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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95화 (294/1,559)

# 29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18화

"으아아악!!"

"뛰어! 더 빨리 뛰어!"

"저 미친 인간 대체 뭐야!"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달리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처참함 그 자체였다.

뒤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름만 익히 알려진 그 괴물이 쫒아오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겁을 먹지 않을까.

문제는 오랜 시간 꾸준히 몸을 단련해온 검술 수련생들과 다르게 이 녀석들은 온전히 책만 펴고 머리만 굴려온 샌님들이라는 점이었다.

당연 체력은 쥐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들이 달리는 것은 잡히면 정말로 죽을 거라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인간은 위기를 느끼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육체가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은 탓에 녀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꺄악!!"

비명을 내지르며 작은 체구의 소녀 한명이 넘어지자 앞서서 달리던 한 소년이 급히 달려와 소녀를 부축하고 달렸다.

"달려! 부축해 줄 테니까!"

"흑...... 흐흑......."

울먹거리면서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급기야 반항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당연 마법사가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들 알려져 있다.

지금 요시아와 같이 무빙캐스팅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실상 대륙을 뒤져보아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요시아는 그것을 해냈다. 재능이 어디 간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 말이다.

[구가하라, 초염이 여기 내리리라!]

4서클 화염마법인 파이어 블레스트가 허공을 향해 날아간다.

"어이쿠, 그러면 쓰나."

물론, 그런 녀석들의 반항을 그냥 두고 볼 내가 아니었다.

[디스펠]

콰창!!

요시아의 화염마법이 일순간 허공에서 증발해버리자 달려 나가던 아이들의 표정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틀렸어....... 역시 5서클 마법은 안 통해!"

절망적인 말투로 중얼거린 학생들이 다시금 미쳐 날뛰는 발록을 피해 내달렸다.

이미 녀석들이 평소 달릴 수 있던 양의 이상을 내달린 만큼 슬슬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했다.

털썩!!

그리고.

결국 몇몇이 공포와 고통, 그리고 힘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물론, 아직 수업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걸려있던 집단 환각 마법을 비틀어 낙오된 아이들이 발록의 화염에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환상을 보여주었다.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전신이 불타 사라지는 환각을 본 아이들은 급기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달리는 것도 멈춘 채 엉엉 우는 아이들 또한 환각에 잡아먹히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까지 살아남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낙오되었을 때.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보드에 적힌 숫자를 마저 기입한 뒤 손뼉을 쳤다.

짜악!

우웅!

동시에 녀석들을 뒤쫓던 험악한 발록이 일순간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고 녀석들이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결계 또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살았다는 사실 때문일까.

멍하니 발록이 사라진 지점을 바라보던 남은 학생들은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체력이 그래서 쓰나. 마법사라고 머리만 단련하다간 평생 성장 못할 거다."

이윽고 내 말에 멍하니 있던 티미가 눈에 불을 켜고 내게 덤벼들었다.

"너 이 개자식!!"

다리가 풀려 일어날 힘도 없을 텐데 내게 달려와 멱살을 잡고 흔드는 그의 행동에 내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애들을...... 애들을 전부 죽여?!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아직 14살짜리도 있었어! 알고 있냐고!"

"알지."

"그런 인간이 애들을 그렇게 잔혹하게 죽여?! 그 애들이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그가 주먹을 날려 왔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그의 주먹을 막아낸 뒤 고개를 까딱거렸다.

"누가 죽어."

격분한 티미의 외침에 나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아이들을 스윽 훑어보았다.

모두가 울먹거리면서 움직이진 않고 있지만 나를 향한 적대감과 공포감은 잔뜩 서린 듯 보였다.

이쯤 되면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학급 급우를 죽인 내게 적의를 보내올 뿐이다.

"티미."

이윽고 내가 조용히 말하며 녀석의 손목을 잡았다.

퍼억!!!

그리고 녀석이 반응하기도 전에 티미의 전신은 허공을 날아 한 바퀴 빙그그르 돌며 그대로 내리 꽂혔다.

"커헉!"

"네 눈은 장식이냐? 마법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의심을 해야 하는 족속이다. 명심해라."

내가 가리킨 곳을 보던 티미의 눈이 꿈틀거렸다.

"티...... 티미......."

울먹거리면서 티미를 부르는 학생은 가장 초반부에 희생되었던 여학생이었다.

"모리?"

"나...... 나 괜찮아."

"너...... 어떻게...... 분명 불에 타서 사라졌는......."

말을 하던 티미는 곧이어 운동장의 모습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발록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반파가 된 지면은 마치 환각이었다라고 말하듯 멀쩡했다.

"이게 대체......."

"환각이다. 어때, 끝내주게 실감나지?"

내 말에 티미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주저앉아버렸다.

그 다급하고, 긴박했던 상황이 모조리 사기극이었더니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수업은 끝이다. 다들 돌아가."

이윽고 보드에 적힌 수치를 확인하던 내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퍼엉!!!

하지만 학생들은 그냥 나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나를 향해 날아드는 파이어볼에 고개를 살짝 비틀자 뜨거운 화염구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버렸다.

"요시아 프랑소스. 미첬나?"

"그 말은 제가 하고 싶은데요. 미쳤어요? 이게 수업이라고요?"

그녀는 보기 드물게 화가 난 표정으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작은 키로 인해 손이 닿지 않아 발뒤꿈치를 들어 내 멱살을 틀어쥔 그녀가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까지 별에 별 선생님들을 다 만나 봤지만 당신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에요."

"그거 영광이네."

"......."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그녀는 반응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는 내 행동거지에 더욱 화가 난 듯 보였다.

"마법과는 하등 관련 없는 괴롭힘으로 학생들을 죽일 듯 괴롭혀놓고 수업은 끝이라고?! 당신이 뭘 가르쳤는데?!"

그녀의 발작적인 외침에 나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풀어내고는 돌아섰다.

"제대로 된 수업은 시작도 안했어. 오늘은 첫날이니 가벼운 워밍업 시켜준 것뿐이야. 다들 기숙사로 바로 돌아가라. 아마 무리하게 달린 탓에 내일은 온몸에서 비명을 지를 거다."

내 말에 학생들이 눈을 찌푸렸다.

"이 일은 학교 상부에 반드시 보고할 거예요."

"그래보던가."

어느 쪽 빽이 더 센지 더 비교해 볼게 있을까.

* * *

새로 온 단기 강사인 내가 저지른 기행은 생각보다 조용히 묻혔다. 애초에 대현자의 이름으로 들어온 만큼 내게 무언가 제제를 가할 만큼 간이 큰 작자는 이 학교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말 같지도 않은 수업에 맹렬하게 반발한 학생들은 그 분노를 쉽게 꺼뜨리지 못했다, 마법수업과는 관련 없는 가혹행위를 당할 뿐이다 라며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물론, 학교 자체에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에 따른 경고장을 날리긴 했지만.

단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일축되어버렸다.

마법제 까지 그놈들 사람 만들어놓지요. 실패한다면 책임지고 20만 골드를 이 학교에 기부하겠습니다.

20만 골드.

적은 양은 아니다.

아니, 너무 많은 양의 기부금인 만큼 부유한 샤쿤탈라라고 해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지금 날 돈 따위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라고 말했던 학교장은 곧 내가 말한 금액에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라고 하기엔 너무 큰 액수네요.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요. 허나 학생들을 과도하게 굴리면 곤란합니다."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수업권한을 따내는 데에 성공한 나는 곧바로 녀석들을 이끌고 샤쿤탈라를 벗어나 근처의 산으로 향했다.

깡!!! 깡!!

묵직한 곡괭이가 돌벽을 후려칠 때마다 돌가루가 사정없이 튀었다.

"에퉤퉤퉷! 입에 흙이 들어갔어!"

"젠장! 아무리 학생이라도 우린 귀족가 출신이잖아! 우리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비명을 지르면서도 곡괭이질을 쉬지 않는 티미의 불만에 그의 단짝으로 매번 붙어 다니던 알리사 요스포그 또한 같은 생각인 듯 보였다.

"어쩌겠어. 선생님이 시키면 해야지."

"젠장! 세베레스 선생님이 최고로 악독한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그 인간은 더 하잖아! 에라이 씨 못 해처먹겠네!"

캉!!

결국 곡괭이를 집어던진 티미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야! 집어치워! 그 선생...... 아니 선생은 무슨 순 사기꾼의 말을 언제 까지 들을 거야!"

"하지만 이걸 빨리 안하면 쓴맛을 볼 거라고 그랬잖아......."

소극적인 말투로 모리 사엘른이 중얼거리자 묵묵하게 벽면을 곡괭이로 내리치던 반 최대의 문제아. 요시아 프랑소스가 대답했다.

"티미 말이 맞아. 이건 수업도 뭣도 아니야. 너희들에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가혹행위를 하게 둘 수 없어."

말을 마친 요시아가 곡괭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출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요시아! 뭘 하려고!"

"그 인간과 담판을 지을 거야. 끝장을 내버리겠어."

"하...... 하지만 요시아 네가 그렇게 하면 네 입장이......."

"나는 후회 안 해. 퇴학이 된다고 해도 각오해둔 바야."

짧게 말한 그녀는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내듯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후.

전신을 밧줄로 꽁꽁 묶인 요시아가 소년의 어깨에 둘러메져 들어왔다.

"이익!! 이거 놔요!!"

"선생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대놓고 농땡이를 피우면 쓰나."

"꺅!"

천천히 걸어 들어온 소년은 어깨에 둘러 멘 요시아를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코웃음을 쳤다.

"이것들이 열심히 하랬더니 농땡이를 피워?"

"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 수업인데요!"

"맞아요! 이게 마법 실력증진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죠?"

학생들의 외침에 흑발의 소년은 귀를 후벼팠다.

"그래서, 못하겠다고?"

"못해요! 아니! 안 해요!"

결국 분노가 폭발한 학생들이 단체로 덤벼들 것처럼 굴자 소년의 입가에 다시 한 번 음산한 미소가 어렸다.

"그럼 안할 수 없게 만들어주마."

동년배의 소년. 아니 데비 선생의 말에 학생들이 코웃음을 쳤다.

"하! 또 환각으로 우릴 속이시려구요? 우리가 바본 줄 알아요?!"

"맞아.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마법사도 아닌 사람이 마법사인양 흉내 내고 사기를 치는데 웃기지도 않아."

그들의 말에 소년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한손을 펼쳐 들었다.

"니들이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는 구나?"

담담하게 말한 데비 선생의 손 위로 옅은 빛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에 학생들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서클도 없는 인간이 어떻게?

하지만 곧 학생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인간이 또 사기 치는구나!

하지만 학생들의 선생인 데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엘리 타이샤, 이 구체가 무슨 마법이라고 생각하나."

소년의 질문에 삽을 꼭 쥔 채 지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보나마나 눈속임이겠죠. 아무리 봐도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요."

"틀렸다. 이 마법은 말이다."

담담하게 말한 소년이 손바닥을 가볍게 뒤집었다.

동시에 푸른 구체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땅속에 스며들었다.

"테러블 쇼크(대 지진)라는 마법이다."

그 말에 학생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게 또 무슨 눈속임인가 의심하기도 전에 한 가지를 반사적으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저 싸이코 같은 악마가 저런 미소를 지었을 때.

무언가 일이 반드시 터진다는 것을 말이다.

쿵!!!

소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하 동굴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제의 달리기는 단순히 워밍업이라고 했지? 어제처럼 단순히 지켜보는 게 아니야. 이번엔 너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거다. 걱정마라 내가 겪은 교육에 비하면 이건 굉장히 저급한 난이도라는 걸 보증하마."

짧게 말한 소년의 형체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안에 이틀 치 분량의 식량과 응급약을 가져다 놨다."

그 말에 학생들의 얼굴에 불안함이 어렸다.

"말라 죽기 싫으면 죽자고 머리를 굴려봐. 너희를 구해줄 물건은 이미 이곳에 있으니."

이번엔 환상도 뭣도 아니니 믿기 싫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좋다.

거의 다 사라진 소년은 학생들 전원을 보며 말했다.

"너흰 아직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울 준비부터가 안 됐다. 너희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너희가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도록."

소년의 선언에 학생들의 표정에 핏기가 싹 사라졌다.

콰르르르릉!!!!

그리고, 그런 데비 선생의 말이 도저히 거짓말이 아님을 입증하듯 동굴 전체가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법을 가르치겠다는 선생이 학생들을 어둡고 깊은 동굴에 가둬놓고 동굴 전체를 무너뜨려 매몰시키겠다니.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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