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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3화 (143/1,559)

# 14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6화

"헉?!"

"흑마법!"

좀 전 일리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흑마법 특유의 사령마나가 내 몸에서도 흘러나오자 몇몇은 기겁한 듯 물러났다.

그들의 얼굴엔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흑마법이 거의 사장된 이 세계이지만 그래도 흑마법에 대한 이미지는 남아있다.

다만, 그런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면 나는 그렇게밖에 말해줄 수 없다.

"힘을 무서워하지 말고, 힘을 쓰는 인간을 경계해.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거다."

명심해라. 신성력을 쓴다고 마냥 다 착한 놈만 있는 게 아니다.

명심해라. 끔찍하다 알려진 흑마법으로 수억의 사람을 살리고 희생한 주제에 이름도 남겨지지 못했던 데스로드 또한 존재했다.

정작 견습생들이 놀란 이유는 성흔을 가진 내가 사령마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끌어다 썼기 때문이지만.

내 몸의 특이성에 대해 언제 설명하고 이해시키겠는가.

그저, 믿어라. 라고 해줄 수 밖에 없다.

우웅...... 뚜드드득!

무언가가 뜯겨나오는 소리와 함께 일리나의 몸이 크게 한번 들썩인다.

"아직 나한테 갚아야 할 빚도 있으신 분이 도망가긴 어딜 도망가. 네 목숨값이 얼만지는 알고 이러냐?"

동시에 그녀의 몸 안에 스며들어있던 검은 기류들이 강제로 뜯겨 나오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계속될수록 일리나의 몸이 마구잡이로 경련하며 들썩였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검은 기류들을 내 사령 마나를 이용해 뜯어내 버렸다.

그녀가 정신을 잃고 있는게 다행인 상황이라는건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면...

-아마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겠지.

생살이 뜯기는 고통을 그대로 느낄테니 차라리 기절해있는게 다행이다.

흑마법과 사령 마법은 대체로 극한까지 이뤄낸 바가 없잖아 있지만 내 전문은 마법을 거는 것보다 대처하는 데에 오히려 특화되어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윽고, 창백해 보이던 그녀의 육체가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하자 주변 견습생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안도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업이 쉬운가 하면 사실상 그건 아니었다.

모르는 인간들이 여기에 무작정 신성력을 불어넣어서 치료하려 시도했고, 그들 모두.

'어서 와, 생체폭탄은 처음이지?'

가 되어 모조리 터져 죽었다고 하더라.

신성력과 사령 마나는 엄연히 상극의 힘이니까.

서로 어느 쪽이 우세하다 할 수 없다.

"됐다. 데리고 돌아가."

"네?"

"무슨......."

아직 참혹한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그런 내 모습에 다른 견습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 치료가......."

"조금 쉬어주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올거야. 자연치유력을 올려놨으니 금방 돌아올거다."

"데, 데이비 너는......."

"나는 아직 정리가 안 된 게 있어서."

분신체라 해도 몸의 일부에서 떨어져 나온 실체.

그래도 한때는 스승이라 불리던 양반의 환수였던만큼 내가 직접 정리해주는게 예의렸다.

-크아아아앙!!

때마침 롱기누스의 제압력이 다했는지 거대한 광창이 사라지며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찢겨 나갔던 녀석의 팔은 검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지만 광창에서 해방되기가 무섭게 다시금 서서히 재생하기 시작한다.

-저건 거의 재생이 아니라 재구성 수준인데?

그 말도 못할 회복력에 기가 차는지 페르세르크가 중얼거렸다.

"샨드라 미네아는 예전에도 재생력 하나만큼은 환수 중에서 최강이었으니까."

괜히 좀비드래곤이라 불린 게 아니다.

황색 눈동자에 격한 분노를 담은 채 광기를 내비치는 녀석을 보며 내가 손가락을 가볍게 꺾었다.

뚜둑 소리와 함께 뻐근하던 육체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자 망설임 없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쌔애애앵!! 터엉!!

동시에 힘을 다하고 떨어졌던 신창 롱기누스가 빠르게 내 손에 안착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 샨드라. 1호'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본체는 어디 가고 어찌해 분신체만 남아 이런 꼴이 된 건지 묻고 싶었다.

또 본체는 멀쩡한건지도 궁금해진다.

환수의 왕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험한 존재들.

그런 만큼 녀석과의 재회 아닌 재회는 솔직히 조금 복잡한 마음이었다.

-진짜 샨드라 미네아는 그대를 모른다는 게지.

회랑에서 셰인 스크리프트가 소환하던 환수왕들은 그의 혼에 각인되어있던 환수들의 힘을 고스란히 복사한 것뿐이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진짜 샨드라 미네아는 나와는 면식이 없다.

그럼에도 남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세 번째 형태].

[청룡 언월도]

서서히 일그러지며 거대한 언월도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하는 신창 롱기누스의 창끝을 비스듬히 내려 바닥에 꽂아넣었다.

그리고는 왼발을 강하게 굴러 발을 지탱했다.

미묘한 분위기가 주변에 감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상황을 판단한 펜디르가 눈을 부릅뜨더니 쓰러진 일리나를 둘러업고 빠르게 달렸다.

"미친! 뭔진 모르겠다만, 휘말리기 싫으면 달려!!"

내가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른다 해도, 본능적인 경고는 가끔 주인을 살리기도 한다.

한번 시험에 떨어진 경험이 있을 만큼 다른 견습생들보다 실전 경험이 많은 펜디르다운 선택이었다.

"뭐...... 뭣?!"

미친 듯이 내달리는 펜디르의 모습에 다른 이들도 눈을 크게 뜨고는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멀어져. 힘 조절이 안 돼서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남은 마나 대부분과 사령 마나를 뒤섞어 폭발적인 반발력을 만들어낸 뒤 그대로 롱기누스에 흘려보내자 검푸른 빛깔이 음산하게 창 날에 스며들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포효를 터뜨린 뒤 나를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초저온의 냉기 브레스를 머금기 시작한 놈은 곧 다시 광기에 휩쌓인 것처럼 극 저온의 브레스를 방출해냈다.

공기마저 얼어붙으며 날아드는 그 파괴적인 광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강하게 지지하고 있던 왼발을 마치 압박하듯 짓눌렀다.

분명, 환골탈태 이전엔 저거 한방에 내 몸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야 죽어줄 이유가 없으니 고스란히 맞아줄 이유도 없다.

그극.......

단단하게 박혀있던 언월도의 창끝이 바닥을 박살 내듯 튀어나오며 번뜩였다.

거대한 무기는 그만큼 리치가 길다.

리치가 큰 무기는 그만큼 범위가 넓어진다.

그리고, 내가 가진 공격 능력중 냉병기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 범위 공격기는 엄연히 창술에 있다.

[흑청 합일기공.]

[아스트레아 식(式) 행성 초월창]

[맨틀 깎기.]

콰득!!

소리는 짧았고.

크기는 거대했다.

빌어먹을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창 같으니.

56. 사후 정리.

[잘 들어라! 팔라디아 창술을 익힌 용맹한 사나이들은 창을 들고 돌격할 때 이렇게 외친다! 내 혼은 팔라디아의 품에!!]

전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호쾌한 성격답게 그는 능력도 좋은 편이라 그의 창술은 화끈한 파괴력 하나만큼은 검신 하레스와 비견될 정도이긴 하다.

마치 지면에 거대한 발톱이 상흔을 남기듯.

거대하고 날카로운 무형의 발톱이 낮게 펼쳐지며 설원이 된 숲 일부를 뒤집어엎으며 샨드라 미네아를 덮친다.

그 여파는 간단하지 않았고 마치 지면을 계단식 농업지마냥 경계를 나누며 깎아버렸다.

비록 본체는 그랜드마스터 급에 달하는 녀석이지만, 분신체는 본체의 특성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을 뿐 본체와 비교하면 한없이 약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마냥 약한게 아닌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생명체가 가진 종의 한계를 넘어서는 재생력을 가진 놈이라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한한 재생력도 그 근원이 파괴되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샨드라 미네아의 재생력의 근원은 다름 아닌 놈의 심장.

그 심장이 무사하다면, 놈은 끝없이 재생한다.

물론, 재생력이 끝내주는 놈이라도 몸이 무한정으로 단단할 순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파괴적인 강기가 놈의 심장 부분의 비늘을 찢어 갈기고 질긴 살점까지 완전히 헤집어 놓은 후 사라졌다.

녀석을 처리할 다신 없을 기회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았다.

파앙!!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나는 손가락을 꺾어 마치 새의 발톱처럼 세운 뒤 그대로 놈의 심장에 팔을 찔러 넣고 익숙하게.

그리고 아주 경건하게.

진실성을 담아 현실을 호소하고 기도를 올린다.

"어린양, 매우 급함. 끝내주는 은총, 높게 평가."

우웅!!

[8 위계 광휘 성마법]

[신의 지팡이(Rod of God).]

본래라면 재생에 가장 상극 속성인 8 서클 화염 마법을 꽂아버렸겠지만. 심각하게 변질한 놈에겐 신성력이 가장 상극이렷다.

몸이 오염되어 있으시다고요?

다시 없을 기회, 신이 내린 지팡이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어디, 최고위 정화 뽕 맛 좀 봐라.

화아아악!!!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섬광이 번뜩이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 손으로부터 하늘 위로 쏘아져 올라간다.

동시에 거대한 힘의 기류에 휩쓸린 구름이 일제히 증발하듯 원형으로 찢겨 나갔다.

-크아아앙!!!

분신체라 해도 본래 샨드라 미네아의 힘을 생각하면 엄연한 재앙의 한 축이니까.

차라리 더 커지기 전에 여기서 막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으리라.

놈이 본체가 아니라는 게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다.

"후우......."

거대한 빛과 함께 한없이 휘날리던 적당히 짧은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던 지축이 서서히 침묵했다.

그리고, 심장을 완전히 정화 당한 녀석의 몸이 흩어지며 마치 거대한 먼지 바람처럼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우웩......."

동시에 그대로 롱기누스를 놓친 나는 무릎을 꿇고 속에 든 것을 그대로 게워냈다.

그러자 위액과 피, 그리고 걸쭉한 액체 속에 담긴 육편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이고...... 아까운 내 위장......."

-.......

과한 힘은 안 쓰느니만 못하다.

힘을 찾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있는 힘을 죄다 끌어다 쓰는 건지.

당연히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대량의 힘들이 자리를 찾기까진 무리를 자제하는 게 옳건만.

-가만히 있어.

한숨을 포옥 내쉬며 내게 다가와 마기를 불어넣는 페르세르크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생각만큼 전부 찾진 못한 게야?

'반 정도는 성공이야.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었어.'

본래 예상했던 힘의 일부라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현재로썬 상당한 이점을 챙긴 꼴이다.

뭐가 되었건 무식하고 위험한 도전을 하고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는 게 옳으리라.

삐릭!

반사적으로 활성화한 상태창은 큰 변화는 없지만 몇몇 항목이 추가 된게 보였다.

우선 칭호가 하나 달라붙었다.

[저돌적인 실험 광.]

그리 좋은 칭호가 아니기에 무시하고 특이사항 쪽을 바라보자 몇줄이 눈에 띠게 늘어나있는게 보였다.

[강제 육체 재구성으로 인한 불균형.]

[불안정한 육체 진화 성공.]

[대량의 마나가 순환.]

[지속적으로 생명력 소진(엘릭서로 인한 반영구 중화.)]

[환수의 힘을 한번 받아들이고 이용한 자.]

[예약된 선행(2/10)]

"...."

잘 압니다. 알아요.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한 건지.

'아, 이게 연구하는 이들의 고질병인데.'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게 다시금 실감이 난다.

자칫 잔불로 부활하자마자 다시 육체가 붕괴해 사라질 뻔했다.

내 마법 스승이었던 오딘도 그러했지만, 나는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 물리법칙이건 비(非) 물리법칙이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냐에 따라 모두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오딘이 그런 마인드에 근거하여 만들어낸 이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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