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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19화 (218/1,559)

# 21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9권 18화

"웁!! 웁웁!!"

비명을 지르는 입을 틀어막힌 채 울먹울먹하는 에밀리아의 표정은 그야말로 처절함 그 자체였다.

첫 잔에 비명을 내질렀고.

두 번째 잔에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셋째 잔에 비명을 지를 힘도 잃었는지 추욱 늘어졌고.

마지막 네 번째엔 공허한 눈으로 제 입에 들어가는 게 뭔지 인지도 못 하는 모양새였다.

"음식 고문이라는 거, 생각보다 효과가 상당하거든."

트라우마라는 것이 존재한다.

음식을 잘 가리지 않는 사람들은 모를 일이지만, 입맛이 한번 굳어져 있던 이들 중엔 특정 음식이나, 재료에 극도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

에밀리아는 일단은 어릴 때부터 신목의 성녀 후보로 내정되어있던 만큼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일을 겪어보진 못했을 터였다.

게다가 태생이 숲의 종족인 엘프였을 테니 아무리 작은 벌레라도 그것을 재료로 삼아 무언가를 먹진 않았을 터다.

기본적으로 엘프들이 육식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채식을 선호하니까.

웃긴 점은 내가 그녀에게 먹인 것은 유리아가 자랑하는 괴이쩍은 차가 아니라 일반 차라는 점이었다.

애초에 그녀 특유의 기술이 가미된 차는 내가 손댄다고 그 맛을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녹차에 홍차일 뿐인데."

웃긴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륀느, 기억된 정보를 조합한 결과, 이것을 두고 플라시보 효과라고 명시. 데이비님, 매우 사악하다고 판단."

"적에게 이 정도 배려해준 게 어딨다고."

"옳은 말. 하지만, 륀느, 의문."

고개를 갸웃거리며 녀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왔다.

"전대 신목의 성녀, 삼조관 에밀리아. 분명 본인의 입으로 정보를 말하겠다고 호소했으나 데이비님 듣지 않았어."

"그렇지, 들을 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왜 이런 비효율적인 행위?"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말없이 녀석의 머리를 푹푹 눌러 쓰다듬었다.

"내가 먹인 건 단순한 차가 아니야."

그랬다. 내가 에밀리아에게 먹인 것은 단순한 녹차나 홍차였지만.

내용물을 떠나 효과 하나만큼은 단순하지 않았다.

"지금 저 녀석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어?"

"......륀느, 시각 정보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분석. 이것을 륀느가 의문스레 평가."

분명 에밀리아의 매료는 눈물을 통해 극도로 강렬하게 발산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제는 그녀의 눈물을 본 륀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처음이야 녀석도 그녀의 눈물을 보지 못했으니 효과를 받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방울져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면서도 륀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술은 음식이나 보는 것, 듣거나 맡는 것에 새길 수 있어. 잘 기억해 놔."

쉽게 말해서 봉인이었다.

그녀가 가진 매료는 너무 위험하다는 게 결론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힘은 생명체의 종류를 가리지 않을 테고, 그녀를 해칠 수 있는 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 하나.

현재의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쯤 되면 불닭이가 문제없이 저 녀석을 데려온 게 천운이었네.'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매료의 힘을 주술의 힘으로 억눌러버렸다.

"내가 죽으면 녀석의 매료가 다시 힘을 쓰긴 하겠다만."

내가 어디 쉽게 죽어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아직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할 것도 많은데 일찍 죽을 생각 따윈 없었다.

결과적으로 몇 차례 먹인 차에 담아둔 주술이 서로 겹쳐지며 강력한 봉주의 인을 만들어냈고 그녀의 매료를 일시적으로나마 동결하는 데엔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

"맞아. 당분간은 지켜봐야지."

에밀리아는 분명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희생양으로 내세운 대상이긴 하지만. 반대로 그녀의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이그드라실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몸 안에 언제고 폭발할 수 있는 마나폭탄을 심어둔 것일 테고 말이다.

애석하게도 그것조차 내가 봉인해두긴 했지만. 그 사실을 세계수가 알 리는 없으니 그녀가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을 이그드라실이 알아낸다면 퍽 재밌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유리아 뿐만 아니라, 에밀리아까지.

이그드라실이 적에게 빼앗겨서 좋을 것 없는 엘프 두 명이 내 손에 들어온 꼴이었다.

공허한 눈으로 땅을 바라보는 에밀리아의 뺨을 찰싹찰싹 때려보고는 그대로 살짝 꼬집어 반응을 살피던 륀느가 그녀를 포박하던 밧줄을 풀고 부축하듯 들쳐멨다.

륀느도 작은 체구지만, 반대로 에밀리아 또한 크다곤 할 수 없는 만큼 부축 행위 자체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나."

"부르셨습니까."

"이 녀석 데리고 가."

"삼조관......에밀리아......"

"너도 알고 있나?"

내 질문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목에서 추방되기 전엔 저도 그곳에서 살았으니까요. 커다란 수정안에서 잠들어있던 에밀리아님을 본 기억은 있습니다."

"그래? 그럼 네가 좀 보살펴."

"굳이 보살펴야 합니까?"

"뭐?"

"지금처럼 힘을 쓸 수 없을 때 죽이는게......."

"아니. 지금은 보류한다."

내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아이나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나를 훑어보았다.

"그렇게 봐도 칭찬 안 나오니까. 그만 쳐다봐라."

"자의식 과잉이십니다. 당신의 칭찬이나 받자고 제가 이러는게 아니라는 건 아실 테지요."

"데리고 있어."

담담한 내 말에 녀석은 결국 침묵한 채 륀느에게서 에밀리아를 받아 업었다.

"네가 묶고 있는 곳에서 네가 보살펴. 경계심이 극도로 올라간 나나 이 숲의 주민보단 처음 보는 네가 가장 마음이 편할 테니까. 채찍을 쳤으면 당근을 먹여야 뭐가 나오지."

에밀리아가 말한다며 발버둥 치던 건 아마 거짓이 대부분 섞인 거짓 정보들일 것이다.

그런 정보에 놀아나서 정보전에 혼선을 둘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영주성의 일부 외탑에 존재하는 빈방이라면 시선의 문제도 없으리라.

"그리고, 에밀리아에 대한 소문을 조금 퍼뜨려. 녀석이 이 숲에 있다고. 아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이그드라실은......."

반드시 움직일 거다.

그리고, 그때가 그 빌어먹을 썩은 나무와 끝장을 보는 시기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엘프의 숲에 침입자가......"

"넌 내가 여기에 뭘 쳐뒀는지 잊었냐?"

내 말에 아이나가 눈을 크게 떴다.

이곳에 깔아둔 배리어가 어디 누구 집 개 이름이던가.

"어찌하실 겁니까?"

"이제 대세계수용 골렘의 완성을 지켜봐야지. 페르세르크. 가자."

-......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시체인 듯하다.

-죽지 않았어.......

'안 갈 거냐?'

-......혼자 가.

완전히 침몰한 페르세르크와는 다르게 륀느는 눈을 반짝였다.

"륀느, 새로운 후임. 매우 기대 중. 이것을 높게 평가! 데이비님이 륀느의 욕망을 이뤄줄 것이라고 큰 기대! 매우 높게 평가! 매우! 아주 높게 평가!"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뭐가 그리 좋은지 눈을 반짝거리는 륀느 녀석이었다.

* * *

영지에 모인 대규모의 자금은 언 듯 보면 영지의 운용으로 치기엔 굉장한 양의 자금이 소모되고 있다.

따로 장부를 만들지도 않았기에 불투명하기 그지없는 비밀자금이지만.

결과적으로 영지의 발전은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영지민의 복지로 인해 간단한 삶의 질 향상은 적당 선에서 올라가고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

아무리 나를 따르는 영지민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인간인 만큼 시간이 흐르면 얼토당토않은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영지 경영도 결국은 타이밍이다.

내가 전생에 살던 세상과 다르게 이곳 영지는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내가 끝까지 집권을 하게 될 터.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고 결과론 적으로 영지의 주민들의 행복도를 끌어올린다면 나머지 자금의 이동이야 무슨 상관일까.

숲을 떠나 영지로 돌아온 나는 간단한 서류 처리를 마치기가 무섭게 바로 영주성의 지하.

디셉티콘 편대의 격납 공방이 있는 지하 공간으로 향했다.

정령왕 노아스와의 계약 이후 녀석의 힘을 이용해 지하 공간을 보강하고 더욱 넓힌 탓에 그 크기는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넓어진 상황이었다.

"여긴 다른 공방인가요?"

궁금증이 돋은 윈리의 질문에 나는 말없이 커다란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잘그락! 띠잉!

이윽고 나무패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깔끔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굳게 닫혀있던 벽면이 움직이며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벤져 편대 격납 공방 개방합니다.]

그그그그그극!!

굳게 닫힌 석재문이 열리기 시작하며 그 안에서 기묘한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와아...... 여긴 깔끔하고 정교한 느낌이네요."

거대한 기계 공방과는 다르게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공방의 분위기는 아득하고 정교한 느낌이었다.

그곳에는 드워프만 있지 않았다.

드워프 장인과 엘프 연구가들이 모두 모여있었던 것이다.

"오오. 은사!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기다렸다는 듯 짜리몽땅한 다리를 움직여 내게 달려온 골고다 장로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흔들어 보이며 껄껄 웃어 보였다.

"자! 이것이오!!"

커다란 천으로 덮어 싸여진 것을 보여주는 골고다 장로의 행동에 내 뒤에 있던 윈리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라버니! 이건 뭐에요?"

"처음 보지 참? 잘 봐."

천 더미를 받아든 뒤 내가 천을 휙! 걷어냈다.

동시에, 윈리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꺄악!!"

비명이 따라붙는 건 덤이었다.

"파......팔이! 사람 팔이!"

기겁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윈리는 다리까지 풀렸는지 혼란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럴 수밖에.

골고다 장로가 천에 감싸 내게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가느다란 여성의 팔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팔꿈치 위로는 존재하지 않는 절단된 팔 같은.

"오라버니......설마 이곳에서 인체 실험을......꺅!"

기겁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놔준 나는 말없이 팔꿈치 부분을 스윽 훑어본 뒤 그 단면을 윈리에게 보여주었다.

"꺅!"

당연 비명이 다시 따라붙었다.

눈을 감고 시선을 피하던 윈리가 눈을 살짝 뜨며 팔의 단면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움찔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이게......대체 뭐에요?"

그도 그럴 것이 팔의 단면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곤 볼 수 없는 것들이 내부에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교하게 짜여진 금속 뼈대와 마치 고무 같은 무언가가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륀느와 같은 개체! 매우 높게 평가!"

그리고, 윈리보다 상황을 먼저 파악한 륀느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빠르게 다가왔다.

"뤼......륀느?"

"륀느와 같은 개체! 생체 조직을 이용해 인간과 흡사한 피부를 보유!"

상상 이상으로 기분이 좋은지 녀석의 목소리에 활기가 돋았다.

"헌데......은사, 괜찮겠소? 솔직히 외관상으로는 아름다울 수 있소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동력 전달도 엉망이고, 내구성에서도 디셉티콘 편대의 골렘과는 완전히 다르오만."

그의 말대로였다.

단단한 금속과 마나를 머금은 석재를 이용해 만든 디셉티콘 편대는 생긴 것은 우악스럽지만, 내구성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는 수준이니까.

반대로 이번에 새로 만든 편대의 골렘들은 아무리 좋게 봐도 내구성은 찾아볼 수 없는 형태였다.

"륀느의 육체 강도는 현재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오라버니, 소재의 문제가 있다고."

"그랬지. 륀느 만큼의 성능을 끌어내려는 건 아니야."

디셉티콘 편대가 전방에서 밀고 나가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면.

어벤져 편대의 골렘들은 육체파가 아닌 이형의 힘을 다루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로.

원소 마법이나, 주술, 정령술, 사령마나 등등.

단순 단가는 이 녀석들이 더 높지만 말이다.

정확히 이 녀석들을 제조하는 데 쓰인 기술력은 이 대륙에 존재하는 기술력의 오버 테크놀러지였다.

사기적인 고대기술과 타차원에 존재했던 연금술 학문. 마지막으로 압도적으로 정밀한 마나 배열을 투자해 만든 각 마나석까지.

"이 생체 조직은 정령술을 가미한 거야."

이 대신 잇몸이라고.

아직 채울 수 없는 소재의 부재는 정령술이나 마법으로 채워 넣었다.

기존에 순환하는 힘을 가진 정령 에너지가 머금어지면서 단순한 고무가 진짜 사람의 피부처럼 변모했다.

내 말에 윈리는 그 구조를 파악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마나를 머금은 생체 조직.......설마 마법을 쓰는 골렘."

곰곰이 생각하던 녀석이 눈을 크게 떴다.

"시작품이 준비되어있소, 한번 보시겠소?"

골고다 장로가 나를 안내하며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확히는 골렘 공방보다는 인형 공방에 가까운 모습이다.

골고다 장로는 공방의 안쪽에 비치된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는 기계 인형을 가리키며 자랑스레 말했다.

아직 피부조직도 제대로 붙이지 않았고 뼈대만 남아있기에 눈을 뜨고 움직이진 않지만, 그 골격만큼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 위화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자! 이 녀석이 어벤져 편대의 첫 시작품이오! 앞으로 있을 그 정신 나간 나무와의 싸움에서 큰 역할을 해줄 내 첫 딸이지! 아직 이름은 붙이지 않았소만......"

"붙이고 싶은 이름이 있습니까?"

"흐음......글쎄올시다. 솔직히 여성체인 만큼 그래도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오."

"흐음......."

이미 정해둔 이름이 있긴 하다.

"에나벨. 어떠세요?"

"에나벨......에나벨......, 예쁜 이름이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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