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17화
-데이비. 이거 국제문제로 번질 수 있는 건 알고 있지?
"상관없어, 이미 한차례 사례가 있었잖아."
-그래도......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실험해보나. 마탑은 최고의 실험장소야.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들은 차후에도 사용할 이가 나 이외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이걸 어딘가에 풀어놓을 생각도 없고, 당장 풀어놓는다 해도 이것의 원리를 알아낼 수준이라면 7서클 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탑에 마법사들이 연구에만 몰두하면 오히려 머리가 굳는 법입니다. 가끔은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해야죠. 안 그러니 배만 나오는 거 아닙니까."
통신구에 대고 놀리듯 말하자 헬리슨의 목소리에 묘한 불안감이 어리게 느껴졌다.
"이전에 린디스 제국에서 데오르트 황제 폐하가 제법 재밌는 장난을 치셨더군요. 알고 계십니까?"
모를 리가 없다.
그는 간단한 정보로도 수많은 것들을 유추해내는 대 현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알고......는 있네만.]
"비슷한 겁니다. 걱정 마세요. 뭐,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데...... 데이비 설마 자네!]
담담하게 말한 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튕겼다.
가볍게 띄워진 몸이 허공에 떠오르기가 무섭게 나는 손을 휘저어 아공간에서 자루 하나를 꺼내 허공에 탈탈 털어냈다.
그 안에 든 것은 기이한 색상에 해골 문양이 새겨진 캡슐 수십 개였다.
"이건 대 현자님이 자초하신 겁니다."
[이, 이보게 잠시 진정하게,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에이. 무슨 짓이냐뇨. 그냥 선물입니다."
지옥에서 택배 갑니다.
스르르륵......
허공에 뿌려진 캡슐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딴 짓에 검사들의 꿈이라 불리는 이기어검을 쓰지 마라.
"아 몰라."
피잉!!
손가락을 따라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한 캡슐들이 적탑의 창문이나 문, 혹은 환풍구를 통해 쏙쏙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광구를 가볍게 허공에 던졌다.
"원리를 알면 굉장히 흥미로운 물건인데요. 이걸 이해하신다면 아마 8서클에도 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자, 잠깐! 설마 적탑에 무슨 짓을 하려고!]
"에이. 설마 탑이라도 무너뜨릴까요. 걱정 마십쇼."
펑!
허공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떠오른 광구가 정확히 적탑의 끝 첨탑에서 옅은 소리와 함께 터졌다.
화아아악!!!
동시에 녹빛의 충격파가 일순간 비산하며 거대한 강풍과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가자! 핵분열!
무작정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마나 입자 분열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일정 범위까지만 퍼져나가게끔 고안된 신무기 효능.
제대로 한번 봅시다.
순식간에 특수한 마나 장막이 적탑을 감싸고.
그 안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연달아 터지며 마나들이 일제히 증발하기 시작했다.
마법사에게 마나는 신체 일부와 같다.
"그러니 운동 좀 하셔야지요."
운동해두고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황하지도 않겠지. 혹시 아는가. 연기를 피해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릴 수도 있을지.
-보통 사람은 이 높이에서 그리하면 죽어.
"아 모르겠고."
덜컥!!
마탑의 최상층 창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어젖히자 그 안에서 통신 수정구를 들여다보던 헬리슨 발레스티아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데, 데이비 자네......여길 어떻게......"
"급하게 왔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으시네요."
"위, 위험하기 짝이 없군, 그 창문엔 침입 방지용 결계가 무려 4중으로 걸려있네. 게다가 상당히 위험한 것들이라 아무리 자네라도 위험할......
"결계요? 그런 게 있었나?"
느긋한 말투로 말한 내가 창문을 열었던 손을 천천히 펼쳤다.
그러자 황금빛의 구체가 네 개 정도 손바닥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어도 그 정도의 눈치라면 그 구체가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혹시 이거 말하는 겁니까?"
내 질문에 그의 얼굴이 경악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허탈함이 어렸다.
"설마...... 그게 결계 마법이란 말인가? 어떻게......그런 일이......"
"어떻게 긴요. 그냥 잡아 뜯어서 공처럼 말아버리면 됩니다."
거짓부렁이다.
"터무니없군....... 좀 전에 마탑에 터진 정체불명의 마나 충격파도 자네가 터뜨린 겐가?"
"어때 보입니까?"
"마나가 그렇게 연쇄적으로 증발하는 건 듣도 보도 못했네. 그야말로 마법사에겐 천적과도 같은 마법이군."
"마법 아닙니다."
담담한 내 말에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슨?!"
"무기에요. 무기. 그러지 마시고. 대 현자님."
빙그레 웃으며 창문 안으로 들어선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적탑을 인질로 저와 게임 한번 하시죠. 대 현자님께서 이기시면 현자님께 꽤 도움이 되는 마법을 하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그가 침묵한 채 나를 직시했다.
"반대로 제가 이기면."
이 탑 전체에 cs멀미탄 터뜨려버릴 겁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설렁설렁 해왔는데 이번엔 안 봐줍니다."
* * *
"끄응......"
노인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탁!!
동시에 그가 믿고 있던 올드의 말 하나가 손 쓸 틈도 없이 내 말에 포위당해 사라졌다.
"이보게 데이비 왕자. 하, 한 수만 물려주게."
"에이. 현자님께서 왜 이러실까."
"허허, 우리 좋자고 한 일이 아닌가. 이렇게 적탑에 사고를 칠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을 거네."
"압니다."
지금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짓을 하는 거.
"참고로 세 수 후에 끝납니다. 찾지 않으시면 곤란하신데요."
내 말에 그의 얼굴이 집중으로 굳어졌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뜨더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에잉....... 노인을 놀리는 것에 재미를 들렸구만."
"거짓말 아닌데요?"
"음?"
"이렇게요."
내가 말 하나를 옮기자 그가 의아한 듯 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무르긴 늦었죠? 터집니다?"
"이, 이보게 데이비! 다른 걸 요구하게! 좀 전에 터진 그 정체불명의 파장 때문에 적탑이 난리도 아니야! 이전에 샤쿤탈라에서 일어난 마나 폭발도 자네가 한 짓이었군."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능청스레 시치미를 떼자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지 말고 말해보게. 자네가 이런 일로 꽁해져서 찾아올 인사가 아니라는 건 이 노인네가 가장 잘 알고 있네. 원하는 게 뭔가."
"그런 식으로 주도권 가져가시면 제가 좀 곤란한데요."
"에잉! 자네는 대체 10대 소년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구먼. 어디 수십 년은 정계판에서 닳고 닳은 인사를 보는 기분이야."
"하인스 영지에 아카데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길어야 몇 달 안에 완공될 거라 보고 있고요."
"아카데미라......"
"그곳에서 검술, 마법, 의술, 정령술, 신성학, 경제, 연금술, 교양, 이외에 여러 가지를 가르칠 생각입니다."
내 말에 그가 흥미롭다는 듯 들고 있던 말을 내려놓았다.
"그래. 어디 자세히 말해보시게."
"다만 시스템이 조금 달라서요."
다른 여타 아카데미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낙제를 제외한 모든 학생의 전면장학금은 기본으로 가야겠네요."
"부담이 적진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어차피 무기만큼 돈이 잘되는 게 없거든요."
내 말에 그는 내가 말한 무기가 무엇인지 깨달은 듯 보였다.
"적탑 전체를 감쌌던 그 마나 충격파...... 그런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걸세."
"그렇겠죠. 다만 그걸 만들 인간은 차후로도 없을 겁니다."
있으면 그게 문제지요.
"왜 그리 확신하는가?"
"최소 7서클 마스터급 정도의 실력이 없으면 어림도 없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내 말에 그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 그래서 이 늙은이를 찾아온 게로군. 경고 차원에서 말이야."
"대 현자님께선 인격자이시고 현명하시니 무엇이 더 큰 파문을 불러올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 장학금제도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 허면, 다른 점은 무엇인가."
"모든 종족 모든 계급, 관계없이 학생을 받아들일 겁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굳었다.
"자네......설마."
"반대 같은 걸 겁낼 거였다면 만들 생각도 안 했겠지요. 대 현자님, 세상엔 말입니다."
빙그레 웃어 보인 내가 조용히 말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재능이 있는데 꽃피우지 못해 쓰러지는 아이들도 많아요."
"......"
"그래서 그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겁니다. 배울 자격만 충분하면 모두 배울 수 있게요."
"하지만 그건 차별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수 있네."
"그렇겠죠. 그래서 온 게 아닙니까."
조언 구하러요.
내 미소에 그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허, 젊은이가 노인네를 아주 작정하고 부려먹는구먼....... 그래, 그 외에 바라는 것은?"
"마탑에 연통을 넣어주세요. 마법 학교 선생님이 되실 분을 구해야 해서요. 솔직한 마음으론 현자님이 직접 학장을 맡아주시면 좋겠지만, 바쁘신 분이기도 하고, 린드홀의 입장도 있으니 그건 바라지 않겠습니다."
"알겠네. 그렇다면 이쪽도 조건을 하나 걸도록 하지."
담담하게 말한 그의 눈에 열망이 어린다.
"그 충격파를 만들어낸 마법 도구...... 내게 보여줄 수 있는가."
그 말에 나는 조용히 아공간에서 꺼낸 스파크가 튀기는 구체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호오......이것이......"
스파크가 튀기는 구체를 손에 쥐며 눈을 번뜩인 그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네...... 하나 물어도 되겠는가."
"말씀하세요."
"자네는 어떤 경로로 이걸 만든 겐가?"
그의 질문에 나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어떤 미치광이가 이것의 핵심이론을 사흘 내로 풀어내지 못하면 헬파이어로 구워버린다고 협박해서요."
"헤......헬파이어?"
"네."
거짓은 없다. 영웅의 회랑에서.
솔직한 말로 단 한 명도 정상적인 스승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 온순하던 데스로드, [로 아이아스]조차.
* * *
-데이비, cs멀미탄을 마탑 곳곳에 심어놓고 왔잖아. 그건 어찌하려고?
"아 그거?"
적탑을 떠나 하인스 영지로 돌아온 나는 F반 학생들과 륀느가 신나게 뒤엉키고 있을 평야를 향해 날아가며 한 손을 튕겼다.
핑!
동시에 손끝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난다.
"터뜨리지 뭐."
-세상에...... 아직 거기 마나 emp의 영향이 사라지지도 않았을 텐데......
"소소한 선물을 해주고 왔다고 했잖아."
그리고.
잘 모르는 모양인데, 헬리슨 발레스티아 대 현자는 내게 [올드] 게임을 완패했다.
말로써 상황을 모면하려 들기엔 내가 뒤끝이 좀 강해서.
-지독하군.
"다음부턴 의논이라도 해주겠지."
-애초에 샤쿤탈라 중등부의 F반 학생들이 온다는 명단을 보내왔는데? 그렇게 치면 그대의 잘못 아닌 게야?
그 말에 내가 멈칫했다.
"아 몰라! 한번 그런 일도 겪어봐야 운동도 하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국제문제로 번져도 본녀는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않을 게야.
다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