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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18화 (317/1,559)

# 31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16화

보랏빛 광탄의 출현에 기겁한 학생들이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핀다.

표적이었던 학생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작이 났을 거라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그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울창한 숲과 평원이 전부였다.

"대, 대체 뭐가 날아든......"

"대 현자님께서 너희에게 좋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시려고 그런 모양이더라고. 그럼, 그 기대에 부응해드려야지. 메가트론, cs멀미탄 최대 출력 발사."

이윽고 그들에게 있어서 지옥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 하늘 위로 수십 개의 보랏빛 광탄이 느릿느릿하게 날아오르는 게 모두의 시야에 보였다.

이 상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설마......"

퐁!

그리고, 곧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은.......

아주 가벼운 소리와 함께 지상에 낙하하기 시작했다.

푸쉬이이이익!!

"이 무슨?! 거리를 벌려! 이 미친 인간이 또 뭔 짓을 했어!"

겪어본 경험이 있는데 아무런 대처 없이 당하겠는가.

반사적으로 실드 마법을 칠 수 있는 학생들이 급히 실드를 연동하여 학생들을 감쌌지만.......

애석하게도 학생들의 실드 마법 숙련도로는 불온한 공기의 흐름까지 막아낼 만큼 정밀하지 못했다.

"어? 이게 무슨 냄새......"

"컥?!"

"흐읍?! 읍!! 읍!!"

그리고, 지옥이 열리기 시작했다.

매스껍고 따가운 연기가 사방을 뒤덮자 학생들은 캐스팅하는 것도 잊은 채 바닥에 쓰러지듯 무너져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내 눈!! 내 눈!"

"매워! 숨을 못 쉬겠어!"

기겁하며 버둥거리는 학생들에겐 날벼락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데비, 아니 데이비 그 미치광이 선생님이 또 뭔가 일을 칠 거라곤 생각했다. 이제 와서 선생과 제자라고 나누기엔 한쪽은 까마득히 높이 있는 성자이고 한쪽은 아카데미의 학생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목적 자체가 있는 만큼 기상천외한 짓을 저지르는 선생님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줄 알았던 것이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한 것까진 좋았다.

다만, 그 습격이 설마 이 정체불명의 연기를 터뜨리는 거로 들어올 거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멀미로 인해 머리가 핑핑 울리고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지독하게 맵고 따가운 연기에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심지어 다물지 못한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귀족이나 왕족의 체면을 하수구 밑바닥까지 처박아버리는 그 흉악한 연기의 존재에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눈물을 닦고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아아악!!"

"수, 숨을! 숨을 못 쉬겠어!"

"다들 얼굴을 문지르지 마! 절대 문지르면 안 돼!"

눈치 빠른 요시아가 시뻘겋게 충혈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양손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는 게 지금 연기를 마신 이들의 얼굴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

"나, 나가야 돼! 수, 숨을 쉴 수가 없어!"

계속해서 낙하하는 광탄이 경쾌한 소리를 내뿜으며 생 지옥도를 만들어내자 급기야 학생들은 자신들의 실드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급히 뛰어서 범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한 채 학생들은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는 결계에 부딪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체면을 박살 내는 처참한 몰골의 얼굴은 지금 중요치 않았다.

당장 밖으로 튀어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본능적인 바램만 가득할 뿐이었다.

"열어줘!!"

"꺄악! 싫어! 꺼내줘! 싫어!"

자신의 몰골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알리사 요스포그가 한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며 필사적으로 결계의 벽을 두드렸다.

"잘하는 짓이다. 메가트론, 저거노트 투입. 살상력은 빼고 제압해라."

그 말과 함께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엉엉 울던 학생들은 곧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에 움찔거렸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눈을 뜬 그들이 본 것은 커다랗고 기괴한 톱 그리고 흉악해 보이는 드릴을 든 거대한 금속 거인과,

기이한 원통 무기를 들고 있는 거대한 체격의 금속 거인이었다.

"피, 피해!!!"

반사적으로 그들의 위험성을 깨달은 학생 몇몇이 소리치지만.

금속 거인이 한발 내디디며,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겨주기 시작했다.

* * *

난장판이 된 평원에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드러누운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학생들은 퍽 우스운 꼴이었다.

"하....... 우리 살아있는 거 맞지?"

멍하게 중얼거린 티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옥도를 연상케 하던 연기와 그 안에서 습격해온 거대 금속 거인들의 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보였다.

"모리. 모리 괜찮......푸웁......"

이윽고 티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얼굴을 들지 못하는 모리를 부축해주다 그대로 웃음이 터져버렸다.

"보, 보지 마!! 보지 마아!!"

이에 모리 사엘른이 기겁하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티미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으악! 악! 그만! 그만!"

평소 그렇게 얌전한 모리 사엘른이 이렇게까지 난동을 부리며 저항하는 것도 사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 연기 속에서 나왔을 때.

드디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여겼을 때.

학생들은 자신과 주변에 있는 동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눈물 콧물 다 흘러내리고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는 처참한 몰골을 말이다.

티오니스 대륙의 귀족가 영애나 왕족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가꾸는 법을 배운다. 남자들의 경우 스스로를 제어하는 법을 배우지만 결과적으로 체통을 지키는 교육을 받아온다는 소리였다.

그런 엄한 교육을 받고 나온 학생들이 지금 현재 최악의 몰골이 된 자신들을 보고 어찌 반응할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것도 꿈많은 나잇대의 소년 소녀라면 더더욱.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엉엉 울며 얼굴을 가리는 이는 모리 뿐만이 아니었다.

"흐아앙! 나 이제 시집 못 가......"

"흑......흑흑......"

상대적으로 참혹한 몰골에 익숙한 남학생들의 경우 서로의 얼굴을 보며 폭소하지만, 여학생들의 경우 거의 초상집과도 같은 꼴이었다.

"푸하하하하하! 어이, 요시아. 네 꼬라지도 퍽 볼만......커헉!"

틈만 나면 요시아를 놀리는 데에 열을 올리던 티미가 급기야 요시아의 주먹에 맞아 허공을 나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클린......"

이윽고 클린 마법으로 잽싸게 자신의 얼굴을 원래의 말끔한 상태로 되돌린 그녀는 잔뜩 이를 갈며 티미를 짓밟았다.

"좋지? 아주 좋아 죽지 그냥?"

퍽!! 퍽!

"컥! 마, 말로 해! 귀족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폭력적......"

퍼억!

"넌 좀 맞아야 해."

이미 요시아 프랑소스 이외에도 여러 여학생을 놀리던 티미였던 탓에 클린으로 얼굴을 말끔하게 만든 여학생들이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했다.

"죽어! 티미!"

"망할 티미!"

"컥!! 커헉!"

공작가의 자제라곤 하나, 이들에게 그런 계급의 문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티미는 공작가의 자제일 뿐 공작이 아니니 말이다.

귀족 영애든, 영식이든 결국은 귀족가의 아들딸일 뿐 귀족 위를 받은 적은 없는 게 실상이다.

순식간에 티미 한 명에게 모든 분노가 휩싸이자 티미는 정말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데굴데굴 굴러 그들을 피해냈다.

"망할! 이 사태를 만든 건 그 악랄한 선생님이잖아! 왜 나한테 이래!"

"아 몰라! 선생님은 때린다고 맞아줄 인간도 아니야!"

"그 미치광이한테 대들었다가 어떻게 되라고? 차라리 네가 맞아!"

"마, 맞아요! 티, 티미는 우릴 보고 막 웃었잖아요! 시, 실례라는 걸 모르나요!?"

퍽퍽!

어찌나 분위기가 험악한지 다른 남학생들은 끼어들 생각도 하지 않은 듯 멍하니 앉아 그 상황을 구경할 뿐이었다.

"지가 뿌렸으니 지가 거둬야지."

"우리 반 여자들이 얼마나 드세게 변했는데."

어떻게 잊을까. 마법제에서 요시아가 단신으로, 그것도 완력으로 A반 학생들을 먼지 털어내듯 털어버린 것을 말이다.

처음엔 조신하고 곱게 웃어 보이며, 마법사이되 귀족가의 아가씨 같은 면모를 물씬 풍기던 F반의 여학생들은 고작 며칠만의 지옥을 겪은 뒤 속이 약간씩 뒤틀린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금속 괴물들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러게. 신나게 파괴하더니 일순간 사라져버렸네."

"선생님은?"

"하......"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가 무섭게 학생들 전원의 표정이 어둡게 굳기 시작했다.

"정말...... 성자 데이비 왕자가 데비 선생님이야?"

"......."

"아니라고 좀 해줘 누가 좀......"

"세상은 망했어. 그 인간은 세상에 내려온 재앙이야!"

"성자라...... 성자는 신의 말을 전하는 존재잖아? 그럼...... 세상에 실망한 주신께서 대륙을 멸망시키려고 내려보낸 게 아닐까?"

음모론이 오가는 사이에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던 한 여학생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데 말이야. 데비 선생님이 성자 데이비 왕자라고 쳐도, 선생님이 보여준 기행들은 성자들이 다 할 수 있는 것들이야?"

가장 의문점은 그것이었다.

신성력을 익힌 이는 원소 마법을 다루지 못한다. 유일하게 복합적인 요소가 강한 것은 검을 사용하는 데 쓰이는 기본 마나와 정령마나.

이외의 것들은 성격이 상당히 모질기 그지없다.

"그런데 성자가 왜 마법 학교 선생님이 된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 미친!!"

짜증스레 중얼거리던 학생 하나가 하늘을 보고 기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온다!!"

"미치광이가 또 움직이기 시작했어!"

"도, 도망쳐!"

"이제 싫어!"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사라졌던 금속 거인들이 이제는 넷 이상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방패를 든 거인과 날렵해 보이는 거인까지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런 거인 중 가장 위풍당당한 풍채에 드릴을 가진 골렘과 그 골렘의 머리 위에서 은발의 작은 소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2차전, 륀느도 참전해. 데이비님의 전언."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죽진 않아. 걱정 말고 어디 필사적으로 저항해봐라,"

"이, 이 미친?!"

퐁!

푸쉬이이이이익!!!

뒤이어 좀 전과 비슷한 수준의 연기가 터져 나오며 학생들의 표정이 검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륀느, 스트레스 해소를 매우 높게 평가. 데이비님이 가르친 학생들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거라고 판단. 난이도를 상향 조정."

그렇게 말하며 입자를 끌어모으며 검은색의 빠루를 만들어 손에 쥔다.

그리고, 학생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파고들어 한 학생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다리를 붙잡고 천천히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빠르게 돌린 뒤 던져버릴 것 같은 제스처였다.

"아,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시, 싫어!"

"매우 높게 평가."

"셀비스!"

"안돼! 늦었어, 셀비스의 희생을 미끼로 도망치자!"

"여, 연기가 가까이 온다! 도망쳐!"

"망할! 바람이 우리 쪽으로 다시 불기 시작했어! 어떻게 기상이 이렇게 제멋대로야!"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숲 속 안쪽으로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결정이 내려진다면 실천은 빠르게.

손에 쥔 스파크가 튀기는 광구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아낸 나는 말없이 고가의 소형 통신 도구를 꺼내 들었다.

거리가 길진 않지만 적어도 마탑의 꼭대기에서 최상층으로 연결하는 데야 문제 될 건 없다.

"대 현자님."

[음? 데이비 왕자가 아닌가.]

제법 놀란 듯한 목소리였다.

[이건 단거리 통신 도구일 텐데...... 어찌 연락을......]

"F반 놈들에게 재밌는 걸 시켰던데요."

내 말에 반대편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정체도 몰라서야 쓰겠는가.]

"그거야 제가 판단하죠. 그나저나 바빠 보이십니다?"

[별거 아닐세. 마침 번뜩인 연구가 있어서 말이네. 이틀 전부터 잠을 아껴가며 실험을 하고 있지.]

어이쿠 잘 되셨습니다.

"안 그래도 하인스 영지에 찾아와서 말입니다. 감사인사라도 좀 해둘까 싶어서요."

[허허. 이 노인네가 부린 오지랖이 도움되었다면 다행인 게지. 헌데. 그런 말을 하고자 이리 찾아온 겐가? 어디서 연락하는 겐지. 쯧쯧 직접 오지 않고.]

"이미 와있습니다. 굳이 뭐 그럴 건 없고요."

담담하게 말한 내가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

"의도 자체는 좋네요. 무슨 의미로 그 녀석들을 이곳으로 보냈는지도 대충 감이 잡히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음?]

"그 녀석들 제 얼굴을 보자마자 망국의 시민 같은 표정을 짓더군요."

[뭐라? 껄껄껄껄! 얼마나 혹독한 수업을 했기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겐지 껄껄, 노인네의 소소한 장난이라고 여겨주게나.]

"왜 모르겠습니까, 굳이 제가 곤란할 것도 없고 화낼 것도 없고요. 그래도 이렇게 호의를 받았는데 보답도 해드려야지요. 소소한 선물 하나 가져왔습니다."

[서, 선물?]

눈치 빠른 영감탱이.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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