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10화 (309/1,559)

# 310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8화

두두두!!!

빠르게 이동하는 푸른색의 도마뱀들과 그 위에 올라탄 로브의 인영들의 모습에 륀느가 말없이 입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크로우바를 만들어 한 손에 쥔 뒤 나머지 한 손에 덮개 같은 것을 구현해내고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냈다.

"데이비님, 명령 대기 중."

"물건은 건들지 마. 몇 놈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제압해."

"임무 수행."

그 말과 함께 륀느의 눈이 반짝거렸다.

[디셉티콘 편대, 스나이퍼. 저격을 허가. 목표는 전열]

투쾅!!!

륀느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비로운 목소리를 시작으로 싸늘한 바람이 부는 숲 저편에서 보랏빛의 광탄이 날아든다.

동시에 몸을 웅크린 륀느가 밝은 빛가루를 흩날리며 그들에게 덤벼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진형을 보던 나는 우선 가장 선두에 있던 로브의 인영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월령보]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 제어기]

[뼈 때리기]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선두에서 달리던 튼튼한 다리를 지닌 프로스트 리자드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균형을 잃고 허공으로 튕겨 나간 로브의 사내를 낚아채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어서 와.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새끼들아?"

끄륵!

혈을 짚인 탓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해 숨넘어가는 소리만 내뱉는 그는 분명 내가 찾던 대상이 맞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조금 의외였다.

순식간에 로브의 인영들이 반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냉기가 풀풀 날리는 냉기 브레스를 쏘아대는 리자드에 올라탄 채 메모라이징 된 마법을 캐스팅해 륀느의 공격을 저항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투쾅!!!

가냘파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륀느는 터프함 그 자체의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날아드는 검을 맨손으로 쳐내버리고는 안면 정중앙에 크로우바를 후려 갈겨버리는 륀느의 공격에는 손 속의 자비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적을 향해선 한치의 자비도 보여주지 않는 행동에 혹자는 조금 그녀를 두려워할 수도 있으나 나는 륀느의 방식 자체에는 찬성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김이 빠지는 감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쉽게 제압되어버린 이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륀느가 남겨둔 몇몇과 내 손에 제압된 사내 하나뿐이었다.

"데이비님. 이들은 인간."

이윽고 후드를 벗겨 넘긴 륀느의 보고가 들려왔다.

"대조해봐."

"예상 납치 인원과 일치. 데이비님의 예상이 적중한다고 보고."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내가 제압하고 있던 사내의 복면을 벗겨냈다.

광신도마냥 덮어쓰고 있던 고깔 같은 복면이 벗겨지자 창백한 피부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급 뱀파이어 하나에, 세뇌된 인간이 대부분이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오히려 이런 수준이었기에 찾기가 더 어려웠다.

"니들 찾느라 숲 전체에 덫을 얼마나 깔아놨는지 모를 거다."

"끄륵......이......인간......"

"그래, 일단 뭘 그리 열심히 가져가려 했는지 한번 보자고."

움직이지 못한 채 쓰러지는 그를 던져버린 나는 행렬의 중앙에 보호받듯 이송되던 짐 마차의 천을 걷어냈다.

-웁......

동시에 내용물을 본 페르세르크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짐 마차 전체를 둘러보던 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너희는 우리와 만난 모든 사실을 잊어라."

눈동자가 한번 번뜩이며 7서클의 집단 최면 마법이 걸리기 시작했다.

저들이 이 물건들을 무사히 이송하지 못하게 막는 게 본래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금제가 걸린 이상 녀석들의 입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순 없다.

그렇다고 마냥 상대가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연의 권능을 쏟아부어 넣는 건 이쪽에서 손해가 크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금제의 틈을 이용하는 수밖에.

금제의 조건은 급진파 뱀파이어들의 정보를 누설하는 것.

결국, 정보만 유출되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소리였다.

다만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데이비.

그들이 비밀리에 운송하던 짐 마차를 확인하는 내게 페르세르크의 부름이 들려왔다.

-그대 말이야. 어째서 이걸 그냥 방치하는 게야?

"뭘 말이야."

-그대는 분명 본녀를 마왕으로서 부활시키지 않겠다고 했지.

"그랬지."

-헌데, 저들이 본녀의 육신을 만드는 걸 그냥 방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침묵했다.

"그래, 너도 솔직히 금기로 범벅된 인체 연성 육신에 들어가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인간, 마수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을 뒤섞어 만들어놓은 육체는 극도로 위험하다.

그 육신이 품는 힘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육신을 나중에 그들이 어떻게 이용해 먹느냐가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잘 생각해봐 페르세르크. 심연이 굳이 뱀파이어를 돕는 이유가 뭐겠어."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들은 널 마왕으로서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목적이 다른 적이라고."

심연에게 동전의 앞면에 있는 이 세계 모든 생명체는 적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굳이 뱀파이어를 돕는다고?

분란 조장을 위해?

웃기지도 않는 소리일 뿐이다.

-허면......

"아마 네가 그 육신에 안착하는 순간 뱀파이어에게 휘둘리다가 끝내 심연으로 끌려가겠지.

적어도 지금 생각해볼 수 있는 건 그런 것이었다.

-데이비 대적자와 마왕은 주신의 이름 아래에 지켜지는 자리야. 아무리 심연이 제멋대로라고 해도 동전의 한 면을 관장하는 신을 그렇게까지 농락한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렇지.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녀가 계속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마왕이 되고자 하는 이유도 그러했다.

마왕이 되어 대적자가 되면 심연은 그녀를 건들지 못하게 될 테고 당연 대적자가 될 내가 그녀를 베어버리면 심연은 그녀를 다시 잃어버려 찾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3천 년을 피해왔다.

그녀의 영혼이 윤회의 고리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 봉인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의견을 묵살한 채 짐 마차 내부의 짐을 훑어보던 나는 곧 눈을 빛내며 퀴퀴한 냄새가 나는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생물체의 심장이 가득 담겨있었다.

"마수의 심장이구나. 확실히 강한 힘을 지닌 심장이긴 하지."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 수업 당시, 판도라 영역 상위 지역으로 가면 상대를 잡아먹을 때마다 DNA를 흡수하여 더욱 강해지는 마수도 더러 존재한다는 말을 했었다.

외계 생명체가 떠오르는 특성 같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마왕의 육신을 만드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마왕의 육신을 거의 다 만들었네."

-거의 다 만들었다고?

"인체 연성. 현자의 돌을 이용해서 만드는 금기 연성이야. 주신 프리아 여신이 금기한 목록 중의 하나이긴 한데....... 이놈들 이거, 심연의 힘으로 그 금기를 개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금기를 어긴 문제가 터지면 어떻게 돼?

"글쎄, 금기를 어긴 경우 생겨나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도 아는 것이라곤 거의 없어."

듣기만 들었지 금기에 관해선 나도 직접 해본 적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헌데......현자의 돌을 쓴다고?

"딱 한 명 뱀파이어 중에 이런 짓을 할만한 녀석이 있긴 했어."

연금술사 밀피유.

그 분홍빛 머리카락의 뱀파이어라면 가능했다. 하프 주제에 몸에 현자의 돌을 품고 있는 신기한 객체였으니 말이다.

태생적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이식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온건파 뱀파이어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해도 급진파는 말살해야지. 슬슬 준비가 됐으면 전쟁을 끝낼 때도 됐어."

심장의 파편 하나를 집어 든 내가 천천히 마나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위장은 제대로 도달하기도 전에 들킬 테니 신중하고 꼼꼼하게 새겨넣을 필요가 있었다.

마침 마나를 받아들이는 심장인 만큼.

내가 새겨넣은 마법 술식은 두 가지였다.

그리고.

그 마법 두 개 중 하나라도 터지는 순간.

전쟁은 끝난다.

* * *

"데이비!!"

나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는 두 소녀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게 얼마 만이야!"

"맞아!"

연분홍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맹한 인상의 소녀가 뒤도 보지 않고 내 품에 안겨들었다.

이성적인 관계라기보단 이 맹한 인상의 소녀는 동기 의식이 강한 편이었다.

"떨어져! 샤이르. 오랜만에 온 데이비에게 무슨 추태야."

"아차......미안해. 히히, 너무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견습 단원에서 정식 단원이 되었음에도 아이는 아이인 법이다.

비록 아카데미의 햇병아리들보다야 훨씬 현실적이고 재능도 좋은 녀석들이지만 세상과 동떨어져 지내는 녀석들은 대부분 순수한 편에 속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일리나는 안 보이는 걸 보니 혼자 온 거야?"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재잘거리며 물어오는 쌍둥이 정령사 소녀들의 물음에 뒤편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질문하면 천재도 어버버 거리겠다. 이것들아! 좀 하나씩 물어봐!"

"헤그!"

거대한 거병을 등에 짊어진 소년 헤그를 시작으로 팔라딘인 필디르, 그리고 다프네의 광신도였던 루시아 쉘만도 뒤따라오는 게 보였다.

"세상에! 데이비! 정말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초대 성녀님이신 다프네님의 가호가......"

그냥 두면 끝도 없이 초대 성녀 다프네를 찬양할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자 그녀의 파트너였던 필디르가 잽싸게 그녀를 제지했다.

"알리사 패트릭은?"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알리사 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그게......알리사는 로밍나이트 소속이잖아. 게다가 이번에 집안에서 정략혼 이야기가 나왔었다나 봐."

수군거리며 소문을 이야기해주는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소집령이 떨어졌다 해도 로밍나이트의 경우 자신의 삶에 큰 지장이 되지 않는 경우에만 소집에 응하는 것이 법칙이었으니 말이다.

오지 못한다 하여도 할 말은 없었다. 이전엔 같은 주제로 알리사가 일리나를 제법 놀려먹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반대가 되었다.

"솔직히 나는 데이비 네가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 뭐야. 그동안 소집령은 죄다 무시하더니, 무슨 일이래?"

"선생님들을 좀 만나야 할 거 같아서."

내 말에 루시아 쉘만이 헤실거렸다.

"그런 거라면 제게 맡겨주세요! 마침 보리스 선생님께 볼일이 있었거든요! 찾아가는 길인데 같이 가도록 해요."

내 팔을 잡아끌며 말하는 그녀의 제안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일리나를 따라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그때와 비교해도 보리스 텔만의 거구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특유의 거검 두 자루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공격 방식은 여전한지 등 뒤엔 세월의 흔적이 묻은 검이 검집에 채워져 매달려 있는 것도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보리스 선생님."

"데이비 단원 왔는가!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네!"

"저......보리스 선생님. 저도 왔는데......"

"아! 이런 미안하게 되었군. 실리아 선생님께 보고해주겠니?"

"무슨 일이 있나요?"

루시아 쉘만의 질문에 보리스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데이비 단원의 제보에 따라 판도라 영역에서 조금 불온한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그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는 것이란다.

견습생 당시엔 웬만한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전 문제가 많았던 시험 이후로 정식 단원이 된 녀석들은 엄연히 기사단원이기에 더 이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마냥 싸고돌지 않는 선생님들이었다.

"가세. 모두가 기다리고 있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라스트 위스프. 판도라 영역에서 활동하는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의 상부 최고 기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들어선 나는 대뜸 본론을 던졌다.

"전쟁을 하는데 군대가 필요합니다."

"전쟁?"

내 말에 최고 기사들의 표정에 의문이 어린다.

"아니 이보게 데이비 단원. 대체 무슨 소린가! 자네가 보낸 연락을 받아 급히 조사한 대로 알려주긴 했네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 기사단원의 외침에 나는 너무 두서없이 던졌나 싶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러분께서 찾은 놈들은 다름 아닌 뱀파이어들입니다. 이전에도 간혹 판도라 영역에 모습을 드러냈었지요."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네. 이번 일에 그들이 관련이 있는가? 무엇 때문에?"

보리스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답했다.

"뱀파이어 중에서 로드를 등지고 마족과 손을 잡은 급진파가 마왕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냥 두면 아주 거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죠."

"마......마왕?!"

놀란 이들의 외침을 무시하며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해서 폭탄을 실어 보냈습니다. 수십 개중에 하나라도 터지는 순간 결정해야 할 겁니다. 이쪽이 끝장나거나 뱀파이어가 끝장나거나."

담담하게 말한 내가 눈을 빛냈다.

"기사단 수칙에 따라 속세가 아닌 대륙 전체의 위협이 되는 적을 확인한 이상 기사단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허나, 상대의 규모도, 힘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네."

한 기사단원이 조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데이비, 단원 자네가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것도 사실이네. 그리고 뱀파이어나 마족을 등에 짊어진 흑마법사들이 이전 기사단을 습격했던 일도 있었지. 배신자 기사단장인 가오르를 타락시킨 것도 그들이니."

뒤이어 다른 기사단원이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도 전혀 거절할 이유가 없는 싸움이네. 허나, 그때의 사태 이후 우린 아직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네. 그런 마당에 판도라 영역을 지키는 수비 기사들까지 차출할 여력은......"

"요컨대, 병사만 많으면 된다 이거지요."

내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병사는 제가 제공합니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아공간에서 작은 시험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투명한 용액과 그 용액 안에 둥둥 떠 있는 보랏빛의 살점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레이나의 혼을 안착시키기 전에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해볼 것이 있었기에 내가 아는 뱀파이어라는 놈들에 대한 모든 지식을 동원해 이차 폭탄을 준비했다.

일차 폭탄이 물리적인 폭약이라면.

2차는 생화학 테러 정도가 되리라.

적에게 자비 따위 있을 리가 없다.

"뱀파이어를 감염시키는 기생충입니다. 한번 분열하면 플라나리아처럼 두 개 네 개 여덟 개로 끝없이 분열하면서 먹어치울 겁니다. 게다가 최상위 개체의 말을 잘 듣죠."

"설마 자네......"

"좀비가 뱀파이어나 흑마법사의 전유물이라는 상식을 조금 박살 내주는 겁니다."

내 미소에 섬뜩함을 느꼈는지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나는 지금, 뱀파이어들을 좀비마냥 무더기로 감염시켜 그들끼리 싸우게 하자는 주장을 내던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