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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01화 (300/1,559)

# 30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24화

시뻘건 피가 얼굴에 튀자 수치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있던 요시아 프랑소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하고 외딴 연구실에 누가 들어온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으나.

애석하게도 그녀가 바랬던 든든한 선생님은 아니었다.

"커헉?!"

새빨간 날붙이에 어깨를 관통당한 라스칸이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끄윽?!"

"제물을 잡아두라 하였더니.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있군."

짧게 중얼거린 사내는 속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힘이 빠졌는지 라스칸이 무너져 내리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라스칸을 무시한 채 요시아를 불렀다.

"요시아 프랑소스."

"......누......누구시죠?!"

바들바들 떨며 그녀가 물었다. 아무리 지옥 훈련을 해도 원초적인 이 혐오감은 견딜 수가 없었다.

"단순히 겁쟁이는 아닌 모양이군."

짧게 말한 그가 움직이려 하자 요시아가 급히 앉아있던 소파를 등으로 젖혀 뒤로 넘겼다.

그리고는 빠르게 뒤로 구르며 순식간에 준비한 마법을 던졌다.

"파이어 볼!!"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반응이다.

하지만 그 악마 같은 선생의 밑에서 1초를 다투는 수업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콰아앙!!!

일반 파이어 볼의 서너 배는 될법한 거대한 사이즈.

같은 마나를 사용했음에도 그 효율과 크기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

잔뜩 굳은 얼굴로 순식간에 병행 영창을 시작하는 요시아였다.

단 한 번에 쓰러지기엔 사내가 너무 섬뜩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콱!!

그리고, 그런 그녀가 다음 마법을 발현하기도 전에 연기 속에서 날아든 새빨간 칼날 같은 것이 그녀의 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윽?! 꺄아아아아아악!!!"

피 분수가 이는 건 한순간이었고, 지독한 고통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린 요시아가 팔이 잘려나간 부분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퍼억!!

하지만 곧 그녀의 몸은 다가온 사내의 주먹질 한 번에 그대로 무너져 내려버렸다.

육신의 제어를 잃어버렸는지 그녀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저 그를 직시했다.

"영광으로 여겨라. 네까짓 게 평생을 노력해도 쳐다볼 수 없는 분께서 너를 원하신다."

담담하게 말한 그는 쓰러진 그녀를 허리에 끼워 들고는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균열이 열리며 그 안에서 한 여성이 묵묵히 걸어 나왔다.

"시간이 없다. 그놈이 눈치채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가자."

"예, 샤리님."

* * *

"분위기 좋네."

시끌벅적해진 학교의 분위기를 지켜보던 나는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걸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느긋하게 살피며 F반 교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레이나의 육신 조정에 문제가 생긴 탓에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적당한 때에 잘 도착해 스스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좋을 게야.

그녀의 말대로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F반 학급이 있는 조용한 복도로 들어선 내가 천천히 교실의 문을 열었다.

스으윽!!

동시에 수십 쌍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이동했다.

"다들 뭐하냐. 마법제가 곧 시작한다."

내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오묘하게 뒤틀렸다.

"대체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니들 교사로서의 기간은 이미 끝났어 이놈들아. 오늘은 단순히 참관하러 온 것뿐이니까 쓸데없는 책임 요구하지 마라."

담담하게 말하며 순식간에 달려와 따지는 티미의 이마에 딱밤을 갈겨준 내가 멈칫했다.

"음? 왜들 그러나?"

"요시아가......요시아가 사라졌어요."

웅성웅성하던 학생들 사이에서 알리사 요스포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시아가 사라졌다고?"

"네.......이전 마법제 때와 똑같이요."

알리사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한 인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작년 요시아가 마법제에 참가하지 못한 이유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페르세르크의 권능에 드러난 사실을 딱 하나 알고 있었다.

라스칸 A반 부담임이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솔직히 방해가 되는 존재이니 어서 치워버리는 것도 좋지만 요시아와 그 사이에 있는 미묘한 관계를 배려한 탓에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어리석은 판단이었던 모양이었다.

"뭔소리야. 한 녀석이라도 빠지면 기권처리 된다는 말 못 들었냐? 니들은 학급 급우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 있었나?"

싸늘하고 냉정한 물음에 학생들이 이를 악물었다.

"그게......."

"선생님을 찾으러 나갔다가 사라졌다고요!"

"맞아! 시간이 되도 안 오니까 걱정돼서 찾으러 간 것뿐인데!"

"요시아....... 분명 이번 마법제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할 거라고 그랬어요. 그 말은 분명 거짓말이 아니었을 거예요!"

"애초에 거짓말하는 성격도 아니잖아요. 요시아는."

학생들의 질타에 나는 짧게 혀를 찼다.

"다들 마법제가 열리는 중앙동으로 가라."

내 말에 학생들은 괜히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했다.

"가르쳐 준 것들 잊지 말고. 자신감들 가져라. 내게 배울 때처럼만 하면 다른 반에 밀릴 일은 없을 거다."

"선생님......."

"요시아는 내가 책임지고 데려가마. 계약 기간은 끝났다만 그래도 유종의 미는 거둬야지."

불안하게 나를 불러오는 여학생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돌아선 나는 그대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리고는 모든 기척을 완전히 차단한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인지 알고 있어?

'모르지, 그러니까 알만한 놈부터 찾아봐야겠지.'

만약에 정말 라스칸 부담임이 이번에도 요시아를 데려간 것이라면.

보기 좋은 꼴은 못 보리라.

순식간에 허공을 넘어서며 상당히 낡은 건축물까지 도달한 나는 건물에 들어서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렸다.

"혈향?"

짙은 혈향은 즉 누군가가 이곳에 있다는 뜻이다.

말없이 한발, 두발. 물러난 나는 고요한 창문을 스윽 훑었다.

사람 하나 오지 않는 이 외진 연구동에서 아주 미약한 흐름이 발견되기가 무섭게 나는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

[월령보]

내 메인 보법이자. 가장 은밀하면서도 빠른 보법이다.

순식간에 전신에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며 내 육신이 그대로 흩어졌고 찰나의 순간 나는 굳게 닫힌 3층의 창문 앞에 그대로 나타났다.

"후웁!"

와장창!!!

거침없이 유리창을 박살 내버린 나는 곧 지독한 혈향이 가득한 내부로 들어섰다.

좀 전까지 누군가가 사용한 듯한 피 냄새가 너무 짙게 났다.

그리고.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뱀파이어.......

"좀 수그러들 줄 알았더니 아직 남아있었나 보네."

뱀파이어의 흔적에 나는 피가 고인 바닥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피바다가 된 바닥에 쓰러진 채 버둥거리고 있는 한 사내와.

주인을 잃은 듯한 작은 소녀의 팔을 말이다.

"......"

말없이 걸어간 내가 사내를 그대로 걷어차 뒤집었다.

"끄륵!"

동시에 눈을 부릅뜬 사내가 뒤집히며 그 시선을 내게 보냈다.

"라스칸 부담임. 분명히 내가 경고했을 텐데. 건들면 뒤진다고.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았나?"

내 말에 그가 바들바들 떨었다.

이에 나는 그의 어깻죽지를 관통한 새빨간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 뽑은 뒤 그대로 신성력을 활성화 시켰다.

[정화(purification)]

[하이네스 힐]

빠르게 독성을 제거하는 정화와 상급 회복마법을 발현하자 그의 육신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그리고. 그 빛이 끝났을 때 라스칸은 기침을 토해내며 고통스레 몸을 비틀려 했다.

내가 그의 가슴을 짓밟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내 말이 안 들렸나?"

담담하게 질문을 던지자 그가 이를 딱딱 부딪쳤다.

"데......데비선생......."

"그래그래, 우리 구면이잖아. 안 그래?"

담담하게 말한 내가 천천히 발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그의 팔 하나를 짓밟아 으깨버렸다.

"끄아아아아!!읍!"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그의 입이 순식간에 틀어막혔다.

강제로 그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

"내 말이 우스웠지? 그렇지?"

섬뜩한 내 미소에 그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비명을 지르면 반대쪽도 으깬다.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

내 말에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내가 그대로 기류를 풀어주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요시아는 어디 있나."

내 말에 그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말인지 모르......"

퍼억!!!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그의 다리가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

비명을 지르고 버둥거리며 악을 쓰는 그를 제압한 채 내가 눈을 새빨갛게 빛냈다.

"라스칸 프랑소스. 한 번만 더 개소리하면 뒷감당은 책임지지 않는다."

내 말에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데.......데려갔습니다요.......코.......콜린 4급께서."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콜린? 그놈이 뭐 때문에."

"그......그것이.......히이익!! 제발! 제발! 다 말하겠습니다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 그는 곧이어 굳이 들을 필요도 없는 사실까지 모조리 털어놓았다.

요시아를 묶어두라는 콜린의 명을 받고 이전처럼 그녀를 불러들여 성추행을 하던 중이었다.

오랜 시간 벼르고 별렀던 만큼 이번만큼은 요시아를 안을 생각으로 가득했던 라스칸은 곧 찾아온 콜린 4급과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치명상을 입었고 요시아는 그들이 데리고 이상한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마 그 이상한 여자가 뱀파이어일 것이다.

"아, 그래. 제 조카에게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고."

"......."

"뭐, 개개인 일에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다만. 도를 넘어서면 안 되지."

담담하게 말한 내가 고개를 돌렸다.

주인을 잃고 떨어진 가느다란 팔은 아무래도 요시아의 것인 듯 보였다.

피가 빠져나갈 대로 빠져나가 창백해진 팔을 주워든 나는 그대로 단면에 마나를 쏟아부어 그대로 유지한 뒤 라스칸을 노려보았다.

"그 연놈들, 어디로 사라졌나."

"그......그것이......."

"말하기 싫다고?"

"아.......아닙니다요! 하.......하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진 터라.......저는 그저 말단일 뿐입지요 네."

그의 말에 나는 어찌할까 고민했다.

이렇게 이미 사라져 버린다면 찾기가 영 곤란하다.

그렇다면. 별수 없이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그대로 요시아의 팔을 들어 올린 내가 손을 펼쳐 들자 그녀의 팔이 번쩍거리며 새카만 사령 마나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8서클 흑마법]

[소울링크]

동시에 내 발밑으로 새카만 빛이 어우러진 마법진이 거대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라스칸이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았다.

그도 마법사인 만큼 내가 지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리는 그를 무시한 채 나는 그대로 팔을 아공간에 던져넣었다.

추적은 끝났다.

위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이기에 함부로 워프할 순 없다만.

9서클까지 회복한 마당에 조금 무리를 해도 문제는 없으리라.

[링크]

[8서클 마법]

[워프]

순식간에 새카만 마법진 위로 푸른 마법진이 수십 장 허공에 드러난다.

동시에 마법진들이 회전하며 내 앞으로 새파란 균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요시아의 팔과 그녀의 영혼 사이에 링크를 걸어 그녀의 위치를 추적하고. 그곳의 좌표를 특정한 뒤 무식하게 워프 마법을 발현한 것이다.

반대쪽에 뭐가 있는지는 나도 알 수 없기에 함정이 될 수도 있지만 상관없었다.

목표는 한 가지. 괘씸한 제자인 요시아 프랑소스를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

그뿐이었다.

-데이비! 뭐가 되었건 시간을 끌수록 그 아이가 위험해 질 게야!

페르세르크의 조언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균열 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다만 그전에.

걸음을 멈춘 나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움츠러들어 있는 라스칸을 흘끗 본 뒤 천천히 손을 뻗었다.

"신께서 이르시길."

"예.......예?"

"엿이나 처먹어라."

[9위계 최후 성마법]

[신의 중지 손가락.]

투쾅!!!!!!

순식간에 천장을 박살 내며 쏟아진 새하얀 빛무리가 그의 몸을 강타한다.

동시에 그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채로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지독한 작열통에 그가 버둥거렸지만 새하얀 화염은 집요하게 그를 불태워 나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시간만 불타라. 그 뒤에 뒤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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