 걸려들만큼 약한 놈도 아닐텐데, 이상하게 오염된게 원인인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만족스레 바라보던 기사단장은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는지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흑색 로브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내가 놈의 공격에 당할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였다.
이해는 한다.
동시에 녀석의 거대한 눈동자가 내게 완전히 고정되었고 그대로 입을 쩍 벌렸다.
키잉...... 지잉!!
그리고, 앗 하는 순간 거대한 푸른빛의 섬광이 날아들었다.
초저온의 브레스.
륀느가 쏘던 소형 레이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대한 공격은 그만큼 강력했고 차가웠다.
브레스 단 한 번에 뒤편에 있는 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만 보아도, 명백히 사기적인 파괴력 이라는 것이 입증된다.
'그래도 바다의 일부를 갈라버릴 때와는 비교도 못 할 만큼 약해.'
본체는 그랜드마스터급.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녀석은 내가 아는 그정도 수준의 힘을 발휘하진 않았다.
"와우......."
-파, 팔이.......
알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못해 반응이 늦어졌다고 할까.
나는 완전히 얼어붙다 못해 완전히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린 왼팔을 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당연히 왼손에 들고 있던 청단이를 놓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청단이의 검신은 딱히 브레스에 노출되어도 상하거나 한 것은 없어 보였다.
괜히 신검 급 검은 아니라는 거지.
-데이비 어째서 청단이로....
"권능이 만능인 줄 아냐."
상대가 저 정도면 권능을 떠나서 내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
브레스도 엄연히 비(非)물리 계통의 에너지덩어리.
베어낼 수야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내 전신의 마나가 모조리 빨려 나가 그대로 마나 고갈을 겪고 미라가 되어버릴 터다.
이래서는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다.
"이번 기회가 어떤 기회인데."
본래 초월체나 놈이 남겨놓은 거대한 힘의 잔재를 찾아 나설 참이었다만, 눈앞에 본인이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데이비, 제발 부탁이니 조심해! 조심하고 또 조심해!
단 한번의 기회, 현재 나는 누구보다 신중하다 말할 자신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저놈을 잡아먹는다."
환골탈태는 결국 육체가 부서지고 재구성되는 것이니까.
생존왕에게 배운 한 가지 중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절대 잊지 않았다.
인간은 먹지 못하는 게 없다.
다만, 먹고 나서 몸이 버티지 못할 뿐.
샨드라 정도의 초월체라면 그 육체에 깃든 힘부터가 굉장히 격렬하고 방대하다. 그리고, 인간에겐 상극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완벽한 폭탄이라는 소리다.
* * *
-크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포효와 함께 주변이 짓눌리기 시작하자 륀느가 처음으로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이 구겨지지 않던 녀석이 저렇게 이를 악물고 버티는 걸 보면 그 여파가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지가 무슨 투명한 용도 아니고.
물론, 그 여파는 륀느뿐만 아니라 트레브에게도 미친 듯 보였다.
"쿨럭!"
시꺼먼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창백하게 질린 녀석이 다시 한 번 눈을 번뜩이자 지룡 샨드라 미네아의 전신에 푸른 기류가 다시금 감돌기 시작했다.
"거의 다됐어...... 이제 실패하지 않아......."
"웃기는 소리."
"뭐?"
"지금 당장은 주춤거릴지라도 며칠만 지나면 네 환술은 전혀 먹히지도 않을 거다."
"내 환술은 약하지 않아."
"네가 약한 게 아니야. 저놈이 샌 거지."
당장 트레브를 베어버리지 않는 것은. 녀석이 겨우 제어하는 통에 놈의 움직임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고생이 조금 줄어드니 아주 잠시 봐주도록한다.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든 녀석의 꼬리를 피해 놈의 등위로 파고들며 녀석의 등에 권강을 두른 주먹을 꽂아넣었다.
단단한 비늘은 충격을 주어 균열을 일으키게 만들어야 검이 박힌다.
그 사실을 모르고 마냥 덤볐다간 역으로 당하기 십상이리라.
-크아아아아아!!!
반 괴물이 되었으면서도 고통은 느끼는 건지.
일격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떼어내려 버둥거리는 녀석의 비늘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다.
하지만 베어내는 것 하면 또 내가 전문.
무리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홍단이의 권능을 발현시킨 나는 옅게 함몰된 녀석의 비늘 한 부분을 향해 정확히 홍단이를 날려 보냈다.
촤악!!
아주 작은 상처가 일어나며 티끌만 한 피가 허공에 튀어 올랐다.
"너프먹고 나서 싸워보니 알겠는데 드럽게 단단하네."
물론, 그것으론 부족했다. 지금 버프 마법으로 강화한 육체 능력과 가용 가능한 힘으론 녀석의 비늘조차 베어내는 게 쉽지 않다.
샨드라 미네아는 수천 년 이상을 생존해오며 진화를 거듭해온 괴물.
분신체라 해도 저 정도 괴물이라면 고서에나 나오는 드래곤에 필적한다.
휘리릭! 스릉.......
허공을 떠 날아다니는 홍단이를 유일하게 남은 팔에 안착시킨 뒤 숨을 짧게 들이쉰 내가 눈을 감았다.
"만물을 굽어살피는 주신 프리아시여."
가장 효율적인 버프는 역시 신성 마법이다.
"무리 좀 할 테니 당신의 어린양이 더는 어둠을 걷지 않게."
내 힘이 부족하다면 조금 빌려오는 수밖에.
"굽어살피소사.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의 힘이오."
우웅.......
기도가 계속될수록 내 몸에서 신성력이 미친 듯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게을러터진 신성력이라곤 하나 신의 의지가 깃들기 시작하면 그 어떤 힘보다 열정적이게 된다.
"청단아. 신성력 좀 빌려 간다."
전엔 홍단이였지만 이번엔 청단이다.
청단이의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대량의 신성력이 내 몸안의 신성력과 반응하며 맹렬하게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대가는......."
말끝을 흐린 내가 마지막 기도를 읊으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까짓거 선행 좀 베푸는 거로 좋게좋게 합의 봅시다."
[9 위계 성마법]
[신익(神翼) 레플리카.]
최후 성마법 수준까진 아니지만 엄연히 9 위계.
그동안 내가 놀고먹은 게 아니다.
다른 마법과 다르게 신성마법은 신성력과 숙련도만 있으면 초짜 신관도 신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내가 펠리스티에서 최후 성마법 신의 성역을 발현한것도 실상 그런 이유였다.
비록 칼디라스에 비하면 부족하기 그지없는 신성력의 양이지만.
까짓거, 목숨 이미 한번 걸었는데 육체의 리바운드는 오히려 환영한다!
화아아악!!!!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신성력이 내 등 뒤로 방출되며 거대한 에너지로 된 백색의 날개를 만들어냈다.
생긴 건 오글거리기 짝이 없는 날개이지만 그 안에 담긴 힘과 나와 연동된 힘은 절대 가볍지 않으리라.
성흔이 연달아 공명하며 숨이 막힐 정도의 신성력이 몸에 감돌기 시작하자 내 시야의 색이 일변하기 시작했다.
본래 붉은색이던 내 눈동자는 아마 신의 눈동자라 불리는 백금색으로 변했을 터다.
신의 가짜 날개를 빌려오는 공격계통 9 위계 성마법.
거기에 멈추지 않고 수십 겹의 마법을 중첩하기 시작했다.
우웅!!!
"저게 무슨......."
샨드라의 공격을 피해내며 점점 많은 기운이 내 몸으로 모여들자 멀리서 지켜보던 트레브의 얼굴에 경악이 어리는 게 보였지만 녀석에게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면 정말 답이 없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 몸 안에 감돌자 오랜만에 어느 정도 만족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조금 부족하긴 하다만, 상관없나.'
그리 생각하며 손에 쥔 홍단이에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피워올린 나는 곧장 등 뒤에 돋아난 날개를 바스러뜨리며 모조리 힘으로 바꿨다.
그와 동시에 나를 찍어누를 듯한 샨드라의 거대한 앞발이 방대한 힘과 중량을 머금으며 내리꽂혔다.
단순히 무거운 발로 내리찍는 게 아닌 그 안에 놈의 정수가 담긴 거대한 중압력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복합 즉흥 발도.]
"이게, 본체도 없는게! 으디, 까불어!"
파괴적인 힘이 담긴 놈의 공격을 피하지 않은 채 정면으로 파고든 나는 한 손에 쥔 홍단이와 팔이 없어서 이기어검으로 들어 올린 청단이를 이용해 검을 교차하듯 꺾었다.
[신검합일]
[제 이도 이기어검술]
[천충쌍아]
하늘을 뚫는 두 개의 거대한 쌍니가 놈의 앞발을 찢어발기며 그대로 한쪽 어깨를 찢어발기듯 관통한다.
동시에 내 몸에 가해져 있던 모든 버프류가 그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지만 이미 목적은 완수한 상태.
내가 설마 샨드라의 견고한 피부를 뚫어버릴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트레브의 크게 뜨여진 눈동자가 보였다.
지금부터 보여줄 건 좀 더 황당하고 놀라울 거다.
괴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놈의 팔을 타고 빠르게 올라간 나는 그대로 홍단이를 허공에 던져 띄운 뒤 손에 권강을 피워 찢겨 나간 녀석의 어깨에 주먹을 찔러넣었다.
푸확!!!
그리고는 시뻘건 피가 잔뜩 묻어있는 살점을 뜯어냈다.
-크아아아아앙!!
고통스러운 괴성이 울려 퍼지며 버둥거리는 녀석에게서 떨어진 나는 바닥을 수십 미터나 미끄러지듯 밀려났지만 절대 손에 쥔 녀석의 살점을 놓지 않았다.
"쓰읍, 진짜 냄새 한번 고약하네."
아무리 먹을 자신이 있어도 비위가 안 상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고민하며 살점을 바라보던 나는 결국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밀어 넣고 그대로 씹어 삼켰다.
우웅! 퉁!!
"커헉!"
동시에 몸 안에 비정상적으로 회전하고 있던 미리 준비된 마나들이 그것과 공명하며 막대한 부하를 가하기 시작했고 내 몸은 마치 돌이 된 것처럼 그대로 굳으며 무너져 내렸다.
미리 준비해둔 육체는 녀석의 힘이 담긴 살점속에 격류하는 놈이 가진 특유의 힘을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맹렬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내 육체를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분해하듯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데이비!!!
비명을 지르는 듯한 페르세르크의 외침 속에서 나는 서서히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샨드라를 눈에 담았다.
격노할 대로 격노한 샨드라는 곧 다시 한 번 나를 지워버리려는 듯 거대한 브레스를 입에 머금었다.
왜 화속성의 샨드라 미네아가 초저온의 냉기를 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저 정도면 단번에 내 육체를 박살 내리라.
막타 제대로 안치면 혼난다.
그렇게 생각이 닿기가 무섭게, 초 극저온의 냉기 브레스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몸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경 일부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