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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51화 (250/1,559)

# 25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25화

국제문제로 번질 수 있는 거대한 다툼의 끝은 언제나 이렇다.

삼국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번 사태가 근처 국가들의 귀에 흘러들어 가게 되긴 했지만 사실 그것은 내겐 관계없는 일이었다.

"이보게 데이비 왕자. 아무리 그래도 이건......"

"흐음......뭐 그렇게 생각하기 나름이죠."

국토 일부를 타국에 양도하는 건 정말로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섬 하나의 소유권을 두고도 수십 수백 년간 싸우는 것이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교가 되니 말이다.

그런 마당에.

단순한 외딴섬도 아닌 거대한 숲을, 그것도 '현' 국에서 신성시하는 시험의 숲 일부를 내놓으라니, 아무리 '현' 국이라도, 지금 사태가 사태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요구였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군왕이 흔쾌히 수락하면 실망할 것이라는 게 판단이었다.

"이해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억지죠. 하지만 이번엔 협박이나 요구가 아닙니다."

내 말에 군왕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국제적으로 끌고 가실 것도 없습니다. 라운왕국에 넘기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무슨......소리를 하고 싶은 겐가."

"직접 보시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장 허공에 손짓을 했다.

투웅!!

동시에 간단한 공간이동 마법이 발현되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허업?!"

주변에서 놀란 시선을 보내왔지만 나는 담담하게 물었다.

"상황을 직접 보시겠습니까?"

"......"

"전하! 위험할 수도 있사옵니다! 입증되지 않은 마법은......!"

"그만! 되었다. 내관. 데이비 왕자가 과인을 헤치려 했다면 벌써 이 나라는 잿더미가 되었겠지, 허니 과인이 직접 확인을 해보아야겠다."

"즈......즈언하......"

"더는 말하지 말도록."

용포와 면류관을 쓴 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곧 결심을 굳힌 듯 나를 따라 그대로 공간 균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주변이 일변한다.

왕궁과 시험의 숲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다수의 인원도 아니고 나와 군왕을 포함해 몇몇 인물만 따라 이동하는 만큼 애초에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공간이동 마법이었다.

"허업!"

"이......이것은!"

주변의 경치가 일변하자 사방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간이동 마법진은 대륙 곳곳에 설치된 마나게이트로 인해 흔한 문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이렇게 정해진 장소에 마음대로 공간을 열고 닫는 건 상식적으로 볼 때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를 따라나선 군왕과 그를 호위하던 관리, '현'의 대장군은 곧 맞은편에 펼쳐진 장엄한 광경에 모두 눈을 부릅떴다.

"수......수호신이시여!"

"세상에!"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형체를 웅크린 채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숲의 수호신과.

그 수호신을 감싸고 있는 특이한 빛깔의 촘촘한 사슬.

그리고, 괴석거인을 안정시키며 언제든 제압할 준비를 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의 두 신수였다.

"세상에......"

"이......이런 존재가......"

그들의 눈에 직접 담긴 신수의 위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화염으로 뒤덮인 주작과 길이만 일백여 미터에 달할 만큼 거대한 몸길이로 일대를 둥글게 말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용의 존재가 있었으니 말이다.

"저......저것은?!"

"세상에! 드래곤과 피닉스가 아닌가!"

확실히 겉보기엔 주작은 피닉스와 흡사한 면이 있고, 청룡의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드래곤과 닮은 점이 있다.

실제로 저 정도 크기의 거대한 존재는 고서나 동화책을 제외하면 본적이 없는 이들이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반면.

유일하게 한번 이 상황을 목도했던 군왕은 실제로 보는 두 신수의 모습에 더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끼이이이이이익!!

이윽고, 불닭이가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닭이는 마치 청룡 쿠릉이를 혼내듯 날카로운 눈매로 째려보았다.

-그르르르르......

한번 크게 데인 탓일까.

청룡 쿠릉이는 이내 주작이와 나를 보더니 경직된 움직임으로 서서히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크아아아아앙!!!!

그리고는 거대한 존재감을 흩뿌렸다.

그러면서도 내 눈치를 한없이 살피는 것이 조기 교육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주작 불닭이의 공헌도 제법인 듯하고.

다음에 맛좋은 곰을 잡아서 특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데......데이비 왕자......자네는 도대체......"

"자세한 건 저 두 녀석이 아닙니다."

담담하게 말한 나는 침묵하고 있는 괴석거인을 보며 말했다.

"이미 힘을 대량으로 빼앗겼습니다. 스스로 힘을 되찾아 이성을 유지하려면 못해도 100년은 더 걸리겠죠."

내 말에 군왕이 침묵했다.

"그렇지?"

질문을 던지자 괴석거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몸에 남은 힘으로는......이성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두 신수의 힘이 스며들어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녀석들이 떠나는 순간 수호신은 이성을 잃겠지요."

내 말뜻을 깨달은 군왕은 침묵했다.

"어떻게 할까요. 철수할까요?"

"......"

철수하면 괴석거인은 곧바로 이성을 잃고 날뛸 것이다.

반대로 신수의 힘을 주기적으로 공급받게 된다면 이성을 유지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만, 대가가 필요하다.

"두 녀석이 빠지면 수호신을 지킬 힘은 모두 사라집니다. 이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기에 이성을 유지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 타 세상에서 넘어온 자들은 하나같이 이성을 잃고 난동을 부렸다.

괴석거인 또한 환수.

티오니스 대륙의 존재가 아니다.

상황의 존속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앞으로 생길 변화를 홀로 감당하시겠습니까.

대답 자체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수......호신이여......이 자의 말이 정녕......사실이옵니까."

군왕의 떨리는 목소리에 괴석거인은 조용히 침묵하다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군....... 군왕이여...... 내가 못나 부정한 존재에게 힘을 모두 빼앗겼으니......

"그럴 수가......"

-이미 주인을......잃은 힘은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군왕이여, 나를 죽이시게......나를 죽여 후환이......없게......하시게.

"그럴 순 없습니다. 당신은 우리 '현' 국에게 있어 없어선 안 될 수호신입니다."

-오래된 과거의 은혜를 갚는 것뿐이니......초대 '현' 국의 군왕은 나를 용서하였고, 내가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니......이제 내가 목숨과 바꾸어 약속을 지키리라."

그것이 수호신으로서 약속을 한 현인인 괴석거인 종족의 약속법이다.

"당신에게 잘못은 없습니다......이 사태를 좀 더 일찍 알아내지 못한 과인의 과오일뿐......"

주먹이 으스러질 듯 꽉 쥔 그가 천천히 다가가 괴석거인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동안......당신은 우리 '현' 국을 위해 많은 것을 해왔습니다. 허나 당신의 위험성에 '현' 국의 선대 군왕들 모두가 당신을 경계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상 '현' 국이 분열되어선 아니되어, 과인은 지금부터라도 모두를 규합할 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몸을 챙기십시오. 이번엔 우리 '현' 국이......당신을 구원하겠습니다."

조용히 말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왕자. 그 외에 요구사항이 하나 더 있지 않은가."

"볼모 말이지요."

"......"

참 어려운 단어선정이다.

느긋한 내 중얼거림에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숲의 건은 이해하겠네, 하지만 현국이 당장 라운왕국에 항복을 한 것도 아닐진대......"

"하게 해드릴까요?"

장난스레 물어보니 그가 침묵한다.

"뭐, 본인이 원한다면 길어봐야 몇 년 안에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굳이 필요 없는 인질이기도 하고요. 이번 사태에 겉으로 드러난 공적은 있어야 이쪽도 별문제가 없으니 표면적으로 잠시 보호하는 것뿐입니다. 이것 또한 감당 가능하시다면 그냥 철회하지요."

"......아닐세. 후에 생길 더 큰 문제를 생각하면 차라리 여기서 멈추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겠지."

정치라는 게 참...... 완전히 떼어놓고 살기엔 아직 왕자라는 직위가 발목을 잡는다.

이 일은 나와 '현' 국의 일이지만 거기에 간섭해서 사사건건 투덜거릴 작자들의 입을 원천 차단하려면 이만한 게 없다.

"굳이 문제가 되지 않은 선이라면, 희비 마마의 소생인 마리아 공주를 데려가겠습니다."

"이유를......물어도 되겠나."

조심스런 그 목소리에 나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타냐에겐 친구가 필요합니다."

* * *

륀느를 대동한 채 뱀파이어들이 은신해 있던 고대 유적지에 다시 도달한 나는 확실히 그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라웠다.

바람의 기운이 그토록 강했던 이 숲의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협곡.

그 지하에 위치한 것이 바로 이 거대한 지하 유적이었다.

연식은 최소 못해도 만년 이상은 된 초고대 문명의 유적.

뱀파이어들의 입맛에 맞게 여기저기 개조가 되긴 했지만, 그 재료가 함부로 부술 수 없는 특이한 석재로 된 탓에 대부분은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뱀파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다.

"나를 믿어?"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던 분홍빛 머리칼의 여성이 조용히 읊조렸다.

"믿냐고? 믿을 게 없어서 뱀파이어를 믿겠나."

뱀파이어에게 딱히 유감은 없지만 적대 관계가 된 이상 가장 믿어선 안 될 놈들인데.

"하지만 넌 내 제안을 받아들였어."

연금술사 파라셀루스.

하프 뱀파이어이자 하프 주제에 엄청난 힘을 품고 있는 괴짜 뱀파이어인 밀피유의 말에 나는 느긋하게 유적의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는 몰살을 당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내 뒤에 포박된 채 걸어오고 있는 여성을 제외하면 모두 죽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뱀파이어를 멸절시켰는가.

그건 아니었다.

이 유적은 뱀파이어들이 숨어지내던 수많은 은신처 중 한 곳일 뿐이니 말이다.

"만약 내가 이곳에 함정을 팠다면......"

"함정을 파? 네까짓 것들이?"

비릿하게 웃어 보인 내가 고개를 돌렸다.

퍽!!

동시에 륀느가 그대로 밀피유의 오금을 걷어차 무릎 꿇린 뒤 그녀의 머리를 압박했다.

"윽......근력 수치......점차 강해지고 있어......이게 데우스 액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을 이식한 골렘......흥미로워."

당장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륀느에 대한 호기심을 그치지 않았다.

"륀느, 해부 욕구를 감지. 감정회로가 냉각 중. 이것을 불쾌함이라 명시."

"조금만......보여줘. 심장만......심장만 볼게. 딱 한 번만 스케치하고......."

"거절한다고 선언,"

냉담하게 대답한 륀느가 처리해버려도 되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쓸데없이 도발하지 마라. 네 입장을 잊지 말고."

내 말에 밀피유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곳이야."

그리고, 그녀가 안내한 곳은 유적의 최하층에 위치한 커다란 벽화가 그려진 곳이었다.

이곳만큼은 어째서인지 뱀파이어들의 특유의 장식이나 물건들이 없이 휑하게 느껴져 왔다.

"흠......특별할 것 없는 벽화 같은데."

겉보기엔 마나도, 딱히 이렇다 할 무언가도 느껴지지 않는 단순한 벽화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뱀파이어들에겐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단순한 벽화, 하지만 내부에서 피 냄새. 분명 공간이 있어. 동족들은 이곳을 열지 못했어. 게다가 기이한 기류가 나돌아서 동족들이 광분했고, 흥미로워. 내부를 확인하고 연구하고 싶어."

"나를 이용하겠다?"

"흥미로운 연구는 언제나 환영해. 그게 내 목숨을 틀어쥐어도."

미친 여자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들었다만.

"고대 유적의 존재라면 해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녀의 제안에 륀느가 나를 보며 허락을 요구해왔다.

"한번 확인해봐."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륀느는 그대로 벽면에 손을 올리더니 눈동자를 번뜩였다.

동시에 수많은 문자가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회전하듯 움직였다.

"해석개시. 륀느 이것에 흥미로움을 표명."

륀느의 능력은 간섭과 해석, 재구성.

잘하면 이 벽면에 숨겨져 있을 무언가를......

투쾅!!!!!

한순간이었다.

"쿨럭......어이쿠야......"

갑작스레 벽화가 부서지는 것을 확인한 내가 륀느를 밀어내기가 무섭게 새하얀 손이 내 복부를 관통한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평소에 오러블레이드도 막아버리는 호신강기를 두르던 것도 관통한 채 내 몸에 직접적인 공격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 호신강기를 뚫으려면 적어도 나와 비슷한 존재,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가 아니면 안 될 텐데.

제법 치명상이지만 내 몸은 한차례 변화를 겪으면서 어지간한 부상으론 쉽게 죽지 않는 몸이다.

고대 유적에서 나온 것들이 하나같이 정상은 아니라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뒤쪽에 있던 밀피유 또한 이 상황은 예상 못 했는지 제법 놀란 얼굴이다.

구르르르르릉!!

이윽고, 벽화가 무너지며 팔의 주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났고, 새빨간 빛으로 가득 찬 혈광을 내게 빛냈다.

"미친."

나는 지금껏 느낀 적 없던 경악과 당혹스러움을 처음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형이 거기서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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