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17화
임의로 인간을 진화시키는 방법.
이론 명으로 따지자면 끝도 없이 길어지기에 간단히 표기하자면 강제 환골탈태 이론이 된다.
마나나 다른 힘의 영향과 인간 정신의 성장이 시너지를 품고 만들어지는 자가 진화가 아닌, 인간이 선택하고 인간이 의도한 진화.
결과적으로 그녀의 이론은 반은 맞고 반은 실패했다.
정신적인 성장이 가지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의 격류.
그리고 인간이 한계치까지 가지게 된 마나의 흐름이 서로 뒤섞이며 내부에서 육체를 정교하게 붕괴한다.
여기서 일반 환골탈태와 임의적인 환골탈태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며 육체만을 부수고 재구성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이번 경우는 안전장치가 없이 닥치는 대로 부숴버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니 육체를 재구성하고 목숨을 보전할 장치를 해두지 않는다면, 신종 자살방법으론 이만한 것도 없다는 소리였다.
또한, 대량의 힘의 격류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막대한 힘이 순환하는 샨드라의 살점이었고, 놈이 쏘아낸 힘의 소용돌이인 브레스였으며, 여분의 생명인 잔불이었다.
귀한 물건이지만 이렇게 큰 효능을 봤다면 잃는다고 해서 크게 아쉬워할 수만은 없다.
조금 걸리는 점이라면.
어디에도 적응하는 환수의 왕, 샨드라 미네아 분신체의 기운이 몸 안에 남아 이물질처럼 자리를 잡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육체 재구성 당시 몸에 남아있던 힘까지 딸려서 몸에 안착한 모양인데.
떼어내긴 곤란하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찝찝하고.
거대한 디스펠 마법과도 같은 대 정화 마법이 발현된 덕분일까.
거슬리던 결계의 영향이 눈에 띄게 약해지며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본녀의 아버지는 정말 터무니없는 녀석을 가르친 게지.
네 아버지, 영웅 서열 싸움 도중에 꼭지 돌아서 바다를 갈라버리더라.
* * *
"초월체의 흔적입니다!"
빠르게 시험의 숲으로 진입하던 보리스를 포함한 리인포스 알파의 기사단원들.
그들은 이 시험의 숲 안에서 벌어진 지독한 계획을 뒤늦게 눈치채고 격하게 분노했다.
5명의 기사단장 중 하나인 가오르의 배신도 배신이지만 그와 결탁한 듯 보이는 다른 외부의 존재도 쉬이 용서할 순 없었다.
현재 시험의 숲은 마치 두꺼운 천막으로 덮어놓은 것처럼 기이한 힘이 뒤덮고 있어서 진입도 연락조차도 쉽지가 않다.
그 탓에 운이 좋아 처음 연락에 성공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보리스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아주 잠깐이지만 숲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진동과 함께,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강대한 힘이 담긴 빛의 기둥이 하늘을 관통.
구름마저 찢어버리고는 사라졌다.
이후 결계가 완전히 박살 나듯 무너져 내렸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보리스와 기사단이 아니었다.
"1번대와 7번대는 빠르게 외곽을 탐색! 2번대는 견습생들을 찾아 보호하라! 그리고 나머지 기사단은 전부 나를 따라 샨드라를 저지한다!"
이길 수 있을까 묻는다면 불가능하다 말하고 싶은 심정들이었다.
노련한 소드마스터 급 기사단원 4명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했다.
그런 마당에 현재 샨드라를 막으러 가는 이들의 수준은 소드마스터가 고작 둘. 나머지는 전부 익스퍼트 상급 정도가 한계였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해도, 수가 많아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야 했다.
그들이 지켜야 할 땅이기도 했거니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견습생들이 있으니까.
데이비라는 특이한 견습생이 마스터 급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넋 놓고 기다릴 만큼 뻔뻔한 이들이 아니었다.
"전원! 긴장하고 돌입한다!"
여기저기 샨드라가 날뛰며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따라가며 보리스가 긴장 어린 얼굴로 소리쳤다.
능선만 넘으면 곧바로 거대한 샨드라가 있을 것이다.
견습생들은 살아있을까. 아니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
데이비라는 존재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십 명의 적과 기사단장 가오르, 그리고 샨드라를 상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보리스 조장님! 아이들입니다! 큰 부상은 없지만 쓰러져 있습니다!"
다급한 외침에 보리스는 눈을 부릅뜨고 속도를 올렸다.
자신을 포함한 현재 기사단원들은 샨드라를 제압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보호대상인 견습생들이 있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전원!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한다! 골든! 실브! 샨드라를 찾아! 놈의 움직임을 보고해!"
"예!"
금발의 사내와 은발의 사내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보며 그는 곧 선발대의 안내를 받아 곧바로 아이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뭐야."
굳어버린 얼굴로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참상에 입을 쩍 벌렸다.
선발대의 말대로 아이들이 쓰러져 있긴 했다.
마치 도망치는 듯한 자세 그대로 쓰러진 녀석들은 어떤 거대한 여파에 휘말려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여파를 만들어낸 건 보리스의 예상 속의 적이었던 샨드라가 아니었다.
녀석이었다면 놈의 거체가 분명히 보였어야 했다.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지 않는 거대한 참상은 그야말로 거대한 무언가의 흔적이었다.
발의 크기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짐승이 지면을 할퀴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
울창하고 새하얀 눈이 가득 쌓여있던 숲은 마치 거대한 존재가 제 존재감을 드러낸 것처럼 완전히 파헤쳐져 있었다.
견습생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확인해야 했지만, 앞에 있는 참상에서 쉬이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게 대체......."
그런 감정은 그뿐만은 아니었는지, 곁에서도 굳어버린 기사단원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멍하니 선 채 이 괴기스러운 참상을 만들어낸 이가 도대체 누구일까 생각하던 찰나.
보리스는 문득 예리한 시야 너머로 저 멀리 거대한 크레이터 중앙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시 그가 이 사태의 원흉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묻고 싶지만 본능은 분명히 그게 사실이라 부르짖었다.
검은빛의 거대한 먼지 사이로 말없이 서 있던 이는 다름 아닌 소년이었다.
소년은, 마치 누군가의 넋을 위로하듯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에 들고 있는 긴 창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데이비......."
그리고, 그는 곧 그 소년의 정체를 깨달은 듯 굳은 얼굴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크레이터의 중앙에 선 채 한쪽 어깨를 잡고 고개를 이리저리 꺾고 있는 데이비는 굉장히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지잉...... 보리스 조장! 응답하게! 상황보고를!
결계가 깨지며 가동하기 시작한 통신용 수정구로 기사단장 중 한 명의 목소리가 급히 들려온다.
그런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보리스는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1조장...... 보리스 텔만, 상...... 황 종결...... 을 보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샨드라는! 배신자 가오르는 어찌 되었나!
"그게......."
초월체, 마물의 왕 샨드라도, 가오르의 모습도 보이지 않지만 이만한 현장에 놈이 있었다면 결과는 어쩌면 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이미 끝난 것 같은데요......."
그의 보고에 당황한 다른 이의 목소리가 수정구 너머에서 들려왔다.
-뭐? 그게 말이 되나?! 샨드라가 어떤 놈인디! 게다가 가오르가 어데 보통 강자든가! 제대로 확인한 거 맞는 겨?!
"아니 그러니까......."
직접 보시라니까요.
초월체고 배신자고 나발이고, 지금 눈앞에 있는 게 더 믿기 힘드니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황당한 장면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그렇게 어려운 보리스였다.
* * *
폭탄이 터졌다면 터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리스를 포함해 현장을 한번 바라본 이들이라면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데이비, 그 자식 정체가 뭐야!?"
노련한 견습 단원도, 눈앞에서 그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본 견습생들조차도 이 의문에 이견은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마나를 다루고 이제 강화가 시작되는 익스퍼트는 불가능하다고 친다.
그렇다면 소드마스터는?
같은 의미로 6 서클 마법사의 경우는?
마스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에 그들은 한마디로 말을 맞출 것이다.
불가능하다.
그만큼 데이비가 벌여놓은 참상의 여파가 거대했다.
하물며, 그게 인생의 절반을 혼수상태에 빠져 보냈다고 하는 약소국의 왕자라면 말이다.
나름대로 그에 대해 조사해본바, 알아낸 것이라곤 그가 약소국의 왕자이며 오랜 시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 그리고 성흔을 내려받았다는 점과 의학지식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이 외에 오르뎀 영지에서의 그의 행보가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정확히 알아낼 만한 것은 없었다.
성흔은 신성력 사용의 숙련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신의 흔적이기에 성흔이 있다고 마냥 이런 무식한 힘을 발현한다는 건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데이비가 그들의 상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여파를 직접 확인한 이들로썬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스케일이 커도 너무 큰 게 현 상황이다.
"데이비 견습생...... 이건 폭탄인지, 신의 선물인지......."
"좋게 생각하시지요. 데이비 견습생이 그리 정의로운 성격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저희에게 호의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굳이 그를 적대할 이유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데이비 견습생이 없었으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지요."
"맞다 아이요, 솔찌 말해가꼬, 지금 데이비 그 놈아가 문제가, 내 쪽은 뒤처리 일로 아들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인디."
"하지만 정확한 상황은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의에 참석한 3명의 기사단장과 상급 단원들의 회의가 빠르게 오갔다.
결론적으로 배신자 가오르는 죽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던 폭주하는 초월체, 샨드라는 처리가 되었다.
누구에게?
다른 이도 아니고 이제 정식 시험을 치르기로 되어있는 견습딱지를 단 소년에게 말이다.
애초에 데이비라는 정체불명의 신입 견습생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유적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입이 기본적으로 무거운 시오 하울과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엉뚱한 성격인 루시아가 말을 아낀 것도 있지만 전체적인 면을 본다면 그가 마스터 급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분명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의 한계치가 어디인지 새삼 궁금해질 지경인 이번 사태는 그의 정체가 마냥 궁금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힘의 위력은 고서에 나오는 검신의 위력과 비슷해요 혹시......그는 일리나 견습생과 다르게 완성된 검신의 후계가 아닐까요?"
"검신의 후계? 하하하하하하! 그냥 그놈아가 드래곤이라고 하제 그냥? 껄껄껄!"
"하하하하! 그러네요! 이 가정은 좀 무리였습니다."
"그렇제?"
제자 맞다.
물론, 회의 중인 기사단장과 상급 기사들은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
"그보다 배신한 기사단장 가오르가 손을 잡은 조직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하는 게 급하지 않겠습니까."
"리인포스 알파를 알고 그에 대해 대처를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뻔하제."
"다른 라스트 위스프......."
라스트 위스프의 조직은 이 대륙에 여럿 퍼져 있다.
당연히 같은 기사단끼리는 어느 정도 교류가 되는 만큼 예상되는 조직은 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