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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91화 (190/1,559)

# 19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8권 15화

차라리 싸워야 한다면 너희들의 땅까지 이 지독한 독기가 퍼지기 전에 전력을 쏟아부어서 반드시 막아라.

살리반이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아직 세간에는 자세하게 공표되진 않았지만 언데드들의 수는 현재 10만을 넘었습니다. 대처가 늦은 탓에 희생자가 너무 많이 늘어났지요."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한 겁니까."

"뭘 해요? 처단부대 단장 갈리오 경. 그대는 우리가 장난으로 병사들을 희생시켜서 저쪽에 군사를 늘려줬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모를 일이지. 어험!"

역시 팔란제국과 사이가 안 좋은 콘타스제국의 인물다운 도발이었다.

다만, 검을 뽑아 들 것처럼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팔란제국의 기사들과 다르게 살리반은 도발 자체에 넘어가지 않았다.

"고대 유적에서 나온 언데드의 수가 무려 5만입니다. 지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군대가 도착하기 전에 희생당한 영지민의 수가 2만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3만은......."

"몬스터......."

"언데드 몬스터라니...... 까다롭기 그지없네요."

안 그래도 까다로운 상위 몬스터가 고통과 공포도 잊은 채 지치지도 않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앞서 현재 언데드 군단이 잠식하고 있는 지역을 포위하듯 일곱 채의 산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곳은 팔란제국의 군단인 화이트 버드에서 필사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그 지휘관으로는 다들 아시겠지요. 제 동생이 최전선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군사가 죽을 때마다 저쪽의 수가 늘어난다면 그렇게 버티고 싸우는 게 옳은 일은 아닐 텐데요."

마탑의 마법사 하나가 조심스레 언급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물리면 언데드 군단의 진군을 어떻게 막을 겁니까?"

"그것은......."

"현재 제 동생 일리나 데 팔란 황녀는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최대한 접근을 틀어막은 식으로 전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저희는 그 전황에 원조를 요청하고 놈들의 뒤통수를 때려 이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켜야 합니다."

살리반의 연설에 여기저기서 긍정의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오합지졸처럼 모두 몰려간다고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해서 역할 군을 나누려 합니다."

살리반의 말에 콘타스제국에서 온 인원들이 손을 들었다.

"우리 자랑스러운 대제의 처단부대가 선두에 서겠소. 놈들의 머리통에 시미터를 쑤셔 박아주지."

"선두의 보조로 청탑과 녹탑, 그리고 적탑은 화력지원을 하겠습니다. 전쟁에는 대규모 화력지원이 필요할 테니까요."

마탑에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이곳에 남으실 다른 성녀후보이신, 리나님을 대신하여 제가 전체적인 보조에 나서겠습니다. 이외에 성기사단분들은 별동대를 꾸려 이 일의 머리를 치게 하겠어요."

성국측에서도 답변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공적을 세워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듯 나서는 모습에 나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사태를 관망했다.

-카트린느 대공은 침묵하고 있군

'또 뭔가 생각하고 있겠지.'

의견을 주고받던 도중이었다.

"데이비님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문득 갑자기 내 곁에 있던 율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물어온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저는 데이비님이 이번 일에 참전하신 게 조금 놀랍습니다만."

"왜 나를 그런 쓰레기로 봅니까? 예?"

"아하하하, 글쎄요."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냐 라는 시선에 절로 혀가 차졌다.

"그렇군요. 데이비님은 병사도 없이 단일로 찾아오셨지요. 성흔을 가지신 분이니 큰 도움이 되실 테지만 여차할 때 데이비님을 지켜드릴 이를 따로이 차출하는 것은......."

살리반의 말에 나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네?"

"최전방으로 배치해주세요. 나는 토벌을 하러 왔지 전쟁 놀이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빨리 치워버리고 식량을 사 들고 가야 한다.

내 말에 모두의 표정에서 얼이 빠져버렸다.

너희들은 대륙의 위기이니 뭐니 하며 호들갑을 떨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고, 가장 효율적인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관심 없다.

나는 그저 그 운 없는 네크로맨서 놈의 머리통을 하루빨리 날려버리는 데에 신경을 쓸 뿐이었다.

전쟁이 일어날 만큼 모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이제 숨길 게 무에 있을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화려하게 데뷔해서 상대가 하인스 영지를 함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좋으리라.

물론, 이런 자리에서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몇몇은 말도 안 되는 소릴 한다며 코웃음을 쳤고 몇몇은 허파에 바람이 차 오만하기 짝이 없다며 소곤거렸다.

그때였다.

"안됩니다. 왕자님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모든 전쟁은 그에 따른 각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역할이 존재합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성녀후보 앨리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자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여성이 나를 똑바로 직시했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다름 아닌, 질투심이었다.

"데이비 왕자님께선 분명 뛰어난 의술 실력과 회복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틀렸나요?"

이년 봐라?

"맞아요."

당당한 내 답변에 그녀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저들도 정보가 있을 텐데 쉽게 믿지 못한 모습이다.

빙빙 돌려 말하던 그녀가 담담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의 토벌은 저희들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후방으로 후송되는 병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다수의 전염병을 처리하는 쪽으로 도와주시는 게 효율적이라 봅니다."

"지금 땅따먹기합니까?"

"언데드는 저희 교단에서 나서서 처리하도록 조약이 맺어져 있습니다. 부디 이 사실을 명심하시길."

네가 성자인 것은 사실이나 성국의 소속은 아니다. 그러니, 기왕 의술 실력을 놀리지 말고, 후방으로 빠져서 병이나 치료해라.

양측 다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돼먹잖은 기 싸움이라는 건 분명했다.

"감당할 자신 있어요?"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이죠?"

"지금 몰려오는 그 네크로맨서, 척 봐도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은데, 감당할 자신있냐고."

내 질문에 그녀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이곳에 모인 분들이 힘을 합친다면 마왕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발언에 주의해주세요. 왕자님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발언은 마치 왕자님이 나서면 그 괴물의 군세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처럼 오만하게 들리니까."

고강한 소드마스터도 수만의 병사 앞에선 빛이 바래는 게 현실이다.

강한 척도 봐가면서 해라.

그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사실이면 어찌할래요."

"웃기는 소리군요. 저는 왕자님과 말장난을 칠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기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버린 내 모습에 율리스는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지었고 카트린느는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반대로 성녀후보 앨리스는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당신의 도움 없이도 토벌은 가능합니다. 잊지 마세요. 여긴 라운왕국이 아니라 팔란 제국입니다. 왕자라고 해서, 강자라고 멋대로 굴지 마세요."

토벌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저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상대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 나오는 오만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정말 상대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적이라면 자살신봉자가 아닌 이상 이런 의견을 낼 순 없을 테니까.

물론, 소문과 정보를 들어 알면서도 쉽게 믿지 못하는 저들의 생각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이에 나는 말없이 이번 토벌의 참모를 맡은 살리반 왕자를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소문대로 데이비 왕자님이 참전하시면 아주 큰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 남은 병사들 또한 소중한 생명이지요.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현명하다 봅니다."

그러니 이곳에 남아 병사들을 치료해주십시오. 싸움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살리반의 말에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와의 전쟁, 방해가 되는 네크로맨서.

다 좋다.

짜증 나게 나를 방해한 이상 놈은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이 거지 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태창을 보던 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일이면 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주 내 상황에 맞춰 거래가 제안되었다.

"나는 빠지겠습니다. 다만, 의원으로서 병자를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뒤에서 치료활동은 해드리지요."

"감사합니다."

"감사요? 후회할 텐데?"

내 말에 살리반이 침묵했다.

"분명히 경고하건대, 나는 그쪽의 사과와 그에 따른 보상이 없는 이상 언데드놈들이 팔란을 집어삼키든 대륙을 집어삼키든 방치할 겁니다."

쿠웅!!

아주 미약하게,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할 죽음의 중압감이 여기까지 미쳐오기 시작했다.

-읏?! 데스 피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 이곳은 거리가 보통이 아닐 텐데?!

지금 상대하는 괴물이 좀 전부터 무슨 힘을 내뿜고 있는지도 감지 못했다면, 이 싸움의 결과는 뻔하다.

* * *

"발리스타!! 발사!"

위엄 넘치는 일리나의 외침과 동시에 수십 발의 굵고 긴 철시가 하늘을 수놓는다.

슈슈슈슉!!

두꺼운 화살의 폭격에 산성을 향해 어기적어기적 모여들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철의 화살을 맞은 몬스터와 망자가 된 인간들은 공격을 방어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철의 화살에 꿰뚫려 허공을 날았다.

한번 한 번에 커다란 폭음이 울려 퍼지며 수많은 언데드들이 찢겨 나갔지만 그래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 건지 언데드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저하!!! 피하셔야 합니다!"

"저하아아아아아! 동쪽 산성문이 뚫리기 직전이옵니다!"

"서문이 뚫렸습니다! 원군! 원군이 필요합니다!"

난장판이 된 산성.

수백, 수천, 수만에 달하는 언데드들이 지치지도 않고 꾸역꾸역 산성의 벽을 타넘고 들어오는 모습에 일리나는 엉성하게 머리를 고정시키고 있던 장식 하나를 거칠게 뜯어내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이를 부득 갈며 소리쳤다.

"각 국가의 지원군은! 온다던 원군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

"현재, 후방의 사령부에 대규모의 병력이 당도했고 이곳으로 출발했습니다만 당도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망할! 내가 선두에 서겠어! 단 한 명도 죽지 말라곤 안 해! 죽을 각오로 싸워! 대신 죽더라도 한 놈당 다섯 놈은 끌고 가!"

"네!"

"죽기 전에 내게 다섯 명 이상은 죽였는지 검사받고 죽으라고 해! 알아들었어?!"

"알겠습니다!"

칼디라스를 휘둘러 빠르게 다가오는 비행형 언데드를 베어버린 일리나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유영하며 바닥에 있던 병사들을 낚아채 던지고 있는 와이번과 그 와이번의 위에 올라탄 거대한 해골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오래전 성국의 사람이었다고 말하듯 성기사단의 사슬갑옷 위로 신성사제의 복장을 한 해골기사.

그 괴물은 전장에 단 한 번도 내려서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장에 나타났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우는 일 없이 그저 전장을 배회하다 사라지기만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불안해......."

열대 지방인 이곳을 극심한 추위로 바꿔버린 기괴한 구름 탓에 저들의 힘은 피부로도 절절히 느껴질 만큼 강했다.

본국에선 그저 오래된 던전에서 튀어나온 조금 위험한 존재 정도로 느끼고 있지만 직접 장시간 전투에 임한 일리나는 알 수 있었다.

언데드들을 지휘하고 있는 괴물이 단순히 그런 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부관!"

그 말에 검을 들고 빠르게 언데드들을 베어버리던 한 남성이 급히 일리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살리반 오라버니께 전해! 무슨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데이비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이 사태의 근원이 소환한 듯한.

그 하수인으로 보이는 괴물이 마스터급 강자라면, 이건 절대 가벼운 사태가 아니다.

상대가 만약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에서 봤던 그 거룡 수준의 괴물이라면. 이런 전쟁은 그저 놈에겐 전쟁 놀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계속해서 데이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신이 뻔뻔하다 여기면서도 그녀는 시시각각 죽어가는 병사들의 목숨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쟁은.

그렇게 참혹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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