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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61화 (260/1,559)

# 26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10화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구슬이라도 생긴 것처럼.

거대한 호수의 물, 수십 개의 거대한 물방울이 되어 떠오른다.

동시에 거대한 흙의 거인이 다시 땅속으로 흩어지며 일대의 지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련한 짓이다.

공사가 단시간에 해결되는 게 아닌데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엔 지구전이 중요한 시점이라 봐도 무방했다.

지금처럼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는 본래 정령왕보다는 중상급 정령을 다수 운용하는 게 상당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거대한 호수를 그대로 들어 올리고 지면을 바꿔 공사하는 행동은 단순한 정령의 힘으론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이 정도면 한 달이면 얼추 각이 나오겠는데."

-한 달 동안 정령왕을 소환하고 굴린다니. 보통은 생각하기 어려운 방식이지.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하면서 페르세르크가 익숙하게 마나 포션을 건네주었다.

주기적으로 내 마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양의 마나 포션을 건네주는 행동은 퍽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령마나를 단순 마나에서 치환해서 사용하는 게 보통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지.

"나는 그것부터 익혀왔으니까."

인제 와서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방식일 뿐이다.

나의 경우, 정령마나를 다른 마나를 치환해서 사용하는 편이니 기본적인 마나 포션이라도 정령력으로 돌려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만큼 연비가 나쁜 정령왕을 장시간 굴리기 위해선 이런 방법이 필수였다.

[저기...... 이봐요, 나는 엄연히 자연의 일부를 관장하는 왕이에요, 정령왕이라구요. 언제까지 이 한심한 짓거리를 해야 하는 거죠?]

[포기하면 편하다. 엘라임.]

잔뜩 짜증 난 듯 엘라임이 물어오자 쉴 새 없이 지면을 바꿔나가던 노아스가 분신체를 만들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자존심도 없나요?! 하! 제 잘난 맛에 살던 그 노아스가 다 죽었군요.]

[넌 아직 저 미치광이 계약자를 몰라.]

"미치광이라니, 말이 심한 것 같다. 노아스."

[실례 했군. 싸이코 같은 인간 놈.]

거대한 평지에 댐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물을 가둬둘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 외에 건축물도 쌓아 올려야 한다.

당연 아무리 재주 좋은 드워프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대형 공사는 노아스에게 맡겨버린 나였다.

쿠구구구구구궁!!!

"오오!! 땅이 살아있는 것 같구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지면이 뒤집어지고 골고루 섞이며 불순물을 뱉어낸다.

그리고 거대한 건축물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한다.

굳은 바위의 형태가 흐느적거리며 일정 형태로 변하자 드워프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정교한 작업을 개시한다.

이외에 자잘한 것들은 노역꾼으로 스켈레톤들이 움직인다.

몸이 바스러져도 마나를 조금만 투자하면 다시 일어나 움직이는 해골들이기에 연비는 아주 좋은 편이었다.

분명.

몇 년은 걸릴 작업이 단시간에 이루어지자 그 모습을 보던 이들의 입장에선 듣도 보도 못한 무식하고, 황당한 공사 방식이다.

대부분의 공사를 담당하는 것은 드워프들이다.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 아래에 차곡차곡 공사가 진행되자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 같은 호수와 들판에 순식간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올라서기 시작했다.

정령왕을 부리다가 지치면 마나포션을 들이킨다.

마나가 부족한 것이지 내게 정신력이 남아도는 부분의 문제였기에 두 정령왕을 쉬지 않고 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약 사흘 가까이.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공사현장을 그날도 어김없이 지켜보던 나는 나를 따라 자리한 타냐만을 대동한 채 늘 변함없이 공사현장을 지켜보았다.

가장 큰 효율을 발휘해준 것은 다름 아닌 스켈레톤이었다.

물론, 범죄조직 블랙버드나 자칼에서 잡아온 놈들도 노역에 시달리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체력이 존재하는 일반인이 작업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저 사람들은...... 그냥 둬도 괜찮은 건가요. 오라버니?"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

"그래도......"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노역을 하는 이들이 가여웠던 것일까.

타냐가 괜스레 우울하게 중얼거려왔다.

"타냐."

"네. 오라버니."

"벌을 받아야 할 놈은 받아야지."

"그건 알지만요......"

그들은 노역에 시달리다가도 나를 보면 마치 홀린 것처럼 달려들어 애원했다.

제발 용서해달라고.

차라리 죽여 달라고.

이에 내가 그들에게 해준 답은 간단했다.

그 어떤 것도 너희들의 의견을 수용할 생각은 없다.

할린 의원과 메르뎅 법관은 법적으로 그들의 잘못을 확실히 한 후 영지 외곽에서 참수를 당했다.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러 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그 두 사람이 영지민들의 뒤통수를 시원시원하게 후려갈겼으니까.

두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나를 향해 살려달라 빌고 용서를 구했지만.......

애초에 그들이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의 악행에 고통받은 이 영지의 주민들이었다.

"오라버니께서 그러시다면......."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물러난 타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주물렀다.

"오라버니, 몸이 많이 굳으셨어요."

"그런가?"

"쿡쿡......제 어깨가 뭉쳐있다고 하시던 분이 자신의 몸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니요.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타냐는 내 어깨를 작은 손으로 꼭꼭 주물러 주었다.

"시원하세요?"

"괜찮아."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여기까지 와서 오라버니께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사실 이런 것뿐이지만......"

"잘 있어 주면 돼. 당장은 이곳에서 지내겠지만, 안정화가 되면 너도 다시 왕성으로 들어가야지."

"전 여기가 좋아요. 오라버니와 함께 있고 싶어요."

"혼기 꽉 찬 나이에 그러다간 신랑감 다 놓칠 거다."

내 우스갯소리에 타냐가 쿡쿡 웃어 보였다.

"아직 오라버니께 배울 게 많은걸요."

궁술에 관해서.

"게다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가능하다면......굳이 결혼을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그녀의 말대로 나 또한 타냐에게 혼인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혼인을 준비하다가 중간에 취소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타냐의 나이는 고작 열여섯이다.

지구의 기준으로 치면 아직 공부하고 있을 학생의 나이라는 소리였다.

절로 미소가 피어오르자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거렸다.

단아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과거 타냐는 나를 보면 상당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타냐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했고 나는 그런 타냐의 변화를 상당히 반기는 편이었다.

"저하."

빠르게 변해가는 공사현장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마냥 놀 순 없었다.

정작 드워프와 의논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두 정령왕이지만 나는 그들을 유지하는 데에만 해도 상당한 힘을 쏟고 있거니와.

"확인된 피해자 중 아직 집으로 귀가 조치 되지 않은 이는 총 셋. 인간이 둘, 엘프가 하나입니다."

근위조장 몬미더의 보고였다.

"......"

"이미......영지 밖으로 빼돌린 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

"그놈들은 입을 열지 않았나?"

"암흑가의 일원들은 아무리 고문해봐야 좋은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그들은 꼬리 자르기가 확실한 자들이니까요. 게다가 한번 팔려나간 이상......"

몬미더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손을 떠나서 바깥으로 사라졌다면 찾기 힘들다. 당장 영지민 하나하나에 모두 추적마법을 걸어둘 수도 없으니까.

현실적으로 다시는 못 찾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좋지 않네."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에 몬미더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더니 이내 급히 내게 머리를 숙이며 외쳤다.

"시,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죽여달라고 말하면 진짜로 죽이는 게 나라는 인간이다.

말없이 몬미더를 노려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인간과 엘프가 어째서 싸웠는지 알고 있나 몬미더?"

"그건......"

"노예사냥 때문이야. 엘프는 태생적으로 말끔한 피부에 부드러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으니까. 인간의 기준에선 신비로운 미인 미남들이 득시글거리거든."

상대적으로 호감형 외모를 지닌 엘프를 욕심 가득한 인간들이 그냥 두었을 리 없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엘프를 다시 세상으로 꺼낸 내 영지에서 엘프가 노예로 잡혀 팔려나갔다라......"

"저......저하......"

"오후에 손님이 올 거다. 주변을 물려놔."

"소......손님 말입니까?"

"그래."

표정을 지운 채 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흰 새는 흰 새가 잘 구분하고 검은 새는 검은 새가 잘 구분하는 법이다.

암흑가의 법도?

그딴 건 모르겠고.

그 잘난 암흑가 법도에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지. 아니면 비밀리에 알음알음으로 라인이 이어져 있는지는 들쑤셔 보면 될 일이다.

* * *

"안녕하십니까. 데이비 왕자님."

"그래, 기다리고 있었어."

말없이 서류를 바라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내 앞에 선 이들은 각기 비슷하지만 다른 복장을 한 평범한 남성 세 명이었다.

"메아리. 고르곤, 알카이드."

내 중얼거림에 그들이 침묵했다.

"접선하느라 고생 좀 했다."

그리 말한 나는 곧장 세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중부대륙에서 활개 치던 범죄조직 블랙버드와 자칼이 이곳에서 겁도 없이 인신매매를 했다. 이건 이미 영지 밖으로 납치된 영지민들에 대한 정보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찾을 수 있나?"

"이미......팔려나간 이들은 사실상 찾기 힘듭니다."

텅!!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품 안에서 커다란 돈주머니를 꺼내 던졌다.

"백금화다. 선금 지급하지."

"......"

상상 이상의 금액에 당황한 그들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나는 너희 개인에게 의뢰를 하는 게 아니야."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조직인 너희 세 조직 전체에 의뢰를 하는 거지.

"다른 의뢰 다 제쳐 두더라도 이걸 완수해라."

"정보 조직하나를 모두 매수하겠다......이 말씀이십니까?"

그들 중 중앙에 서 있던 사내 하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왔다.

"그래."

"그렇게 하시기엔......금액이 부족합니다만."

"얼마를 원하나."

"두당 3천 금화는 주셔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찾아."

고작해야 평민 하나를 찾는데 3천 금화.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찾지 못할......"

"나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지 않는 게 좋아. 메아리 길드장 대리."

내 말에 사내가 눈을 크게 떴고 곁에 있던 다른 조직의 두 사내도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가능한 것을 두고 나와 거래하려 들지 마라. 이건 너희와 단순한 거래를 하는 게 아니야."

"시일은......"

"사흘 주지."

"......너무 과합니다. 저희 메아리는 이 의뢰를 거부하겠습니다."

그 말에 다른 이들이 침묵했다.

"그래? 하기 싫으면 관두지."

"......"

"고르곤 길드와 알카이드도 마찬가지인가?"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데.

메아리의 길드장 대리와는 다르게 두 사람은 선뜻 거절하지 못했다.

"고민되나? 그렇다면 판돈을 올리지. 차후 하인스 영지에서 벌어질 범죄에 관련된 모든 정보. 차후의 정보까지 제공해. 대신 이걸 내어주지."

터엉!!

아공간에서 꺼낸 보석 하나에 세 남성의 눈이 부릅떠졌다.

"정보 길드원이라면 알고 있겠지?"

고대 시대의 영웅.

암살자들에겐 신화와 같은 존재.

회랑의 영웅 중 하나이며 내게 월령보와 기착 차단 및 감지.

암살기술을 가르쳤던 살수왕 헤르메이샤.

그녀가 생전에 탈취하여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진 보석인 라트시아 왕국의 유산이 바로 이 보석이었다.

"너희 살수들에겐 전설과도 같은 물건이지. 틀렸나?"

"지......진품입니까?"

분명 거절한다 했으면서도 내가 꺼낸 보석에 메아리의 길드장 대리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라......라트시아 왕국의 유산은 분명 수백 년 전에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진품 맞아. 뭣하면 확인해 보겠나?"

라트시아 왕국의 유산이라는 이름의 보석은 한가지 행동으로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마나를 불어넣으면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신비로운 빛을 뿜어낸다는 사실이다.

사실 진품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은 효능에 같은 모양을 지닌 보석으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역사적 가치?

모르는 놈들이 본다고 알겠는가.

사실상 라트시아 왕국의 유산급의 보석은 세공 수준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니까. 적당히 진짜 같은 레플리카를 만드는 데엔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진품은 어디 있냐고?

내가 알고 있는 살수왕 헤르메이샤의 보고에 아직 잠들어있겠지.

손을 대진 않았지만, 나중에 한 번 털어먹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 보석은 겉보기엔 그저 아름다운 보석이다.

"알다시피 이것은 마보석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차단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보석을 톡톡 두드렸다.

"자. 메아리는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빼도록 하고. 알카이드와 고르곤. 너희는 어쩔거지?"

"기......기다려 주십시오. 왕자님! 하겠습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당황한 메아리의 길드장 대리가 외치자 두 사내가 견제하듯 나섰다.

"속 검은 메아리 놈들에게 맡기실 필요 무엇 있습니까. 신용이 우선시 되는 정보길드가 신용을 버린 이상 저들을 믿을 필요는 없지요. 저희 고르곤이 맡겠습니다. 놈들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진 않지만 마음먹는다면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흘만 주십시오."

"아닙니다. 알카이드에선 이틀이면 왕자님께서 원하시는 정보를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경쟁하듯 자신들을 어필하는 세 사내의 말에 내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메아리는 더 할 말 없나?"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루를 주십시오. 하루 만에 모두 찾아내겠습니다."

"메아리! 이 바닥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그래, 빠지겠다 했으면 물러나라."

"웃기지 마라."

두 사내의 맹공에 메아리 길드장 대리가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정도의 보상이 걸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뭐, 셋 다 포기 못 하겠다면 좋아. 단체는 세 곳이지만 보상은 하나뿐이지.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고. 먼저 찾는 쪽에 주겠다."

그렇다면 나머지 둘은?

신용과 속도가 생명인 곳에서 염치를 날로 먹을까.

"선금도 적은 양이 아니다. 선택은 너희 자유다. 다른 두 단체와 비교해서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물러나도 좋다."

내 말에 세 사내의 눈에 보석을 향한 열망이 가득 담겼다.

암살자들에겐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단순 효용가치를 떠나 저 보석은 말 그대로 상징적 가치가 어마어마했다.

그렇다고 보석가격이 낮은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저 보석이 알려지면 엄청난 가격으로 수집가에게 팔려나갈 테니 말이다.

내겐 흔해 빠진 보석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좋아. 그럼 서로 길드장에게 보고하고 회의도 해야 할 테니 더는 붙잡지 않도록 하지. 경쟁해보라고. 나가 봐."

내 말에 세 사내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사라져 버렸다.

메아리, 고르곤, 알카이드 모두가 대형길드이면서 모두가 뒷세계의 길드다. 당연 이쪽 생리는 훤히 꿰고 있고 블랙버드나 자칼 같은 중견급 규모 이상급의 조직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들은 알면서도 침묵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장사 속셈도 있었지만, 그들 안에 있는 신용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무마하고도 한참 남을 보상이 걸렸다면.

애초에 그들이 인신매매범을 보호해줄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게 된다.

뒷세계는 뒷세계의 법칙대로.

"핏값은 피로 받아내야지."

싸늘하게 중얼거린 나는 세 명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 복사본을 말없이 내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영지민은 내가 지켜."

세 집단의 경쟁이라. 잘 보기 힘든 광경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효과는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적중하듯.

세 길드 중 가장 위세가 강력했던 정보길드 메아리에서 세 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경로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제공하는데 고작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고작 반나절. 대륙급 정보길드에서 작정하고 나선다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사람 찾기 쉽네."

메아리 정보 길드원이 건네준 정보를 확인하며 내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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