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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38화 (237/1,559)

# 23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12화

거의 재앙에 가까웠던 소란은 아주 잠깐이지만 일단락된 듯 보였다.

궁내의 의원으로 이송된 병사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대장군 '고후'는 이를 뿌득 갈며 신음소리를 냈다.

"끄응......"

"대장군!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이거 놓게! 전하께서 그 극악무도하고 예우 따윈 하나도 없는 왕자와 독대를 하고 계시지 않는가! 자네가 이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라면 당장 비키게! 나는 전하를 목숨 바쳐 지킬 터니!"

"안됩니다!"

"끄응......이거 놓지 못하겠나!"

당장에라도 검을 빼 들고 다시 달려갈 듯한 행동을 취하는 그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부상이 거의 없는 하위 무관들은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놈들! 감히 전하께서 외세의 힘에 수모를 겪고 계시는데 나서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냐!! 네놈들이 그러고도 이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라 할 수 있더냐!"

격분한 고후의 호통에 병사들은 덜하지만, 무관들은 싸늘한 침묵 속에서 답하지 않았다.

"입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저......대장군"

"뭐냐!"

"못 보셨습니까?"

한 무관이 잔뜩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뭘 보았다는 게냐."

"그 왕자......검을 허공에 띄워 자유자재로 움직였지 않습니까......그거......제가 아는 한에선......."

단순한 소드마스터, 그 이상의 경지뿐이다.

무공의 경지에선 심검이라 불리는 경지.

정확히 이기어검은 마인드마스터 바로 아래의 경지부터 가능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상 이들은 그저 전설마냥 치부되는 소드마스터 상위의 단계라고 착각했다.

물론, 심기지체의 검강을 덧씌운 건 정확히 심검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저희는 처음부터 그자를 다 보았습니다요. 대장군 나으리."

"......"

"손짓 한 번에 저 멀리 있는 궁을 폭발시키고, 떨어졌다 하면 왕궁 전체를 초토화할 법한 마법까지 가볍게 구사하는 괴물입니다. 어떻게......어떻게 이기라는 겁니까."

"그럴 리......없다. 사람이 어떻게......"

가장 황당한 것은 그 소년이 아직 20대도 되지 않은 소년이라는 점.

한 가지 분야에서 20대 이전에 제대로 두각을 드러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단순한 소드마스터 초입만 해도 재능이 뛰어난 자가 30대에서 40대, 혹은 50대에 도달하는 게 대부분이고 보통은 마스터의 급의 경지에 오르는 벽을 넘지 못하고 멈추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20대도 되지 않은 이가 고위 마법에, 성흔을 가지고.

소드마스터 상위 경지의 검술까지 익혔다?

그 어떤 미친 천재도 이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대륙 최고 검의 신동이자 신검의 주인이라 불리던 일리나 데 팔란 황녀 또한 아직 마스터에 들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 정도로 천재 끼가 있는 왕자가, 왜 지금까지 아무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지도 믿을 수가 없었다.

"고위 마법에......마인드마스터급의 경지."

"이놈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어찌 인간이 20대도 되지 않은 나이에 마인드마스터가 된다는 게야! 놈은 분명 속임수를......"

"대장군, 애초에 속임수라 해도 말입니다."

그 속임수에 내궁을 지키는 병력 대부분이 일검에 당해버렸는데.

그게 이제 와서 속임수라 부를 수 있는 단계의 문제입니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던 그 기류는 전신에 오한이 들어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그게......정말 단순한 사술일까요."

단순히 소드마스터만 되어도 초월적인 전력이 되는데.

그 상위라면?

사술이라 해도 그 정도 효과를 지닌 시점에서 이미 강하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모르는 자가 보면 그 오러블레이드나 마법 또한 결국 사술이니까.

"왕자의 몸에선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터......"

"그게 더 이상한 거지요."

그곳에 계속 있으면서 현실을 깨달은 이들은 모든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괴물 같은 왕자는 진짜라고.

"안 그래도 소문이 나돌지 않았습니까."

"빌어먹을......너무 허황된 소리라 헛소리라 치부했건만......"

음모론이라는 건 이곳에서도 흔한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동부대륙에서 만든 허황된 존재라 여겼다.

직접 싸우는 모습을 거의 본 이가 없으니 누가 믿겠는가.

그랬는데......

"저희는 무리입니다. 대장군......아무리 그래도 그런 괴물과 싸우는 건 좀......"

"게다가......전하께서도 절대 싸우지 말라 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무리 충성심이 강해도 비빌 게 있고 아닌 게 있는 거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그들의 행동에 격분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너무 말도 안 되는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니 오히려 분노보다 허탈함과 박탈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장군, 저희......이제 어찌합니까요......"

"......"

대답은 짧은 침묵이었다.

* * *

"좀 더 뜯어낼 걸 그랬나."

거의 반쯤 애원하다시피 말하는 군왕과의 대면을 끝내고 빈궁에 타냐를 뉘이고 돌아온 나는 반파된 궁의 형태를 둘러보았다.

기본적으로 인적이 없는 곳을 봐두었다가 노린 것인 만큼 큰 피해는 없었지만, 시선들이 곱지 않았다.

-서부 쪽 인물들과는 사이가 정말 좋지 않군.

"좋을 수가 없지."

그 난리를 쳤는데.

누가 자신의 집에 와서 불을 지르고 폭탄을 터뜨린다면 당장에 때려죽이고 싶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게 적대적인 시선을 대놓고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에게 군왕의 명은 절대적일 테니 말이다.

"드......들어갈 수 없습니다!"

"허락을 받고 왔는데, 불가능한가?"

손에 든 서신을 건네주자 옥(獄)을 지키던 병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나를 보더니 이내 막아섰던 창을 치웠다.

"오......오래 있으실 순 없습니다. 또한......각각 무기의 소지 또한......"

"따로 무기를 가진 건 없는데."

"시......실례 했습니다!"

경외가 아닌 두려움에서 묻어나는 외침과 함께 길이 열렸다.

'현' 국의 내궁에도 분명 옥은 존재한다.

본래 장기적으로 사람을 가둬두는 용도로 쓰는 장소는 아니기에 그 시설이 좋은 축에 속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 옥(獄)으로 왔는가.

"이놈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어서 나를 꺼내지 못하겠느냐!!"

악 소리가 옥 전체에 크게 들려왔다.

고요한 옥 내엔 갇힌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단 한 명만은 계속해서 악을 쓰며 자신을 꺼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네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나를 여기 가두는 것이냐! 당장 나를 꺼내지 못하겠느냐!!"

-저 여자는 자신 때문에 지금 이 나라가 무슨 꼴이 났는지 전혀 모르나 보군.

군왕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했다.

눈치가 있다면 화풀이를 대신 불화의 화살이 향할 곳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 비는 전혀 거리낌 없어 보였다.

그런 마음을 지니게 한 것은 역시 연 비가 '명' 국의 귀족가 여식이라는 점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현' 국은 '명' 국에게 상당히 억눌려있는 국가다.

당연 '명' 국 고위 귀족의 여식인 연 비의 위세는 다른 비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에 있었을 것이다.

"이익...... 배는 왜 이리 고픈 거야! 네 이놈들! 식사는 또 왜 가져다주지 않는 것이야! 더 가져와! 더!!"

계속해서 패악질을 부려대는 그녀를 지켜보던 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굳이 신경 쓸 것도 없었다.

-그대가 건 저주 말일세.

'그건 저주가 아니야, 페르세르크.'

-저주지! 그대는 여자의 몸으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그녀의 말마따나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연 비에게 박아넣은 저주는 이전에 매번 사용하던 모발 적출 같은 저주가 아니었다.

단순히 요구열량을 높아지도록 최면을 걸어버린 것뿐이었다.

요구열량이 올라간 육체는 그 필요치를 감당하기 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것에 비해 사용되는 게 적은 열량은 당연 몸에 저장될 것이고.

본래 이런 식의 변형 저주를 소리소문없이 거는 게 쉽진 않지만, 애석하게도 연 비는 마나라곤 거의 느끼지도 못할 만큼 재능이 떨어지는 몸을 지닌 만큼 저항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주의 낙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저주야! 그래서......얼마나......걸려?

섬뜩하다는 듯 물어오는 그 모습에 나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간을 둘러댔다.

'일주일.'

일주일이면. 사람이 변해버릴 것이다.

-지독하구나......

'뿌린 대로 거두라지.'

미련 없이 벗어난 나는 계속해서 자신을 꺼내라, 먹을 것을 가져오라 소리치는 그녀의 소리를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 * *

"오라......버니."

하얀 소복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있던 타냐가 나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몸은 어때?"

"괜찮아요. 궁정 어의 말로는 조금 피로해서 그랬다고 하나 봐요."

"빌어먹을 놈들, 이 작은 몸에 뭐 볼 게 있다고 그렇게 고생을 시키는 건지......."

"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다 집어치우고 돌아가요. 네? 우리와 같이 라운 왕국, 고국으로 돌아가요. 아바마마께서도 언니를 보고 싶어 하실 거에요."

그녀의 말에 바리스가 대놓고 역정을 냈고 윈리는 타냐에게 돌아가자 말했다.

"하지만......나는 정략혼으로 묶여 이곳으로 왔어. 특히 '현' 국에서는 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가 윈리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헤실거렸다.

"이유?"

담담한 내 질문에 녀석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천의 금속과 녹음, 그리고 활시위를 머금은 동부의 소녀가 낳은 왕자는 '현' 국을 차후 400년간 윤택하게 하리라."

단순한 예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예언한 현재 사망한 '현' 국의 고 신관은 지난 30년간 뜸뜸이 내놓은 그 예언들을 틀린 적이 없다 했다.

문제는 그 녹음을 품은 소녀가 다름 아닌 타냐라는 점이었다.

-그렇군, 그래서 타 부족 연합의 반대도 무릅쓰고 '현' 국의 군왕이 타냐와 정략혼을......

"현재 이 나라엔 왕자가 둘이 있어요. 하지만......둘 다 군왕 전하께선 왕세자의 자리를 주지 않으려 하고 계시고요."

"왜입니까?"

"한 명은 주색, 나머지 한 명은 노름에 빠져있거든요."

그때였다.

갑작스런 목소리의 출현에 모두의 시선이 굳게 닫혀있던 문 쪽으로 향했다.

"반가워요. '현' 국의 공주, 마리아라고 합니다. 세 분을 만나 뵈어 영광이에요."

정중하지만 묘하게 차가운 어투를 가진 소녀였다.

무엇보다도,

전생 지구에서 볼 법한 굉장한 동양미를 가진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가 눈에 띄었다.

단아하고 청초하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형태를 보면 아직 혼인을 치르지 않은 이라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 분명 존재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안대의 존재 여부였다.

그녀는 눈에 상처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 건지 두꺼운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투보다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눈이 조금 불편해서......"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정확히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덮는 두꺼운 안대를 덮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상 안 봐도 뻔한 이유였다.

"마리아 공주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타냐 왕녀님?"

"그럼요."

"다행이네요."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나를 직시하던 그녀는 곧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소식들었어요. 파혼......하신다고."

"죄송해요. 마리아 공주님."

"아니에요. 왕녀님의 상황을 알면서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 다만, 가더라도 이걸 전해드리려고 찾아왔어요. 가지고 싶어 하셨던 거잖아요?"

그리 말하고는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타냐는 말없이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그 안에 든 물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자 안엔 적당히 얇고 억센 줄이 돌돌 말려 뭉치가 되어있었다.

"이건......베고의 수염......"

"베고의 수염? 언니, 그게 뭐예요?"

의아한 듯 물어오는 윈리의 질문에 마리아 공주가 나간 자리만 지켜보던 내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베고라는 온화한 대형 몬스터의 수염은 질기면서 탄성이 엄청나거든, 베고의 수염은 궁술을 주로 연구하고 연마하는 헌터 협회에서도 눈에 불을 켜는 귀물이니까. 활시위로는 최고지."

오죽하면 베고라는 거대한 몬스터가 엘프들의 친구라고 불렸겠는가.

내 설명에 타냐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라버니......아셨던 거에요?"

"남고 싶니?"

"......전하는 파혼을 승낙하시겠다고 하셨죠."

"그래, 거기에 네가 신경 쓸 문제는 없어, 라운 왕국은 이제 네가 알던 약소국이 아니다."

"맞아요. 언니! 오라버니 덕분에 왕국이 아주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니까요?"

윈리의 자랑에 타냐가 쓰게 웃어 보였다.

"오라버니,"

녀석의 얼굴에 처음으로 내가 처음 보는 감정이 생겨났다.

"죄송해요. 하지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활의 시험만큼은 치르게 해주세요. 저......약속은 지키고 싶어요."

그동안 해준 것도 없던 동생이다.

그동안 원하는 게 있어도 매번 웃으며 양보하던 동생이.

내 기억 처음으로 내게 부탁이라는 것을 해왔다.

그것은 미묘하게 울컥하면서도 뭉클한 감정이 들게 하였다.

"네가 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오라비가 다해주마. 그게 설령 대륙 정벌이라도."

"쿡쿡......오라버니, 농담도 참......"

쿡쿡 웃어 보이며 농담이 심하다 말하지만.......

-세상에, 입조심을 시켜야겠네.......

과연 어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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