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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36화 (235/1,559)

# 23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10화

83. 파혼! 혹은 망국!

"아......아아아아!"

바닥에 쓰러진 채 부러진 제 팔을 부여잡고 엉엉 우는 연비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끄으으윽!!!"

강제로 나를 노리던 군관들과 무관들의 검을 틀어 방향을 바꾼 탓에 상황은 다수의 저들이 나를 제압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인질로 잡은 꼴이 되어버렸다.

무관들의 검을 통해 펼쳐지는 이기어검은 실시간으로 대량의 마나를 잡아먹는 물 먹는 하마 같은 기술이지만.

심검에 이른 자, 경지가 높아질수록 요구 심력은 낮아진다.

성격이 게을러터진 신성력은 아웃.

그렇다고 새침거리는 원소마나는 효율이 좋지 않다.

그러니.

당장 자신을 쓰라고 난리를 치는 사령마나를 메인으로 마나를 회전시키자 녀석은 주변의 마나까지 끌어들여 주변을 장악했다.

동시에 싸늘하게 식은 내 얼굴에서 표정이 더욱 살기가 감돌며 일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저......전하! 사......살려주시어요! 이......이 무뢰한을! 꺄악!!"

동시에 털썩 주저앉은 희비라 불린 여성이 창백한 얼굴을 짓자 군왕이 엄한 표정을 지었다.

"히......힘을 당장 거두게! 희비는 복중에 왕손을 품고 있음이야!"

"내가 바라는 건 그 말이 아닙니다. 군왕전하."

서서히 강해지는 내 기세에 희비라 불린 여자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이 사태에 대한 변명이지. 제가 장난이나 치는 거로 보이셨습니까?"

차앙!!!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 주인의 목을 겨누고 있던 검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내리꽂히기 시작한 것이다.

"커헉!"

"큭?!"

그리고, 그 검이 꽂힌 곳에는 순식간에 나를 향해 파고들던 붉은 제복의 사내들이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정해야 하지 않는가! 허나! 그 전에 배 속에 아이가 무슨 잘못인가! 힘을 거두어주게!"

당황한 채 소리치는 군왕의 말에 나는 일순간 힘을 거둬들였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엉엉 울고 있는 연비를 향해 말했다.

"한 치의 거짓 없이 고해야 할 겁니다."

"저......저하! 이자가......이자가 저를 위협하고 제 팔을......부러뜨렸사옵니다!"

"......"

그러면 그렇지.

상황판단이 잘되는 여자였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

누가 시킨 것이든, 정말 사태파악을 못 해서 그런 것이든.

나는 거침없이 홍단이를 빼 들었고 이내 연비의 목에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꺅!!!"

동시에 아릿한 통증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제 목을 부여잡았다.

잘리진 않았지만 아주 옅은 상처가 났다.

조금만 깊었어도 큰 상처가 날법한 행동이었다.

동시에 눈을 부릅뜬 군왕이 급히 내려와 다가왔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저앉아있던 희비라는 여자 또한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다가왔다.

"연비, 소상히 설명하라. 거짓으로 답하는 건 과인이 용서치 않겠노라! 대체 어찌하여 라운 왕국의 왕자가 이리 분노하였단 말인가!"

차가운 그 표정에 연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전하......전하, 어찌......어찌 소첩을 그런 눈으로 보시는 것이옵니까! 소첩은 그저 피해자일 뿐이옵니다! 이 무례한 남자가 타냐 왕녀의 빈궁에 있던 것도 모자라 저를 협박하고......"

그극......그그그극!!!

"극단적으로 가겠다면 별수 없는데."

내 몸에서 다시 시커먼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내 주변 지형을 짓눌러 변형시키기 시작하자, 군왕은 급히 타냐를 향해 외쳤다.

"왕녀! 왕녀가 말해보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그것이......"

"왕자, 일단 진정하시게, 왕자가 무슨 이유로 이리 분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과인은 그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바 있네, 자비를 베푸는 프리아 교단의 성자가 아닌가! 이런 일일수록 참고 냉정하게......"

"전하, 한가지 착각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차......착각?"

"저는 충분히 냉정하게 판단한 겁니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성질대로였으면 곧바로 이 왕궁에 폭격을 쏟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나는 몹시 화가 나 있다.

누가 죽던, 얼마나 죽던 그건 상관없는 문제고.

물론, 이 사실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연비라고 하셨습니까? 10초 드리지요. 사실을 고하는 게 좋을 겁니다. 10."

"저......전하! 이......이 자가!"

"9"

그녀의 말은 개무시한 채 내가 카운트다운을 셌다.

"8"

"소......소첩은 억울하옵니다! 그저, 홀로 고생하고 있을 타냐 왕녀가 가여워서 그랬나이다! 믿어주시옵소서!"

"6"

화르륵......

이윽고 내 손에서 새빨간 화염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쿨타임도 돌았겠다. 과감하게 사용할 준비를 한다.

-데이비!

놀란 페르세르크가 나를 부르자 내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리지 마라,'

-누가 말린다고 했는가, 화끈하게 날려버리게!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차라리 후회나 하지 말라는 건지.

페르세르크의 김 새는 응원에 나는 말없이 허공에서 꺼내 든 초월의 종언을 가볍게 바닥에 두드렸다.

동시에 압도적으로 주변을 장악하는 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을 삼키며 퍼렇게 질린 얼굴을 했다.

어떤 미친 사신이 타국에 가서, 그것도 타국의 왕이 있는 어전에서 테러를 대놓고 준비할까.

우웅!!

동시에 내 발을 기준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거대한 어전의 공터 일부를 감싸기 시작했다.

화르륵.

"전하! 소첩을 믿어주시어요!"

"5"

"저......전하......"

"4"

차가운 표정을 고수한 채 계속해서 나는 숫자를 내렸다.

"3"

"2"

"그......그것이......소첩이 잘못했사옵니다!! 흐윽!"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연비였다.

그녀도 눈이 있으니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새하얀 백광의 폭염구가 얼마나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연비는 머리를 숙이고 소리쳤다.

"소......소첩이......으흑......소첩이 그랬나이다. 소첩이 타냐 왕녀를 겁박하고 협박하였나이다! 타냐왕녀의 빈궁에 찾아가 왕녀에게 천것이라 하고 뺨을 내리쳤고, 이번에 찾아올 명국의 태평재상께 아양을 떨라 하였나이다 흐흑......"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는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짜악!!!

순식간에 다가온 희비라 불린 여자가 연비의 뺨을 쳐올렸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보다는 경멸과 싸늘함이 가득해 보였다.

"꺄악!!"

갑작스런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연비가 눈을 부릅떴다.

"희......희비......어찌하여......"

"'현' 국의 수치가 따로 없는 게지.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할 겝니다."

싸늘한 그 말투에 연비는 말도 못한 채 입을 쩍 벌렸다.

"근위대는 들으라. 연비를 끌고 가라. 상세하게 상황을 확인하고 내 명이 떨어지기 전까지 처소에 감금하라!"

이어지는 군왕의 엄한 외침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궁에 가두시겠다라......"

"이보시게 왕자, 아무리 그래도 대역죄인도 아닌 일국의 왕족을! 그것도 비를 옥에 가두라는 법은 없네!"

그 외침에 빙그레 웃었다.

"대역죄인이 무엇입니까, 전하."

"......"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고 왕을 해하려는 행위가 대역죄인이지요."

그럼 대역죄인 맞네.

삼대가 죽을 짓.

"연비께서 하신 짓은 이 나라의 군왕전하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작살낼법한 행동."

말끝을 흐린 내 미소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었습니까?"

지금 내가 나라를 날려버릴까 말까 고민 중이거든요.

그리 말하며 내가 한 손을 휘저었다.

아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르시는 모양인데.

콰앙!!!!!

내 말과 동시에 멀지 않은 궁중 일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륀느는 언제고 내 명령에 따라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 화력을 지니고 있고, 부하 또한 지니고 있다.

"크윽......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겠다는 건가?!"

그의 격분한 외침에 나는 허리춤에 걸려있던 홍단이를 가볍게 뽑아 들었다.

스릉......

동시에 새빨간 잔상이 일순간 번뜩였다.

콰드드득!!

그리고, 홍단이의 검 끝이 허공에서 멈췄을 때, 넓은 공터에 마치 짐승이 할퀸 것 같은 거친 흉터가 생겨났다.

"아직 죽은 이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은 모르겠네요."

그리 말하며 홍단이를 땅에 박아 고정한 뒤 손을 펼쳐 들었다.

속된 말로 개 썅 마이웨이라고 한다.

이 사태를 군왕이 몰랐다 하여도 이 사달을 일으킨 건 같은 비가 될 타냐에게 질투심을 느꼈던 왕비인 연비다.

"연비를......옥에......가두어라!"

"전하!! 전하!! 이럴 순 없사옵니다! 전하! 소첩을 버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악을 쓰며 끌려나가는 연비의 모습을 보며 군왕이 파리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하지 않으셨습니다. 군왕전하."

싱글거리며 내가 말을 이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 드시는데, 지금 나는 이 나라를 부숴버릴 작정으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변명을 하셔야지요. 왜 이딴 사태를 초래했는지."

그 말과 함께 내 손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잘못을 했을 때 죄를 뉘우치면 용서를 받으리라.

모든 생명은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것으로 신의 품에 도달할 수 있다.

뭐, 정확한 문구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를 게 없다.

자애의 주신 프리아 교단의 가르침이긴 한데.

초대 성녀 다프네는 내게 한 가지를 명확하게 인지시키며 교육을 했다.

단순히 정말 이 여자가 신실한 성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워서 물어봤던 질문이 시초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비? 웃기고 자빠졌네, 네가 무슨 신실한 주신님의 신자라도 되는 줄 알아? 넌 네가 자애라는 단어를 품고 살 재목이다. 뭐 그따위로 생각하는 거 아니지? 킥킥, 잘 들어 데이비, 넌 성자가 되긴 틀려먹은 새끼야. 신관? 양심은 어디다 팔아먹으셨는지? 내가 네게 요구하는 건 손 속에 마냥 자비를 두라는 말이 아니야. 무의미한 폭력을 하지 말라는 소리지.]

이타심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재능에 가깝다.

* * *

"그......그만두세요. 오라버니!"

나를 말린 것은 예상대로 타냐였다.

"오라버니! 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는 없어요! 저 하나 때문에 라운 왕국과 '현' 국 사이에 불화라도 생긴다면......."

"상관없어."

담담하게 말하며 울먹거리는 타냐의 머리를 쓰다듬은 내가 조용히 말했다.

"걱정이 되니?"

"그건......"

타냐는 라운 왕국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또한, 내가 어떤 미친놈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녀석은 두려워했다.

자신으로 인해 혹여라도 내게, 그리고 라운 왕국에 큰 피해가 갈까 봐. 내가 무리해서 자신을 보호한다고 여기서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타냐는 이런 참혹한 불화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원한다.

과거 지구의 성인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왼쪽 뺨을 맞았다면, 오른쪽 얼굴 가죽을 신나게 반죽해줘라.

"변명하지 않으실 겁이니까?"

"왕자!"

"그럼 별수 없지요."

참고로 좀 전에 터뜨린 폭발과 이번 건 그 화력부터 차이가 큽니다.

이것은 전하의 선택이니, 인명피해는 제가 책임 안 집니다.

우우웅!!!!

타원형의 도넛처럼 변한 백염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초월급 존재인 세계수와 그녀가 쳤던 대 장벽 덕분에 큰 사상자가 없었지 그대로 떨어지면 꽤 크게 난리가 날거다.

그 사실은 하늘로 올라가는 백염구를 보는 모든 이들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그만! 알겠네! 과인의 부덕함을 인정하겠네! 타냐 왕녀의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과인의 과오일세! 허니! 그 문제는 과인과 왕자 사이에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잘못했다 하면 지금까지 제 동생이 받아온 수모가 사라집니까?"

"그......그건......아닐세."

"그럼 왜 이런 사태를 만드신 겁니까. 라운 왕국이 우스우셨습니까? 당장 이 자리에서 라운 왕국의 국왕 크리아네스 올 라운 폐하를 대신해 현 국이 라운 왕국에 건 선전포고에 대한 답변을 드릴까요?"

장담하는데, '현' 국과 전쟁이 벌어지는 순간 나는 이 왕성부터 날려버릴 겁니다.

거짓말 같죠?

지금까지 보인 상황이 있으니 거짓말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인 사태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근절하는 분위기에 있는 것이 현 대륙의 정세이긴 하지만, 이 사태는 냉정하게 분석하면 협약의 위반과 '현' 국의 라운 왕국을 향한 선전포고라 봐도 무방할 만큼 큰 사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국가의 몰매를 맞을 것은 라운 왕국이 아니라, 이 사태를 만들어낸 '현' 국이 된다.

왕족의 존재는 국가의 얼굴이니까.

그렇기에 대량의 권리와 의무를 지니는 게 왕족이다.

타냐는 아직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엄연히 라운 왕국의 왕녀 신분.

그런 만큼 명분 건수를 잡자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 현실이었다.

"큭......이 사태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겠네."

"유감스러우면 국가 간의 협약이 끝납니까?"

"아......아닐세!"

"아니다라는 말 밖에 못하십니까?"

"그것이......잘......잘못했네! 왕자! 그만 노여움을 풀어주시게!"

"잘못했다 하면, 전쟁 끝납니까? 사과는 제가 아니라 타냐에게 하십시오."

"와.왕녀...... 과인이 잘못했소. 과인이 부덕하여 왕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으니 부디 용서해주시오."

"아......아니에요! 전하께서......"

군왕의 말에 마음 약한 타냐가 괜찮다며 답하려 들었다.

[사일런스.]

"웁!"

물론, 그걸 그냥 두고 볼 내가 아니다.

"제 동생은 마음의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기절까지 했네요."

내 말에 군왕이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는다.

못 믿으시나?

진짠데.

[스턴]

털썩!

순식간에 눈을 감고 쓰러지는 타냐를 받아 안아 들며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콰앙!!

동시에, 내 성질을 표출하듯 허공에 떠오른 홍단이가 스스로 난폭하게 움직이며 어전의 바닥에 또 한 번 거대한 흉터를 남겼다.

거대한 궁의 일부 천장이 마치 두부 잘린 것처럼 잘려나가며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내 기가 막힌 행동거지에 근처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에 한가지 감정이 어리는 게 명백히 보였다.

완전히 잘못 걸렸다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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