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23화
102. 받아들인 자와 도피하는 자.
"브램 6급. 왜 이러시는 겁니까."
"대체 뭘 말하는 겐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연구에 몰두하는 브램 6급의 행동에 율리스의 수행마법사로 활동하던 콜린이 짜증스레 물었다.
"데이비 왕자 말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저렇게 날뛰는 걸 두고 보실 겁이니까."
"날뛰다니. 범이라면 응당 그에 맞게 포효하는 법인 게지."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목적을 잊으셨습니까?"
"콜린."
짧게 일축한 노령의 사내, 브램 6급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말이네. 그만둘 생각이네."
"뭐라고요?"
"몇 마디였네. 하지만 나는 데이비 왕자의 그 몇 마디에 평생을 연구해온 것들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를 깨달았네."
담담하게 말한 그가 콜린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에게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그는 성국의 사람입니다! 그런 성국의 사람이 이곳 마탑까지 와서 활개를 치는 게 지금 옳은 일이라 보십니까?"
"그가 단순히 성국의 성자로 보이던가?"
"......"
"그러니 자네가 아직도 5서클을 넘지 못하는 것일세."
"브램 장로님!!"
"그만! 나는 그 정체불명의 놈들에게 힘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7서클에 들어서고 싶을 뿐이네. 이야기는 끝났는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끝이 보일 것 같은데."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와 비교하기에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고 있는 브램 6급이다. 하지만 6서클 마스터라는 위치에 있는 자신의 실력과 지성에 자신이 있는 그였다.
자신의 이론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옛 속담에 그런 말이 있다.
동굴 속 슬라임이라고.
평원 슬라임과 다르게 동굴 슬라임은 태어나고부터 평생을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만큼 녀석에게 가장 넓은 세상은 동굴일 뿐이다.
마치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듯한 시선으로 물어오는 그 어린 소년이 적은 수식.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수식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식이었지만.
그 식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에 모든 것이 걸렸다.
"나는 그때 깨달았네. 마법사라는 자가 아집과 고집에 휩싸여서 얼마나 아둔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지금 나는 당장에라도 그때 당시의 내 뺨을 후려치고 정신 차리라 말하고 싶을 지경일세."
"브램 장로님."
"그러니 더는 말하지 않겠네. 자네도 어서 그만두게. 그자가 꺼림칙한 자라는 사실은 모르지 않지 않는가. 율리스 중앙 장로를 따라다니며 그를 감시하는 행동은 이제 관두게."
"......"
브램 6급의 말에 콜린이 이를 뿌득 갈았다.
그리고는 짧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요."
담담하게 말한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럼에도 브램은 그저 자신의 이론 수식을 쓰는 데 여념이 없었다.
푸욱!!
"커헉?!"
"그렇게 방심하니까, 죽는 겁니다. 장로님."
짧게 중얼거린 콜린이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깊게 눌러쓴 후드를 벗어넘겼다.
"코......콜린......"
"독을 바른 단검입니다. 그자에게서 받은 극약입니다. 환골탈태를 한 이들에게 치명적인 독이라더군요."
"이......이이!!"
격분하며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라리던 브램이 급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하지만 마법이 완성되기도 전에 피를 울컥 토하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마나를 활성화하면 독이 더 빨리 퍼질 뿐입니다. 당신은 현실에 맞설지 몰라도 나는 아닙니다. 편한 길이 있으면 그리로 가야지요. 안녕히 가시지요. 장로님."
비릿하게 웃어 보이는 콜린의 모습은 이전과 달랐다.
피부에 기이한 핏줄이 돋아있었다.
그 여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머리카락이 대부분 빠져 사라진 게 보이긴 했지만.
브램 6급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자네......설마 그 약을......"
"예. 계약의 대가로 5서클 마스터의 힘을 얻었습니다. 이번 계획이 완성되면 저는 6서클 마법사가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평생에 걸쳐 오른 6서클 마법을 단시간에 오른 거란 말입니다!!"
퍼억!!
격하게 그의 육신을 걷어차 버린 콜린은 그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고 조용히 말했다.
"시신을 치워라. 계획을 앞당긴다. 제물을 확보해야 하니 라스칸 부담임에게 연통을 넣도록."
짧게 중얼거린 그가 눈을 위험하게 빛냈다.
* * *
"모리, 그 인간 어디 갔는지 못 봤어?"
"......응? 아아......응 못 봤어......"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모리 사엘른의 대답에 티미가 짧게 혀를 찼다.
"뭐야 이 인간. 마지막 날인데 대체 어딜 간 거야."
퉁명스레 말한 그가 짜증스레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상자를 노려보았다.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티미는 괜히 상자가 쑥스럽게 느껴졌다.
"컨디션은?"
"조......좋아!"
빨개진 얼굴로 힘있게 답하는 모리 사엘른이 언제 이렇게 확신을 가진 적이 있던가. 티미는 그런 모리 사엘른의 변화에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제가 시작됐다! 우리가 그동안 뭘 배웠나!"
"다 부숴버려!"
"우리가 한 그 개고생의 1퍼센트도 겪어보지 못한 놈들!"
저 미치광이들이 원흉이리라.
거의 반쯤 광기에 미쳐 날뛰고 있는 건 숨길 것도 없이 당연히 F반의 학생들이었다.
당장에라도 뛰어가 합류하고 싶어 하는 듯 몸을 움찔거리는 모리 사엘른을 보니 티미는 뭔가 상황이 중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본인도 그랬다. 이전까지는 몰랐으나. 그가 제대로 이론 수업을 시작한 뒤로부터 학생들 전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미치광이가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 들면 어떻게 굴리는지 알겠구나.
갖은 고생이란 고생의 결과가 주는 과실은 달콤했지만.
그 과정은 다시금 겪고 싶지 않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지옥을 끝마치고 나면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정신이 똘똘 뭉쳐진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
"이길 수 있어!"
그새 아이들의 틈새로 파고들어 가 작은 손을 뻗어 올리며 같이 환호하고 있는 모리 사엘른을 보며 티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모리 사엘른이 저렇게 변할 정도인데. 남들이라고 다를까 싶었다.
"선생님이 안 보여."
그리고, 가장 최대의 변수. 본래 수업을 거의 나오지 않았고 마법제에 불참한 전적 때문에 학생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던 요시아 프랑소스가.
그의 수업 이후 갑작스레 꼬박꼬박 출석을 시작했다는 점이 있다.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본들 돌아오는 것은 조용히 하라는 말뿐이었지만 티미의 생각으로는 그녀가 상당히 그 안마식 타격 대련에 맛을 들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 표정이 왜 그따구야. 너도 내가 수업 나온다고 x나 무시하냐?"
"어......어? 아, 아니야. 그런데 뭐라고?"
"선생님이 보이질 않는다고."
"그건 나도 알아."
"이상해. 분명 약속했단 말이야. 계약은 끝나서 더 이상 우리 선생님이 아니게 됐지만, 우리 마법제를 보러 와준다고."
마법제고 나발이고 자신은 관심 없으며 이기는 건 개인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만 생각하면 뻔한 결과라는 말을 매번 하던 그 미치광이 동년배 선생의 말끔한 얼굴을 떠올린 티미가 눈을 찌푸렸다.
"하여튼 끝까지 이 인간은......"
혀를 쯧쯧 차면서도 그는 마치 학부모 참관에 부모님이 오시길 바라는 아이처럼 두리번거렸다.
"그래야 선물을 줄 거 아니야......"
"내가 찾아볼게. 넌 가서 저 미치광이들 좀 진정시켜."
함성까지 지르며 이번 마법제는 반드시 압도적으로 제패한다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 F반 학생들을 가리킨 요시아가 티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넌 F반의 학급 반장이잖아."
"......그래. 이번엔 땡땡이치지 마라."
"나도 좋아서 그랬던 게 아니야."
담담하게 말한 요시아는 곧바로 마나를 활성화 시켰다.
악랄한 데비 선생에게 배운 것들은 사실 대단한 이론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마법사가 아주 기초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극도로 현실적이게 배웠다.
상대의 마나를 가늠하는 법. 그리고, 그 마나를 분간하고 추적하며, 분석하고 해석하는 법.
데비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조금 신기한 인간이었다.
도무지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마나가 옅었다.
소드마스터라는 건 이미 소문이 퍼져 알고 있다.
마법 선생이 왜 소드마스터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는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일반인 이하의 마나. 그렇기에 오히려 구분하기 쉬웠다.
F반 학급이 있는 동쪽 동을 떠나 중앙동으로 들어온 요시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요시아 프랑소스."
상당히 비릿한 목소리에 그녀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엔 A반의 부담임인 라스칸 선생이 보였다.
"따라오도록."
"......시......싫어요."
잔뜩 움츠러든 소동물처럼 움찔거리는 그녀는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각인된 듯한 피 포식자의 자세를 보였다.
"하......따라오지 않겠다?"
그의 위협에 요시아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뭐, 좋아. 따라오기 싫다면 가도 좋다."
"......"
"뒷감당은 너 스스로 하는 거지만."
음흉한 그 미소에 요시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 * *
마법 학교 샤쿤탈라의 마법제가 개최되며 도시 린드홀은 그야말로 성황리를 이루고 있었다.
대륙연합의 이름 아래에 펼쳐지는 범국가적인 대형 축제가 펠리스티 공국에서 펼쳐졌던 검술 대회였다면.
샤쿤탈라의 마법제는 말 그대로 마탑 간의 대 축제라 볼 수 있다.
샤쿤탈라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왕국 마법사나 마탑의 소속이 될 만큼 인재들이 가득하다는 말을 들으니 말이다.
마탑에서 샤쿤탈라에 매년 상당량의 자금을 원조하는 이유도 사실상 그 때문이었다.
한 명이라도 뛰어난 인재를 경쟁 선발하기 위해.
중등부의 입장에선 아직 고등부의 수업이 남았기에 관심사에서 줄어들지만.
지금 F반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보는 자가 있다면 제법 재밌는 일이 벌어지리라.
거대한 숲에서 대규모 마법 진형전, 방어전, 공성전, 이외에 각기 마법특성 심화 대결 등등.
게다가 단 한 명이라도 결번이 나는 순간 자동 기권처리라는 결과를 잘 알고 있기에 요시아는 이번 마법제에는 반드시 참석할 마음을 품고 있었다.
"왜 그렇게 긴장하는 게냐. 들어보려무나."
문제는 눈앞에 있는 이 사내 때문이었다.
A반의 부담임 라스칸이다. 4서클 초입의 선생으로 솔직히 요시아에 비하면 오히려 마법 경지가 떨어지지만, 엄연히 선생과 학생이라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괜찮......아요."
잔뜩 경직된 목소리로 말한 그녀가 소파에 앉은 채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단아하게 묶어둔 검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흘러내리자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라스칸이 끌끌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짚어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곱게 자라는구나."
"......"
"뭐, 확실히 네 아비에 비해 네 어미는 평민 가의 여식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껄껄."
요시아의 부모는 자작 가의 귀족이다.
솔직히 그리 높다곤 할 수 없지만 요시아의 부모님은 여러 의미에서 상위 귀족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도 했다.
대 상단.
동대륙의 대 상단인 프랑소스 상단의 대 상단주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였다.
비록 평민 출신이었으나 그의 재능을 높이 산 국왕이 자작위를 하사하며 귀족이 된 케이스이기도 했다.
그럴 정도이니 상단이 국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어지간해선 백작위 후작위조차 그녀의 가문을 함부로 할 수 없지만.
눈앞의 사내는 달랐다.
라스칸 프랑소스.
다름 아닌 그는 요시아의 삼촌으로 같은 핏줄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런 라스칸이 어째서 요시아를 상대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그만......두세요. 이번 마법제는 반드시 참석해야 해요."
"끌끌. 네가 말만 잘 들으면 금방 보내준다지 않았느냐. 고집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그 이유는 간단했다.
"허면 좋다. 가보려무나."
"......"
"대신 네 오라비의 일을 신고하는 수밖에."
그 말에 요시아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그건!"
"왜, 그건 싫으냐?"
껄껄 웃어 보인 그가 급기야 요시아의 곁에 앉아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뺨을 쓸어내렸다.
그 끈적거리는 숨결에 절로 섬뜩함이 돋을 정도였기에 요시아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분함에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턱을 틀어잡아 들어 올린 라스칸이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거 보거라. 네가 뭘 할 수 있더냐.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정말 예쁘게 자랐구나. 이 삼촌의 품에만 안기면 된다. 그리하면 마탑의 영광도, 네 오라비의 안위도, 상단의 미래도 지키게 해주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녀만의 일이다. 그녀는 애초에 F반 학생들을 배신할 생각이 이전에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 마법제에 라스칸은 그녀에게 그녀만이 알고 있던 오라비의 안타까운 일을 들먹이며 그녀를 추행했고 참다못해 그녀가 자리에서 도망쳤을 땐 이미 마법제가 끝나있었다.
"삼......촌이잖아요......제발 그만두세요."
"어허, 그게 무슨 관계더냐. 이리 곱게 자란 너를 두고 어찌 삼촌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릴까."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뺨을 쓸어내린 채 그가 천천히 그녀의 가슴께에 손을 뻗었다.
"지난번엔 그냥 도망치게 두었다만. 지금은 시간이 많다. 마법제가 시작하기 전엔 돌려보내 주마."
그 말에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만 참으면. 모든 게 된다. 이 정도 수치만 참아내면 제 친구들도 마법제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 테고. 오라비도, 상단도 안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참아야 하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다. 스스로 벗을 테냐? 아니면, 이 삼촌이 직접 벗겨주길 바라는 게냐."
라스칸의 음흉한 목소리에 흐느끼듯 이를 악물던 그녀가 천천히 제 교복의 단추에 손을 뻗었다.
시간을 끌수록 마법제에 참가할 확률도 줄어드니 차라리 매도 빨리 맞는 게 좋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옳지, 옳지. 착하구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낄껄거린 그가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씨근덕거렸다.
'선생님......'
자신의 제자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며 섬뜩하게 말하던 그 악랄한 선생이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는 그녀였다.
단순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책임지고 이끌어주던, 그리고 제자들을 향해 의외일 정도로 정을 주던 그 사람의 온기가 너무 그리워졌다.
'선생님......도와주세요......'
이곳은 외진 연구실이다. 이곳을 알아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고 찾아오는 이도 없으리라.
불가능한 것은 아는데. 그동안 자신을 무시해오던 선생님을 의지하게 되다니 씁쓸한 감정마저 들었다.
이윽고 눈물을 머금은 채 상의 교복 단추 하나를 풀어낸 그녀가 손을 파르르 떨 때였다.
덜컥.
"잘하는 짓이로군."
퍼엉!!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