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7화
실제로 륀느의 힘을 직접 본 단궁의 감상은 황당함이었다.
저 작은 체격의 생체 골렘이라 말하는 소녀가 내보인 화력은 고위 마법사들이 모여 사용하는 마법 이상급의 출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체...... 데이비 왕자는 이런 괴물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거지? 애초에......어떻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골렘이......'
륀느가 단순한 골렘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기술력을 지닌 초 고대문명의 최고 산물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다만, 단궁은 그런 경악을 넘어서 고작 키가 작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날뛰는 륀느의 행위를 지적했다.
"미쳤습니까?! 어......어쩌자고!"
비록 그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하고자 하는 일에 끼어든 것이라면 확실히 처리하고자 했다.
고열광선에 노출되어 화염에 휩싸인 창고 내부로 걸어 들어가며 륀느가 발목이 드러나는 치마를 톡톡 털어냈다.
본래엔 발목이 드러나는 맨발이었지만, 주변인들의 설득에 못이긴 륀느는 새하얀 붕대로 제 발과 발목을 감싸는 것으로 해결해버렸다.
곧 죽어도 신발은 신지 않는 녀석이다.
그리고는 조금 전 분노 했던 건 꿈이라고 말하듯 산듯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가며 륀느가 한쪽 팔에 구현했던 포신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분석, 생명체 식별. 륀느, 매우 우수."
짧게 답한 그녀는 곧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내 하나의 멱살을 틀어쥔 채 그대로 단궁에게 던져버렸다.
"윽!"
"생존자. 데이비님 명령대로 사망자 없다고 분석. 모두 포박 후 압송."
"이게......안 죽은 겁니까?"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을 입은 이도 더러 보인다고 말하기엔 륀느의 행동력이 너무 거침없었다.
"륀느, 매우 우수한 생체 골렘. 생포 임무에 사살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해."
짧게 말한 륀느의 눈이 반짝였다.
[엘더브레인 명령하달. 각 부대 임무 보고.]
륀느의 입에서 신비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륀느의 눈 한쪽이 반짝이며 홀로그램 같은 것이 뻗어져 나와 한 엘프 여성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어벤져 편대. 보고합니다. 귀신작전 완수. 생존자 20여 명 확보 및 추적목표 200을 모두 제압. 운반할 지원을 요청합니다.]
[륀느, 후임의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
단조롭게 중얼거린 륀느는 한 손에 빠루를 뽑아 들고 단궁을 바라보았다.
그 미묘한 표정에 불안함을 느꼈던 것일까.
단궁이 떨떠름하게 질문해왔다.
"왜......그러십니까?"
"지원군."
짧게 답한 륀느가 사뿐사뿐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창고 밖으로 나가자.
"세상에......많기도 하군요......"
단궁의 말대로 어디서 몰려왔는지 모를 수십, 아니 일백은 가뿐히 넘어 보이는 이들이 두 사람을 완전히 포위한 채 무기를 쥐고 있었다.
"데이비님 명령에 따라 생포를 우선시해."
하지만.
"다만, 상황의 여의찮을 경우. 대상을 사살하는 것도 허가."
자신들을 죽이겠다고 말한 륀느의 행동 때문일까.
각기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던 조직원들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졌다.
"저 꼬맹이가 뭐라는 거야."
"빌어먹을 우리 영역을 건드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딴 짓을 해놓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다. 꺼내!!"
사내 중 한 명의 외침과 함께 몇몇 남성들이 품 안에서 작은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고가의 마법 스크롤이었다.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단둘이서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 틈을 주지 말고 제압해. 사로잡아도 좋다만, 여의찮으면 죽여라."
"휘유. 형님. 저년 저거, 작긴 하지만 기가 막히게 반반한데요?"
"사로잡으면 마음대로 해도 됩니까? 입고 있는 복장 꼬라지를 보니 아주 건드려 달라고 애원하는 거 같은데."
아직 사태파악을 못 하는 이들은 륀느를 두고 저속한 농담을 던져댔다.
동시에 륀느의 표정이 더욱 무표정으로 굳었다.
"륀느, 저속한 대화를 매우 낮게 평가."
"헛소리하지 말고 움직여.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면 너희 마음대로 하게 해주마."
이윽고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내들이 서서히 다가오자 단궁이 쓰게 웃으며 허리춤에 걸린 검의 그립에 손을 올렸다.
"가세할까요?"
단궁의 질문에 륀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짧게 답했다.
"결정. 륀느, 전원 사살을 매우 높게 평가."
분명 담담한 목소리인데.
무표정인데.
왜 저렇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건지.
단궁은 자신의 기분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더욱 싱숭생숭해졌다.
핑......
이윽고 품 안에서 작은 큐브를 꺼낸 륀느가 그것을 허공에 던졌다.
철컥!! 철컹!! 드르르르륵!!!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큐브가 스스로 몸집을 불리며 변하기 시작했고.
"흐읍?!"
"이......이게 뭐야!"
거대한 마정석 골렘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체도 놀랍지만.
기잉!! 기이이이이이이잉!!!!
그 거대한 골렘의 푸른 안광과 그의 손에 쥐어진 흉포한 톱의 형태에 사내들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메인 임무 완수. 서브 임무는 륀느가 포기. 디셉티콘 편대 전 부대원에게 엘더브레인으로서 명령하달."
짧게 중얼거린 륀느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난다.
동시에 꼭 닫혀있던 녀석의 입이 다시 한 번 오물거렸다.
"전원 사살을 명령."
[메가트론, 명령 인수.]
투쾅!!!!!
동시에 그들의 앞에 나타난 거체의 골렘.
상식을 벗어난 괴물 같은 골렘인 메가트론의 답이 떨어졌고.
기다렸다는 듯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날아든 보랏빛의 광탄이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내의 머리통을 터뜨리듯 날려버렸다.
[스나이퍼 저격개시.]
디셉티콘 편대의 골렘.
스나이퍼의 대답과 동시에 메가트론의 전기톱이 활발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남은 손에 꺼내 든 거대한 드릴이 흉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들려온 것은 압도적인 유린에 의한 사내들의 비명소리가 전부였다.
* * *
중부대륙에서 활개를 치다 이곳에 꿀을 발견하고 겁도 없이 들어온 두 조직.
블랙버드와 자칼의 행동거지에 전날 밤 한차례 대 폭격을 가한 사례가 있었다.
블랙버드의 경우 나와 아이나 헬리샤나의 손에.
그리고 대규모 조직인 자칼의 경우 륀느와 륀느의 휘하에 있는 디셉티콘 편대.
그리고 어벤저 편대의 손에 한바탕 쓸려나갔다.
그 과정에서 륀느가 다수의 인원을 사살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내가 책을 잡을 이유는 없었다.
책상에 누워 잠들어있는 페르세르크는 분명 처음과는 달랐다.
평소에도 잠이 많은 그녀였지만.
'심연에서의 일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으......으음......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눈을 감은 채 신음을 내뱉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던 나는 이내 손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저하.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래. 가자."
짧게 답한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을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마나가 충만한 태초를 빛내는 붉은 달 사이러스.
그리고 최후를 비추는 푸른 달 크리아스.
두 달에 얽힌 신화는 존재하지만.
사실 별로 관심이 가는 내용은 아니었다.
끼익!!
거대한 홀로 들어서자 수십의 철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도열한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저하께 받들어 검!!"
"됐어. 자잘한 건 집어치우자고."
그들의 예우를 간략화시킨 나는 곧 중앙에 서서 말없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보고해."
"예! 저하! 저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영지 내에 두 범죄조직의 손에 피해를 입은 이들을 조사하고 있사오나. 수가 많은 터라 시일이 걸릴 듯하옵니다."
"그래. 그 외엔?"
"저하께서 말씀하신 의원과 대법관입니다."
그가 한발 물러나자 두 명의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게 보였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제법 거칠었던 탓일까.
그들의 꼴은 가히 좋다고 보기 애매했다.
"고개를 들어라!!"
이윽고 몬미더의 엄한 외침과 동시에 두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깡마른 체격의 노인과 후덕한 인상의 사내였다.
"저하! 이 대체 무슨 일이옵니까!"
"그......그렇습니다. 성자님! 이 야심한 시각에......"
"내가 그대들을 왜 불러왔는지 스스로 대답했으면 좋겠는데."
담담한 내 답변에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그쪽은 메르뎅 법관. 이쪽은 영지내에 의원을 하고 있는 할린이지."
"......"
서로 보지 않았던 사이라도 직업을 알게 된 이상 그들에게서 작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시 묻겠다. 두 사람은 내가 왜 거칠게 끌고 왔는지 알고 있나?"
두 사람은 아직 이 영지에서 사기극과 강압적인 방법으로 인신매매를 펼치던 블랙버드와 자칼이 단시간에 소탕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비단 두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원들이 아마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그것이......신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하! 이 야심한 시각에 갑자기 끌려 나온 것도 황당한데, 이유를 묻다니요! 이것은 횡포입니다!"
메르뎅 법관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횡포 맞아.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저......저하?"
"할린."
내 부름에 할린이라는 이름의 의원이 짧게 떨었다.
"전신 복합 골절에 근육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은 이는 움직일 수 있나?"
내 질문에 할린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저하......그게 무슨 말씀......"
"대답부터."
"부......불가능합니다. 자리에 누워 운신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잘 알고 있네."
담담하게 답한 내가 이번엔 메르뎅 법관을 바라보았다.
"메르뎅 법관."
"예......예? 저하."
"말해봐. 이 나라 법조 4항이 뭔지."
"라......라운왕국의 버......법전은 엄격하게 준수되며......이를 어기는 이는 엄벌에 처......한다."
"잘 아네."
싸늘하게 웃은 내가 그에게 다가갔다.
퍼억!!
그리고는 그의 가슴을 걷어차 쓰러지게 만든 뒤 짓밟고 물었다.
"그런데 감히 내 영지에서 그딴 짓을 해?"
싸늘한 질문에 그가 당황하여 외쳤다.
"왜......왜 이러십니까! 신은 억울하옵니다! 도대체!"
"메르뎅 법관."
담담한 내 목소리에 그는 눈이 부릅떠졌다.
"그래. 얼마를 받아 처먹었나......."
그제야 무슨 사태인지 깨달은 그가 눈을 부릅떴다.
"본래 사법권은 독립되는 게 옳다지만. 나는 지금 왕족이 사법권에 관여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너 같은 놈을 직접 묻어버릴 수 있으니까.
"워......월권이옵니다! 신은 틀린 판결을 내리지 않았사옵니다! 상황과 정황증거! 그리고 법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정하다고?"
"신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사옵니다!! 또......또한 아무리 왕자님이라 하셔도 지엄하신 국왕 폐하의 명 아래 임명된 법관인 저를 이리 대하실 순 없습니다!"
그의 외침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폐하의 명은 지엄하지. 폐하께서 그대를 임명했다면 그대의 자격에 대해 내가 뭐라 말하겠나."
마치 그에게 동조되듯 말한 내가 그의 가슴팍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십자가 형태로 손을 움직이자 그의 가슴 중앙에 빛의 십자가가 번뜩였다.
"그럼 주신 프리아님께 한번 여쭤보자고."
내 행동에 그의 눈에 의문과 불안함이 어리기 시작했다.
"거짓을 말하는 순간 그대는 주신의 분노를 받아 불타 죽게 될 거다."
"그......무슨......"
"내가 성흔을 받은 성자라는 건 그대도 잘 알지?"
내 미소에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얼마 받아 처먹고 여기서 이딴 짓을 저질렀나."
"그......그것이......"
서서히 빛나는 십자가 형태의 흔적에 그가 식은땀을 흘렸다.
"대답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신성마법에 대해 잘 아는 이였다면.
적어도 이게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애초에 그를 묻어버릴 증거야 많지만 역시 본인의 입에서 나온 자백만큼 확실한 게 또 있을까.
"사......살려주시옵소서! 저하! 시......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
화르르르륵!!
동시에 그의 전신에 새하얀 화염이 붙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열기가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각적 효과 때문에 당황한 그가 바닥을 뒹굴며 소리쳤다.
"저......저하!! 이게 어찌 된! 분명 사실대로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살려주십시오!"
그의 애원에 나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살려달라고? 이 영지에서 그런 일을 저지를 생각을 했으면 이렇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아야지."
"사......사람이 사는 게 다 그런 게 아닙니까!! 저......저 또한 쥐꼬리 같은 녹봉으로 살 수는......"
"틀렸어. 법관. 그대가 지금 내게 해야 하는 말은 나를 이해시키는 게 아니야."
죄를 시인하고 순순히 뒤지는 거지.
뒤이어 그를 감싸고 있던 새하얀 화염이 일순간 사슬이 되어 그의 전신을 허공에 묶어버렸다.
이후 나는 말없이 그의 허리춤에 메여진 법전을 빼 들고는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법전 가장 마지막 항이 뭔지 기억하나? 메르뎅 법관?"
"이......이상 모든 법률은 지엄한 국가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지켜지며......이를 어기는 법관은 엄벌에 처한다......."
"법전으로 맞아 뒤져도 할 말 없지?"
내 미소에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지만 그가 소리치기도 전에 가죽이 찢어질 정도로 강하게 법전을 틀어쥔 내가 그를 향해 두껍고 거대한 법전을 휘둘렀다.
"이 악물어라. 이 새끼야."
"사......살려주시옵소서 저하!!"
"걱정 마. 안 죽여."
뒤지게 아플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