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98화 (297/1,559)

# 29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21화

싸늘하게 식어가는 강당 분위기를 무시한 채 나는 단상을 주욱 밀어버린 뒤 말했다.

"선생님...... 그게 무슨......"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간결했다.

"저희가......선생님께 덤비라고요?"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아 빨갛게 충혈된 모리 사엘른이 떨떠름하게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 너희들이 할 건 간단해. 내 옷깃을 스치면 너희들의 승리다. 그걸로 수업은 종료해주마. 반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계속 진행한다."

내 말에 허탈함에 빠져있던 티미가 피식 웃어 보였다.

"옷깃이요? 선생님, 지금 저희가 몇 명인 줄은 알고 그러세요? 그것도 강당도 아니고 이 좁은 교실에서?"

"언제부터 이 큰 교실이 좁은 공간이 된 건지 모르겠다만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덤벼 어서."

"하! 아무리 그래도 옷깃 정도 못 스칠까!"

격하게 소리치며 그가 덤벼들어 왔다.

마치 지금 상황에 대한 울분을 풀겠다는 듯한 눈매였다.

퍽!!

하지만 그가 내게 다가오기도 전에 티미의 신형이 한차례 크게 움찔거렸다.

"끄......억......"

"어디 보자. 티미 렌다로그. 혈도가 꽉꽉 막혔구나.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생님이 갱생 한 번 시켜주마."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명치 살짝 치기]

콰득!

"꺼윽......"

숨을 쉬지 못해 무너지는 녀석의 멱살을 틀어잡은 내가 그대로 녀석을 튕겨 허공에 띄웠다.

[천마공]

[분골착근]

퍼버버버버벅!!!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티미의 육신이 쉴 새 없이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끄윽......"

"흐음......네다섯 번은 더해야겠네."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내 말을 귀신같이 들은 티미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어때, 움직일 만하냐?"

"어......어떻게......"

"나는 너희들을 죽도록 아프게 할 테지만 못 움직이게 하진 않을 거다. 자자 시간이 많지 않아. 다들 뭐하나. 덤벼."

빙그레 웃는 내 미소에 섬뜩한 기류가 서리자 학생들은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임에도. 틈만 나면 반드시 저 얄미운 얼굴에 주먹을 박아넣으리라 이를 갈았음에도.

쉽게 덤비지 못했다.

"안 와? 그럼 선생님이 조금 수고스럽지만 직접 가주마."

콰앙!!!!

가볍게 내디딘 진각이 목재로 된 단상 일부를 완전히 박살 내자 학생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 * *

"꺄아아아아악!!!!"

"선생님! 선생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던 알리사 요스포그가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러댔다.

가볍게 양 주먹으로 양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빙글빙글 돌려주자 요시아는 평소의 체면도 잊은 채 눈물을 펑펑 흘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망할! 파이어 볼트!!"

F반 교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F반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지는 못하리라.

이미 사일런스 마법에 락 마법까지 걸려있으니 말이다.

"망할! 쉽게 못 당해준다!"

이를 악물고 내게 스태프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학생은 공포에 질린 얼굴 그 자체였다.

"으흐흐흐흐."

"오......오지마! 이 미친 싸이코야!"

"싸이코라니, 선생한테 말버릇 봐라."

콱!!

순식간에 스태프를 낚아챈 내가 그대로 스태프를 살짝 비틀자 녀석은 손에 쥐고 있던 유일한 무기도 놓아버린 채 급히 내게서 물러나려 했다.

퍽!!

물론, 내가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순식간에 다리를 걸어 중심을 흩어버린 내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신성마법]

[신성한 손가락.]

내가 성자라는 사실을 알아서 지금 좋을 게 하나 없지만. 어차피 녀석들은 이게 신성 마법인지, 내가 소드마스터라서 나오는 힘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마법인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파바바바박!!

이윽고 검지가 녀석의 전신을 찌르고 안마하자 결국 녀석은 거품을 물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10초 뒤에 정신이 번쩍 들 거다. 다음!!"

그렇게 말한 내가 시선을 돌린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학생들 사이에서 묵묵히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요시아가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변화를 벌써 눈치챈 듯 보였다.

"요시아 프랑소스. 마법을 쓸 때 상대에게 내가 큰 마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면 어찌되리라 생각하나?"

"글쎄요? 적어도 저를 노리겠죠?"

"아는 녀석이 겁도 없구나?"

콰앙!!!

근처에 있던 단상을 가볍게 들어 녀석에게 던져버리자 느긋한 얼굴을 하고 있던 요시아가 눈을 부릅뜨더니 급기야 마법을 해제하고 몸을 던졌다.

"꺄악! 이 미친 싸이코야!"

"싸이코라니, 바로 봤다!"

순식간에 다가와 내가 눈을 부릅뜨고 그녀와 눈을 마주하자 요시아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서......선생님? 설마 연약한 레이디를 패진 않겠죠?"

"교육은 엄연히 남녀평등이다. 요시아 프랑소스."

파바바바박!!

"꺄아아아아아악!!!

수십 명의 학생이 단 한 명의 옷깃이라도 스치기 위해 덤빈다.

사방에서 마법이 날아들고 기습적인 스태프 휘두르기가 들어오지만 나는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팼다.

"끄......끄윽......이 망할 폭력 선생......"

"말할 힘이 있으면 잽싸게 도망가야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개구리처럼 꼴사납게 뻗어버린 요시아는 입가에 흐르는 침까지 주체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난장판.

섬광이 이런 것을 의미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파고들어 학생들을 모조리 때려눕히는 내 행동에 몇몇 학생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거기, 세 놈. 밖으로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이야아아!!"

기습적으로 파고든 티미의 주먹은 확실히 처음보다 훨씬 매서워져 있었다.

혈도를 뚫는 것은 그저 댐의 문을 여는 것이지만 녀석들은 며칠간 내게 지옥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몸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마나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육체가 더욱 가벼워진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퍽!!

물론. 그래 봐야 아직 햇병아리다만.

순식간에 티미의 팔을 낚아채 뱀이 기어가듯 제압한 나는 녀석의 팔을 가볍게 꺾은 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를 이용해 혈을 짚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가볍게 회전시키듯 끌어모았다.

[천마공]

[태극공]

[병합기]

[태극 화천장]

퍼엉!!!

검은 기류와 흰 기류가 일렁이며 거대한 태극문양을 만들어내고 그대로 티미를 허공에서 거침없이 지면으로 처박아버렸다.

어찌나 강했는지 녀석이 누운 자리 근처에 거대한 태극문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커헉!"

치명적인 공격은 분명한데.

어째서일까.

정작 맞는 대상인 티미는 자신의 몸에 치명적인 데미지가 들어왔다기보다 오히려 더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건 티미 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요시아를 포함해 남은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한 가지 섬뜩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나......난 마조가 아닌데......"

"맞는 게 좋을 리가 없는데......"

자신의 상태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녀석들을 향해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래? 미안한데 선생님은 누굴 괴롭히는 게 취미거든."

"미치광이가!!"

다시 한 번 아이들이 급히 흩어진다. 당장 덤벼들어 봐야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이제는 협공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이 시선을 끌고 몇몇이 피하기 어려운 마법을 준비한다.

대부분이 1~2서클에서 3서클 정도의 학생이라 해도 그들이 모이면 큰 마법이 되니 말이다.

"셀비스!! 물러서!!"

그리고 그런 학생들의 준비는 곧 빛을 발했다.

내게 무수히 맞아가며 버티던 셀비스가 물러남과 동시에 나를 덮치듯 커다란 화염구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구가하라! 여기 모든 것을 태우리라!!]

[파이어 블레스트]

4서클의 파이어블레스트는 오로지 이곳에서 요시아만 사용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보조와 지원 덕분에 그녀가 평소 사용하는 파이어 블레스트와는 급이 다를 정도로 거대한 마법이 쏟아졌다.

보통 이렇게 호흡을 맞춰 마법을 쓰는 게 마법사들에게 쉬울 리 없다.

아이들도 그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의 호흡을 맞춰서 해내고 있었다.

"좋아. 아주 잘했다!"

날아드는 화염 덩어리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나는 그대로 파이어 블레스트를 향해 그대로 손을 뻗었다.

[디스펠]

콰창!!!

그리고, 아이들이 회심에 준비한 파이어블레스트는 내 손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져 버렸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이건......"

기겁하는 학생들을 향해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소드마스터나 마법사나 기본적으로 원소 마나를 사용한다. 그 흐름부터 볼 줄 알고 나서 마법을 쓰는 거다. 무작정 수식만 외우고 그대로 마법을 따라 하면 결국 거기까지."

이론 수업을 아끼지 않으며 손을 뻗은 내가 그대로 마나를 움직였다.

"내가 하는 것들을 모두 잘 봐라.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어떻게 배열되는지 놓치지 말고!"

[흡]

화아아악!!!

단순히 마나를 배열하는 것으로 학생들 몇몇을 끌어당긴 내가 그대로 한 학생의 목을 감싸듯 제압했다.

"움직이지 마라. 로이사 포렌이 죽어도 상관없나?"

"이 미친 새끼야!!"

학생을 인질로 잡는 선생이라니.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소리 지르는 학생들을 향해 나는 로이사의 오금을 가볍게 걷어차 무릎 꿇린 후 등을 두어 차례 격타했다.

'이쯤 하면 이 녀석은 됐고.'

"이 비겁한 인간이! 당신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마법사가 언제까지 육탄전만 쓸 거냐. 기사라도 될 거냐?"

펑!!

그놈의 티미 렌다로그. 가장 악바리 같은 성질을 지닌 만큼 타통에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녀석이다.

펑!!

녀석의 팔을 낚아채 순식간에 뼈를 탈골 시켜버리자 결국 녀석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은 상대에게 틈을 보이는 것과 같다. 입을 조심히 놀려라. 아파도 안 아픈 척. 안 아파도 안 아픈 척. 심리전은 모든 일에 중요하다."

"커흑......."

반사적으로 입을 다무는 녀석의 등을 두어 차례 격타해 잠겨있던 혈도를 조금 개방한 내가 녀석을 요시아에게 던져버렸다.

"오......오지마!"

"비켜!!"

비명을 지르며 충돌하는 둘을 뒤로한 채 내가 말했다.

"마나는 각기 성질을 지니고 있다. 무생물이되 생물이라는 소리다. 마나에게 너무 지고 들어가지 마라. 마법사란 마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크윽......무슨 말도 안......되는."

"잘 봐라?"

담담하게 말한 내가 마나의 일부를 끌어올린 뒤 속삭이듯 말했다.

"저놈이 나를 때렸어. 혼내줄 거지?"

속삭이는 듯한 내 말에 마나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며 기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년을 무자비하게 격타하기 시작했다.

1서클 매직 미사일과 흡사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마나였다.

"지금 너희에게 이 정도 수준을 요구하진 않겠다만. 적어도 너희 마나는 너희가 다스릴 줄 알아야지. 자기가 가진 마나의 90퍼센트도 채 쓰지 못하는 놈들이 무슨 마법사가 되겠다고!"

퍼엉!!!

계속되는 수업 내용에 결국 학생들은 그대로 뻗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

"난 마조가 아닌데......아닌데......"

몸을 웅크리고 자괴감에 빠진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이러다가 사람 잡겠어. 데이비. 이게 무슨 교육이야.

'아니, 효과는 충분해.'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숨 한번 거칠어지지 않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 학생에게 다가갔다.

"흐읍?! 서......선생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됐다. 다들 일어나!"

담담하게 녀석을 일으켜 세운 뒤 입을 연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다들 고생 많았다. 기본수업은 이걸로 마치도록 하자."

평소라면 분명 이게 무슨 수업이냐 격분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학생들은 나와 싸우면서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자신들의 마나가 너무 활발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소리였다.

마치 부러져 있던 뼈가 말끔하게 붙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너무 손쉽게 움직이는 마나에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티미, 네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이 뭐냐."

"파......파이어 볼트요."

"한번 써봐."

내 말에 털썩 주저앉은 녀석이 말없이 손을 펼쳐 들고 스태프를 움직였다.

동시에.

손가락 마디만큼 작게 펼쳐지던 마법이.

마치 축구공처럼 거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명백히 이상 현상이었다.

평소엔 아무리 커져도 손바닥만 했던 파이어볼트가 마치 3서클 파이어볼 마냥 커진 것이다.

반대로 4서클인 요시아는 손에 피워올린 파이어 볼이 평소의 세배는 더 커지자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대체......"

"효과 쥑이지?"

내 말에 티미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게......어떻게......"

"처음 내가 곡괭이를 줬을 때. 그게 무슨 수업이었다고 생각하나."

내 질문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너희는 몰랐던 모양인데. 그 곡괭이는 무의식적으로 너희 마나를 빨아먹던 괘씸한 물건이다."

다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이 녀석들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마나를 활성화하고 순환시키면서 곡괭이를 휘둘러온 것이고.

물을 길어오던 것도, 숲에서 마석 폭탄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만든 것도, 고블린 부락에서 생명체의 마나를 구분하고 자신의 마나를 감추는 연습을 한 것도.

단 하나도 너희들을 단순히 굴린 수업 따윈 없다.

내 말에 학생들은 멍하니 자신들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자신들의 변화에 학생들은 할 말을 잃은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학생들을 향해 나는 워밍업 다음의 수업을 전파했다.

"이제 이론 수업이다. 고리타분한 주입식교육과는 다른 주입식 교육이 될 거다. 이 학교에서 너희에게 가르친 주입식 교육은 단순 수식을 외우게 하고 원리를 암기시켰다만."

내 말에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이에 나는 수업할 때 쓰라고 놔둔 교재를 던져버린 뒤 픽 웃어 보였다.

"나는 너희에게 그 수식을 스스로 분해하고 해석하게 만들 거다."

실패하면 파이어 볼로 태워버릴 테니 각오 단단히 해둬라.

-헤......헬파이어보단 덜 뜨겁네그래......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페르세르크의 황당하다는 말을 나는 애써 무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