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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59화 (258/1,559)

# 25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8화

90. 물의 정령

평생 달고 다닌 법전으로 자신을 때린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이......이건 모독이오! 평생을 익혀온 법전으로 나를 때리겠다니! 이 모욕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소! 왕실에 연통하게 해주시오. 저하!! 이 억울함을 직접 고하겠소!!"

"왕실에 고하겠다고?"

"나는 올슨 백작의 추천으로 이 하인스 영지에 자원하여 온 것이외다!! 질서를 만들기 위해 온 내게 이럴 수는 없소!! 차라리......차라리 날 죽이시오!!"

자신이 뭐라 말하는지도 모르고 외쳐대는 그 모습에 내 입에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동시에 상황을 보고 있던 몬미더를 포함한 근위병들의 표정이 핼쑥하게 질렸다.

"그래......죽여달란 말이지."

격분하며 소리치는 그를 무시한 채 내 손보다 두꺼운 법전을 톡톡 두드리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그러는지 보자."

"아......아니 제 말은......"

퍼억!!!

"끄어억!!!"

그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크게 떠졌다.

간단하게 그의 복부를 법전으로 후려친 게 전부이지만, 그것도 휘두르는 이가 누구인가. 책의 재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리라.

단순히 억센 가죽표지이지만 휘두르는 작자가 보통 인간이 아니니.

일반인에 속하는 메르뎅 법관에겐 지옥 같은 고통을 전해주었을 것이다.

"커헉! 자......잠시!!"

"죽여달라면서?"

퍼억!!!!

또 한 번 법전이 그를 후려쳤다.

분명 즉사해야 할 공격인데도 그는 죽지 않았다.

그러니 맞는 당사자는 미치고 펄쩍 뛸 수밖에......

"자......잠깐! 내가 잘못했습니다. 저하! 살려......살려주!"

퍼억!!!

"끄억......"

퍼억!!!

"끄르륵......"

퍼억!

쉴 새 없이 법전을 휘두르는 내 행동은 분명 거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말리진 않았다.

"손으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손목을 자르고, 살인을 저지른 자는 사형에 처한다."

"......"

"이곳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던 유명한 법전이다만. 그런 퍽퍽한 법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단순히 상식이 통하면 되는 거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착한 선행을 베풀면 좋은 일을 받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있는 선을 넘어선 두 인간은 그 죄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다.

죽어가는 메르뎅 법관을 향해 손을 뻗은 내가 다시 신성마법을 발현했다.

[하이네스 힐]

치링!!

동시에 그의 육신이 서서히 회복되고 정신이 멀쩡히 돌아왔다.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메르뎅 법관은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직감한 듯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다.

"요......용서해주십시오. 저하! 신이! 신이 잘못했나이다!"

"잘못했으면 뒤지게 맞아야지!"

퍼억!!!!

* * *

[하이네스 힐]

키이잉......

옅은 빛이 흘러나와 메르뎅 법관의 몸에 스며들자 피투성이가 되었던 그의 몸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끄......끄윽!"

동시에 정신을 차린 메르뎅 법관이 눈을 부릅떠 나를 보고 기겁한 듯 파들파들 떨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했다간 다시 법전으로 후려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그는 덜덜 떨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장 공정해야 할 법관이 사욕에 눈이 멀었다라......베르닐 시종장 이런 경우 선례가 있나?"

"이런 경우는 많았습니다만......실제로 처벌을 받은 법관은 없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선례가 없으니 내가 시작하면 되겠네."

내 말에 베르닐 시종장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저하......"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어려있다.

몬미더의 경우엔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베르닐 시종장에게 영지 내정을 배우고 있는 에이미의 경우 이 같은 일이 상당히 두렵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에이미."

"예......예 저하!"

"들어가. 나는 이런 일까지 네게 시키지 않으마."

"그......그건!"

당황하여 손사래를 친 에이미가 후다닥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는 머리를 숙이며 애원해왔다.

"저하! 저를......저를 좀 더 믿어주세요!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거예요!"

"......"

"저를 배려하지 말고 마음껏 부려주세요! 어떤 거친 일이라도 저는 저하께서 주신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니까요!"

고마운 녀석이다.

자신을 물리지 말아 달라며 애원하는 녀석의 외침에 나는 들고 있던 피 묻은 법전을 던져버렸다.

"법전에 피가 묻었네. 태워버려. 그리고 저 두 사람은 날이 밝는 대로 죄를 알리고 정확히 나흘 뒤에 영지 외곽에서 처형한다. 그 사실을 반드시 정확하게 공표해라."

내 말에 의문을 제기한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형님......"

밤늦게까지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바리스가 씁쓸하게 나를 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가벼운 복장에 목검을 쥐고 있었던 바리스는 곁에 의외의 인물을 대동하고 있었다.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이십니까. 마리아 공주님."

"잠이......오지 않았어요. 헌데...... 제가 자리를 잘못 찾은 듯싶군요."

담담하게 말하는 마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허공에 매달려있는 메르뎅 법관을 바라보았다.

"좋지 못한 꼴을 보여드렸네요."

"괜찮아요. 죄를 지은 이는 벌을 받는 게 맞을 테니......"

씁쓸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안대를 문지르며 한발 물러났다.

"이 자입니까? 영지에서 인신매매범들의 뒤를 봐주던 쳐 죽일 법관이?"

"그래."

"허면 왜 공개처형을 하지 않으십니까? 광장의 중앙에서 대중의 비난을 받으며......"

"바리스."

바리스의 의문에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까딱여 녀석을 부른 뒤 다가오는 녀석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날렸다.

"끄악?!"

물론, 약하다고 한 적은 없다.

"끄으으으!"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바리스를 향해 내가 말했다.

"넌 이 나라의 왕이 될 거다 바리스."

나와는 달라.

내가 왜 왕위를 걷어찼는데. 감정을 추스르고 더러워도 참아야 하는 꼴 못 봐서 집어치웠는데.

"......"

"숙제를 주마. 내가 왜 광장이 아니라 외곽에서 처형을 선택하고 그걸 영지에 공표하게 했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넌 한층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다.

이어지는 내 말에 바리스는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날이 밝았다.

전날의 사건이 무색하다 싶을 만큼 고요하게 시작된 아침은 생각보다 활기찬 모습을 유지했다.

"오라버니......저......어디로 가는 건가요?"

말에 올라 가볍게 앞장서는 나를 따라 뒤편에서 말을 타고 따라오던 타냐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잘 보기 힘든 광경을 보여줄 거야."

내 대답에 타냐가 여상스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흐음......그런 거라면 바리스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타냐의 중얼거림에 곁에서 따라오던 윈리가 키득거렸다.

"그 멍청이, 오라버니께서 내주신 숙제를 푼다고 밤을 새운 모양이에요."

"숙제?"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타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만, 나는 어떤 힌트도 주지 않았다.

"오라버니, 이야기는 들었어요. 세상에 하인스 영지에서 그런 일을 벌일 줄이야......"

헤실거린 윈리가 말의 속도를 올려 다가온 뒤 조용히 물었다.

"제게 답을 알려 줄 순 없어요?"

"안 돼."

픽 웃으며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윈리가 울상을 지어 보였다.

"으윽......"

정답은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바리스가 얻을 것이 중요했다.

'넌 알 것 같아?'

-그대가 생각하는 바는 알아.

역시 페르세르크는 내 의도를 눈치챈 듯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야 데이비. 그대의 생각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니까.

'적어도, 선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큰 편이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그 이후 입을 다물었다.

이후 나는 타냐와 윈리, 그리고 타냐를 따라 행렬에 오른 마리아 공주까지 세 명을 대동한 채 넓은 평야와 호수가 위치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들판과 호수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미 수많은 이들이 와있었다.

일자리를 얻어 작업을 하기 위해 온 인부들과. 황색바위 부족의 드워프들이었다.

그 외에 적탑의 최연소 장로, 율리스의 지원으로 온 마법사도 몇몇 보였다.

"오! 이제 오시는구려, 은사. 그렇지 않아도 밑 작업이나 자재는 모두 옮겨두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오."

"고생하셨습니다."

말에서 내린 내가 느긋하게 대답하자 그가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파하하하하! 새로운 기술이야 언제든 흥미로운 법이지. 하지만 은사, 은사께서 내주신 설계대로라면 공사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게요?"

황색바위 부족의 1장로이자 골다 장로의 형인 골고다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하인스 영지에 있는 이 거대한 호수 전체를 떠올려야 하니."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사다.

마법을 떡칠해서 가능하게 만든다 해도 그곳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공 기간은 기함을 토하게 만들 정도였다.

"예상 시공 기간은 어림잡아 10년."

짧게 대답한 그가 쓰게 한숨을 내쉬었다.

"길게는 30년이오. 아무리 간략화한 설계대로 구상한다고 해도 한낱 생물의 힘으론 한계가 있으니 말이오.

물을 가두고 옮기고, 건축하고 다시 고이게 만든다. 수로를 이용해 물을 순환시키며 그사이에 설치된 수백 수천의 물레가 움직이고 그 힘이 응축된 수천의 마나석들이 공명하여 마나 동력을 만들어낸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동력.

하인스 영지에 물이 들어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거리를 비춰줄 동력의 여부였다.

대량의 유지비가 드는 마나석을 일일이 주기적으로 사는 건 미친 돈 낭비다.

그러니, 자체적인 마나 동력을 만들어내고 그 외에 남은 동력을 굴릴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티오니스 대륙 최초의 놀이공원 같은 것.

"공사는 한 달 안에 끝낼 겁니다."

"설계도에 적힌 요구라면 보았소만......그게......가능하겠소?"

내 말에 골고다 장로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부실공사로 시공해도 한 달 안엔 절대 불가능하오, 물을 빼는 데에만 반년은 걸릴 테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반적인 시공은 그렇죠."

담담하게 말한 내가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윈리와 타냐, 그리고 마리아 공주는 내가 뭘 하려는 건지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제가 언제 일반적으로 시공을 한다고 했습니까?"

따악!!

이윽고 내가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 몸에서 흘러나온 사령마나가 일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동시에.

사방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천에 달하는 로브를 뒤집어쓴 무언가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에......뼈다귀?!"

"스......스켈레톤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깜짝 놀란 이들이 뭐라 외쳤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만든 스켈레톤들이 아니다.

바로 팔란 제국에서 네크로맨서놈들을 치워버리면서 날름 노획했던 소중한 노동력이었다.

"변변찮은 숫자입니다만, 자잘한 노동력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강화된 스켈레톤은 인간 이상의 힘을 낸다.

쉬지도, 먹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노동력이라는 소리였다.

"그 외에 영지에서 개 짓거리를 하던 놈들도 있으니 노동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위험한 작업은 전부 그놈들을 시킬 거니까요."

안 하면?

법전의 위대함을 다시 보여주는 수밖에.

그 외에도 내가 채찍을 좀 잘 다룰 줄 안다.

이윽고, 내 말에 골고다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수천에 달하는 노동력이 가세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겠지......하지만......그렇다고 해서 한 달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윈리, 타냐. 내가 보기 힘든 광경을 보여준다고 했지?"

내 말에 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오라버니?"

"뭘 보여주시려는 건가요?"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는 두 여동생이 귀여워 미소를 지어준 나는 아공간에서 미리 준비해둔 준비물을 꺼내 들었다.

연녹빛을 띠는 돌멩이 대여섯 개였다.

"오라버니? 그건......"

윈리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돌멩이들을 호수 곳곳에 던졌다.

하나하나가 꽤 비싸다만, 노아스를 굴리고 굴려 직접 만들어낸 보람이 없잖아 있다.

그리고는 직접 보라는 듯, 한 손을 들어 정면으로 향하게 한 뒤 손가락을 펼쳐 들었다.

투웅!!!

동시에 내 전신으로 연녹빛의 기류.

정령력이 발현하기 시작한다.

정령의 소환 자체가 상당히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긴 하다만.

"살면서 인간이 정령왕의 소환 장면을 볼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

내 말에 윈리나 골고다 장로는 내 의도를 이해한 듯 눈을 크게 떴고 타냐는 정령왕이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그렇군...... 은사께선 확실히 인간 중에서도 상식이 안 통하는 양반이었지."

"오라버니가 못하는 게 도대체 뭔지 이제는 궁금해질 지경이네요."

실패한다는 전제를 깔지 않은 채 중얼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나는 활발하게 날뛰는 정령 마나를 모조리 호수 쪽으로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번 시공은 노아스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하나 더 소환해야 했다.

순식간에 내 발과 호수의 중앙에서 동일한 형태의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사방에 강풍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태초의 시작 아래, 세계를 구성하는 자여.]

[맹약에 따라 차갑게 흐르고.]

[투명하며 형체를 가지지 않는 자유로운 자연의 일부이리라.]

[그대의 차가움은 따스함의 상징......그대......]

말을 하던 내가 눈을 찌푸렸다.

"오라......버니?"

그런 내 행동에 타냐가 문득 걱정스레 쳐다보자 내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아......음......물의 정령왕 소환 주문이 뭐였더라......"

-제정신이야 데이비? 아니 애초에 그대가 주문을 까먹을 리가 없는......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리는 페르세르크의 말을 무시한 채 내가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아 모르겠고! 약식으로 가자."

동시에, 고요하던 호수의 표면이 마치 성질을 부리듯 마구잡이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데이비 올 라운.]

[그대의 이름은 물의 근원.]

[계약주체로서 부르고자 하니 재깍재깍 튀어나오길 바란다.]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에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노아스의 소환 당시엔 이들이 없었다. 윈리나 타냐 골고다 장로에겐 정령왕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근원이 소환되는 모습은 처음 보는 신비로운 광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다시 보기 힘들 절경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마지막 시동어를 내뱉었다.

[물라임.]

물의 정령왕의 생김새는 새파란 인간형 여성이다.

다만 언 듯 보면 전생의 삶에서 봤던 빨간딱지 붙은 책에서 볼법한 여체형 슬라임과 제법 흡사하더라.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정령여제 유리아나 또한 그래서 그런 별명을 지어주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과, 슬라임을 합쳐서 말이다. 물론, 내가 부른 물의 정령왕 엘라임은 그 별명을 극도로 싫어할 게 뻔하다만.

혹시라도 그 잘나신 체면 때문에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어그로 미끼 하나만큼은 제대로 물었다.

-감히 어떤 놈이 물라임 같은 천박한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거죠?!

물의 정령왕이요? 노아스 소환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아직도 못 부를 줄 알았는가.

어서 나와라.

나와서 일해라 노예야.

내 중얼거림에 호수의 물이 마치 성질을 부리듯 거칠게 휘몰아치며 내게 그대로 시원한 물벼락을 쏟아부어 버렸다.

"그 아가씨 성깔 한번 더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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