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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7화 (147/1,559)

# 14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20화

"커헉......."

"끅......."

내 발아래 쓰러진 채 제압당해있는 두 명의 사내들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왕자 저하! 생존자들을 찾았습니다."

"30여 명입니다!"

"전부 신전으로 이송시켜서 상급 정화마법을 받게 해. 대금은 이쪽에서 전부 부담한다. "

"알겠습니다! 뭣들 하나! 어서 움직여!"

그들은 딱히 귀족파도, 왕당파도 아닌 중립의 처지에 있기에 이 상황에 명백하게 분노하는 듯 보였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납치해 괴물의 제물로 쓴다.

암흑가에선 사실상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렇게 겁도 없이 대규모로 일을 치는 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끄륵...... 끅...... 페...... 페이스 님이 널 죽이실 거다."

이곳에서 발견한 건 고작 하급 뱀파이어 둘이 전부.

아무래도 고위급 뱀파이어는 수가 적거나 자리를 비운 게 틀림없어 보였다.

모포에 둘러싸여 기사들에게 안긴 채 실려 나가는 소녀부터 여성까지의 다양한 피해자들을 보며 내가 혀를 찼다.

순식간에 제압이 끝난 후. 완전히 불타 사라지는 폐창고의 모습에 나는 기사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해 무릎이 꿇려진 뱀파이어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놈들도 금제가 걸려있을 테니 부러 물어본들 의미는 없다.

치직.

[데이비 님, 륀느 상황 종료보고.]

"피해는?"

[륀느, 우수한 전투 병기. 피해 전무하다고 보고. 아울러 인간 여성체 다수를 확보, 교단으로 옮겨.]

"수고했어. 마지막 창고도 방금 털어먹었으니까 곧바로 철수해."

[륀느, 납득.]

단거리용 통신 수정구의 전원을 내린 내가 느긋하게 뱀파이어들을 내려다보았다.

놈들은 나를 마치 불구대천 원수라도 보듯 흉악한 인상으로 노려보았다.

겉보기엔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데.

힘을 발휘하면 송곳니가 길어지고 눈이 붉어진다는 점과 인간보다 조금 더 창백해 보이는 피부 때문에 좀 더 기괴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다르지 않아?

'그러네?'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본다.

"빌어먹을 인간 놈! 페이스 님이 널 갈기갈기 찢어발기실 것이다!"

"감히 하등한 인간 따위가!"

끝도 없이 폭언을 쏟아붓는 녀석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래, 포식자의 입장에 있는 너희들이 피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인간을 잡아먹는 건 자연의 순리겠지. 그러니 나는 너희를 용서하마."

마치 천사가 강림하듯, 아주 자애로운 얼굴로 그들에게 말하자 두 뱀파이어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하지만 곧 내 자애로운 미소에 감화되기라도 하듯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킬킬 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서 이걸 풀......."

"하지만 이 녀석이 용서할까?!"

촤악!!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손에 쥐고 있던 홍단이로 두 놈의 목을 날려버리자 단단하던 두 놈의 목이 마치 두부 잘리듯 허공에 튀어 올랐다.

음, 홍단이는 용서 못 한단다.

[홍다니 막! 막! 잘해써?]

아이고 누구 딸인지 이렇게 말도 잘 듣고.

현신화 하진 않았지만 미약한 공명과 함께 홍단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징징 울려왔다.

뱀파이어라고 해도 하급 정도면 신성력이 머금어진 칼로 머리를 따주면 만사오케이인 법인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놀랍다는 듯 나를 보는 기사들을 향해 나는 좀 광기 어린 표정을 지우고 그들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시신은 모두 모아. 그리고 수도의 광장에 효수한다. 전신에 그들의 죄목을 쓰고 발가벗겨서 매달아 놔."

그래야 아주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 미쳐서 날뛰면서 숨어있는 놈들까지 다 튀어나오거든.

뱀파이어는 자존심이 강한 만큼 동족이라도 자신이 하등하다 여기는 존재에게 당하면 분노한다.

어느 종족이든 그렇지만 뱀파이어는 그게 심하니 효과는 아주 직빵일 것이다.

"데이비 님, 소문은 차곡차곡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은거지가......."

"다음 장소 안내해, 오늘 안에 모든 곳을 다 털어낸다."

내 말에 잭의 출현을 보고 놀랐던 기사들이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급히 절도있는 자세를 취하고 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빌어먹을!!!"

와장창!!!

여론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빌어먹을 천것들이 감히 나를!"

이를 부득부득 가는 칼루스는 이미 머리 위에 쓰고 있던 가발이 흘러내린 것도 잊은 채 난동을 부렸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처음부터 위대한 혈통이었다.

재능도, 외모도, 혈통도.

그 어떤 것도 이 나라에선 최고라 자부하며 자라온 것이 바로 그였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말 한마디면 모두 치워졌고 모두가 그를 향해 재능이 넘친다, 너는 차기의 국왕이 될 것이다. 넌 위대하고 고귀한 존재다.

그렇게 암시를 받아온 칼루스에게 이런 대규모 인원의 드러난 적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민중들이 일어나 그를 처형하라 외치는 소리에 귀가 아플정도.

"이봐. 너는 왜 아무 말이 없지?"

씩씩거리며 분노하던 칼루스는 이내 방 한편에 등을 기댄 채 침묵하고 있는 싸늘한 인상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네놈 탓이다. 네놈이 좀 더 일을 비밀리에 진행했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발작적인 외침에 사내는 침묵한 채 눈을 천천히 떴다.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그 시선으로 칼루스를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 데이비라는 애송이는 저희 귀족을 어떻게 하면 화나게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같군요."

당장 잡아 사지를 뜯어놓고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의 피를 모조리 빨아먹어야 직성이 풀릴 거 같습니다.

아주 미약하게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칼루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섬뜩한 살기와 함께 시뻘건 기류가 그의 주변으로 흘러넘치기 시작하자 칼루스가 한발 물러났다.

"네놈......."

"거의 다 되었는데 이렇게 방해를 받는군요. 뭐 좋습니다. 방해되는 벌레는 치우고 시작해도 늦지 않지요. 왕자님은 왕자님이 할 수 있는 걸 하십시오."

"너는 어쩔 생각인 게지?"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벌레를 짓밟아야지요."

장난은 이제 끝내도록 하지요.

스르륵 허공으로 흩어지는 그 모습에 칼루스는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식은땀을 스윽 닦았다.

계약관계이긴 하지만 그에게는 예전 그의 어머니의 곁에 있던 시녀 샤리가 보내던 차가운 시선보다 더욱 싸늘한 무언가가 있었다.

* * *

"이럴 순 없습니다!"

"뱀파이어라니요!! 우리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 온 겝니까?! 공작 각하?!"

귀족들의 항의에 바리에타 공작은 침묵했다.

사태가 언젠가 터질 줄은 알았지만 이건 시작부터 꼬여도 너무 꼬이지 않았는가.

바리에타 공작은 눈뜬장님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칼루스가 정체불명의 누군가를 대동하고 다니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기괴한 존재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제 딸이 데리고 다니던 시녀와 다르게 그는 제가 품은 이상한 기류를 숨기지 않았으니까.

눈치가 빠른 이들은 그 괴리감을 대번에 눈치챌 정도였다.

이후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았고 칼루스의 조력이 되어준다는 말에 그들을 포용했고 받아들였다.

비록 왕국민들을 소수 납치해 피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까짓 왕국민 몇몇이 죽는다고 자신의 길에 문제가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뛰어난 신관이나 마법사조차 알아볼 수 없게 창고를 위장하고 일을 벌이는 것도 좋았다.

그가 가진 압도적인 힘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투자에 불과하다.

결국 왕태자가 칼루스가 아니라 데이비가 된다 해도 그들의 힘을 빌려 내전을 완벽하게 압승으로 밀고 나가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왕당파와 귀족파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넌 꼴이니 말이다.

"다들 진정하십시오."

"진정이요?! 진정하게 생겼습니......."

"이제 와서 겁이라도 드신 겝니까?"

느긋한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좌중이 침묵했다.

"이곳에 있는 분들은 이미 거사에 참석한 분들입니다. 이제 와서 발을 뺀다고 저들이 물러날 것 같습니까?"

"......."

"그렇다면 생각하지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겝니다. 어차피 벌어질 전쟁이었다면, 차라리 이길 수 있는 수단 하나를 숨기고 있어야지요."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좌중이 술렁이다 침묵했다.

"본스 백작."

"예 각하."

"군수물자 보급은 어찌 되었습니까."

"때마침 대량의 무기를 수급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드워프제 신품이더군요. 돈을 긁어모으려는지 마구잡이로 싼 가격에 넘기는 것을 적당히 여러 루트를 통해 사들였습니다."

"호오, 드워프제라...... 어디서 사들인 겁니까."

"하인스 영지입니다. 흐흐, 데이비 왕자는 멍청했지요. 제가 판 무기가 제 목을 조르게 될 겁니다. 실제로 강철 검으로 시험해본 신제품 무기의 내구성과 예리함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더군요. 그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준비를 마칠......."

그의 말에 바리에타 공작이 움찔했다.

"뭐라고요?"

"무기가 뛰어난......."

"그전에."

"아, 하인스 영지에서 사들인 겁니다."

그의 보고에 바리에타 공작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그가 본 데이비 왕자는 이렇게 멍청한 짓을 대놓고 저지를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들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 때문에 성급하게 일을 쳤다고 보기엔.......

이건 마치, 너무 잘 짜인 판 같지 않은가.

마치, 자신들이 봉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 도와준 것 같은.......

'아.......'

함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리에타 공작이 이를 악물었다.

함정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더 물러날 수가 없다.

뱀파이어가 어떻고, 칼루스가 어떤 인간이고가 중요하지 않다.

이번 내전의 싸움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갈리게 될 것이며, 자신의 수완이라면 타국의 압박 또한 무난하게 해 넘길 수 있다.

내전에 관해선 그들이 이 나라에 간섭할 권한이 없으니까.

애초에 자신들의 비리장부를 하필 페일트리스 후작이 가져가지 않았다면, 사사건건 제 존재감을 드러내는 1 왕자가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멀리 돌아왔다.

58. 성문이 단단하면, 성벽을 날려버려라.

바리에타 공작가를 필두로 한 몇몇 상위귀족들의 반란.

내전의 불씨가 붙기 시작하자 왕국의 분위기는 이제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바리에타 공작가를 필두로 한 반란을 일으킨 이들의 군사는 총 3만, 그리고 귀족파에 속한 한 명의 소드마스터와 정체불명의 뱀파이어 다수.

군권의 반을 틀어잡고 있는 그답게 정말 어마어마한 양을 긁어모은 꼴이다.

이 나라의 인구를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라 할 수 있다.

일개 개인이 군대라고 불리는 소드마스터도 만 단위의 적과 정면으로 싸워선 필패할 수밖에 없는 게 현 실정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왕당파에서 긁어모은 전력이라고 해봐야.

군사 1만에 페일트리스 후작이 전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흔을 내려받아 이제 신성 마법을 쓰기 시작한다고 알려진 내가 있는 정도일까.

누가 봐도 싸움의 여파는 왕당파가 불리할 대로 불리한 상황이다.

그나마 1만이라는 숫자도 뱀파이어와 작당하고 왕국민을 가져다 제물로 바친 이들에게 분노한 왕국 청년들이 자원입대함으로써 채워진 숫자였다.

"저하, 준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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