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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08화 (307/1,559)

# 30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6화

"넌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네가 가진 지식이나 기술은 사실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솔직한 말로 네가 베텔스트로크로 가본들 입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입학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빽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다만. 누구 좋으라고 이 재능 덩어리를 내어준단 말인가.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배워야 해."

"저를 가르쳐......주신다고요?"

"그래. 오라비가 연금술이나 공학도 조금 할 줄 알거든."

내 말에 에오니샤는 불신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그녀와 나의 입장 차이를 깨달았는지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믿을 수 없어요. 제가 미우신 거라면 차라리 절 궁에서 내보내 주세요. 평민이 되어도 좋아요."

"그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직접 보고 결정하자고."

내 말에 에오니샤는 내 의도를 깨닫지 못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내가 녀석의 손을 잡아 안아 들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꺅!"

"멀미 안 나게 조심해라. 익숙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질거야."

스팡!!!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대에 수십 겹의 마법진이 번뜩인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공간을 바꿔버렸다.

"읏......"

"하인스 영지에 온 걸 환영한다."

내 말에 에오니샤가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불안한 듯 몸을 움츠렸다.

내가 에오니샤를 데리고 온 곳은 은은한 마석으로 주변을 밝히고 있는 지하였기 때문이었다.

"여긴......"

"실망하진 않을 거다."

장담하는 내 말이 틀렸을 수도 있건만.

너무 자연스럽게 장담을 시켜주자 오히려 더 경계심이 솟은 모양이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그때 복도 너머에서 무언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에오니샤는 작은 몸을 움찔거리며 반사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거대한 문앞에 선 내가 옆에 있는 조작장치를 건드리자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안한 듯 파랗게 질린 얼굴로 쉴 새 없이 주변을 경계하던 에오니샤는 조금 전 자신의 행동 따윈 잊은 듯 입을 쩍 벌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아이다운 탄성을 흘렸다.

"우와!"

그럴 수밖에. 하인스 영지의 지하 연구실은 엄연히 내 욕심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디셉티콘 편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고, 어벤져 편대 또한 그러했다.

당연, 이곳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드워프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내가 이 대륙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세상의 연금술이나 공학 기술을 알려준다.

타국이나 영지에선 볼 수 없는 거의 비밀연구소나 다름없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소리였다.

세 종족 기술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고 한쪽엔 거대한 골렘인 디셉티콘 편대가 위풍당당한 형태를 자랑하며 서 있는 게 보였다.

"대......대단해!"

아이답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에오니샤의 외침에 연구실을 돌아다니던 드워프나 엘프들의 시선이 이쪽에 닿았다.

"아니, 은사 아니시오."

그리고 드워프 중 하나가 짜리몽땅한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내게 다가왔다.

"어서 오시오, 최근 좀 많이 바쁘셨나 봅디다?"

"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네요. 그보다 기술 도입에 전진은 있습니까?"

"뭐, 늘 그렇소. 솔직히 에나벨 이후 제대로 된 기술향상은 거의 없는 편이외다."

드워프의 답변에 에오니샤는 나를 처음 볼 때와 같은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음? 이 인간 소녀는 누구요?"

"내 동생입니다."

담담한 답변에 드워프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동생? 은사께선 이미 아리따우신 두 여동생분이 있지 않소? 또 있었소?"

"이 녀석은 궁 밖 출입을 잘 하지 않아서요."

"흐음......뭐 상관은 없소만. 헌데 무슨 일이시오?"

"에오니샤."

내가 에오니샤를 부르자 녀석이 깜짝 놀라 내게서 떨어졌다.

"손목에 찬 걸 한번 보여줄래?"

"......"

"괜찮아."

안심시키는 내 말투에 결국 에오니샤는 자신의 팔에 채워진 투박한 기계 장치를 내밀었다.

"호오......이건......"

동시에 그 안에 담긴 기술력보다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깨달은 드워프 기술자가 눈을 번뜩였다.

"이봐! 어서 와보라고!"

드워프의 외침에 다른 드워프들과 정령 마법으로 장치를 보완하던 엘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많은 수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자 에오니샤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한 듯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안 그래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더 몰려드니 머리에 과부하가 온 모양이었다.

"세상에......이거 제법 참신하군!"

"그러게 말이오."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술 대부분을 처음부터 알려주기보다는 필요할 때 조금씩 알려주는 식으로 해결했으니 말이다.

"어떻습니까?"

"음, 기술력은 형편없소. 솔직히 투박하기 그지없지."

드워프의 냉정한 평가에 에오니샤의 표정이 검게 죽어갔다.

언제부터, 또 어디서 이런 기술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결과적으로 에오니샤는 공학과 연금술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순수한 마음으로 만들어낸 첫 작품이 그렇게 평가받으니 절로 풀이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들이 놀라울 지경이군! 보시오! 은사! 진동 운동을 이용해서 시와 분, 그리고 초까지 구현해놓지 않았소! 설마 이걸......"

"이 녀석이 혼자 만든 겁니다."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아무리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아무리 티오니스 대륙의 성장이 지구에 비하면 훨씬 빠르다 해도.

이제 막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아이가 태엽 시계를 구상하고 엉성하게 만든 건 엄연히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에오니샤 저 아이......놀라울 정도로 천재야.

윈리와 바리스가 실전을 겪으면서 빠르게 성장한 케이스라면 에오니샤는 방안에 틀어박혀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리저리 굴려봄으로써 스스로 무언가를 개척해낸 진짜배기 천재였다.

어느 정도냐면 이정도 천재는 잘 보기 힘들 정도라는 소리다.

내 말에 드워프와 엘프들의 시선이 모두 에오니샤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호오......아직 어린 나이일 텐데 정말 대단하군!"

"세상에......보통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닌데요?"

엘프와 드워프, 혹은 인간 기술자들의 눈에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은사......혹시......"

"이 녀석이 만든 이 기계 장치를 제대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물론, 주는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이 될 거고요."

이 대륙에서 쓸 수 있는 시계는 제법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에오니샤가 만들어낸 이것은 지구의 현대 시계와 매우 흡사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나야 좋소! 정말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파하하하하!!"

이윽고 드워프 중 하나가 호탕하게 웃어 보이자 사방에서 흥미롭다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구소의 놀라운 모습에 매료되어있던 에오니샤는 곧이어 기술자들이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하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어때. 여기 정도면 제법 괜찮은 곳 같지 않나?"

내 물음이 들려오자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던 에오니샤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연구실 안쪽에서 교정을 받는 디셉티콘 편대의 골렘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대단해요."

"그럼 다시 장소를 좀 옮길까?"

씨익 웃으며 내가 녀석을 안아 들고는 그대로 허공을 밟자 드워프들의 표정에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이 어렸다.

"제 동생에게도 가차 없으시군. 은사께서는."

"쯧쯔......"

그 말을 에오니샤가 듣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겁니다.

* * *

"오래 기다리셨죠? 급하게 만든 계약서이긴 하지만, 저하께서 미리 만들어두신 초안을 이용해서 한번 만들어봤어요."

"고생했어. 에이미, 오늘은 이제 푹 쉬어도 좋아."

"하......하지만 아직 밀린 업무가......"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마침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도 있다.

내 말에 두꺼운 서류뭉치를 내밀었던 에이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에이미가 물러가기가 무섭게 나는 에오니샤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에오니샤. 글을 읽을 줄 아니?"

"네.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 우선 중요한 것만 짚어줄게."

내 말에 에오니샤는 아직 그 연구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지 몽롱한 얼굴이었다.

분명 내게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을 원했을 것이다.

좋든 싫든 그녀는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테니까.

하지만 녀석의 재능을 알아본 이상 그걸 남에게 빼앗긴다는 건 내가 용납할 수 없다.

"우선 네 이름으로 시작되는 모든 프로젝트는 모두 네 이름으로 대륙에 알려질 거다. 지금 네가 차고 있는 태엽 시계 또한 그래. 지금이야 엉성하고 투박하지만, 최고의 기술자들이 너에게 기술을 가르치면서 같이 제대로 된 물건으로 완성할 거야."

내 말에 에오니샤는 몽롱한 얼굴을 한 채 반사적으로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그 외에 기술적인 고문지원, 혹은 자재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이 오라비가 책임진다."

"그렇게 하셔도 되는......건가요?"

"나 돈 많아."

느긋한 그 말투에 에오니샤의 표정이 순간 찌푸려졌다.

-솔직히 재수 없지.

무시하도록 한다.

"네가 뭘 하건 터치하지 않겠다. 네가 그 연구실의 인간들을 구워삶고 속여서 나를 죽이기 위한 물건을 만든다 해도 나는 계속해서 지원할 거다."

"어째서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물어왔다.

"네가 백날 고생해봐야 내가 죽을 리는 없거든."

8~9서클 마법사도 두손 두발 다든 나를 고작 기계 하나로 죽이겠다니. 꿈도 크네.

"반대로 나는 네가 대륙에 문제가 되는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을 거라 믿는다."

적어도 칼루스와 베네디트는 그딴 건 상관없다는 주의였지만 에오니샤는 제 오라비들과 다르게 제법 현실적이었다.

"수익분배금으로 넘어가자고? 우선 너를 도와 드워프들이 만드는 모든 물건의 수익은 7대 3이다. 다만 넌 아직 배울 게 많은 만큼 교육과 자재비를 감안해서 우리 쪽에서 7을 가져가마."

"그......"

"넌 아직 생각해둔 게 많지?"

내 말에 에오니샤는 자신의 품 안에서 아주 작은 노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마 그동안 녀석이 스스로 생각해두었던 모든 아이디어가 그곳에 들어있을 것이다.

"그 외에 권리금, 수익 창출 추가 비용. 네 품위 유지비, 그 외 기타 등등 모든 것들을......"

계속해서 알려주자 에오니샤는 처음엔 하나하나 고민하는 듯하더니 종래엔 스스로 무엇을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 어린아이에겐 너무 어려운 내용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이용한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까지 빨아먹으려 드는 악질 같으니.

'재능은 진짜배기다. 놓치면 절대적으로 후회해.'

"에오니샤."

페르세르크의 타박을 가볍게 반박한 뒤 멍한 얼굴로 계약서를 만지작거리는 에오니샤를 불렀다.

"......예......예?"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은 연구실의 모습과 좀 전 머리가 터질 정도로 읊어준 계약 내용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 이제 마지막이야. 조금만 참자."

내 말에 녀석이 멍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계약 기간에 관한 건데. 이 오라비가 약속하마. 베텔스트로크에서 네가 배울 수 있는 연금술과 공학 기술 이상의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네가 원하는 건 이거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내게서 도망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녀석이 연금술이나 공학 기술에 가진 관심은 진짜였다.

"그래. 다만 나도 기술의 유출이 함부로 되면 곤란해. 그래서 마지막 항목이다. 종신 계약이라는 거야. 이해하겠니?"

부드러운 내 미소에 에오니샤는 멍한 얼굴로 깃펜을 쥐고 빙글빙글 돌릴 뿐이었다.

거의 다 넘어왔다.

"평생 내가 널 지켜주고 대가를 지불해주마. 넌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면 된다. 실적 또한 강요하지 않아. 마음이 가는 대로 연구해."

어차피 실적이 안 나오면 돈이 안 되는 건 너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구나. 애송아.

내 말에 거의 다 넘어온 듯 에오니샤는 종신 계약서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사인을 하기 직전.

내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비님. 륀느가 매우 낮게 평가."

"조용히 해 인마."

콱!

륀느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내가 타박하자 사인을 하려던 에오니샤가 눈을 반짝이며 륀느를 바라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단순 키만 보면 에오니샤와 륀느의 키 차이가 그리 크게 나지 않는다.

아마 제 또래의 소녀를 만났다는 것에 흥미가 생긴 것이리라.

"저 아이는......"

"륀느라고 한다. 골렘이야."

내 말에 에오니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지금이다!

"어때. 끝내주지? 사인만 하면 돼 사인만."

내 말에 에오니샤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활동하는 륀느가 골렘이라는 사실에 매료된 듯 저도 모르게 계약서에 이름을 써 갈겼다.

계약은 체결되었다.

이에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륀느, 무슨 일이야."

"바리스님으로 부터 보고. 각 국가, 영지. 대륙 각지에서 다수의 중요 죄인, 행방불명자가 속출. 그 수가 200을 넘었어. 그리고 모든 납치수단이 하오지 탄광 습격과 유사하다고 분석."

그 말에 미소가 어려있던 내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쯤 되면 놈들이 뭘 원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이 새끼들 운영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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