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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9화 (149/1,559)

# 14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6권 22화

"목표는 지휘부와 귀족들이다. 죄 없는 이들을 약탈하거나 항복한 자를 농락하는 행동은 절대 용서치 않겠다. 하지만, 겁도 없이 공격하는 놈들에겐 쓴맛을 보여주도록."

[8 위계 성마법]

[신의 가호]

초광역 범위의 2단계 버프 효율 증폭마법.

효과는 예전에 내가 걸어준 것 그 이상의 증가 폭을 보일 거다.

"철혈 성자님을 따르라!!"

"힘이! 넘쳐난다!"

"확 젊어진 기분이군!"

500명의 병사 전원에게 가해진 초 대량의 버프.

마치 거대한 초인이라도 된 듯 인간의 육체 능력을 넘어선 이들이 전신에 백광의 빛을 흩뿌리며 돌격해오는 것을 본 헤븐은 자신이 꿈을 꾸나 하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이것이 습격이며, 조금 전 절대 뚫린 적이 없는 성벽이 뚫렸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함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병사들이 그를 지나쳐 빠르게 성채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였다.

왕국 군의 반격은 생각보다 신속했고, 정확했으며, 파괴적이었다.

* * *

절대 뚫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놓은 것일까.

5천 정도 되는 병사의 대부분은 힘없이 그대로 강제 징집된 병사들.

게다가 일반 병사가 낼 수 없는 속도와 근력, 그리고 신식 장비로 무장한 병사들의 갑작스런 난입은 성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 누가 되었건 이곳에 쳐들어올 걱정은 없다고 여겼던 베르부스 성의 현 성주이자, 과거 귀족파의 일원.

바리에타 공작의 측근이었던 콜슨 백작은 손이 발이 되도록 내 앞에 엎드려 벌벌 떨며 빌었다.

"콜슨 백작."

"예...... 예! 데이비 왕자 저하!"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바들바들 떨며 대답하는 그 모습에 나는 묵묵하게 말을 이었다.

"불법 노예로 자금을 벌어들인 비리가 수십 건, 공작의 힘을 등에 업고 폭거를 취한 행위가 아주 다양하지."

"예?"

촤악!!!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푸른 기운이 도는 청단이의 검신이 그의 몸을 일부 베어버렸다.

"커헉! 컥......."

"그 누구도 저자를 돕지 마라.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게."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칼같이 도열해 있는 500명의 병사를 바라보았다.

라운 왕국 최대 규모의 거성이자 5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성채가 고작 두 시간 만에 모조리 함락당했다.

5천 명에 달하는 병사 중 80% 정도는 대부분 강제로 징집된 병사들.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고 곧바로 갑옷과 병장기들을 내던진 후 항복해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공성이 끝나버린 것이다.

대규모의 병력도, 신식 공성 장비도 없이.

인간 포탄이 되어 벽면을 날려버린 초유의 괴물이 길잡이가 되는 이상 병사들에게 더 이상 두려움은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고작 평범한 인간이던 자신들의 몸을 마나를 수련한 기사들처럼 강하게 만들어주는 데이비의 신성 마법에 이미 매료될 만큼 매료된 후였다.

목숨을 지켜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 진실이 된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데이비라는 존재는 그저 예전 하인스 영지의 영지민들이 막연하게 따르는 젊은 소년 영주가 아니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사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자님 만세!!!!"

때를 놓치지 않고 십부장 고든이 소리친다.

"만세!!!"

동시에 그와 매번 같이 행동하던 프리먼 또한 양손을 높이 들고 외쳤다.

"만세!!!"

한번 퍼져나가기 시작하니 이런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나간다.

귀가 징징 울릴 정도로 퍼져나가는 그 외침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나는 바닥에 쓰러져 경련하고 있는 콜슨 백작을 흘끗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억울하다는 표정.

지금까지 해 처먹을 거 다 해 처먹고 인간 이하의 짓도 할 만큼 해온 주제에 잘도 그런 표정이다.

"시끄러워 이것들아!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하니 곧바로 다음 성채로 진군한다! 불만들 있나?!"

"없습니다!"

"평생을 따르겠습니다!!"

격한 외침에 내심 만족감이 든 나는 내가 떠나고 영지에 생길 문제점을 최소한으로 줄여놓은 후 그대로 수정구를 빼 들었다.

"페일트리스 후작. 접니다. 진군하세요."

당신과 왕국 군은 지켜만 보면 됩니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나이니 내가 죄 없는 이들은 지키고 벌 받을 놈들은 벌을 주리다.

베르부스 성을 시작으로. 초고속 병력의 진군이 다시 시작되었다.

* * *

"히익! 사...... 살려주십시오, 저하!"

"라토스 백작.

바리에타 공작의 측근.

왕국의 군수물자를 해외로 몰래 팔아 돈을 챙겼으면서 바리에타 공작의 힘을 이용해 그 사실을 은폐하고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을 영지민에게 부담한 자.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커헉!"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거구의 사내가 바닥에 쓰러져 경련한다.

콜슨과 마찬가지였다.

능지처참과는 다르게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아주 천천히 죽어가야 하는 벌을 받은 이들이다.

죽음은 어떤 의미로는 탈출이나 다름없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복잡하게 생각하면 노예로 떨어뜨려야 할 놈들이 한두 놈이 아니다.

"클리토히스 자작."

"죄...... 죄를 인정합니다! 항복하겠습니다! 저하! 포로의 권리를!......."

"x랄 하고 있네."

촤악!!

바리에타 공작의 측근, 극도의 소아성애자로 제 영지에 있는 10살 전후의 소녀들을 동원해 강제 초야권을 발행해놓고도 뻔뻔하게 돌아다닌 자.

죽어버리라지, 개 같은 새끼.

쿠쿨자 백작.

상황이 위급한데 절대 적이 올 리 없다며 방에 늘어져 잠이나 처자다가 잡힌 놈이다.

바리에타 공작의 근 측근으로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사고과에 자리를 잡아 멋대로 직급을 매각한 전례가 있는 자.

하루하고 반나절.

그 짧은 시간 안에 바리에타 공작령을 지키던 성채 몇 곳이 무너져 내렸다.

베르부스 성만큼 완벽한 수성력을 지닌 성들은 아니었다지만 적어도 기습공격을 당한 베르부스 성과 다르게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던 성들이었다.

베르부스 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량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거리가 어마어마할 텐데도 지치지도 않고 나를 따라나서는 병사들의 얼굴은 마치 당장 출발한 병사들처럼 활력이 넘쳤다.

내가 차출한 하인스 병사들의 무식하고도 저돌적인 진격에 당황한 건 귀족파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데이비의 연락을 받았던 그는 처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냉정하게 분석해도 도저히 자신들의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이리될 줄은 알았지만 대놓고 이런 일을 벌인 데이비 왕자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왕국의 충신.

어떻게 해서든 왕국을 지키고 자신이 모시는 국왕을 지켜야 하는 처지였다.

고작 1만의 병사를 데리고 3만의 병사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의 공세를 막고 반격을 해야 하나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왕국에 존재하는 세 번째 소드마스터는 수도를 지키는 입장이니 현재로썬 전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뚫렸으니까 들어오세요.]

이게 웬 말인가.

황당함에 물들어 이놈의 혈기 넘치는 왕자가 혹시 하인스 영지의 500 병력만 데리고 돌진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진실이었고.......

페일트리스 후작은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경악했다.

높이가 30m, 너비가 10m인 거대한 성벽 일부가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터진 것처럼 원 형태로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다.

단면은 지독할 정도로 매끄러웠고,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가장 공성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베르부스 성을 시작으로.

페일트리스 후작은 곧이어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승전 소식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쾅!!!

"이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고작 500여 명의 병사에게 사흘도 채 되지 않아 성채 네다섯 곳이 함락당한단 말이오!!!"

격노한 바리에타 공작의 외침에 갑주를 입고 있던 노인이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가 데이비 왕자의 성흔을 너무 우습게 본 모양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능한 수단은 그것뿐이다.

신의 기적이라 불리는 성흔을 얻었고, 그 성흔이 일반적인 성흔과 다르기에 데이비 왕자가 무언가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

정작 성벽을 날려버린 원인은 성흔이 아니었지만 데이비 왕자가 가진 건 성흔뿐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에겐 당연히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들이 아는 상식선에선 성흔이 있다고 해도 이 같은 속도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성벽을 날려버렸다는 보고는 그렇다고 치자.

과거 현 성국의 교황이 사용했다던 고위 신성 마법의 화력은 고위 마법사들이 떼거리로 모여 사용한 마법 화력을 방불케 했으니까.

하지만 병사들의 이동속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베르부스 성에서 연이어 함락된 성들의 위치는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며칠을 잡아야 이동할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린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병사의 도보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것은 마치.......

대량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만 같은 속도가 아닌가.

쾅!

"크...... 큰일 났습니다. 최후방어선 중 하나인 얄리스 산성마저!"

급히 들어온 한 거구의 귀족의 외침에 귀족파들이 모인 회의장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 들어갔다.

이쯤 되면 누가 공격하는 입장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분명 처음엔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대로 시작부터 엄청난 땅을 장악하고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중앙이 밀리고 있다.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엔쟈 후작......."

"데이비 왕자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긴 하지만 저 또한 소드마스터.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 겁니다. 제가 그를 막는 사이에 왕성으로 진군하십시오. 남은 루트를 이용하면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관건은 자신이 얼마나 버티는가다.

"저도 가겠습니다. 빌어먹을 데이비를 반드시 제 손으로 죽여버릴 겁니다!"

뒤이어 칼루스까지 겁을 상실하고 날뛰자 머리가 지끈 울려왔다.

바리에타 공작은 이런 상황인데도 한쪽에서 말없이 팔짱을 끼고 침묵하고만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 페이스.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느긋하게 다가와 기다리고 있는 그 모양새가 그리 기껍진 않다.

"이보게, 자네. 자네도 거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자네가 원한 일을 도와주다 이 사달이 났네."

바리에타 공작의 싸늘한 말에 침묵하고 있던 페이스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어렸다.

그러더니 천천히 팔짱을 풀고 다가와 바리에타 공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회의장에 모여있던 귀족들이 모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콰악!!

그리고, 순식간에 파고든 페이스의 손이 바리에타 공작의 목을 틀어쥐고는 허공에 들어 올렸다.

"커헉...... 컥!"

"고...... 공작 각하!"

"네 이놈!!"

갑작스런 페이스의 행동에 놀란 귀족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을 써본 적도 없는 자라 해도 무기는 지참하는 게 전쟁이니까.

순식간에 가열되는 분위기 속에서 칼루스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 내려놓지 못할까!!"

그의 외침에 페이스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바리에타 공작을 바라보다 그대로 손을 풀었다.

쿠당탕!!

동시에 바리에타 공작의 노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숨을 헐떡이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나는 당신들의 부하가 아닙니다.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네놈......."

"착각하지 마라, 하등한 인간. 너희는 내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 내게 '제안'을 할 수 있는 건 나와 계약한 저 왕자뿐이지."

그리 말하며 돌아선 그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한 시간 내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다. 그놈은 내가 직접 교육시켜서 얌전하게 만들어놓지."

그리 말하며 나가버린 그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향해 아무런 말을 꺼낼 순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가 내보인 살기는.

소드마스터인 엔쟈 후작마저 두려움에 질려 멈칫하게 할 정도로 섬뜩했기 때문이었다.

말없이 페이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엔쟈 후작은 자신이 공포로 인해 굳었다는 사실이 못내 거슬렸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바리에타 공작을 바라보았다.

"병사 5천을 데리고 데이비 왕자의 목을 치고 오겠습니다. 기다려주시지요."

저 두 사람이 막히고 병사들을 모두 잃게 된다면 다음 순서는 자신들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모인 귀족파들은 자신들의 거사가 고작 며칠 만에 진압될 만큼 허술한 게 아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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