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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21화 (220/1,559)

# 22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9권 20화

"륀느, 후각 정보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이 온다고 분석 중."

고블린에게 제대로 된 위생개념을 기대할 수나 있을까.

당연 고블린들이 일정 기간 거주한 동굴에서 퀴퀴하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피 냄새가 너무 짙은데."

이건 방식이 너무 과격했다.

"에나벨."

동굴 안쪽으로 들어서며 내가 에나벨을 부르자 흔들의자가 멈칫하더니 녀석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한 손을 휘젓자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거인이 고블린의 시체를 쥐어 들고는 내게 다가왔다.

[고블린 말살, 명령완수.]

내가 에나벨에게 내린 명령은 이 동굴에서 서식하고 있는 고블린들의 말살이었다.

그래, 말살.

에나벨은 완벽하다시피 할 만큼 빠르고 깔끔하게 명령을 완수했다.

비록 과정이 조금 음산하고 섬뜩하긴 해도 적과의 싸움에 공포를 심어주는 건 가장 효율적인 제압 방법이니 말이다.

"잘했다."

내 말뜻에 과연 기쁨을 느낄 수는 있을지.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이기에 에나벨은 애석하게도 자신의 데이터 안에 있는 반응을 그저 보여줄 뿐이었다.

녀석이 대화를 하면서 보여주는 것들은 미리 저장된 정보들뿐이니 말이다.

유일하게 한가지 걸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라면.

녀석의 몸을 만들 때 사용했던 사령마나가 깃든 흑마정석의 영향이 녀석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줄지 기도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대, 이건 본녀에게 맡겨보지 않겠어?

"뭐?"

-복잡한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녀석에게 절제와 효율을 가르쳐 볼 터이니.

나와 홍단이 청단이를 제외하곤 보이지도 않는 녀석이 어떻게 그걸 한다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전쟁을 멈춰! 당장! 이렇게 싸워서 남는 게 뭔지 말해보아?! 원한의 골을 만들고 싶어?! 타종족이 죽어가는 게 통쾌해?! 이 넓은 땅덩어리에 서로를 굳이 죽여가면서까지 얻어야 할 재화라도 있는 것이냐?!]

그녀가 나를 들여다보았듯.

나 또한 그녀의 과거를 일면 들여다보았으니까.

페르세르크에 대한 믿음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를 일이다만.

* * *

에밀리아는 이번 싸움의 중요한 대상이었다.

"흐읏!"

나를 보기가 무섭게 파르르 떨며 물러나는 그녀는 그때 당시에 강제로 먹었던 차들의 진실을 아직 몰랐다.

"또......또 무슨 짓을 하려고......."

"이쪽은 준비가 거의 끝났거든.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쪽이 뒤져 나자빠져야 끝날 싸움을 끝내버리게."

"......"

"말해. 신목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

신목의 성지는 아이나나 유리아만 있어도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그저 근원이 아닌 거목과 엘프들 뿐이다.

내가 죽이려는 건 엘프가 아니라.

신목.

이번 대의 신목의 의지체다.

그리고, 그 의지체는 신목의 성지가 아닌. 신목의 성녀나 성자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존재한다.

에밀리아에게 듣고자 했던 사실은 그게 전부였다.

내 말에 에밀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제 몸에......매료의 힘이 있다는 게......사실인가요?"

지금이야 봉인되어있지만, 그녀의 몸 안에는 감당 못 할 정도로 짙은 매료의 힘이 잠들어있다.

"그래."

"신목의 어머니께서 저를 팔란 제국에 보낸 이유가......제가 가진 매료의 힘으로 인간을 홀려서......인간끼리 충돌하게 하고, 당신을 제압하여 유리아님을 신목의 성지로 데려가기 위해서......."

"잘 봤네. 그게 실패한다고 해도 인간끼리 반목한 이상 서로 협력하지 않을 거고, 당연 세계수는 더 편하게 나를 공격하겠지."

"그럴 리 없어요. 신목의 어머니께서는 인간을 미워하지만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삼조관 이상급의 직급을 가진 저를 직접 보내신 거고요! 또한, 인간에게 크게 유감이 없는 제가 인간과 대화하는 데에 가장 제격이라 말씀하셨어요!"

"위장목적이지 그게."

"당신이 아니라 팔란 제국에 저를 보낸 것도 현실적으로 설득이 불가능한 당신이 아닌, 대륙의 억제력이라 불리는 제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구요! 나는 그걸 위해서 숲을 나왔습니다!

그녀의 발작적인 외침에 나는 간단히 사령마나를 끌어올렸다.

간단한 매혹 정도는 나도 쓸 줄 알거든.

[5서클]

[흑마법]

[매혹(charm)]

우웅......

옅은 빛과 함께 내 눈이 한차례 반짝거리자 그녀의 눈이 몽롱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

아주 순간적이지만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매료에 당황한 그녀가 허둥거리자 내가 질문을 던졌다.

"어때, 직접 당해보니 기가 막히지?"

"도대체 무슨 짓을......"

"네 몸 안에 지금 거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힘이 있다고, 세계수가 그걸 몰랐을까? 굳이 현재 있는 신목의 성자를 내버려 두고 널 깨워서 내보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럴 수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그녀가 울먹거렸다.

생각해보니 이상할 만도 했다.

굳이 영면에 든 그녀를 다시 깨울 것도 없이 현재 신목의 성자가 직접 나서도 되는 일인데.

굳이 오래된 규칙까지 어겨가며 그녀를 깨워 내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유르겐님은......분명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신목의 어머니께서도 엘프를 구할 수 있는 건 저뿐이라고......."

"신목은 돌았지."

"......"

"제정신이 아니지."

내 매도에 그녀가 눈을 표독스레 떴다.

"그만하세요! 숲의 종족에게 신목의 어머니를 모욕하다뇨!"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쾅!!

내가 그녀의 멱살을 틀어쥐고 벽에 처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이를 살짝 깨물며 물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멀쩡히 잘 살아있는 녀석들을 희생시킬 생각밖에 없는 세계수가 정상이냐?"

"......"

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그녀가 침묵했다.

"지 배 속에 아이가 있는데도 신목의 명령이랍시고 달려들어서 자살세례를 하는 건 안 미쳤나?"

"그......그건......."

"덕분에 신목이 바라는 대로 신목의 성지에 있는 엘프들의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바짝 올랐겠지."

"비록 전대의 의지체가 고른 신목의 성녀라곤 해도 한때에 엘프들의 지주나 다름없던 너를 상납용 조공으로 인간계에 팔아넘기려 한 이그드라실이 제정신으로 보이냐?"

증오에 미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다.

세계수는 모종의 이유로 타종족을 극도로 배척하는 성격을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세계수가 가지는 본연의 혜안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이그드라실이 보았다는 미래는 혜안이 흐려져 눈앞이 캄캄해진 이그드라실이 잘못 본 미래일 수도 있다.

"마약이라도 들이키지 않는 이상 이런 편파적인 판단이 나올 거 같나? 그런 미치광이 약쟁이 나무가 이제는 내가 지키는 영지의 가족을 위협하는데 그걸 지켜보라고?"

"저는 팔란 제국의 힘을 빌려 신목과 당신이 타협점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세상 편하게 살려 들지 마. 네가 이해할 수 있다고 남이 이해하는 게 아니야. 너는 분명 이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남들까지 그걸 같게 생각할 거였으면 개성이라는 단어가 왜 나왔나."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거죠?"

"전쟁이 심화되기 전에 이 사태를 막아야지."

"신목의 어머니를 죽여서라도요?"

죽이지 못할 거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니까 말해. 신목의 의지체가 있는 근원이 어디 있는지."

신목의 위치야 유리아나 아이나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신목의 의지체가 있는 근원은 그들도 알 수 없다.

유일하게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현 신목의 성자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에밀리아가 전부였다.

"시간을 주세요......."

결국, 침묵하는 그녀를 뒤로한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는 못 준다. 이쪽에서 준비가 끝났듯 저쪽도 마찬가지거든. 일이 틀어진 걸 안 이상 세계수는 이제 마지막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할 거다."

게릴라전이 안 먹힌다는 걸 안 이상 남은 건.

전면전뿐이지.

그렇게.

내 예상대로 나흘도 채 되지 않아 대륙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전쟁을 공표하며 엘프 군세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 *

"이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두 세력의 전쟁선포로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다름 아닌 라운 왕국 왕실이었다.

"데이비 왕자님도 너무 하시는군요! 이런 중차대한 일을 왕실에 보고 하나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하시다니요!"

"엘프에게 인간의 법도를 요구할 순 없으니 저들이 저희 왕실에 요구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만 이런 사태가 되도록 아무런 일언반구 없었던 왕자님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팔란 제국에서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서대륙에서 이동하기 시작한 엘프의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왕국의 힘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귀족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폐하! 당장 데이비 왕자님을 왕실로 소환하시어, 자초지종을 듣고 상황을 해명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면 수많은 이들이 죽게 될 것이옵니다!"

정말로 죽는 게 걱정이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단순히 라운 왕국에 적의를 내비친 엘프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군세에 겁을 먹은 게 아니고?

자리 한켠에 앉아 침묵하고 있던 바리스는 옥좌에 앉아 침묵하고 있는 제 아버지.

크리아네스 올 라운 국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폐하, 역도들의 반란이 종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사옵니다. 이 땅은 현재 전쟁의 여파로 신음하는 왕국민들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전쟁이라니요!"

한 차례 물갈이를 해도 결국 같은 인간이 나오는 법이다.

정치판이라는 곳은.

두통이 올라오기 시작한 바리스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형님이 엘프들을 영지민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하인스의 영지민이 되었다고 했지요. 하지만 세계수라는 그 존재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 땅에 살고 있던 엘프들을 멋대로 조종하듯 말이죠."

"허어! 넓게 보셔야 합니다. 바리스 왕자저하! 고작 100명도 안 되는 엘프들보다는 엘프들의 본고장이자 그들을 굽어살피는 세계수라는 존재가 있는 곳과 손을 잡는 게 옳은 줄로 아룁니다!"

골치 아픈 상황 속에서 침묵하던 페일트리스 후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네들의 의견은 데이비 왕자저하를 소환하고 이 일을 문책한 뒤 저들과 타협을 해야 한다."

"......"

"그런 것인가?"

페일트리스 후작의 질문에 좌중이 침묵했다.

"뭘 하고 싶은 겐가. 현재 왕국에서 입지가 강한 왕자님을 휘청거리게 해보고 싶은 겐가? 아니면, 이 나라를 통째로 엘프라는 그 듣도 보도 못한 종족에게 내주고 싶은 것인가."

"크.크흠! 페일트리스 후작! 말이 심하지 않소!"

"말이 심하오? 뭐가 심하오. 당신네들이 바라는 건 이것이 아니었나? 말해보시게 린도 백작. 그대는 그런 상황을 바란 게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

"......"

계속되는 싸움 속에서 침묵하던 도중. 금속 지팡이가 두드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짧지만 강렬한 목소리였다.

이전 몸이 허약해져 국정을 다룰 수 없다고 판단될 정도로 병약했던 크리아네스 국왕은 없었다.

"이 일은, 데이비에게 맡긴다."

"폐하!"

"이것은 단순히 넘길 문제가!"

"달의 숲이라고 하였나, 바리스?"

"예? 아......예! 폐하!"

"데이비는 아직 내게 쌓인 것이 있는지 연통을 잘 주지 않더구나. 그래, 네가 듣기엔 상황이 어떠하다 하더냐."

"이미 형님께선 이 상황까지 예견하시고 모든 준비를 마쳐두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탕!!탕!!

동시에 크리아네스 국왕이 커다란 지팡이를 두어번 내리쳤다.

"그곳의 엘프들은 오래전부터 라운 왕국에서 살아온 이들이다. 즉, 이 나라의 국민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소리. 데이비는 그런 그들을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헌데 외부의 세력이 그것을 멋대로 좌지우지한다?"

크리아네스 국왕이 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림도 없는 소리. 데이비에게 연통을 넣어라. 반드시 국민들을 지켜내야 할 것인즉, 그에 필요한 지원을 왕실에서는 아끼지 않겠다고!"

그의 선언에 좌중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 * *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신목의 군대가 하인스 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바로 팔란 제국이다.

본래엔 서부의 크고 작은 국가들이 더 있다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엘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본적도 없는, 또 자신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입장인 나와의 교류보다는 새로운 종족과의 교류를 통한 우호와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길목에 존재하는 국가는 이제 팔란 제국이 전부가 되는 사태가 벌어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팔란 제국은 우선적으로 대륙의 평화를 수호하는 제국답게 최후의 회담을 개최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결국, 팔란 제국이 주최한 장소에서 나와 엘프의 지휘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목의 어머니의 명을 받아 과분한 지휘관의 자리에 오른 사조관 유르겐이오."

"라운왕국의 1왕자, 하인스 영지의 영주인 데이비 올 라운이다."

내 고압적인 소개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르겐이라면 분명 에밀리아를 수행하며 팔란제국으로 향하던 도중에 불닭이에게 된통 당한 엘프일 텐데.

"역시 인간은 무례하기 그지없군."

"먼저 싸움을 걸고 협박해온 전쟁광들에게 차려줄 예의가 어디 있나."

스릉!!

내 말에 그가 분노한 표정을 짓기가 무섭게 그의 뒤에 서 있던 엘프들이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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