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2화
운석 덩어리가 일대를 완전 전소시켜버리는 것을 막은 것은 정령왕 노아스.
그리고 뱀파이어의 로드, 두 존재였다.
하지만 로드가 그 힘을 상실함으로써 여파는 상당히 강하게 전해져 왔다.
한두 방도 아니고 수십 개에 달하는 운석이 낙하하는 9서클 최상위 마법이라면 아무리 정령왕이라 해도 정령계가 아닌 이상 완전히 받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해라! 계약자!]
당연 노아스의 불만이 폭주하여 나에게 도달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서서히 성화에 불타 사라져 가는 소년을 직시했다.
어차피 쏟아지는 유성우를 임의적으로 불러온 이상 한계는 명백하게 존재한다. 굳이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마법은 곧 멎으리라.
소년은 성화에 불타면서도 내 앞을 막아섰다.
"갈......수......없다. 나는 내 종족을 지킬 의무가 있다. 나는 군......주......"
이 악물고 버티는 그의 모습은 처절할 지경이었다.
로드라는 입장이니 필사적으로 종족의 안위를 챙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 소년은 내게 걸려 이 사달이 벌어질 상황도 감안하고 일을 저질렀다.
즉 목숨 걸고 도박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섣부른 판단은 위험했다.
뱀파이어 하나하나는 솔직히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내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권능으로 온몸을 떡칠한 온전한 뱀파이어 로드 정도.
직접 맞부딪힌 뱀파이어 로드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
"목숨줄은 질기네. 이렇게 될 걸 알면서 왜 그랬냐."
내 말에 뱀파이어 로드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이미 적대하는 사이에 내가 말해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 별수 없고."
대화의 여지가 없다면 별수 없는 노릇이다.
전쟁이 왜 벌어지는지 아는가.
돈을 한탕 끌어모으려는 종자와 한번 어긋나 서로 양보할 수 없어서 극한까지 갈등이 치달은 자들이 내리는 최후의 선택이 바로 전쟁이다.
나와 충돌해온 건, 엄연히 뱀파이어 로드의 말대로 급진파의 뱀파이어였지만.
조용히 있던 온건파 쪽의 뱀파이어는 종족의 숙원을 위해 단 한 번 공격을 감행해 왔다.
결과적으로 공격이라는 방향은 같으므로 양보할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상관없나? 지금 도망친 너희 종족 몇몇에게 전염성 저주를 하나 걸어놨는데."
내 말에 그가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전염성 저주......"
"뭐, 해가 되는 건 트리거가 당겨졌을 경우고. 평소엔 위치가 계속 노출되는 정도이긴 한데."
내 말에 그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악랄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로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전 각성 마법은 무사히 발동됐다. 인간, 너는 저 인간 소녀를 죽이지 않을 테지. 이해를 바라진 않겠다. 우리 종족에게 이번 일은 그 괴이쩍은 존재들의 힘을 빌리는 것을 반대하고 남은 유일한 길이니."
그 말에 내 눈이 찌푸려졌다.
"이 새끼 봐라?"
"부탁이다. 우리 종족에게 마지막 활로만큼은 자비를 베풀어다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눈을 감았다.
명을 다한 불완전한 뱀파이어 로드는 편안한 얼굴로 잠들었고 그대로 사라졌다.
-데이비? 설마 요시아 저 아이......
뭔가 깨달은 페르세르크가 눈을 크게 뜨자 나는 망설임 없이 요시아에게 다가간 뒤 그대로 검지와 중지에 마나를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요시아를 각성시켰다.
투웅!!
옅은 충격파와 함께 고요히 잠들어있던 그녀의 육신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녀는
콱!!
거침없이 내 목에 제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당연 인간이란 존재는 말이다.
무언가를 꿰뚫을 정도로 송곳니가 날카롭지 못하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피를 빨기에 적합하게 진화하였기 피를 빨 땐 송곳니가 상당히 길어진다.
-데......데이비?
"알고 있으니까, 잠자코 있어."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모유를 빨 듯 미친 듯이 내 피를 빨아먹는 요시아의 행동에도 나는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마치 식사를 마친 후 신생아에게 트림을 유도하듯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차라리 이게 더 잘된 일 일지도 모를 일이다.
우웅......우우우웅!!!!
이윽고 대량의 힘이 빠져나가며 붉은 눈을 빛내던 요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내 목덜미에서 떼어냈다.
응고되지 않은 새빨간 선혈이 쇄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몸 안에 있던 도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1급 대 주술]
[주박의 인]
[금고아]
투웅!!!!
본능적으로 종족에게 구현된 피의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내 피를 빨아들인 요시아.
그녀는.
내가 방금 죽인 소년의 다음 대 뱀파이어 로드로 내정된, 인간의 탈을 쓴 뱀파이어 로드의 싹이었던 모양이었다.
* * *
주저앉은 채 멍하니 있는 요시아를 뒤로한 채 한 손으로 목덜미를 지압하며 신성력을 끌어올리던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뱀파이어 로드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
페르세르크는 이 사태가 기가 막히는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데이비 말 좀 해봐!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겠지.'
정확히는 인간의 탈을 쓴 뱀파이어 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건 보통의 느낌을 벗어났다는 뜻이었다.
결과적으로 저들의 의식은 성공했고. 마지막에 내가 요시아에게 목을 그냥 내어줌으로써 완전히 뱀파이어로서의 힘을 각성시켰다.
그녀가 내 피를 빨지 못하게 막았다면 아마 뱀파이어들은 계속해서 피의 갈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멸했으리라.
좋은 시나리오이긴 한데.
그렇게 되면 요시아도 버틸 수가 없어진다.
정 줘가며 키운 제자가 뱀파이어라고 안면 몰수할 만큼 내가 정 없는 인간은 아니다.
마왕의 부활을 꾀하는 급진파 뱀파이어와 그저 자신들의 군주를 만들어 온건히 살아가고자 하는 온건파 뱀파이어의 목적은 무언가를 옹립한다는 현실이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온건파는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그럼......저 아이를 죽일 게야?
'미쳤냐? 죽일 거면 뭐하러 구하러 와.'
요시아가 일반적인 인간과 조금 다르다는 건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게 뱀파이어 로드의 싹의 증거라는 건 조금 놀라운 결과다.
요시아의 이마 부분에 연녹빛의 문양이 생겨난 것을 확인한 나는 조용히 녀석을 안아 들었다.
멍한 얼굴로 아직 사태파악을 못 하는 그녀는 자신의 몸이 들려지는데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쪽에서 유리하게 써먹는 수밖에."
요시아의 자아를 순식간에 장악하던 뱀파이어 로드로서의 의지는 내가 사전에 봉인해버렸다.
1급 대 주술. 그것도 주술이라는 개념이 없는 이곳이니 아마 이 봉인이 풀리는 건 그녀가 정말로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유지되리라.
뱀파이어 본능을 봉인해버리자 남은 것은 요시아의 본래 의지만이 남았다.
"선......생님?"
검은 눈동자가 붉게 변해버린 요시아가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 살다 살다 너 같은 문제아는 처음 보겠네."
"......"
멍하니 고개를 돌리던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다.
다만 내게 안긴 채 이동하던 터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꺄악!"
균형을 잃고 버둥거리던 그녀를 다시 고쳐 안아 들자 벌게진 얼굴로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버린 그녀가 중얼거렸다.
"세상에......악랄한 선생님한테 안겨있다니. 일생의 굴욕이네요."
퍽!
"꺅?!"
그 말을 들으면 별수 있나. 그대로 놔드려야지.
그대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어버린 요시아가 울먹거리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하시는 거예요?! 레이디를 이렇게 무식하게 다루는 게 어딨어요!"
"굴욕이라는데 굳이 안겨있을 필요 있나?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을 대할 때 남녀평등을 주장한다고 전에 말했을 텐데."
내 물음에 그녀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소리치려다 멈췄다.
그리고는 멍하니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그녀는 한쪽 팔이 잘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양팔이 멀쩡하게 존재했다.
정확히 내가 아공간에 넣어둔 그녀의 팔을 붙여준 건 아니었다.
저건 엄연히 뱀파이어화가 되면서 생긴 팔이었다.
"팔이 어떻게......여긴 대체 어디죠?"
"마법제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았다. 지금 가기엔 늦었어."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뭐라고요?"
"늦었다고. F반은 기권패."
내 말에 그녀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고개를 떨궜다.
"그럴 수가......또......"
허망해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없이 녀석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데. 들어라."
너를 위해서 말하지 않겠다라는 건 결과적으로 나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거라고 하잖아.
"우선 확인 차원에서 이야기해 보자. 너. 설마 양녀였냐?"
내 물음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프랑소스 가문의 양녀였냐고."
"저도......몰라요."
모른다라.
그럼 팩트로 조금 때려줘야겠네.
"너, 인간이 아니더라."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예?"
"인간이 아니라고, 정확히는 귀족, 뱀파이어다."
내 말에 그녀가 말도 안 된다며 소리쳤다.
"무......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냐?"
내 말에 그녀가 눈동자를 쉴 새 없이 떨었다.
"제가......인간이 아니라고......"
"걱정 마라. 변하는 건 없어. 내가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조리 막아놨으니까."
"뱀파이어......뱀파이어......"
"축하한다. 망할 모기 새끼의 여왕이 되었구나. 막을 수도 있었다만 일부로 그냥 뒀다."
"어째서죠?"
"막으면 너도 죽어. 그리고 내가 이용할 게 조금 있기도 해서."
본능을 계속해서 억누르다간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바람을 조금 빼주는 게 어떤 때에 최선책일 수도 있는 것이고.
-자비를 베푼 거면서, 헛소리는.
'틀렸어. 내가 뭔 자비를 베풀어.'
요시아의 상태를 진정시키고, 온건파 뱀파이어들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귀찮은 사태를 깡그리 차단할 수 있다.
상대를 완전히 뭉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나와 마주쳤던 뱀파이어들이 온건파의 전원은 아니기에 차라리 이 편이 후일을 도모하기 편한 축에 속했다.
"우선 돌아가자. 가서 자세히 설명해주마."
"저는 이제 어떻게 하죠?"
"뭐, 송곳니야 네가 미쳐서 피를 빨지만 않으면 되는 거고, 눈동자 색이야 문제 될 것도 없잖아. 애초에 마법사인 만큼 신성력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도 않고. 넌 지금대로 살면 돼. 어차피 변하는 건 없어."
대부분의 본능을 막아버린 이상 그녀는 타이틀만 인간에서 뱀파이어 로드가 된 것뿐이지 변하는 건 결국 없다.
아 하나 있긴 하네.
잘려나간 팔도 단번에 복구시키는 무식한 재생력.
"어때, 끝내주지?"
"전혀요!"
이외에 변하는 건 새로운 로드가 생겨 피의 갈망에서 벗어난 뱀파이어들이 얌전해지는 정도뿐이다.
급진파는 모조리 박멸하는 데에 이견이 없지만. 온건파까지 말려 죽이는 건 아니라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어째서?
'흐름을 봤거든. 요시아가 나중에 본능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뱀파이어들을 제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거다.'
뭔가 큰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조금씩 대비를 해두지 않을 수 없다.
완전히 무너져 폐허가 되어버린 휑한 고성의 터를 스윽 둘러본 나는 어찌 돌아갈까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뱀파이어 로드 소년, 그는 용의주도하게 혹여라도 내가 이곳에 왔을 때를 대비해 여러 가지 함정을 설치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을 테니 아마 꼼꼼하게 준비했으리라.
결과적으로 이곳으로 넘어오는 건 성공했지만 반대로 나가기 위해선 뱀파이어 로드가 블러드 폴리스의 수많은 매개체를 이용해 틀어막아 둔 이 공간을 부술 필요가 있었다.
"저......선생님."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있던 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불렀다.
"뭐냐."
"저......그럼 선생님이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그래, 고맙지?"
"......네. 고마워요. 정말 무서웠어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피식 웃어버린 그녀가 장난스레 대답했다.
"그런데......여긴 어디예요?"
"고성."
"아니.......그건 잔해만 봐도 알겠고요."
"널 잡아온 놈들의 은거지다. 솔직히 여기가 대륙 동부인지 남부인지 서부인지도 모르겠고. 완전히 미아 된 거지 뭐."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이제야 이 상황에서 이상한 점을 깨달은 듯 보였다.
"선생님......그런데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예요? 게다가 저는 분명 그 괴이한 남자에게 잡혔었는데......"
"간단하게 생각해. 널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고, 찾아서 이제 데려갈 일만 남은 거야."
이 사태를 만든 마법사 콜린을 아작내버리는 것은 선생이 아니라 하인스 영지의 영주가 할 일이다.
일이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 텐데.
"아아 머리 아파......모르겠어요. 생각 정리가 하나도 안 돼요."
"간단하게 생각해. 이 선생님이 널 구해준 거야. 어때 고맙지?"
내 말에 그녀가 눈을 찌푸렸다.
"뭔가 강조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불안한데요? 선생님 그렇게 생색내실 때마다 뭔가 잔뜩 뜯어가셨잖아요."
"바로 봤다. 네 피를 좀 뽑아가야 할 것 같다."
좋든 싫든 뱀파이어 로드로 각성하면 대량의 힘이 피에 감돈다.
네 특성은 관심이 없다만. 그 힘은 조금 매력적이라서. 샘플로 조금 챙기고 싶은데.
"피......피요?!"
"조금 정도면 돼. 변수를 확인할 겸 샘플도 채취하고......, 음 뭐, 실험에도 조금 써먹고."
본심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상관없다.
"세상에, 저런 불량인간이 어떻게 선생님이람....... 그럼 여기 오실 땐 어떻게 오신 건데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면서요."
"어떻게 오긴, 그냥 따라서 온 거지. 돌아갈 땐 아니야."
"무슨 말인지......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일대를 가두는 결계를 훑어보던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마나, 신성력 주술, 그리고 사령 마나까지. 상당히 힘을 많이 소모한 탓에 무리가 없으려면 딱 한 번 워프 할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유성우는 아직까지 마나 소모가 너무 크다.
힘으로 결계를 부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래서야 여기서 반나절 정도 더 체류할 느낌이었다.
게다가. 뱀파이어 로드가 소멸함과 동시에 무언가 발동이 되었는지 결계의 견고함이 수배는 더 단단해졌다.
본래엔 내가 도망친 뱀파이어들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려고 쳐둔 결계이리라.
"흠......"
"저......선생님?"
"요시아, 다른 놈들한텐 비밀이다."
학생들에게 불공평한 불법 과외는 좋지 않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한 손을 들어 올리자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문제를 주마. 마나 입자론에 대해 설명해봐라."
내 말에 요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나......입자론이요? 그건 마나에 입자가 존재한다는 이론이잖아요."
"잘 알고 있네, 그렇다면 마나 입자는 다른 마나 입자의 핵을 어떻게 유지 할 수 있을 거 같냐."
"무슨 말이에요? 너무 어려워서......"
"조금 어려운가? 그럼 질문을 바꾸자. 바람이 빵빵한 공을 날카로운 칼로 내리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답은 뻔하다.
"터지겠죠."
마나 입자도 날카로운 성지를 지닌 무언가로 때리면 당연 입자분열을 일으킨다.
지구의 물리학에 비슷한 게 있긴 하다.
분열하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내는 것을 말이다.
"잘 봐라. 지금 주변엔 우리가 나가지 못하게 결계가 처져 있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요."
"당장 너와 나는 마나가 애매하게 부족해서 느긋하게 다 때려 부수고 나가기엔 조금 귀찮은 감이 없잖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저 망할 벽을 부술 수 있을지 생각해봐."
내 말에 그녀가 눈을 찌푸렸다.
"가능하긴 해요? 마법으로 만들어진 벽을 마법이 아닌 다른 수로 어떻게 부숴요?"
"가능해. 마법 하나 쓰지 않고 부수는 방법."
정답은 말이다.
일대의 마나를 모조리 폭발시켜서. 모조리 부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가자 핵분열!
-여기서 터뜨리겠다고?! 이 미치광이야!
아 몰라! 터뜨려!
망설임 없이 푸른 마나를 마치 바늘처럼 만든 뒤 정교하게 짜인 마나 입자 중 일부의 핵에 그대로 찔러넣었다.
동화 상위의 경지까지 들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짓이지만.
이 짓을 행하는 나는 엄연히 초월급 이상의 마법사.
내게 불가능은 없다고 단언하리라.
유지력을 잃은 마나 입자는 각기 무수히 작은 알갱이로 분열하고.
그 알갱이들이 나머지 마나 입자를 때려 또다시 분열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마나 폭발력이 일어나며 일대에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균형을 뒤흔든다.
핵분열과 다르게 마나는 운동에너지는 아니니까.
좋게 표현하자면 지금 내가 보인 이 행동은.
현재 이 티오니스 대륙에 나오면 난리가 날 만한 이론이며, 무기로 쓰기에도 아주 위험천만한.
광범위 마법 EMP 폭탄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