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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57화 (256/1,559)

# 25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6화

"암호가 뭐 이딴 식이야."

"저들은 저들만의 방식이 있으니까요."

잭, 아니 아이나의 보고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하다 결론을 지었다.

"난 널 팔 거다."

"예?"

"못 들었나? 널 노예로 팔 거라고."

"......"

침묵하는 아이나는 고개를 돌렸다.

"질문은?"

"왜죠?"

"그런 놈들은 도망갈 경로를 만들어놓고 다녀. 내가 놈들을 습격하면 아마 미처 구하지 못한 이들을 빼돌리거나......."

죽이겠지.

표정을 굳히며 조용히 중얼거리자 아이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제가 물건으로 팔려가 그들이 있는 곳에서 제압하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들이 저를 포박하면요? 자칫하면 저도 무력화될 수 있는데."

"손톱에 검강을 피워올릴 줄도 아는 녀석이 그런 걸 두려워해?"

애초에, 넌 위험하면 나서는 어둠 속성 정령이 있잖아.

내 말에 아이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일부러 잡혀준다라......"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미묘하게 기뻐 보였다는 게 상당히 불안한 느낌이었다.

* * *

"꺼억!! 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사내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조직원들을 훑어본 내가 조용히 물었다.

"선택권을 주마. 목숨을 버리면 무기만은 살려주마......"

"무......물러서지 마라! 퇴로는 없다! 여기서 뒤지나 끌려가서 뒤지나 매한가지다!"

그나마 블랙버드라는 조직의 보스는 머리가 굴러가는 모양이었다.

입구가 검은 화염에 둘러싸인 이상 그들은 도망갈 길도 없다.

그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활로는 단 한 가지로 바로 나를 죽이고 이 영지를 뜨는 것.

나에 대한 소문을 못 들었을 리 없는 그들이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본래 살기 위해선 뭐든 하는 법이다.

인간은 때때로.

"으......으아아아아아!!!

위기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죽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싶은 일을 해낸다.

이를테면 평소의 수배에 해당하는 힘을 발휘하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스르륵......

하지만.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들어온 그가 베어낸 것은 나의 형체를 이루고 있던 검은 안개였다.

월령보는 내가 있던 장소에 잔상을 남겨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며 아무런 흔적없이 이동하는 초신속 은밀 기동능력.

월령보가 펼쳐짐에 따라 잔상을 베어버린 사내의 눈이 크게 뜨여지기가 무섭게 내가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 그의 목을 틀어잡았다.

그리고는 그의 품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아 들고 그대로 그의 몸을 빠르게 난도질했다.

손목 힘줄, 아킬레스건, 대퇴부, 사타구니.

분명 자칫하면 크게 위험할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베어낸다.

순식간에 몸을 지탱하던 힘줄을 대거 잘려버린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뒤를 점하고 달려오는 사내의 목을 틀어잡아 올렸다.

"끄륵! 끅."

단단한 아귀의 힘에 목을 제압당한 사내는 공격할 힘도 잃어버렸는지 시선을 천장으로 두고 버둥거렸다.

고개를 내리고 싶은데 마치 단단한 철제 바이스에 잡힌 것처럼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으리라.

우드득!!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목을 쥐고 있던 사내의 관절을 기괴하게 꺾어버린 뒤 바닥에 굴려 박살 내버렸다.

일순간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바닥의 파편이 튀어 오르며 그들의 검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슬쩍 몸을 뒤튼 내 형체가 허공으로 떠오를 듯 말 듯 튕겨 올랐다가 그대로 검은 연기에 휩싸이며 사라지자 나를 공격했던 두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또 사라졌......!"

[월광식 개조 암기술]

[만천화우]

퍼석! 소리와 함께 부서진 돌조각들이 무식한 마나를 입고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마치 비가 쏟아지듯 떨어지는 석재 가루들은 하나하나가 암기에 버금갈 정도로 위협적인 예리도를 지니고 있다.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전신에 상처를 입고 쓰러진 이들을 무시한 채 느긋하게 허공에서 나타나 착지한 나는 몸에 감돌던 검은 연기를 흩어버리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 와중에 아직 살아남아 나를 공격하려던 조직원이 하나 있었지만, 공격을 가하기도 전, 점혈에 몸을 봉인 당해 그대로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조직의 보스 단 한 명뿐.

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그만!"

그리고는 급히 소리쳤다.

"할 말 남았나?"

"혀......협상을 요구하오!"

그의 외침에 나는 멱살을 틀어쥐고 있던 사내 하나를 휙 집어 던졌다.

"협상? 너희가 지금 협상을 요구할 입장인가?"

"이......이 마을의 주민 여덟이오! 그리고 당신의 부하 또한!"

그의 외침에 내 눈이 찌푸려졌다.

"나를......나를 죽이면 그들은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오. 뭘 믿고 당신의 부하를 그리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함을 눈치챈 내 부하들이 벌써 움직였을 터!"

"그럼 그렇게 해."

느긋하게 말하며 그의 멱살을 틀어잡아 올린 내가 홍단이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으......으아아악!! 아......알겠소! 들개 놈들에 대한 정보를 드리리다!!"

너무 망설임 없이 포기해버리자 당황한 그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뒷 세계의 룰까지 버려가며 협상을 요구해왔다.

물론, 필요 없다.

정보전에 한해서는 진짜배기 프로가 있으니 말이다.

"필요 없어!"

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그의 몸이 스스륵 무너지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모든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화염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베르닐 시종장, 인신매매범들이다. 와서 뒷정리해."

수정구를 통해 베르닐 시종장에게 상황을 알린 나는 아이나의 신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 * *

"여기......입니까?"

"경고, 직접 나설 이유 없다고 판단. 륀느는 이해 불가."

"솔직히 말해서 타냐 왕녀님을 모시기 위해 '현' 국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만...... 이곳에서 왕녀님을 해할 존재가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상상 이상의 철벽같은 보호가 이어지고 있다.

왜 동부대륙에서 하인스 영지가 유명한지.

그리고 그 영주인 데이비 왕자가 엄청난 입지를 지니고 있는지 실상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영지가 발전한 지는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군요."

"륀느 의문."

담담한 질문에 단궁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털어놓았다.

"빈민가가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깨어있는 백성이라 해도 빈부 격차는 존재하는 법일 텐데요."

"륀느, 그 의견을 높게 평가."

담담하게 말한 륀느는 어두컴컴한 동쪽의 창고를 바라보았다.

자재를 쌓아놓기 위한 창고로 본래 사람이 없어야 하건만.

지금 창고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두 명이 험악한 인상을 한 채 철통 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불법 점거.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 륀느가 그들의 발버둥을 높게 평가."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저들이 어찌나 올지 모릅니다."

단궁의 조언에 륀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단궁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눈앞에 있는 인간과는 다른 이 작은 소녀는 분명 인간과 흡사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했다.

생체 골렘.

단궁의 지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있는 존재이지만 어찌 되었건 륀느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단순한 생물체가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기도 했다.

"마리아 공주님께 들었습니다. 이들은 현재 이 영지에서 불법으로 지정하고 있는 인신매매를 한 커다란 조직이라고 했지요."

자칼이라고 했던가.

중부대륙에서 꽤 큰 조직으로 알고 있는데. 그 조직의 방파 중 하나가 하인스 영지에 숨어들었다는 모양이다.

물론, 데이비 왕자의 터무니 없는 무력을 생각하면 자칼 같은 한낱 왈패 조직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마냥 쉽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들의 뒤를 봐주는 수많은 귀족들이 있고 이들 또한 그 규모가 크다.

무엇보다.

지금 이곳을 터는 인원은 륀느와 단궁 단둘이 아니던가.

본래엔 륀느 하나만 보내려던 데이비의 명령에 단궁이 따라붙은 꼴이기에 원래 멤버는 륀느가 전부였다.

"어째서?"

"마냥 단순히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당신과 제가 어느 정도 무력이 있다고 쳐도 상대는 수준 높은 암살자들도 고용할 자금력을 지닌 거대한 범죄조직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런 겁쟁이 발언을 륀느가 낮게 평가."

"예, 예, 당신은 골렘이라 이거죠."

한숨을 푸욱 내쉬자 륀느의 표정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

퍼억!!

그리고는 입을 삐쭉였다.

"륀느가 낮게 평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범죄조직은 도망갈 구석은 반드시 만들어놓습니다. 당신이 자신 있어 하는 건 알겠는데. 당신이 여기서 날뛰면 저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당해줄 거 같습니까? 생각이 있으면 머리를 굴려야지요."

신랄한 비판에 륀느는 침묵한 채 단궁을 올려다보았다.

"제 생각대로라면 당신이 저기서 날뛰는 순간 아마 발 빠른 자들은 인신매매를 위해 납치한 이들을 모두 죽이거나......빼돌릴 겁니다. 증거는 모조리 불태울 테고요. 적어도 명령을 받았다면 좀 더 신중하게......"

"륀느 그 요구를 거절해. 데이비님. 단둘이서 조직 블랙버드를 소탕. 륀느에겐 남은 조직 자칼을 소탕하라 명령했어. "

담담한 그 발언에 단궁이 뭐라 하려던 찰나였다.

갑작스레 륀느가 서너 발자국 뒤로 가더니 눈을 번뜩였다.

"짜증 나는 발언. 데이비님 이외에 륀느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매우 불쾌. 감정회로가 매우 빠르게 가열 중 이것을 륀느가 분노라 명시."

"무슨......"

"분노에 따른 전투 방식, 미사일 드롭킥을 채택. 륀느가 이것을 높게 평가!"

륀느의 외침에 단궁이 눈을 부릅뜨며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단궁의 비난에 열이 뻗친 륀느는 가차 없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체중 200kg이 넘는 륀느의 미사일 드롭킥이 그를 걷어차 날려버리자 무슨 덤프트럭에 치인 것마냥 단궁의 몸이 튕겨 날아가 버렸고 그대로 창고 앞을 지키고 있던 사내들과 충돌해버렸다.

"커헉!"

단궁의 육체가 일반인 보다는 튼튼한 수준이었기에 죽지 않았다.......

라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진 단궁은 자신이 날아오면서 부딪힌 사내들은 피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는 것도 모른 채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그런 단궁의 항의에 륀느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등허리의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창고의 문을 탕탕 두드렸다.

과격한 노크방식에 단궁이 벙찐 얼굴로 륀느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뭐야. 누구야!"

그때였다.

갑자기 창고 안쪽에서 험악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누구야!"

끼익!

눈구멍만이 나오는 작은 틈을 열어 밖을 확인해본 사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깥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라면 상대의 얼굴이 보여야 하는 위치인데. 그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뿐이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짜증스레 중얼거린 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나오려던 그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단궁을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륀느의 눈이 시퍼렇게 번뜩인 것을 말이다.

"륀느......작지 않아."

우우웅!!

동시에 륀느의 발로 푸른색의 입자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륀느는 거침없이 한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깥으로 열리고 있는 문을 향해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륀느. 이것을 낮게 평가!"

콰아앙!!!!!

압도적인 소음과 함께 열리던 문이 역으로 닫기다 못해 박살이 나버린다.

거대한 문을 포함해 벽면까지 박살 나자 당연 문을 열려던 사내는 그대로 문과 함께 튕겨 나가버렸다.

"륀느......작지 않아. 감정회로가 한계치까지 가열 중. 이것을 륀느가 극도의 분노라 명시!"

분명 무표정인데.

굉장히 화가 났다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너무 대책 없이 진입하는 륀느의 행동에 단궁은 데이비 왕자의 곁에는 어떻게 정상적인 존재가 단 하나도 없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륀느 작지 않아!!"

그 외침과 함께 한 손에 거대한 포신을 만들어낸 륀느가 거침없이 창고 내부를 겨누고 초고열의 광선을 쏟아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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