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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27화 (327/1,559)

# 32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3권 25화

107. 청문회, 성자의 패기.

"접근하지 마."

잔뜩 경계한 채 일리나가 나를 노려보며 당장에라도 칼디라스를 뽑을 듯한 자세를 취했다.

"또 이러네."

"이 악랄한 자식아! 숙녀에게 그런 치욕을 안겨주고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뭘, 새삼스레 한 번도 아니면서."

담담한 말에 그녀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아무리 강해지는 좋은 방법이라도 이런 치욕적인 방법은 사양하겠어!"

강해지는 방법을 대가로 뭐든 준비해주겠다며 눈을 반짝일 만큼 검술 향상에 집착이 강한 그녀였지만 후유증의 충격은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외침엔 단호한 결의가 보였다.

"다 너 잘되라고 해준 서비스를 그렇게 무시해?"

"말은 똑바로 해. 데이비. 내가 널 하루 이틀 봐왔는지 알아?"

들켰네?!

"사실 그냥 손맛이 좋아서 해준 거야."

"이...... 이익!"

격노하는 그녀를 무시한 채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잊지 마. 큰 사태가 일어날 거다. 절대 나서지 마라."

"......무슨 일인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을 거야?"

괜히 복잡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사람이 말하면 좀 믿어라. 너와 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위해서 해주는 말이니까."

그리 말한 내가 레이나를 흘끗 보자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레이나. 가자."

"네."

담담하게 말하며 나를 따라나서는 레이나를 바라보던 일리나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내게 소리쳤다.

"데이비!"

뒤에서 소리치는 그녀의 외침에 내가 고개를 돌렸다.

"저, 저기 말이야. 네가 지금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 다 풀리면 시간 좀 비워줄래?"

"시간?"

"그래.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리 말한 그녀가 볼을 살짝 붉게 물들였다.

그런 그녀의 실없는 모습에 고개를 돌린 뒤 마법을 활성화 시키자 어깨에 앉아 고롱고롱 졸고 있던 페르세르크가 귀엽게 눈을 비볐다.

-저 아이, 갈등하고 있군. 실제로 대면해보니 마음이 또 싱숭생숭해진 게지. 솔직히 말해봐. 그대 말이야. 남의 마음을 잘 캐치하는 편 아니야?

'글쎄, 난 모르는 일이다.'

-쯧쯧.

츠팡!!

일순간 공간이 뒤틀리며 다시금 익숙한 숲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후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조용히 앉아있는 주작 불닭이와 청룡 쿠릉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푸른 빛에 휩싸여 힘을 회복하고 있는 거대한 괴석 거인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회복됐어."

[인간. 오랜만에 와서 하는 소리가 제법 급박하군.]

"두 녀석을 데려가야 하거든."

[이 신수라는 영험한 존재들은 정말 놀랍군. 당분간은 나 스스로 버틸 수 있다.]

"그래 잘됐다. 불닭아. 쿠릉아. 가자."

모기의 숨겨진 근거지를 모조리 찾아내 마지막 하나까지 박멸하러 간다.

이전까지 행해져 온 모든 뱀파이어들을 말살하던 것과는 격이 다른.

종의 규모를 대규모로 줄여 너프시켜버리리라.

내 말에 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두 신수의 핵을 레이나에게 건넨 내가 말했다.

"이 두 녀석을 데리고 가. 네가 해줄 일이 있다."

"명령이시라면. 신의 목이라도."

"성자 앞에서 그렇게 엄한 소리 하지 말고. 지금부터 용사 레이나로서 다시 활동해."

그리 말하며 나는 아공간에서 커다란 창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바로 언월도 형태를 한 신창 롱기누스였다.

아무런 경계 없이 육체 강화 하나 하지 않고 롱기누스를 받아든 레이나가 눈을 부릅뜨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쓰러질뻔한 그녀는 순간적으로 마나를 끌어올려 창을 쥔 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거...... 대체 무게가......"

"평소엔 80kg 정도, 주인이 아닌 네가 들었으니 대략 300kg 정도 될 거다. 용케 들고 버텼네."

"미쳤어요? 이게 무기라고요?"

"대신 세상 그 어떤 것도 그 무식한 놈을 부술 순 없어. 흠집 하나 안 날 거다. 그리고, 네겐 오히려 그 정도 무게가 더 잘 맞을 텐데."

중검은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는 검술이다.

레이나 정도의 실력가라면 성검이 아니라 언월도라도 큰 차이는 없으리라.

신의 금속 헬릭시윰으로 만든 검은 단순 최고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는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의 수십 배, 각성 시 수백 배에 달하는 강도를 끌어내는 튼튼함만 따지면 세상 최고봉의 무기였다.

"반 정도 휴면상태야. 성자의 힘을 성검으로 착각하게끔 만들어놨으니까 네가 용사로서 사용하기에 이만큼 좋은 무기도 없을 거다."

"목적은?"

"부활한 마왕의 척살을 위한 메인 주인공."

사람이 말이다. 준비는 철저해야 변수가 안 생기는 거다.

* * *

서부의 남부지역 솔브란 왕국의 작은 영지인 베펠.

영지민의 수가 고작 200여 명의 아주 작은 시골영지는 소수의 자경단원을 이용해 치안을 지키는 편이었다.

"아부지!!!"

낡은 목책을 지키고 있던 자경단원 유릭은 사냥터 지기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던 자기 아들이 허겁지겁 뛰어 영지로 오는 모습을 보며 졸린 눈을 슬쩍 비볐다.

"어이구 이놈아! 숨넘어가긋다!"

"헥헥...... 아부지!!!"

멀리서 다급하게 뛰어오며 소리치는 아들의 모습에 유릭이 인상을 대뜸 찌푸렸다.

평소라면 제법 의젓하던 아들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아들이 이렇게 의젓하며 멋진 아들인지 자랑하고 다니겠는가.

겉으론 상당히 무뚝뚝하고 매정한 말투를 내뱉지만, 아들 사랑으로 유명한 유릭이 보기에도 아들의 행동은 조금 이상한 면이 있었다.

"아부지!!! 피하세유!!"

멀리서 뛰어오며 황급하게 소리치는 그 모습에 유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동료 자경단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 좀 열어줘 봐. 저놈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구먼."

"그러게 말이네. 자네 아들놈이 저렇게 놀랄 일이 있나?"

"어디 뭐, 산에서 맹수라도 튀어나왔나 보제."

껄껄 웃으며 목책의 문을 열고 걸어나간 유릭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아들의 표정이 더욱 창백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안 돼유 아버지!! 문 닫아유!!"

"뭐? 이놈이 아침 댓바람부터 뭔 개소리를 씨부리는 겨!"

"아......안돼!"

그때였다.

아들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기겁하며 소리치기가 무섭게.

유릭은 하늘에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든 그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째서 몰랐던 것일까.

저렇게 거대하고 많은데.

멍한 얼굴로 하늘을 보는 건 유릭 뿐만이 아니라 목책을 지키던 자경단원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같은 생각이었다.

-키이이이익!!!

그리고.

하늘을 날아오는 거대한 그림자의 주인공이 거대한 포효를 흘리기가 무섭게 지면의 일대가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강렬한 울림 속에서 유릭은 아들이 빠져나온 숲 쪽에서 무언가가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경악한 듯 눈을 부릅떴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그야말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지옥의 군세 그 자체였다.

화르륵......

그리고, 뒤이어 하늘에 떠 있던 거대한 그림자의 주인공이 입을 쩍 벌리자 새빨간 화염구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피할 틈도 없이 영지 채로 불지옥을 만들어버렸다.

* * *

서부대륙 남단에 위치한 솔브란 왕국이 단 며칠 만에 멸망했다.

이 한 문장이 가져오는 파급은 대륙 전체를 일순간에 뒤흔들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삼 황제의 이름 아래 결성된 대륙연합이 전쟁 근절협약을 낸 이후 전쟁으로 인해 왕국이 멸망한 적은 이 앞 수십 년간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전쟁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진짜 위험한 전쟁이라는 것에 슬슬 무뎌지고 있던 찰나였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소국 솔브란의 멸망 소식은 수많은 이들의 입과 입을 통해 대륙 전역으로 뻗어져 나가기 충분했다.

동부대륙의 남단에 위치한 해상도시의 사건과 팔란제국의 언데드 창궐 사태의 경우 한 국가가 사라지는 사태가 아니었고 적의 수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지 못했기에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검은 드래곤의 출현.

드래곤과 동행하는 군세도 수십만에 달하는 대군이지만 브레스 한 번에 수많은 이들을 새카만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용은 이전이 봤던 프로스트 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단 한 곳이었다.

바로 대륙의 동부였다.

쉬지 않고 움직이며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그들의 공세는 이전 팔란제국의 언데드 창궐 때와는 급이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솔브란에 이어 동부로 향하는 곳에 있던 작은 소국 하나가 또 며칠 사이에 잿더미가 되어버리자 대륙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두 개의 국가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그 정체 모를 이들의 군세는 잠시 힘을 보충하기라도 하듯 폐허가 된 왕국 수도에서 자리를 잡고 멈췄지만, 그 위세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 이번 사태를 절대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삼 제국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륙연합의 중앙회의를 개최했고 그에 따라 가입된 모든 국가의 국왕 대리인들을 호출했다.

린디스 제국의 유명한 공중 특무대를 이용해 대륙 각지에서 각 국가의 국왕이나 국왕 대리인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라운왕국도 변함없었다.

국왕의 대리인으로 바리스가 선출되고 나는 성자의 이름으로 선발되어 국제연합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라운왕국의 국왕 대리! 바리스 올 라운왕자와 성자 데이비 올 라운 왕자 들었사옵니다!"

"어서 들라 하라!"

조급한 외침에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그곳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십 명의 귀족과 왕족들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게 보였다.

"제국의 황제 폐하분들에게 무궁한 영광을."

"어서 오게. 데이비 왕자."

나를 환대하는 노령의 황제.

데오르트 황제가 보인다. 그리고 그의 뒤엔 평소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불여우 대공 카트린느 카라벨라가 조용히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호오...... 저 소년이 예의 그 대륙의 사고뭉치로군."

뒤이어 린디스 제국 황제의 반대편에 앉은 구릿빛 피부의 젊은 청년이 당당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나를 파악했다.

그 외에 중앙의 좌석엔 가장 젊은 황태자인 팔란제국의 새 황태자. 살리반이 조용히 나를 환대하고 있었다.

"린디스 제국의 쌍두룡, 중앙 팔란의 작은 사자와 서부대륙의 흑각전갈께 인사드립니다."

"흑각전갈이라...... 짐의 예명을 아는 이는 제국 내에서도 드문 법인데."

흥미롭다는 듯 말하면서도 그는 손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상당한 호승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무력이 전부인 서부 콘타스 제국의 대제다운 모습이었다.

"제가 가장 늦은 모양입니다."

한쪽에 조용히 앉아있는 익숙한 인물들이 보였다.

성국에서 온 법왕 대리. 성녀 후보였던 앨리스도 보였다.

그녀는 나를 보곤 조용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다시 침묵했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곧바로 시작하시죠."

두 명의 제국 황제와 대륙 모든 국가연합 소속 국왕 대리들이 모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내게 배정된 자리로 향하며 말했다.

"그 전에 확인하지."

그때였다.

조용히 상황을 재밌다는 듯 보고 있던 젊은 황제인 콘타스 대제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성자 데이비 왕자."

"예."

"그대는 이번 사태를 예견했는가."

"글쎄요."

피식 웃으며 내가 받아치자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에 불쾌함이 극에 달한 듯 콘타스 대제의 뒤편에 있던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내 두 명이 샴쉬르를 뽑아 들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짐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대가 팔란제국의 황태자와 협약하여 암암리에 대량의 무기를 생산하는 데 자금을 보탠 것을 알고 있다. 그 외에 마탑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였더군. 공격 마법 스크롤 양산을 이유로 말이네."

이 양반 정보력 하나는 기가 막히네.

"그 말인즉슨 그대는 이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를 해왔다는 소리겠지? 그것도 타국에는 아무런 언질도 없이 말이네."

그 말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 인간들이 중요한 연합 회의에서 시시비비를 따지고 들어?

"대제."

"......"

"대제께서는 그런 질문을 하시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그에게 질문을 던지자 사내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무례......!"

쿠웅!!!

하지만 급히 소리치던 사내는 콘타스 대제의 가벼운 주먹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감히 짐이 말하는데 끼어드는가. 그래, 계속해보라."

"뻔한 답이지요. 적당히 예측한 것뿐입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대제께선 설마 상상도 못 한 상황이라 거짓말하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간이 부었구나. 왕자."

은은한 노기를 피워올리는 그 모습에 주변이 긴장한다.

이 양반이 아직 사태판단이 안 되는 모양이네.

"대제께서 아직 상황보고를 모두 받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환하게 웃어 보인 내가 미소를 지웠다. 그 모습에 나를 아는 이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당신이 무슨 의도로 내게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저를 떠보려는 것이라면 회의가 끝난 후에 해주십시오."

대제고 황제고 나발이고, 뒤지기 싫으면.

"이런 영양가 없는 추궁이나 할 만큼 여유로우시다면 조금 급해지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국에 신성 메테오 몇 발 놔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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