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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9화 (139/1,559)

# 13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2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데이비를 보며 트레브는 겨우 지탱하고 있던 몸이 그대로 무너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환술은 만능이 아니다. 그도 샨드라라는 거대한 초월체를 일부나마 제압하는데에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는 것부터 그의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지만.

"쿨럭...... 쿨럭! 우욱!"

피를 쉴 새 없이 토하는 그의 상태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죽을 순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그의 생의 목표는 분명했다. 명령을 받고 그를 수행한다.

주변을 인지할 때부터 명령을 받고 자라온 그에게 있어서 다른 선택 따윈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미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파트너까지 죽여가며 이 일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게 아니었다.

"넌 왜 가만히 있지?"

브레스에 완전히 얼어붙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린 데이비는 분명 죽었다.

하지만 트레브는 이상하리만치 가만히 있는 륀느를 바라보았다.

이제 껏 봐온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장 날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데이비 님, 죽지 않았어."

그런 트레브의 질문에 처음부터 멍하니 서 있던 륀느는 그저 침묵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네 주인은 죽었어. 브레스에 흔적도 없이 가루가 돼서."

"륀느, 데이비 님이 죽지 않았다고 확신."

"나를 죽이지 않을 건가?"

"데이비 님의 몫. 륀느, 월권행위는 매우 지양해야 하는 일이라 분석."

"......."

이미 죽은 그가 무슨 수로 자신을 죽인단 말인가.

그저 단순히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트레브는 곧 다시 날뛰려는 샨드라를 제어하며 다시금 움직이게 하기 시작했다.

이제 방해꾼들은 모두 정리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이 죽더라도 샨드라를 제어할 수 있는 튼튼한 목줄을 만드는 것.

그전에 죽을 순 없었다.

생각 이상의 저항에 격노한 샨드라를 다시 진정시키는 건 어려웠지만,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세뇌의 힘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놈을 진정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미 괴물 중의 괴물이라 좀 전 데이비가 뚫어버린 오른발과 어깨가 서서히 재생되는 게 보였다.

"결국, 개죽음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동하는 샨드라를 따라서 그는 륀느를 지나쳐 갔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륀느는 끝까지 그를 잡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데이비가 사라졌던 방향을 직시할 뿐이었다.

* * *

새하얗게 얼어붙은 브레스의 흔적.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냉기는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얼어붙는 것처럼 따끔따끔하게 했다.

하지만 생체 골렘이라서인지, 아니면 백익이라는 특이종족이 베이스여서인지, 륀느는 아무렇지도 않게 브레스의 흔적 안에서 말없이 기다렸다.

거대한 초월체가 날뛴 탓에 이곳에 찾아올 간 큰 마물 또한 없었다.

결국, 이곳은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지 않은 고요한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소리였다.

륀느에게 샨드라의 제어법이나 기사단의 목적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그녀의 주인은 시험 같은 자잘한 약속보다 이 일을 더 중요시했다.

우웅.......

그리고, 그런 고요한 침묵이 10분 정도 계속되었을 때.

륀느는 데이비가 사라진 자리에서 반짝이는 빛을 발견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데이비 님, 생존능력. 매우 높게 평가. 아울러 완전히 변했다고 판단. 대량의 힘이 유동 중. 이전의 최소 10배 이상. 그 이상은 측정 불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륀느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화아아아악!!!!

그도 그럴 것이 좀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데이비가 가지고 있던 두 자루의 검밖에 남아있지 않던 장소가 불현듯 일렁이며 허공에서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화톳불에서 떨어져 나온 잔불처럼 일렁이며 한 명의 육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키는 180대 초반 정도.

다부진 체격만 보면 분명 남자의 체격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초의 형태로 서서히 뭉쳐지기 시작한 인간은 다름 아닌 익숙한 얼굴의 데이비였다.

좀 전 초월체 샨드라 미네아와 싸우면서 잃어버렸던 왼팔도 아무런 문제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움직였는데 왜 이리 고요한 것인지.

마치 태풍의 눈이 된 것처럼 고요한 데이비의 모습에 륀느는 그저 말없이 그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몸이 완전히 완성되기가 무섭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륀느, 데이비 님의 몸은 매우 다부지다고 판단."

"그거 성희롱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과 함께 천천히 눈을 뜬 그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나이 더 먹기 전에 환골탈태를 해서 다행이네. 나이 먹고 그 외향 그대로 굳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 않겠냐."

무엇보다 강제로 억누르고 있던 활발한 장 활동에서 드디어 해방이라는게 서글플 따름이다.

"외향이 바뀐다 한들 변하는 건 없다고 분석. 의미 불명. 또한, 데이비 님의 단편지식 중에 미중년이라는 좋은 모습도 있다고 보고."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륀느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데이비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나신으로 서 있는 데이비의 고간이었다.

"륀느, 데이비 님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높게 평가.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놓고 있는 건 매우 낮게 평가."

"뭐 인마?"

"륀느, 시각정보로 굉장히 유해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감지. 조속한 포맷을 요구."

눈을 꼭 감는 것도 모자라 양손으로 눈을 가려버리는 모습이다.

담담한 녀석의 불만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가 허공에 주먹을 후려쳤다.

콰지직!!

동시에 그대로 허공이 깨지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소드마스터와 동급이라 알려진 6 서클 마법사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공간 재구성의 마법.

일명 허공 주머니.

7 서클 공간 마법.

아공간.

대륙에서 알려진 몇 없는 대마법사 중에서도 사용 가능한 자가 거의 없는 마법이다.

그런 아공간 마법을 무리 없이 발현하는 것만 봐도 목적의 대부분을 이뤄낸 듯 보였다.

이후 그는 망설임 없이 그 안에 손을 밀어 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손에 잡혀 끌려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검은색 계통의 평상복이었다.

"오, 예전에 만들어둔 아공간이 여기서도 열리네. 공간확장 주머니도 싹 다 증발해버렸는데 이것까지 안 열리면 어쩔 뻔했냐."

척 봐도 굉장히 귀해 보이는 로브를 뒤집어쓴 데이비가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며 아공간에서 작은 약병을 하나 꺼내 들이켰다.

스스로 빛을 내는 신비로운 약물이었다.

그리고는 허공을 향해 픽 웃으며 대화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엘릭서(신의 눈물방울)."

* * *

이제 몇 방울 남지 않은 엘릭서를 거의 다 들이킨 덕분인지 몸은 최상위 컨디션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데에 반해 마음은 빈곤해지기 그지없다.

크, 저게 어떻게 구한 엘릭서인데...

-에...... 엘릭서라고? 그게 무슨.......

"나도 선물 받은 거라."

실상 그의 아공간 속에는 그리 많은 물건이 있지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것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지금 꺼내 입은 평상복도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이 안에 들어간 마법 술식만 수백 겹에 달하는 초고급의류라 할 수 있다.

"어디 시험해볼까."

익숙하게 소매 끝부분을 잡아당겨 부욱 찢어내자 손끝에 집혀 찢긴 옷감 일부가 입자로 돌변하며 다시금 소매에 달라붙어 원래의 형상대로 돌아간다.

형상기억 천이라고 할까.

다른 말로는 재생하는 천이라는 아주 극도로 희귀한 물건이다.

천이 찢겨 나가면 찢긴 부위가 분해되며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구현된다.

이 기능에 추가한 마법진이 거의 70%니 얼마나 고도의 작품인지 모를 수가 없다.

회랑에는 수많은 영웅이 있었고 그들의 기억을 더듬어 여러 가지를 구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예전에 다뤄봤던 고대용의 뼈처럼 특출나게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재료가 아니라면 내 아공간에 보관되는 게 거의 없는 편이기도 했다.

"오. 있네, 있어."

"륀느, 무기의 금속 성분을 분석할 수 없음. 새로운 정보를 요구."

"신창 롱기누스. 헬릭시윰 강으로 만든 거다."

시시덕거리며 아공간에서 내가 천에 싸인 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물건을 보며 허허 웃어 보였다.

내 야장 기술의 스승인 수르트가 보르드 대륙 정복왕 출신이었던 위대한 황제 아스트레아에게 선물했다가 내게로 넘어왔던 회랑에서 내가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

그의 특기는 다름 아닌 창술이다.

장창부터 단창까지.

창에 한해서는 입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알려진 그랜드 스피어 마스터.

그의 사후 애병이자 이제는 내가 주인이 된 물건이다.

애석하게도 수르트의 신검인 칼디라스나 내가 완성한 홍단이 청단이처럼 자아를 가진 무기는 아니지만 이 창을 이루고 있는 금속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헬릭시윰 강.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오리하르콘보다 마나 전도율이 5배가 높고 경도와 탄성은 제련된 아다만티움과 흡사한 수준.

말 그대로 무식하게 마나를 잘 받아들이고 튼튼하며 더럽게 무거운 창이라는 소리다.

물론 단순한 이미지를 가진 이 창은 내 손을 타면서 조금 개조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십자가처럼 생겼군.

날카로운 날이 십자가처럼 된 이 창은 창술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촉매로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나머지는 나중에 보고, 우선 하던 일부터 끝내야지."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사라진 만큼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다.

대량의 신성력을 사용한 탓에 기절해버린 청단이를 검집에 넣어 아공간 속에 보관한 나는 신창 롱기누스의 표면에 대고 권능을 발현했다.

삐릭!

명칭 : 신창 롱기누스

상태 : 각성 상태.

형태 : 일정 형태를 기억하는 변화형 창.

길이 : 2m 10cm

무게 : 80kg

현재 형태 : 십자가형

재질 : 100% 헬릭시윰 강.

세부사항. :

-위대한 대장장이의 신이라 불리던 사내가 영웅의 회랑에서 친우를 위해 500년간 벼려내 만들어낸 무기.

-이후 천일 야장의 제자 데이비가 직접 개량에 성공.

-자아가 존재하지 않음.

-세 가지 형태를 기억.

-첫째 형태. 디바인크로스.

-둘째 형태. 죽창

-셋째 형태. 청룡 언월도.

-영원 불괴(절대 부서지지 않음)의 성질을 보유.

-에너지의 전도율이 오리하르콘의 5배를 능가.

-각기 형태마다 고유능력 보유.

직접 이렇게 정보를 확인해본 건 처음이지만 이쯤 되니 아스트레아 그 양반도 어마어마한 걸 내게 넘겨준 꼴이다.

-그것 말고는 무기가 있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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