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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64화 (263/1,559)

# 264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13화

92. 소문의 주인공들과 황실 초청.

경매장과는 별개로 이 지하 건물은 상당히 은폐성이 짙다. 나 또한 같잖은 간이이동장치를 이용해 주변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은밀하게 들어온 것이니 사실상 이곳의 위치가 드러나는 일은 좀처럼 없을 터였다.

아니, 없어야 한다만.

콰앙!!!! 쾅!!

귓가에 들려오는 폭음은 이미 작정하고 누군가가 이곳에서 날뛰고 있다는 확연한 증거가 되고 있었다.

"이......이럴 수가......어떻게 이곳이 들통난단 말인가......"

당황하는 외알 안경의 사내의 중얼거림에 나는 고요하게 서 있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노예들은?"

"아......죄송합니다. 추태를 보였군요. 곧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아마 침입자는 머지않아 제압될 겁니다.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요."

비록 불법적인 일을 하는 자들이지만 어지간한 방비로는 이런 일을 꾸미지도 못한다는 소리였다.

이런 습격 상황 속에서도 그놈의 마켓이 가진 신용도가 중요하다는 것일까.

외알 안경의 사내는 곧 침착함을 되찾은 듯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안내했다.

숨겨진 비밀통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던 그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본래엔 손님께는 알려드리지 않는 통로이지만......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군요. 이곳입니다."

이윽고 그가 낡은 지하 감옥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엔 여러 종류의 인종이 있었는데 외알 안경의 사내는 다른 이들은 무시한 채 곧바로 큰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 있는 나머지 이들은?"

"아. 아직 제압이 덜 된 이들입니다. 본래엔 두 달 뒤에나 경매 물품으로 올리려고 했습니다만......아, 이곳입니다."

짧게 중얼거린 그가 쇠창살을 열자 그 안에는 멍한 얼굴을 한 채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여성들이 보였다.

어린 소녀부터, 성년을 넘어선 여인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경매장에서 내가 낙찰받아낸 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엘프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하하하하. 이 엘프 노예의 경우 조금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괜히 오래 보유하고 있다가 들키면, 뒷감당을 하기 쉽지 않거든요."

"뒷감당?"

"예, 실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 엘프 노예는 하인스 영지에서 데려온 이입니다. 아시다시피......라운왕국의 하인스 영지엔 조금 위험한 인물이 있어서요. 인제 와서야 사실 무슨 의미겠냐만은 빼내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걸리면 그냥은 안 넘어가겠지."

"그렇지요. 게다가 하인스영지의 영주인 데이비 올 라운 왕자는 성국에서 성자의 칭호까지 받은......"

말을 하던 그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것이다.

"엘프 노예가 최근에 들어온 건 어찌 아신......"

"내 질문부터 받지."

"......"

"그렇게 작살날걸 알면서도 왜 건드렸나."

짧은 질문에 그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이쯤이 되면 노예를 위해서 이런 무식한 돈 지랄을 할 수 있는 개인이 누구인지 알겠지."

"서......설마!!"

그제야 눈치챈 듯 그가 눈을 부릅떴다.

다만,

퍼엉!!!

그가 행동을 하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다리가 마치 폭탄에 터진 것처럼 피 분수를 뿌리며 터져 나갔다.

"꺄아아아아악!!!"

동시에 끔찍한 참상을 본 몇몇 소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아아악!!!!!!"

참혹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려 비명을 지르는 외알 안경 사내를 짓밟은 내가 조용히 가면을 벗어 내렸다.

동시에 그의 시선에 확신이 어렸다.

"어......어떻게 여길......"

"너희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걸 알려주려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그러니까,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도 빈틈은 보이기 마련인 거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도 한계는 존재하기에 한 번 잃어버리고 다시는 못 찾는 건 분명 존재한다.

바로 이곳 블랙마켓이 그런 계통의 암흑 루트이고 말이다.

그 말, 아주 잘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곳까지 끌려온 이상 보통의 경우 무슨 수를 써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지. 대륙은 넓으니까. 아무리 뒤져도 한계는 존재하거든."

전생의 삶. 그렇게 통신 매체가 발달한 지구에서조차 인신매매가 되어 사라진 이들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곳이라고 다를까.

"인간이 이런 경우에 처하면 취하는 행동은 딱 두 가지. 첫째, 현실을 받아들이고 외양간 더 튼튼하게 고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방비하는 것."

둘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드는 것.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선택하지 않을 생각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나를 건드린 놈에게 인생 실전을 경험시켜줘야 직성이 풀리니까."

담담하게 말한 내가 아공간에서 얇은 비수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사내의 몸에 그대로 꽂아넣었다.

"끄아아아악!!!"

지독한 고통에 또 한 번 비명이 울려 퍼지지만 곧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그는 꺽꺽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30분 정도 지독한 고통 속에서 죽어갈 거다. 네가 빼앗은 이들의 인생이 꽤 비싸다고 생각해."

"끄륵......끅!"

핏발이 선 눈으로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이들을 무시한 채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유일하게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두 소녀가 보였다.

바로 하인스 영지에서 납치되었던 세 명의 여성 중 엘프를 제외한 인간 소녀 두 명이었다.

"고생 많았다."

"흐끅......"

"흑......흑......"

내 얼굴을 확인한 소녀들이 눈을 크게 뜬 채 주춤주춤 다가오자 나는 말없이 두 녀석을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 주었다.

"많이 무서웠지? 내가 찾으러 왔으니 걱정 마라."

조용히 웃으며 두 사람을 다독여주자 결국 소녀들은 울음을 엉엉 터뜨리며 내게 더욱 파고들었다.

"흐아아아앙! 무서웠어요! 무서웠어요!"

"흐어엉!"

비록 말 한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영지의 소녀들이다.

하지만 저들에게 나와의 개인 친분 따윈 상관없었다.

자신들의 영주가 이곳까지 잡혀 온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왔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어지간해선 냉정함을 찾으라고, 이제 돌아가자 말을 해야 하지만.

정신이 제압당한 다른 이들과 다르게 맨정신으로 이곳에서 버틴 두 소녀가 느꼈을 공포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진정할 때까지.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것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습격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아직 그리 멀지 않았던 것일까.

계속되는 굉음 속에서도 나는 담담하게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흑......저하......메리 언니가......메리언니가 이상해요......"

그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일까.

청발의 소녀가 울먹거리며 엘프 소녀를 가리켰다.

"막......여기 무서운 사람들이 이상한 목걸이를 채우고 나서부터......"

"정신제압......"

조용히 중얼거린 나는 어찌할까 고민하다 천천히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선 영지로 돌아가자. 그 후에 내가 다 해결해주마."

"저......정말인가요?!"

"그래, 내가 지켜준다고 했잖니."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빙그레 웃어주자 두 소녀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옅게 웃어 보였다.

"그럼......가볼까."

밖에서 난리를 치건 말건, 습격자가 용사 일당인지 나발인지는 관심 없다.

나는 그저 이곳에 잡혀있던 이들을 모조리 데리고 가면 될 뿐.

본래엔 이곳 블랙마켓의 인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지워버리려 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냥 두어도 대신 처리해줄 놈들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처단보다는 노예로 잡혀 왔던 여자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말이다.

투웅!!!

이윽고 품에서 두 아이를 떼어낸 내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8서클]

[워프]

가장 후폭풍이 적게 오는 초고위 이동마법인 워프를 가동하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새파란 균열이 일어나며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자. 들어갈 수 있지?"

내 말에 소녀들이 겁을 먹은 듯 파르르 떨었다.

"걱정하지 마. 저 길을 지나면 곧바로 집일 테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 진정시키자 소녀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내가 보내줄게. 너희는 먼저 가."

"네!"

내가 아공간에서 꺼낸 모포를 둘러주며 말하자 두 소녀는 곧 결연한 얼굴로 힘차게 답하고는 씩씩하게 균열 너머로 몸을 던졌다.

"자......그럼 나머지도 하나둘 보내볼까."

하나같이 정신제압 마법에 당한 이들이다.

주인 각인이 새겨지지 않은 이상 내 말을 들을 리는 없으니.......

"이쪽에서도 제압을 좀 해보자고."

[6서클 흑마법.]

[보이스 오브 스펙터]

내 전신에서 사령마나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서서히 검은 안개를 피워내기 시작했고 곧 이곳에 있던 모든 이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스릉......

동시에 나는 홍단이를 뽑아 들고 아직 갇혀있는 이들의 철창까지 모조리 열었다.

기왕 모두 구해주겠다 하였는데 누군 구하고 누군 남겨둘 수 있겠는가.

천천히 다시 가면을 뒤집어쓴 나는 깔끔하게 잘려나간 철창 너머로 멍한 얼굴을 하는 이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일렬종대로, 지금부터 게이트를 신속하게 넘는다. 움직여."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감옥에 갇혀있던 모든 이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균열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본래 그대의 정체를 드러내고 싹 불태워 버리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상황에 그래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어그로는 저쪽에 맡겨두고 일단 잡혀있던 사람들부터 해결하자."

내 말에 페르세르크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긋나긋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였다.

"거기 멈춰!!"

콰앙!!!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멀지 않은 곳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누군가가 나를 막아섰다.

가장 먼저 뛰어내린 갑옷을 입은 여성이 내게 검을 겨누기가 무섭게.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새카만 복장을 한 수인족 남성이 거침없이 나를 제압하기 위해 덤벼들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내 목을 휘감듯 파고든다.

살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이기보다는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 많은 여자들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이냐! 당장 멈춰라!"

검을 든 여성의 외침과 동시에 내 목에 단검을 감았던 수인족 사내가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수작 부리지 마라. 움직이면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벤디크! 무분별한 살생은 안 돼요!"

"이쯤 되면 현실에 눈을 뜰 때도 되지 않았나. 지금 상황이 애들 장난처럼 보이나, 로이나?"

수인 사내의 싸늘한 타박에 검을 든 여성이 당황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하지만!"

"넌 빠져있어라. 이런 놈을 대하는 방법은 우리 파티에서 내가 가장 전문가이니."

담담하게 말한 그가 내 귓가에 들리게 조용히 말했다.

"손가락 마디 하나라도 움직였다간 네놈의 목숨을 끊겠다. 움직이지 마라."

그런 사내의 말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물어도 되나?"

느긋한 내 질문에 사내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성질 급해 보이던 로이나라 불린, 검을 든 여성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나같이 강제로 납치되어온 사람들이야! 이들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

"그걸 내가 말해줘야 하나?"

내 질문에 여성이 이를 악물었다.

"네 녀석! 분명 경매장에서 노예로 올라와 있던 이 사람들을 모두 사들였던 그 녀석이지?! 전신에 지독한 사령마나가 퍼져나오는 걸 보니 네 녀석......흑마법사였구나!"

그의 외침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수인남성의 팔을 꺾어 부숴버리기 위해 천천히 몸 안의 기를 끌어올렸다.

나를 제압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수인사내나. 나를 견제하는 여성은 자신들이 철저하게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듯 보였지만.

애석하게도 틀려먹었다.

"너희가 여길 습격한 장본인인가 보지? 솔직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뭐?"

"너희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많은 놈을 놓쳤는지 모를 거다."

콱!!

"윽?!"

순식간에 팔을 낚아채 강하게 틀어쥐자 수인남성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선행을 베푸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게 간혹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어야지."

"로이나!! 피해!!"

수인남성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가볍게 발을 구른 내 발끝을 기점으로 새카만 기류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죽일 생각은 없다. 귀찮으니 잠이나 자라지.

물론, 내가 쏘아 보낸 검은 기류가 단순 제압이라고 여기진 않는 듯 보였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던져 기류를 피해낸 여성이 몸을 굴려 일어서기가 무섭게, 나는 팔을 낚아채고 있던 수인남성의 복부를 그대로 팔꿈치로 후려쳤다.

"크윽?!"

기역자로 꺾인 그의 몸을 걷어차 날린 내가 조용히 말했다.

"쓸데없는 오지랖 부리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물러나. 너희, 지금 실수하는 거다."

"웃기는 소리! 이 불쌍한 사람들을 어디에다 써먹으려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이 사악한 흑마법사야!"

그녀의 외침에 슬슬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손에 쥔 홍단이를 가볍게 튕겼다.

죽이진 않더라도. 겁을 주는 정도라면야.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상당하지만. 그 정도는 단숨에 커버가 가능하다.

그렇게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한 발 내디딘 내가 마치 공간을 접듯 접근하자 여성이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빠를 거라곤 판단하지 못한 듯 그대로 굳은 모양새였다.

보아하니 용병단 같은데, 전위가 이렇게 쉽게 뚫리면 쓰나.

그대로 사령마나를 왼 주먹에 머금은 뒤 오른손의 홍단이를 이용해 여성의 검을 일순간 베어버렸다.

"꺅!!"

새된 비명과 함께 자세가 무너진 그녀의 복부를 가격하려던 찰나.

스륵...... 쿠우웅!!!!!

하늘에서 떨어진 백색과 흑색이 뒤섞인 화염이 정확히 나를 향해 쏟아졌다.

"레이나!"

동시에 당황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던 로이나라 불린 여성이 안도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짧은 찰나에 누군가가 들어와 내 공격을 방어해낸 것이다.

이런 실력가는 생각보다 드문데.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인 나는 나를 공격했던 이를 보고 눈을 살짝 찌푸렸다.

하늘에서 떨어진 또 다른 방해꾼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얼굴엔 풀기 힘들게 만들어진 철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고고한 자세로 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새하얀 백발을 늘어뜨린 여성은 성숙한 느낌이 가득했다.

어째서일까.

분명, 색부터 크기까지 다 다른데. 너무 익숙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일리나?

가장 먼저 놀라움을 표한 것은 페르세르크였다.

그녀는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리나 데 팔란.

그녀가 나이를 먹으면 저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느낌이 비슷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그 가설을 부정했다.

내가 아는 일리나는 저렇게 검은빛과 흰빛의 화염이 뒤섞인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그녀와 다르기도 했다.

"그만두세요. 당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닌 듯하니."

싸늘하고 낮은 목소리에 주변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공기가 차가워졌다.

거봐, 비슷하긴 해도 아니라니까.

애초에 팔란 제국의 비밀수련장에 폐관수련을 하러 들어간 그녀가 이곳에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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