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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28화 (227/1,559)

# 22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2화

80. 300년과 천 년.

[무슨?!]

다급해진 그녀가 급히 몸을 돌렸다.

나를 놓고 내게서 멀어지려는 그녀를 향해 나는 기다렸다는 듯 화염을 응축시켜 검으로 만들어냈다.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힘을 느낀 그녀는 내가 그녀가 향하는 길목을 가볍게 틀어막자 눈을 부릅뜨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목숨은 단 하나.

단 한 번의 틈으로 그녀의 목숨을 끊어버리기 위해 지금까지 이쪽도 많은 준비를 해왔다.

기뻐해도 좋으리라.

"넌 이미 뒤져있다."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짜게 식은 시선이 사정없이 꽂혀온다만.

[신수검]

[주작의 익]

[폭령검]

순식간에 일어난 불의 검이 어째서 나타난 건지 혼란스러워하던 그녀가 반사적으로 힘을 끌어올려 내 검을 흩어버리려 하지만.

주작의 힘이 담긴 폭령검. 즉, 주술로 만들어진 이 검은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세계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힘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운명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보지 못한 숨겨진 미래는 현실이 되었다.

억지 같은 힘이라도 그녀에겐 가장 위험한 무기이다.

[어째서?!]

"어서 와, 주술은 처음이지?"

새빨간 화염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거칠게 헤집어 놓았다.

단단한 껍질은 몇 차례 공격으로 뜯겨 나갔기에 화검은 거침없이 그녀의 흰 살갗을 찢어발기고 모든 것을 태워버리며,

검과 함께 공명하듯 하늘 높은 곳에서 새의 형상을 한 화염 덩어리가 마치 샤워라도 하듯 세계수의 끝에서 내리꽂혔다.

목표는.

그녀가 힘을 발산하기 위해 개화시킨 신목의 꽃이다.

* * *

신목의 의지체가 불타오르면 거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장을 관통당한 이그드라실의 신형이 무너지기가 무섭게 그녀의 뒤편으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거목이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에 힘을 증폭시켜주던 꽃마저 불타올라버렸으니.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은 그 힘을 잃고 서서히 말라비틀어져 떨어졌고, 단단해 보이던 거목의 껍질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그을음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끄으으...... 흐윽!]

고통을 참지 못한 듯 이그드라실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생각지도 못한 치명상 때문인지 그녀의 몸은 제대로 힘을 주지도 못한 채 화염을 쉽게 걷어내지 못했다.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간 나는 그녀의 몸에서 뽑아냈던 불닭이의 힘이 담긴 화검을 털어낸 뒤 손을 튕겼다.

-끼이이이익!!

동시에 화염 덩어리가 거대한 무언가로 변하며 불닭이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익!!

그 모습은 거대했고. 뜨거웠으며.

-끼이이이이익!!

찬란할 정도로 숭고해 보였고, 신성해 보였다.

-끼이이이익!!

"시끄러워 임마!"

-끼잉!

내 타박에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낮춘 녀석이 한발 두발 물러났다.

그리고는 저 혼자 세상 불쌍한 것을 다 짊어진 것처럼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에 제 부리를 비벼댔다.

"적당히 분위기 탈 줄을 알아야지 비행기 태워준다고 하늘 끝까지 올라가냐?"

-끼이익!! 끼익!

항변하듯 소리치는 녀석이 있었지만 나는 무시했다.

[하아......하아......세상에 속하지 않는 화염의 새......그렇구나......에밀리아를 데려간 것은 네놈이었구나. 에밀리아의 몸 안에 있던 것이 폭발하지 않은 것도 그 힘을 이용한 것이겠지.]

이전처럼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는 질문은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치명타에 이그드라실의 상태는 좋게 표현해도 마냥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어때, 끝내주지?"

퍽!!

그렇게 말하며 내가 그녀의 복부를 걷어차 날렸다.

"형세 역전이다."

저쪽은 권능의 상당수를 봉인 당하고 소모했다.

다시 사용하게 둘 정도로 노아스가 어수룩한 정령이 아니니 말이다.

반면 대부분의 마나를 봉인 당했어도 내게 세계수가 간섭하지 못하는 부류의 힘이 남아있다.

저쪽은 패를 다 꺼내 들었는데 이쪽은 아직 숨긴 게 있다면.

승패는 애초에 정해진 꼴이었다.

[하! 여가 그리 쉽게 당할 존재인지 어디 한번 덤벼 보거라!]

권능이 사라져도 그녀의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듯 그녀는 권능에 의존하는 방식을 버리고 육탄 돌격하듯 내게 파고 들어왔다.

탄환처럼 쏘아져 들어오는 그녀의 손에는 언제 다시 만들어졌는지 모를 목검이 쥐어져 있었다.

아슬아슬하긴 한데.......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페르세르크를 무시한 채 나는 품 안에서 꺼내 든 스크롤 한 장을 가볍게 튕기듯 세워 올렸다.

[3급]

[단부]

커다란 문양과 함께 특유의 문자가 새겨진 스크롤이 스스로 빛을 내며 부적의 효능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 잠들어있던 도력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며 모여들기 시작하자

내가 펼쳐 든 부적이 스스로 부유하며 나와 그녀의 사이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윽?!]

투웅!!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방어 능력에 당황하지만, 그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방어 능력이 특출난 방어 주술이라도, 세계수급의 공격을 그냥 받을 수야 없는 노릇이다.

이에 나는 이번엔 세 장의 부적을 꺼내 들고 허공에 던졌다.

첫 번째 부적은 허공을 스스로 날아 일그러진 공간에 뒤틀려 들어가며 스스로 타올랐다.

[2급]

[속박계]

[결계주]

쿵!!

동시에 거대한 무언가가 그녀의 전신을 짓눌러 지면에 처박아버렸고 이내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참나무 기둥들이 스스로 타오르며 그녀를 기준으로 1시 5시 7시 11시 방향으로 떨어져 거대한 전류를 만들어냈다.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속박이었다.

[놓거라! 이 추악한 놈!]

"거기 가만히 있어."

[2급]

[귀신개화]

부적은 급수의 숫자가 낮을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하위 급수에 존재하던 주술이라 할지라도, 급수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그 효능이 증폭된다.

첫 번째 부적이 스스로 빛을 내뿜으며 서서히 보랏빛의 화염에 타올라 사라졌다.

동시에 내 전신에 보랏빛 기류가 감돌기 시작하며 전신에 귀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이내 내 주변으로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피었다가 바스러지기를 반복하기 시작하며 내 오른손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의 손과 같이 껍질은 보랏빛의 꺼칠꺼칠한 빛 덩어리에 휩싸였고 새빨간 혈관 같은 것이 팔 전신에 돋아 스스로 맥동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그드라실은 수많은 마법, 신성마법, 흑마법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주술에 대해선 전혀 모르기에.

내가 무언가를 해도 대처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굳이 페이크를 섞어가며 공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소리다.

[2급]

[주작의 부]

[멸령수]

세계수의 거목을 끝없이 불태우던 화염의 일부가 마치 태양의 폭발처럼 뻗어져 나오며

검게 물든 내 오른팔에 머금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미련 없이 그녀를 향해 파고들었다.

결계주로 몸이 속박되어 짓눌리면서도 일어나려는 이그드라실이다.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속박을 대놓고 무시하고 일어서는 건지 섬뜩할 정도였지만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범위이니까.

순식간에 파고들어 몸을 일으킨 그녀의 머리를 낚아챈 나는 그녀의 압도적인 근력을 무시한 채 그대로 그녀의 신형을 들어 바닥에 메다꽂아버렸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다시 한 번 퍼진다.

맨틀 깎기의 영향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크레이터 내부에 또 한차례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자 이그드라실의 입에서 결국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커헉!! 이......이까짓 공격으로 여가 죽을 성싶더냐!]

"죽으라고 한 공격이 아닌데 죽으면 쓰나."

쩌적!!

[무슨?!]

애초에 멸령수는 혼을 멸하는 주술이다.

육체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비록 혼을 뜯어내 본들 의미가 있을까 싶어도.

나는 그녀가 잠깐 보일 틈 안에 타락의 낙인을 찍으면 그만이다.

내게 주술과 도술을 가르쳤던 스승, [우치]는 한쪽에 편향된 성향을 매우 싫어했던 만큼 나는 극마의 성향도, 극선의 성향도 모두 지니고 있다.

강제적으로 그녀의 화신체 안에 들어있던 세계수 근원의 일부를 뜯어내고 그 안에 타락한 기류를 쏟아부어 넣자 그녀의 입에서 결국 지독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생각지도 못한 영혼이 뜯겨 나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그녀는 다시 일어날 생각도 못 한 채 온몸을 버둥거렸다.

그런 그녀를 다시금 짓누른 나는 비어있던 남은 손을 품 안에 넣었고 이내 세 장의 같은 색을 띠는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한 장을 튕기듯 이로 악물고 나머지 두 장을 검지와 중지 그리고 약지에 세로로 걸었다.

[2급 주작부]

[신수 초월기]

[천벌화시]

주작은 멸하는 자.

극도의 분노를 불태우며 세상의 섭리를 벗어나는 존재를 가리지 않고 태우는 신수다.

그러니까.

타락의 낙인으로 뒤틀리기 시작한 세계수는,

엄연히 그 대상.

화신체는 거목 본체이며.

거목의 본체는 그녀의 화신체다.

타격대상이 둘이면?

원플러스원 효과가 아닌가.

내가 틀어잡고 있던 이그드라실의 화신체와.

세상을 떠받치는 거목에 새하얀 백열의 회오리가 마치 화살처럼 모든 것을 불태우고 하늘을 찔러 올렸다.

* * *

그녀의 존재는 불합리할 정도로 많은 축복과 힘을 지니고 있다.

주술이 없었다면 이쪽에서도 그녀를 처리할 수단 따위는 없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힘도 남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화신체는 나를 향해 광소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광기 어린 눈동자를 번뜩였다.

전신이 불타올라 그녀의 피부는 이제 새하얀 느낌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참혹하기 그지없는 그 형체는 화신체 뿐만이 아니라 거목도 마찬가지였다.

불에 타올라도 사라지지 않았던 거목의 본체는 거대한 나무의 표피 곳곳이 새카맣게 익어있었고, 생명력을 자랑하듯 남아있던 나뭇잎들도 하나 남김없이 모조리 바스러져 떨어져 내렸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카락이 죄다 타버린 꼴이다.

그녀의 힘을 상징하던 거대한 신수화는 처음 주작이의 공격으로 인해 계속해서 타오르다 결국 꽃잎을 한 장 한 장 떨어뜨리더니 힘없이 스러졌다.

단순한 입장에서 본다면 세계를 떠받치는 거목에 한 짓치고는 자비 없는 짓이다만.

이만한 타격을 주지 않으면 그녀를 제압할 수 없는 만큼 나로서도 별수 없었다.

현재의 이그드라실은 동화책이나 소설책에나 나오는 고고한 신목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제한 따윈 없으니 말이다.

단순히 말해서 그녀의 의지가 닿는다면 지금 이 순간에서도 하인스 영지를 죽음의 땅으로 바꿔버릴 수 있을 만큼 강한 권능을 지니고 있다.

[정말 놀랍구나! 그래, 여의 권능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매우 놀라워, 허나, 이제 어쩔 테지? 여의 화신체를 죽인다고 여가 죽을 줄 알았더냐?]

"네 본체 안 보이나?"

[여의 본체인 저 거목이 부서져 내린다면 세상은 무너진다. 과연 그대에게 그런 과감한 결단을 내릴 용기가 있는지 궁금하군그래.]

그녀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원석의 위치를 모르는 이상 그녀를 죽이려면 거목을 완전히 꺾어버려야 하는데. 마냥 도끼질하고 전기톱질 해본들 거목이 무너질 리도 없고, 그렇게 했다간 대륙이 무너져 내린다.

결국, 무적 치트키를 치고 싸우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유저와 싸우는 꼴이다.

그건,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판일 테고.

다만, 무적 치트키라는 놈은.

다시 치트키를 입력하면 곧잘 해제되는 게 상식이다.

"뭐였더라. 파워 오버 웰......"

-헛소리!!

문득 딴생각으로 빠져드는 내 머리카락을 페르세르크가 마구잡이로 잡아당겨 잡념에서 끌어냈다.

"확실히 신목의 성자의 목을 꺾어버리던 여기서 네 화신체를 부숴버리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될 테고."

내 말에 그녀가 스산하게 웃어 보였다.

[그것 보거라, 결국 네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의 본체가 지금은 저리 참혹한 모습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터지.]

애초에 타오른 것은 거목의 겉 부분이지 내면의 힘은 아직도 방대하게 남아있으니까.

패배를 상정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여유로웠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싸움을 걸었을까.

애초에 에밀리아의 도움 없이, 세계수를 처리하려고 했던 내가 아니던가.

그녀가 고유 권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무적 치트키를 쳤다면.

이쪽도 치트키로 해제시켜버리는 수밖에.

내가 방법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 생각했는지 이그드라실의 표정에는 더욱 비웃음이 어렸다.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것 보거라! 꼴 좋구나! 이제 그대가 숨긴 최후의 패를 알아낸 이상 여가 더 이상 그대에게 당할 일은 없을 터!]

웃고 싶으면 웃으라지.

미련 없이 나는 그녀의 화신체와 거목의 본체를 겹치듯 처박아 넣었다.

"네 근원석의 위치는 필요 없어."

알아서 부서질 거라서.

[윽?!]

"세계수는 의지체가 죽으면 세상의 섭리에 의해 다음 세계수의 의지가 태어난다. 세계수의 육체는 영생을 가졌지만, 정신체인 넌 아니야."

엄밀히 말해서 넌 세계수의 혼이지만, 세계수의 거쳐 가는 내면중 하나일 뿐이다.

[무슨?!]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은 우리를 본다.

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에 사용되는 말이지만.

내 쪽에서는 내가 상대를 보기 위해선 그만큼 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통한다.

이그드라실의 기억 300년. 플러스 초월체의 의지,

내가 가진 기억 천 년. 플러스알파.

"네 정신이 먼저 붕괴될지, 내 정신이 먼저 붕괴될지 한번 해보자고."

육체가 아닌 정신체로 이루어진 그녀라면 존재가 사라질 정도의 타격이 갈 거다.

나는 가차 없이 그녀가 가진 300여 년 치의 기억을 내 머릿속에 끌어 담았고.

그녀의 머릿속에 내가 가진 1000년 이상의 기억을 단번에 쑤셔 박았다.

당연, 효과는 순식간에 드러났고.

둘레를 측정하기도 힘든 거대한 나무가 뒤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신체가 극도로 불안정해지자 세계수의 육신. 그러니까 거목이 스스로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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