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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5화 (155/1,559)

# 15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7권 4화

소드마스터 벨로스 경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명한 사내였다. 적탑의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율리스의 말에 의하면 그의 젊은 시절 때엔 그의 무용담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할 만큼 동대륙에선 뛰어난 양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보내오는 호의는 나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벨로스를 제외한 다른 기사들조차 어디서 한가락 이름을 날리던 역전의 노장들.

그런 그들이 한꺼번에 호의를 보내오니 사실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점으로 치면 그대를 가르친 영웅들의 호의를 받고 있던 게 더 머쓱하지 않은 게야?

키득거리며 내 양 뺨을 잡아당기는 페르세르크의 질문에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양반들은 뭐라고 해야 하나......."

도저히 한 시대를 풍미한 절대 영웅들 같지 않은 모습이라.......

"그냥 동네 푼수 아저씨나 누나들 같은 느낌이지."

실제 나이야 형 누나 수준이 아니지만.

"이제 왕국이 정리되는 동안 하인스 영지에 집중할 수 있겠네."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때마침 골다 장로를 포함한 드워프 장인들이 영지에 오고부터 계속해서 작업하던 한 가지 큰 공사가 끝을 맺었다.

"이제 겨우 주 거주지 쪽만 해결한 꼴이지만."

-본래대로라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갔을 테지.

이를 말인가.

드워프 특유의 노하우와 기술이 없었다면 시간도 배 이상 들었을 것이고 안정성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럼 이제...... 이걸 써먹을 때가 왔다."

시작은 간단한 것부터.

나는 내 손에 만들어진 손가락 네 마디만 한 사이즈의 마정석을 책상 위로 빙그르르 돌렸다.

린디스 제국에서 받아온 레드문을 이용해 만든 마정석 초기 제품이다.

그 위력이 내가 주웠던 주먹만 한 마정석보다는 약하겠지만.......

이 정도 크기만 해도 대륙에서 아주 극소수로 발견되는 마정석보다는 크다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이 작은 영지는 지금 대륙에서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만한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또 만들어내고 있다는 소리였다.

* * *

영지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선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신변에 대한 안정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의, 식, 주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당연 신변의 안정성은 해결, 개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주].

바로 기본적인 여건의 상승이다.

곳간에 풍족하게 비축된 식량이나 의복과는 다르게 주거 공간이나 삶의 질은

"우선은 영지 시설을 손보고 기본적인 질을 상승시켜야지."

"영지 시설이요?"

"지금 현재 영지 내에 있는 우물이 몇 개지?"

"제 임의로 73개 정도를 추가로 축조했어요. 드워프 분들이 만들어주신 수로 덕분에 물이 자유자재로 돌면서 우물을 설치하기가 한결 쉬워졌으니까요."

역시 영특한 녀석답게 영지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이 세계의 평민들에게 우물은 중요한 물 공급 요소 중 하나이다.

밀집된 지형에서 물을 얻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 말이다.

마시는 물, 씻는 물. 이외에 여러 가지. 게다가 추가적인 위생관리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물은 사고도 자주 생기고 병의 근원 중 하나야. 고생한 건 알겠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실상 조금씩 없애나가야지."

"그럴 수가...... 죄...... 죄송해요. 저하! 제가 어리석어서......."

당장에 몸을 낮추고 사죄해오는 에이미를 일으켜 세웠다.

"당장 그걸 버리겠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넌 잘해준 거다. 자신감을 가져."

이대로만 성장해주면 충분하다.

인재 양성은 누구든 나서서 해야 하는 법. 애초에 어느 영지건 내 계획 같은 방안이 없다면 우물을 이용하는 게 통상이니까.

"골다 장로님. 제가 말한 시설들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이를 말이오 은사, 조금 특이한 방식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마음에 들더이다."

뼛속까지 장인이며 내 자극으로 한 번의 과오를 되새겼던 그들은, 현재 새로운 시도에 굉장히 목이 말라 있다.

그의 말에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이미나 윈리, 그리고 율리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재밌는 걸 보여줄 테니까 같이 가자고."

그동안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던가.

대단위 예산을 아낌없이 들이부어서 만든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거대한 지하수로, 그리고 그 위에 설치 된, 넓은 공간.

그 안에 비치된 수많은 수조와 물탱크, 그리고 사방에 설치된 마법진이 그 존재감을 여지없이 뿌려댔다.

게다가 보통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지하수로의 모습과 다르게 이곳은 아예 지하수로의 입구와는 다르게 지상에서 바로 내려가게 되어있는 곳이었다.

수많은 마나석이 빛을 발하며 내부를 밝히고 있으니 더럽고 축축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 무수한 마법진들은...... 전부 처음 보는 방식이군요."

"본래 티오니스 대륙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형 마법진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언어로 만들어진 사각형 마법진입니다."

개념상으론 원형 마법진보다 한 단계 위의 마법진이다.

마법진의 크기부터 내부의 문양, 문양의 위치 배열까지.

완벽에 가까울 만큼의 오차율이 적어야 발동되는 최상위급 마법진들.

"크흠...... 나야 뭐, 그게 봐도 뭔지를 모르니 그저 그려주는 대로 새겼을 뿐이외다."

"그런 것치고는 거의 오차가 없네요."

"하하! 드워프는 페어리종족을 제외하면 섬세함에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종족 아니겠소!"

그의 말에 나는 만족스레 마법진이 새겨진 바닥과 벽, 그리고 물탱크들을 스윽 훑어보았다.

그때 신기한 듯 마법진을 바라보던 율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한데...... 이것들은 전부 가동이 가능한가요? 마법진의 수만 봐도 500개가 넘으니 이것들을 전부 가동시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신기한 듯 마법진을 손으로 스윽 쓸어내리던 율리스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설치형 마법진 한 개를 운용하는 데엔 마법사가 붙는 게 아니면 마나석 하나가 듭니다. 보통 그 가동기간은 마법진의 효율에 따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도 가지요."

그런 마나석을 고작 몇 개월 사용하는데 수백 개씩 들이붓는다?

제국의 황실에서도 잘 안 할 사치의 극이다.

"마정석을 쓴다고 해도 이 많은 것들을 가동하려면 최소 10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법진이 너무 넓고 많이 퍼져 있어서 문제다.

"거기 것들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반정도는 연동 마법진이거든요. 동력이 필요없는."

"세상에 그런게..."

내 말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미리 준비해둔 대로 거대한 공간의 한쪽 벽면을 건드렸다.

그그그극!!

동시에 커다란 석벽이 열리며 똑같은 사각형의 마법진이 그려진 방이 드러났다.

"여긴......."

"통제실이죠"

"통제실이요?"

"이 마법진 하나가 다른 마법진 전체를 제어하거든요."

그러니까, 마정석은 여기 하나에만 설치해도 된다는 소리다.

"마정석도 무한한 에너지는 아니니 일정 기간을 텀으로 돌려 사용할 겁니다."

그리 말하며 홈이 팬 곳에 마정석 두 개를 올려두고 마나를 끌어올린다.

[시동]

그리고는 미리 활성화 시켜둔 마나를 이용해 마정석의 에너지를 끌어내고는 마법진을 구동시키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론 조금 불안한데......."

통괄 제어 시스템은 여러모로 편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지닌다.

이에 나는 생각해둔 것들을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까짓거 나중에 새로 하나 만들지 뭐."

그리고는 허공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후려쳤다.

쩌적!!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갈라지며 그 안으로 특이하게 생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손을 대기도 전에 아공간에서 내가 찾으려 하던 물건이 내던져지듯 툭 하고 떨어졌다.

마치, 성의없이 뱉어낸 듯한 느낌이다.

* * *

"누가 까칠한 성질머리 아니랄까 봐."

새침한 성질머리를 가진 마나로 만들어지는 아공간답게 마나의 성질이 그대로 배어있는 탓인지 내가 원하는 것을 곧바로 꺼내주면서도 상당히 투덜거린다는 느낌이 든다.

시키지 않아도 꺼내주는 건 좋은데 꼭 이렇게 까칠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

혀를 쯧쯧 차며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본 나는 곧장 중간에 비어있는 공간에다 그것을 끼워 넣었다.

"아...... 아공간?!"

"세상에!"

비명을 지르는 윈리와 율리스, 두 마법사를 무시한 채 나는 아공간에서 흘러나온 작은 돌멩이를 마법진의 중앙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하면 누가 장난질 못 하겠지."

내가 꺼내 든 건 다름 아닌 봉인석이었다.

"설마! 오라버니! 그건 봉인석인가요?!"

"그래."

"와아.....마탑 본지부에서나 볼 수 있는 봉인석을 직접 볼 줄이야.."

봉인석.

마정석이나 마나석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만들어낸 특수한 목적을 지닌 마석.

그 효과는.

마나가 공급되는 한 일정 공간의 특정 봉인 효과.

내가 봉인 한 것은, 마법진의 훼손과 규정 이상의 변질이다.

꽤 상등 품질을 사용해서 만든 물건이니 어지간한 공격에는 티끌만큼의 효과도 내지 못하리라.

"오..오라버니! 봉인석이 많은가요?"

"아니, 이게 전부야."

"아.."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나중에 하나 만들어줄게."

누구 동생의 부탁인데.

"...... 스승님도 장기간 캐스팅해야 사용 가능한 아공간을 그냥 주먹으로 후려쳐서......."

"문제 있습니까?"

"아...... 아뇨......."

떨떠름하게 중얼거린 율리스가 고개를 저어 보인다.

이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차트에 무언가를 기록하던 에이미가 배시시 웃으며 율리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저하께서는 정말 신기한 걸 마구 보여주시니까요. 이제는 사실 뭘 하신다고 하셔도 그냥 믿으면 마음이 편하실 거에요."

"가......, 감사합니다."

떨떠름하게 중얼거린 그의 얼굴에 새겨진 감정은 시기나 질투가 아니었다.

그저 황당함이었다.

"데이비 님......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뭡니까?"

"지금...... 도대체 몇 서클이신 겁니까?"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몸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서클을 바라보았다.

내 몸에 새겨진 마나 서클방식은 1 서클 확립이 가장 난도가 높은 기형적인 서클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올라갈수록 점차 쉬워지는 구조를 가진 탓에 되는 대로 올렸더니 이제야 정확히 확인하는 꼴이다.

"고리는 8개밖에 안 되네요."

"프리아 님 맙소사......."

8개가 밖에라니!

기겁한 얼굴로 그가 중얼거렸다.

대륙에 알려진...... 최고 마법사가 7 서클인데!

신관과 가장 반대되는 개념인 마법사가 신을 찾을 정도라니 얼마나 놀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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