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19화
101. 노가다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린 모리 사엘른이 바들바들 떨었다.
콰르르릉!!
동굴 전체는 마치 이 상황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무너져 내렸다.
급기야 유일한 탈출구가 막혀버린 것을 깨달은 학생들의 표정이 대놓고 찌푸려졌다.
"또 환상이야?!"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껏이지!"
"테러블 쇼크라니 7서클 마법이잖아! 웃기지도 않아! 대현자님이 아니고서야 그런 마법을 쓰는 분이 어딨다고!"
격분한 학생들 사이에서 셀비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할게. 환상 파훼마법은 내 전문 분야야."
그렇게 말한 셀비스가 당당하게 무너진 돌 더미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굳어버렸다.
"셀비스. 왜 그래."
"어, 음...... 저기 말이야......."
멍한 얼굴로 돌 더미를 더듬던 셀비스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거...... 환상이 아닌 것 같은데?"
"뭐?"
"그렇다면 정말로...... 갇혀 버렸다고?"
비명 섞인 학생들의 외침에 셀비스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식량...... 식량 확인해봐!! 통신 마법 되는 녀석들은 빨리 학교에...... 학교 선생님들께!"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몇몇은 패닉에 빠진 듯 바들바들 떨었고 몇몇은 이 상황에 분개했다.
그리고 몇몇은 현실을 파악했다.
"식량이...... 진짜로 식량이 있어......."
멍하니 중얼거린 요시아가 무너지지 않고 버틴 동굴 안쪽에서 커다란 자루 주머니를 질질 끌고 나왔다.
그 안에는 물과 건조된 식량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 인간......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우릴 여기로 데려온 거야?"
"대체, 왜?"
"내가 어떻게 알아!"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니 짜증이 폭발한다. 여기저기서 말싸움이 터지는 꼴을 보고 있던 티미가 급히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해! 지금 이 상황에 싸움이나 하고 있다간 진짜 못나간다!"
"아 몰라! 그 인간이 알아서 꺼내주겠지! 좀 전에 보니까 휙휙 사라지고 멋대로 마법도 쓰더만!"
그렇게 소리치기가 무섭게 주변에 고요한 침묵이 휘감겼다.
"저기...... 요시아."
"......."
"방금 그 인간이 쓴 마법...... 진짜 테러블 쇼크야? 그...... 7서클 마법?"
"나도 몰라....... 다만 자연적인 붕괴가 아닌 건 확실해. 그렇다고 정말 7서클 마법이냐면 마나의 유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어. 분명 거짓말이겠지."
마치 딱 몇 곳만 노린듯한 붕괴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말이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마법 도구로도 이런 짓은 못해. 이런 게 가능했다면 마탑에서 뒤집어졌을 걸?"
"하지만 영창도 없이 마법을 쓴다는 말은 들어 본적도 없어."
"게다가 그 인간의 몸에서 마나도 느껴지지 않잖아."
"대체 그 인간...... 정체가 뭐야......."
짧은 토론이 끝나고 침묵이 휘감겼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히 있던 소극적인 성격을 지닌 모리 사엘른이 한손을 조심스레 들었다.
"저기 말이야. 얘들아...... 선생님이 말한 그 9서클이라는 말 있잖아......."
"......."
"어쩌면 그거...... 진짜로 하신 말씀이 아니었을까......."
가장 가능성이 낮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어째서 자신들과 동년배의 소년을 선생님이라고 데려왔는지.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소년의 말은 처음부터 거짓이 없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렇기에 더 믿을 수가 없었다.
"하 웃기는 소리야. 그게 말이 돼? 최고마법사이신 대현자님이 7서클이야. 그런 마당에 7서클이라고 해도 거짓말일게 뻔한데 9서클이라고? 웃기는 소리."
"그렇다면 운동장에서 봤던 그 발록은......."
"보나마나 환각 아티펙트겠지!"
"맞아. 하지만 그 인간이 마법사라는 건 이제 알겠어.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전부 속이고 있는 거겠지. 집요하고 치밀한 환각마법의 장인이 분명해."
"성격도 괴팍한 노인네가 분명할걸?"
"환각마법 전문 분야의 선생이라면 모든 게 이해가 돼."
짜증스레 외치는 아이들을 보던 요시아가 눈을 찌푸렸다.
허황된 이야기는 분명하다. 지금의 결론이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것인가.
이 미친 인간의 수업을 계속 듣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경종을 울렸다.
"20살도 되지 않은 인간이 9서클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릴! 됐어 집어치우고 일어나! 당장 나가려면 조금이라도 움직여야해!"
학생들은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준비된 곡괭이와 삽을 들어올렸다.
* *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미친 수업을 진행한 내 행동 때문에 F반의 학생들은 결국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넝마가 된 꼴로 내게 나타났다.
그리고는 눈에 불을 켜고 내게 덤벼들었다.
당장에 멱살을 잡고 주먹이라도 날릴 듯 노려보는 티미의 행동을 저지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게 선생이 할 짓입니까?"
"뭔가 불만족스러웠나?"
"불만족스럽냐고요? 자칫하면 다 죽을 뻔했는데 불만족스럽냐고요?!"
대표격인 티미의 외침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녀석이 떨어뜨린 곡괭이를 집어들었다.
"너희가 그곳에서 빠져나올 때 사용한 이게 뭐라고 생각하나."
내 질문에 티미의 눈이 움찔거렸다.
"그냥 곡괭이잖아요."
"그냥? 돌대가리냐?"
내 신랄한 독설에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 곡괭이가 그냥 곡괭이로 보인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인첸트 마법이 된 곡괭이다. 본래 너희들이 있던 곳에서 이곳까지 단순히 삽과 곡괭이로 빠져나오려면 보름은 얼어 죽을, 한 달도 더 걸릴 거다."
내 말에 사태판단이 빠른 몇몇은 상황을 눈치 챈 듯 침묵했다.
그 곡괭이는 말이다.
+15강 풀강 곡괭이라는 말이다.
솔직히 누군가를 처음 정식으로 가르친다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힘을 좀 썼다.
7서클 하이 인첸트는 그런 무식한 짓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정교한 마법이다.
"그래서요. 마법 곡괭이를 쥐어줬다고 해도 선생이 학생을 동굴 속에 매몰시켜도 되는 겁니까?"
티미의 말에 나는 녀석의 머리를 눌러 떼어낸 뒤 고개를 돌렸다.
"F반은 낙제반이라면서."
"......."
"올라가고 싶다면서. 그런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서 기사도 놀음하고 있나?"
학교 최대의 수재인 요시아가 F반에 존재하지만 마법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니들이 노력하는 시간동안 다른 놈이 놀고먹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라."
뭐든 누군가를 넘어서려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 말에 그가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면 더더욱 마법 연습을 해야지 이딴 말 같지도 않은......."
격하게 외치던 녀석이 말을 하다말고 멈췄다.
늘 말하지만 티미 렌다로그라는 이 소년은 이 학급의 대표급으로 주로 홀로 총대를 메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녀석에게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었다.
"믿어라. 장담컨대 너희를 이 학교 내에서 아무도 무시 못 할 미친 싸이코들로 만들어줄 테니."
내 진지한 목소리에 티미를 포함한 학생들이 침묵했다.
"너희가 내 존재를 의심하는 건 오히려 이쪽에서 바라는 바다. 의심하고 더 의심해라. 내 정체를 캐내고 내가 무슨 수를 쓰는 건지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라 그건 처음부터 내가 너희에게 주는 숙제였으니까. 다만."
허리춤에 채워진 주머니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티미에게 건넨 내가 말을 맺었다.
"수업내용에 대한 불복은 절대 용납하지 않아. 기회는 두 번 없다. 듣기 싫다면 거부해도 좋다. 요시아처럼 수업 거부를 한다고 해서 이 학교가 당장 너희를 제제하진 않는다. 다만, 한번 거부하면 그때부터는 끝이다. 절대 나는 너희를 돌아보지 않을 거다."
내 말에 학생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분명 집어치우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어째서 거부할 수가 없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정말...... 효과가 있는 겁니까?"
"내가 말했잖아. 선생은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끄는 이라고."
그러니까.
적어도 보름안에 너희를 변화 시켜주마.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건 세상물정 모르는 애들의 유일한 장단점이다.
* * *
보름의 절반이 순식간에 흘렀다.
깔끔하고 아름답던 샤쿤탈라 제 교복이 넝마가 되는 건 금방이었다.
"하......."
"첫날엔 동굴에 매몰되고, 두 번째 날엔 죽도록 산을 타며 물을 길러 나르고......."
"하...... 양 쪽 물의 높이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무조건 새로 퍼오게 만들었지?"
"세 번째 날은 또 뭘 말해. 난 정말로 사지가 폭발해 죽는 줄 알았어."
"아...... 폭발마석을 숨겨놓은 그 숲......."
폭발 마석이 가득한 숲에 던져져 그곳에서 맨몸으로 탈출하게 만들었다.
약 하루하고 반나절. 서로를 믿고 의지하여 겨우 벗어났더니 다음 과제는 더욱 가관이었다.
마법 없이 고블린 부락에 침투하여 고블린 족장의 물건을 훔쳐오는 것이었다.
고블린이 약하다곤 해도 부락에는 다수의 고블린이 포진해있다. 들키는 순간 남자는 찢겨져 나가고 여자는 치욕을 맛볼 만큼 악랄한 몬스터가 고블린이 아니던가.
그런데 데비 선생은 가차 없이 학생전원을 고블린 부락 안으로 밀어 넣었다.
'큰일 나면 구해주마. 대신 전원이 성공할 때 까지 멈추지 않는다. 교육은 너희가 전원 성공할 때 까지 연장한다.'
실제로 들켰다.
몇 차례고 고블린 부락 내에 침투하다 들킨 학생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김없이 하늘에서 기이한 연기를 내뿜는 아티펙트들이 쏟아져 내렸다.
고블린을 쫒는 향이 담긴 값비싼 마법 첨가물이었다.
이쯤 되니 학생들은 서로 발을 맞춰 서로를 의지하고 믿어나갈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자신들을 이끄는 데비라는 이 정체모를 선생은 아무리 봐도 미치광이 싸이코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람을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들진 않을 테니 말이다.
도대체가 목적도, 의미도 모를 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단 한 번도 마법 이론에 대한 책을 펼치지 못했다.
누구든 이 거지발싸개 같은 책을 보다가 걸리면 죽는다.
그런 데비 선생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 학급은 담임 선생의 주도하에 수업이 이루어지는 만큼 수업 내용자체는 선생이 선정하는 것이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인간이다."
지칠 대로 지쳐 넝마가 된 옷의 먼지를 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터덜터덜 구내식당으로 걸어 들어온 학생들은 한 쪽에 앉아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제 나이대의 소년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보니까 완전 밥맛이야."
"맞아. 잘생기긴 개뿔."
처음 잘생겼다면서 좋아라 하던 소녀들은 대놓고 짜증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런 상황임에도 데이비의 수업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첫날 동굴에서 탈출했을 때 들은 한 가지 선언 때문이었다.
반드시 성장 시켜주겠다던 확신에 찬 말.
그의 정체가 궁금해 가문에 연통을 넣어보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학생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선생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조금 의외인데. 네가 수업을 꼬박꼬박 나올 줄은 몰랐거든."
"......나도 몰라."
짜증이 서린 듯 심드렁하게 말한 요시아 프랑소스의 대답에 티미가 피식 웃어보였다.
개고생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당하다 보니 몸은 힘들어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이 정신 나간 선생이 단 한 번도 해결책 없는 문제를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문제의 해결법이 워낙에 엉뚱하거나 뜬금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어이고, 이게 누구신가."
그때였다.
느긋한 말투에 고개를 돌린 티미는 학교 내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보시르."
"난 또 거지새끼가 학교 내에 들어와 있는 줄 알았는데 F반이잖아?"
"입 닥쳐 보시르. 볼일 없으면 당장 꺼지는 걸 추천하마."
티미의 독설에 보시르라 불린 소년은 깔끔한 자신의 복장을 과시하듯 말했다.
"뭐, 하긴 잘 어울리긴 한다. 그 넝마조각은 낙제반에 어울리는 교복이야."
"낄낄."
낄낄대며 즐거워하던 중 보시르의 시선이 말없이 식사를 시작하는 요시아 프랑소스에게 향했다.
"이봐, 요시아 프랑소스."
"......."
그러거나 말거나 요시아는 개무시로 일관했다.
"네 정도 되는 천재가 왜 그 꼴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이해를 못하겠는데."
"그걸 니가 이해할 필요는 없어. 꺼져."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돌아오는 게 어때. 너 정도라면 아무리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도 선생님께서 널 A반으로 받아주실 거다."
"물론,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야. 너 유명하잖아. 출세와 마법실력 증진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다리를 벌려준다고."
키득키득 거리며 조롱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F반 학생들의 눈에 불이 터졌다.
분명 이전엔 이런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같은 반 학우라고 해도 결국은 다 다른 국가의 남남이 아니던가.
고등반을 넘어 이 학교를 졸업하면 그것으로 끝인 사이였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특히 요시아 프랑소스는 타 반에서 넘어온 케이스로 F반 학생들과 사이가 마냥 좋은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마법제에 무단 불참한 사건으로 인해 불편하던 관계였다.
한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인가.
반사적으로 일어난 티미는 자신의 팔에 생겨난 울퉁불퉁한 근육을 보며 쓰게 웃어보였다.
그 미치광이 싸이코가 이럴 땐 도움이 되네.
반사적으로 보시르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려던 찰나였다.
파악!!
"공공장소에서 식사 중에 싸움질이라니, 잘하는 짓이다. F반 전원 3점 감점이다."
덤덤하게 나타나 보시르의 얼굴을 후려치려던 주먹을 가볍게 막아낸 데이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식사하고 다들 교실로 집합해라. 이제부터는 교실에서 수업한다."
그 말에 학생들이 분노했다.
"선생님! 저 미친놈이 하는 말 못 들었어요?!"
그 격렬한 외침에 데이비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후벼팠다.
"그래서."
"뭐...... 라고요?"
"그래서 싸움질을 해도 된다든?"
"......빌어먹을 인간......."
싸늘한 질문에 티미가 이를 악물고는 그를 노려보다 몸을 돌려 뛰쳐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F반 대부분이 화가 난 표정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남은 이는 극소수뿐이었다.
"뭐야. 동년배 선생이 왔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느긋하게 말하며 데이비의 어깨를 톡툭 두드린 보시르가 낄낄 거렸다.
"거 F반 낙제생 놈들 가르치느라 고생이 많습디다? 그런데서 고생하지 말고 우리 가문 전속 마법사로 오는 게 어때요. 제법 젊어 보이는데, 마법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 여동생이 꽤 아껴줄......."
펑!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F반 전원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능글거리며 빈정대던 보시르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버린 것이다.
"나는 애들이 아니야. X새야."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가 어디론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 사태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는 야비한 인상의 사내가 데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쪽이 소문이 돌던 데비 선생님이시군요. 한데, 감히 콜린 수행마법사님이 담당하시는 유망주들인 A반 학생들에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물어도 될는지요."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존대 따윈 없었다.
"뭐...... 뭐라고요?"
"애들은 모르고 철이 없으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부담임인 당신은 그러면 안 되지."
담담하게 말한 그가 보시르를 집어 던졌다.
"커억!!"
"보...... 보시르!! 이봐! 당신! 보시르가 누군지 알고 이딴 짓을 저지르는 거야?! 콜린 수행마법사님의 수제자이며 골리아 공작가의 차기 공작님이시다!"
계급이 동등한 학교라고 해서 계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말이다.
성자라는 계급은 단순 높낮이만 따져도 단순 왕족의 상위에 있다..
"어쩌라고. 그 잘난 공작가에 메테오라도 하나 떨어뜨려주랴?"
"뭐, 뭐라고?!"
"아니면, 그 잘난 수행마법사 콜린인지 콜걸인지 하는 새끼를 마탑에서 적출해주랴?"
"미첬군!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어! 대 현자께서 꽂아주신 낙하산이라고 겁도 없이!! 당신이 무슨 권리로!"
"무슨 권리로 라니, 아직 사태파악 못하는 모양인데......."
말끝을 흐린 데비가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 소드마스터의 상징인 푸른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건 단순 협박이 아니야. 이 학교에서 내게 덤벼도 되는 건 F반 학생뿐이다."
"이...... 이이!"
내 말에 주변이 주변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 오갔다.
대체 누구이기에 그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시선이었다.
"안 그래도 예민해져있는 내 학생 건드리지 마라. 한번만 더 개짓거리 하는걸 보였다간 내가 당신의 목을 분질러 버릴 테니까."
스가각! 그 말과 함께 푸른 기류 중 일부가 칼날처럼 날아들어 사내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 얇은 혈선을 만들어냈다.
방식이 어떻고 상당히 건방진 놈들이라도, 내 첫 제자들이다.
건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