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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2화 (142/1,559)

# 142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5화

세상에 다섯밖에 없는 골렘인데, 놈들의 저력이나 가치, 방향성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거대 영지를 통째로 팔아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희소성과 제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따진다면?

나라를 팔아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데이비 님!"

"데이비! 이 자식! 살아있었구나!"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바닥에 쓰러진 채 내 등장에 얼굴이 한층 밝아진 견습생들과 다르게 가오르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만 갔다.

"분명 샨드라의 브레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그 점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해. 덕분에......."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말아쥐고 그대로 파고들었다.

"힘 좀 많이 되찾았거든."

"커헉?!"

괜히 여기까지 와서 내가 개고생한 줄 아는가.

[무음 탄지풍]

[백보신격]

터엉!!!

순식간에 공기가 튕기며 날아가는 그를 보며 나는 허공의 아공간 속에서 홍단이를 꺼내고 기류를 마치 맹수 풀어놓듯 풀어헤쳤다.

동시에, 사방에 버려진 무기들이 달그락거리며 서서히 내 의지에 따라 떠오르기 시작했다.

몇백 년 가까이 수련해온 것들인데 고작 반년 만에 감을 잃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 수가 그리 많다곤 할 수 없지만 검이 스스로 허공에 떠오르는 검선의 경지는 검을 다루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본 적이 있는 만큼 주변의 경악은 당연했다.

우웅.......

동시에 내 몸 안에 있던 마나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며 허공에서 강제로 뭉쳐 형태를 고정시킨 기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이 부족하면 만드는 수밖에.

수 자루에서 수십 자루. 수십 자루에서 수백 자루로 불어나기 시작한 수많은 무기가 점점 높이 떠오르며 하늘을 메울 것처럼 가득 차자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피를 울컥 토하던 기사단장 가오르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오늘의 날씨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오니."

"마..말도 안 돼! 이기어검이라니?!"

재주껏 피해 보시든가.

[이기어검식 암술]

[개(改) 기검 만천화우(滿天花雨)]

내 손가락을 따라 하늘을 가득 메우는 것은 작은 암기가 아닌 방대한 마나를 품은 기검들이다.

인내를 버린 암살법도 있는 법이다.

암기 대신 기검과 철제 무기로.

역시, 조용한 암살보단, 화끈하게 다 잡아 조지는 암살이 취향에 제법 맞다.

당연 가오르 뿐만 아니라 흑색 로브인들조차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눈으로 직접 봤으면. 믿으셔야지."

"아...... 안 돼!"

"돼!"

그그극.......

내 손짓을 따라 하늘에 떠오른 검들이 일제히 검 끝을 지상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곧 하나하나가 유성우가 되듯 지상으로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검의 비가 섬광이 되어 쏟아진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철제 무기의 수는 극소수. 그 외 수백 자루의 검들은 전부 기검이었다.

그리고, 그 기검들의 속도는 받아내는 이들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빠르기로 내리꽂혀 들었다.

"끄...... 억......."

"커헉!"

"아...... 안돼! 이렇게 죽을 순?!"

서걱!!

"사람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고 사는 거다."

비명조차 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진 사내의 벗겨진 후드에는 이 상황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대로 어려있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이들.

"우...... 움직이지 마! 동기가 죽...... 커헉!"

"한번 써먹은 걸 그대로 가져다 써먹는 놈이 어디 있나."

인질극이라니.

너, 아까 내가 인질극 벌일 때 있던 놈이구나.

패닉에 빠져 혼비백산하고 도망가는 이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데엔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기검의 낙하와 함께 시작된 건 시뻘건 선혈이 낭자한 학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 * *

"내가 꿈을 꾸나......."

하늘을 가득 메웠다가 낙하하는 수백 자루의 검을 보며 성기사인 펜디르가 자유로워진 제 손으로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기사단을 책임지는 기사단장의 배신도 충분히 경악스러웠다.

누군가가 자극해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던 샨드라가 난입한 것도, 그게 사실은 이 상황을 유도한 기사단장 가오르의 술수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현상에 대해선 더더욱 뭐라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나머지 견습생도 마찬가지였다.

일리나가 기괴한 검은 안개에 휩싸여 참혹한 꼴이 될 때까지만 해도 절망이 가득했다.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했던 데이비는 샨드라의 브레스에 흔적도 없이 소멸했고 제 동기가 눈앞에서 망자화가 되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후의 일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존재감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어야 할 초월체 샨드라는 어디선가 날아든 황금빛의 거창에 꿰뚫려 수백 미터를 구르고 날아가 지면에 처박혀버렸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 마당에 이기어검이라니.

소드마스터가 검을 쓰는 이들에게 도달해야 할 꿈이라면 이기어검은 전설이나 다름없다.

마스터들이 언젠가는 문턱을 밟아보고 싶어 하는 다음의 경지.

마스터 서넛과 싸워도 쉽게 지지 않는다는 기사단장 가오르조차 이기어검을 발현할 순 없지 않았던가.

"저 검은......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하네요......."

상황을 눈치채고 빠르게 다가온 그의 파트너, 루시아 쉘만이 그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주며 중얼거렸다.

"뭐?"

"이전에 유적 최하층에 떨어졌을 때도 그랬어요. 데이비 님이 가지고 있던 검 두 자루가 막 살아있는 것처럼 골렘을 베어 넘기던 모습."

"그게...... 얼마나 황당한 건지는 알아?"

"그, 글쎄요? 저게 엄청난 건가요?"

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루시아인 탓에 상황이 얼마나 놀랍고 황당한지까지는 이해를 못 한 듯 보였다.

"젠장...... 이건 진짜 꿈이야. 루시아! 다른 녀석들 전부 챙겨! 뭐가 되었건 데이비가 왔으면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빠른 펜디르의 판단에 루시아 쉘만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데이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견습생들을 훑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지독한 피 냄새가 사방에 풍긴다.

미동도 하지 않는 흑색 로브인들의 얼굴은 대부분 후드로 가려져 있지만 후드가 벗겨진 이들의 얼굴에는 공통으로 지독한 공포와 경악이 어려있었다.

"이기어검...... 도대체 네 녀석 정체가......."

"견습생이잖아. 그걸 몰라?"

"개소리 집어 치워라!!"

세상에 어떤 20세 미만의 젊은 소년이 인간이 평생을 검에 매달려도 꿈도 못 꾼다는 경지를 이룩해낸단 말인가.

"숨이 막힐 지경이군."

좀 전 한방이 치명상이었는지 피를 울컥울컥 토하며 뒤로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내 손가락이 까딱였다.

슈슈숙! 콰앙!!

동시에 내게 남은 몇 자루 안 되는 기검 중 일부가 날아들어 그의 퇴로를 막아 세우고 거대한 폭음을 일으켰다.

"좀 전에도 말했지."

"......."

"일을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네놈을 기사단에 받아들인 게 실수였다."

그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반대로 생각했어야지. 저런 반푼이 초월체 말고 차라리 내게 잘 보여서 판도라 영역을 뚫어버리는 게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

침묵이 흘렀지만 그의 표정에 담긴 긍정의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 상황이 되니 차라리 그게 훨씬 더 안정적이고 명분상으로도 좋았으리라.

예를 들어서.

데 부장님 오셨습니까요. 헤헤.

허허, 가 대리! 여기 있었구만.

아이고, 데 부장님이 계신 곳은 제가 재깍재깍 가야 합지요.

하하하하! 정말 가 대리는 정말 동생 같아서 정말 마음에 들어.

헤헤, 그럼 이번에 판도라 영역 개척에 관해서.......

아, 걱정 말게! 가 대리의 부탁을 내가 왜 무시하겠나!

.......

정말 그렇다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내 힘에 대해 그가 알았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걸 일부러 나서서, 나는 강하니 나를 이용하시오 하고 말할 생각 따윈 없었다.

B와 D 사이엔 C.

태어남(Born)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 따라붙는다고 했던가.

그는 결국 이런 선택을 했고, 그 책임을 지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내린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일 테고.

후회는 언제 해도 늦은 법이다.

"뭐. 이제 와서 이런 말싸움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유일하게 살아있는 가오르를 보며 나는 홍단이를 가볍게 휘둘러 공기를 한번 베어냈다.

"방금...... 샨드라를 날려버린 것도 네놈의 힘인가?"

"좀 더 참신한 유언 없어?"

"뭐라?"

푸확!!

뭔가 대화를 유도해보려는 듯한 모습에 가차 없이 검을 그어버리자 그의 눈이 부릅떠지며 그대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다.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그의 얼굴엔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죽이려고 완전히 결정을 내렸으면 죽여야지 이 대화 저 대화 할 게 무에 있나.

-그에겐 그의 사정이 있었겠지,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내렸지만. 그것을 알았다면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과격하게 판단하는 멍청이는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거다."

인간의 실수는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아주 극도로 낮은 확률로 샨드라가 정말로 제압되었다면. 또 내가 없었다면, 어쩌면 정말로 이번 일은 기사단이 판도라 영역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가 샨드라를 이용해 판도라 영역을 장악하려 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사연 없는 무덤은 없어. 페르세르크."

-본녀의 무덤처럼? 꺄르륵.

그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저질렀건 그걸 이해해줄 생각은 없다.

고요해진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나머지 몇 자루의 기검을 모두 무로 되돌린 뒤 한곳에 뭉쳐 할 말을 잃고 있는 견습생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사이에는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일리나가 창백하고 참혹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흑...... 흑......."

"살아있었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몇몇은 나를 향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마워 데이비...... 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몇몇은 순수하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저하...... 저하...... 좀 일어나보셔요. 네?"

일리나가 상당히 껄그러워하던 알리사 페트릭이 죽은 듯 누워있는 일리나를 흔들며 깨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하? 죽은 거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제발 좀......."

사박사박.......

말없이 견습생들을 지나쳐 쓰러져 있는 일리나를 바라보던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흑마법?"

"흐끅...... 흑마법사...... 흑마법사예요! 사악한 흑마법사가 저하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사라졌다구요! 살아는 있는데...... 어째서......."

"잠시 비켜봐요."

담담하게 말하며 녀석의 목에 검지와 중지를 가져다 대자 아주 미약하면서 기괴한 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반은 시체, 반은 생자.

그래도 정순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탓인지 어떻게든 몸이 버텨내고 있다.

이런 식의 마법을 딱 한 개 알고는 있다.

악질적인 흑마법 다크 나이트.

죽은 자를 기사로 만드는 데스나이트와 다르게 산자의 이지를 빼앗고 육체를 부패시켜 만드는 흑마법이다.

"산채로 사람을 다크 나이트로 만들려고 했던 건가."

신성력의 집약체나 다름없는 칼디라스가 있었을 텐데?

"아...... 안 돼...... 죽으면 안 돼! 저는 저하를 지킬 임무가 있단 말이에요!"

"일리나! 제발 정신차려!"

당장 내가 손을 쓰지 않자 비명을 지르며 일리나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쓰는 녀석들이지만 이미 진행된 것을 어찌할까.

그런 소란 속에서 나는 가볍게 허공을 향해 손뼉을 쳤다.

짜악!

"비켜봐."

그리고는 녀석들을 물리고 일리나의 이마 위에 검지와 중지를 붙여 올려놓았다.

이윽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 뜨기가 무섭게 내 전신으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 아직은 안 늦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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