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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93화 (292/1,559)

# 29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16화

샤쿤탈라 아카데미는 재능이 입증된 귀족, 혹은 부유한 이들의 자제나 명망 높은 마법사들의 후원을 받은 이들이 입학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사로서는 꿈의 학교나 다름없다.

학교의 연혁은 무려 90년으로 그 유명한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가 입학한 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모든 마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탓에 샤쿤탈라의 건물은 늘 마법으로 유지되어 새로워 보였고 이곳을 졸업하는 즉시 대부분 마탑에 영입되거나 국가 마법사로 발탁되어 부귀와 영화를 누리기로 유명했다.

마법사라는 것은 보통 상당한 재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입문부터가 쉽지 않은 분야.

그렇기에 대륙에서 직군 중 가장 비율이 떨어지는 것이 마법사이기도 한 만큼 이곳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고작 1~2서클이 대부분이고 몇몇이 3서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새삼 그대의 동생인 윈리나 리인포스 알파의 마법사 단원들이 얼마나 재능이 좋은지 실감이 나는 게지.

페르세르크의 말대로였다.

갖은 지원을 다 받으면서도 학생 시절에 4서클에 도달한 이가 개교 이래로 몇 없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되리라.

거대한 강당과도 같은 교실의 문 앞에 선 세베레스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입가를 검지와 엄지로 천천히 문질렀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아직 학생들은 데이비 왕자님에 대해 모릅니다. 소문이 퍼진 탓에 자신들과 비슷한 나잇대의 선생님이 왔다는 말은 이미 퍼진 모양이지만요."

그의 말에 나는 이곳에 오는 길에 봤던 학생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 것 같네요."

"대 현자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셨기에 보름간 기간 강사를 맡게 되셨는지는 제 주제에 묻지 않겠습니다. 물론, 왕자님의 실력에 대한 의문도 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신 현자님께서 선택하신 일이라면 그저 믿고 따를 뿐이지요."

"선생님은 어떻게 보이십니까?"

담담한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학계에선 왕자님이 엄청난 마법사라는 말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마법이라는 게 단기간에 성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니까요."

일반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데이비 왕자님에 대한 소문이 거짓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틀에 박힌 상식에 얽매인 것과 다르게 세상은 여러 일이 있을 테니까요.

그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데이비 선생님의 실력은 거짓입니까?"

"어때 보이십니까?"

"진실이면 좋은 것이고 거짓이라도 왕자님께는 배울 것이 많겠지요. 이곳의 학생들에겐."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나라는 인간이 현재 대륙에서 얼마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탁드립니다. 자존심이 강해진 탓에 콧대가 높아진 아이들이라 해도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 절대 참지 못할 만큼 착한 아이들입니다."

짧게 말한 그가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부디...... 학생들이 혹여나 무례를 저지른다 해도 너그럽게 봐 주시길......."

냉정해 보이지만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는 느낌이 들자 손끝이 간질간질해왔다.

지구에선 내게 선생님과의 만남은 초등학교가 전부였다.

중학교 때부턴 병으로 학교에조차 나가지 못하는 삶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곳에 와서의 내 삶에서 본 선생님이라는 이들은 말이다.

[씨x 데이비, 돌았냐? 아주 미쳤지 그냥? 누가 그런 식으로 호흡하랬냐? 어? 숨 못 쉬고 뒤져볼래?]

신성력 수업은 내게 욕설에 대한 저항력을 심어주었고.

[한 번만 더 그딴 수식을 만들면 헬파이어로 일주일 동안 태워버릴 줄 알아. 다시 해!!!]

꼴에 마법사의 신이라던 오딘은 제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 수식을 내가 알아내게 해놓고 틀리면 불구덩이에 던져넣었다.

[정령술의 기본은 역시 직접 겪어보는 거죠. 안 그래요?]

안 그래, 이 년아.

[그러니까 심해 끝에서 한 달 정도 몸을 담그고 시작할게요.]

숨만 쉴 수 있게 만들고 심해의 끝자락에서 내가 어류인지 인간인지 심히 고민할 정도로 갇힌 적도 있다.

[검은 마음......끄윽! 마음은 검이니. 아이고, 눈이 핑핑 도네, 내 마음을 읽고 어디 한번 파악해봐라. 끅!]

팔 하나 날아가는 가차없는 술주정뱅이 천마식 검술에.

[귀찮고 졸리니까 내려 베기 20만 번. 다 끝나면 찾아와라.]

단순 무식한 검신의 수련은 치가 떨렸다.

[이 새끼야. 넌 주술을 하랬더니 작두를 타냐? 도술이 우습냐 누가 그딴 걸 가르쳤냐.]

[형이요.]

[이 개새끼가!]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누군가를 잘 가르치는 참된 스승인가.

결단코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내게 스승님이라는 존재는 참 무게감이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많은 것을 배워가면서 생긴 오기였다.

내가 누굴 가르치게 되면 적어도 저딴 말 같지도 않은 비효율적인 교육은 하지 않겠다고.

-풉. 배운 대로 사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라는 걸 왜 몰라.

'난 안 그래. 두고 봐라.'

타냐에게 활을 가르칠 때 어찌하였는가. 그만큼 자세하고 자상한 스승이 있었나.

내 반박에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시야를 앗아가고 숲에 내던져 굴릴 대로 굴린 그대는 어디로 간 겐가?

'그거야 급한 상황이니 그랬던 거지.'

-과연.

비웃는 그 작은 얼굴의 뺨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싶지만, 눈치 빠른 페르세르크는 잽싸게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들어가겠습니다. 참. 현자님께서 데이비 왕자님의 이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으실 거라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럴 생각입니다."

내 이름값을 알게 되면 좋든 싫든 제대로 된 수업은 글러 먹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대륙에서 유명한 성자건, 무명의 스승이건. 실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엔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다.

내가, 구원해 주......

"크흠."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네요."

의문 어린 눈빛을 보내던 세베레스가 짧게 문을 두어 번 두드리자 굳게 닫혀 손잡이도 없던 목재 문이 빛을 내뿜고 스스로 움직여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동문처럼 열리는 문 너머로 부채꼴의 계단식 강의실이 드러났고 그 안에 있던 가지각색의 눈동자를 지닌 수십 쌍의 학생들이 일제히 이곳으로 향했다.

동시에, 그래도 무덤덤하던 세베레스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마치 사람이 이렇게까지 차가운 얼굴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수업을 시작한다."

교단의 중앙으로 올라선 뒤 싸늘한 세베레스 선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학생들 모두가 울상을 지으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티미. 그 표정은 뭐지?"

"아, 그, 그게 말이죠. 선생님."

"티미 렌다로그, 5점 감점이다."

그의 단호한 대처에 티미라 불린 소년이 벌떡 일어났다.

"이......이건 말도 안 됩......"

하지만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그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불만이 있나?"

"어......없습니다."

"네 벌점은 총 78점이다. 100점은 퇴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상점을 받아 어서 청산하도록."

짧게 일축한 그가 조용히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한자리 공석을 발견하고 눈을 찌푸렸다.

"요시아는 어디로 갔나."

"수업에 관심이 없으니 듣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늘 그렇듯 혼자 마법 연습을 한 대요."

이윽고 안경을 쓴 한 소년이 조용히 대답하자 세베레스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졌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수업은 정상 진행한다. 하지만 오늘부터 약 보름 동안은 조금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의 말에 학생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나를 둘러보았다.

"누구야?"

"진짜 우리랑 동갑 같은데?"

"잘 생겼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한 얼굴 아니야?"

"아니지. 저런 여유 있는 호감형이 정말로 잘생긴 미남이라는 거야. 한눈에 번쩍거리는 미남이나 미녀도 익숙해지면 거기서 거기 거든. 중요한 건 내면이지."

대놓고 나를 품평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 자체는 잘 들려온다.

잘생겼다고 해줬으니 너는 내가 한번 봐주마.

속내를 숨긴 채 침묵하고 있으니 세베레스가 짧게 헛기침을 해 모두를 침묵시키고 말했다.

"학교의 방침이다. 오늘부터 이곳 F교실에서 보름간 수업을 해주실 선생님이신 데비님이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선생님에 대한 예우를 잊어 학교 얼굴에 먹칠하지 않도록."

짧게 소개한 그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데비라고 한다. 모두가 같진 않겠지만, 이곳 학생들의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연배라고 들었다. 잘 부탁하지."

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정식적으로 활동해보는 첫 선생님이라는 체험이 아닌가.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건데.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 또한 다르지 않다.

내 말에 몇몇 소년은 보이지 않게 탐탁잖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 자신들과 비슷한 나잇대의 선생이라는 것이 상당히 거슬리는 항목이었던 모양이었다.

"데비 선생님. 저는 그럼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짧게 말을 끊은 그가 학생들을 돌아보자 학생들이 크게 움찔거렸다.

"아이들이 실례되는 행동을 한다면 부디 제게 말해주십시오."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인 뒤 그가 나가버리자 몇몇 아이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대부분이 그러했다.

학생들에게 세베레스는 상당히 무서운 선생님이었던 모양이었다.

반면 그들에게 나는 나이 차도 나지 않는 오히려 친구같이 편한 인물일 뿐이었다.

뭔가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내가 있음에도 대놓고 수업이 끝난 것처럼 구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학생이란 이래야지. 밝고. 순수하고.

화목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음해하다 스스로 타락해 삶에 찌든 어른들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같은 급우를 괴롭힐 성격을 지닌 학생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학생들의 기대에 보답해주지 않으면 내가 어찌할까.

"우선 약속은 약속이니 지금부터 보름간 내가 너희들을 담당해 가르치게 될 거다. 그 기간이 마법회 기간 까지라는 게, 이유가 훤히 보인다만 그딴 건 나는 모르겠고."

조용히 내가 말하자 모두가 느긋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기간 동안 좋은 인연을 만들어보자고. 그럼, 내게 하고 싶은 질문이라도 있나?"

내 물음에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10대이신가요?"

이윽고 갈색 머리칼의 한 소녀가 천천히 물어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마침 열일곱, 놀랍게도 너희들과 차이가 크지 않다."

"선생님도 그럼 마법사세요?"

그 질문에 나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몇 서클이세요?"

그 질문에 나는 한 치의 거짓 없이 단호하게 답해주었다.

"9서클 초월."

진짜로.

찍고.

짧은 답변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9서클은 서클의 끝이다.

하지만 마법의 끝은 아니기에 분명한 상위 경지가 존재한다.

9서클의 끝을 넘어선 자.

초월이라는 단어를 짊어지게 되고. 끝없는 학문에 파고들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9서클 이상, 특히 나와 같이 전신 서클을 돌리는 수준부터는 경지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소리였다.

"풉......"

그때였다.

담담한 내 답변에 몇몇 학생들의 표정에 뭔 헛소리냐 라는 표정이 어린다.

그리고, 몇몇은 대놓고 허세를 부린 듯한 그 답변에 비웃음을 던졌다.

"아하하하핫! 선생님. 순 거짓말쟁이."

"헤헷, 맞아요.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 믿을 뻔했잖아요."

마치 내가 장난으로 답했다고 받아들인 아이들이다.

그때였다.

"하. 당연히 물어봐야 뻔하지. 20대도 안 된 나이에 고서클 마법사가 가당키나 해? 너희들도 눈치가 있으면 새로 오신 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

빠악!!!

상황을 중재하듯 느긋한 인상으로 말하는 소년의 머리가 일순간 뒤로 튕겼다.

새하얀 백묵 하나가 소년의 이마 정중앙을 가볍게 날려버린 것이다.

소년은 머리가 튕겨 나간 자세로 그대로 추욱 늘어져 기절해버렸다.

소년의 머리엔 소년을 기절시킨 범인인 백묵이 새하얗게 묻어 흔적을 맹렬하게 드러냈다.

"배......백묵?! 꺄악! 셀비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소녀가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교재로 사용되는 책을 한번 스윽 훑어보곤 그대로 찢어버렸다.

이딴 겉은 딱딱하고 속은 흐물거리는 이론만 가르치니 학생이 죽어도 서클 상승을 못 하지.

"내가 선생님이라는 자리를 생각보다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일단 듣고 시작하자."

내 말과 함께 인자한 내 미소에 음산함이 어린다.

"선생은 학생을 올바르게 인도할 의무가 있거든."

어긋나면 쥐어패서라도 본래의 길로 돌려놔야지.

교권 추락? 학생은 왕족이고 귀족이라고?

어쩌라는 것인가.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군사부일체......라고.

약속건대 이곳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업을 보여주마.

9서클을 넘어선 마법사만의 교육방식은 제법 참신할 거다.

"첫 수업을 시작하지. 오는 길에 봤는데 수업하기 좋은 곳이 많던데, 너희들이 할 건 딱 하나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빠르게 성장한다.

-인자한 선생님은 어디에다 팔아먹고?

'이 정도면 상당히 인자하지. 가망 없는 놈도 끌고 가주는데.'

-미친 게야.......

내 대답에 페르세르크의 얼굴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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