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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28화 (328/1,559)

# 32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4권 1화

그르릉......

거대한 묵빛의 비늘을 가진 수백미터에 달하는 드래곤이 고요하게 잠들자 근처에 있던 이들은 혹여라도 이 흉폭한 드래곤이 깨어날까 두려운 얼굴로 조심스레 이동했다.

"드래곤의 상태는 어떠한가."

"오셨습니까, 대공. 보시다시피 충분한 식사를 마치고는 잠들었습니다."

"......"

말없이 드래곤을 흘끗 본 뿔 달린 사내의 물음에 창백한 피부의 사내 하나가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아직 완전 회복한 것이 아니기에 블랙드래곤이 만족스럽진 못하겠지."

"아, 아닙니다!"

"허나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저 블랙드래곤 의지가 되살아날 것이다. 그때 증오스러운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리라."

대공이라 불린 뿔 달린 사내의 말에 창백한 피부 뱀파이어가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번 전쟁에 모든 사활을 걸었다. 마왕께서 부활하시면 저 증오스러운 놈들에게서 이 땅을 되찾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말도록."

"예."

"인간 놈들의 동태는?"

걸음을 다시 옮기는 사내의 질문에 뱀파이어가 조용히 답했다.

"중앙 제국인 팔란제국에 속속들이 귀인들이 모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마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겠죠."

"그래, 전령은 보냈는가. 대마족과 뱀파이어의 위세를 직접 알려주어야 알아차릴 멍청이들이니."

"예. 잊지 못할 선물도 챙겨서 말이지요. 걱정 마십시오. 설사 그 괴물같은 인간 놈이 있다 해도 전령은 무사히 용무를 마칠 겁니다."

"흥, 그래 봐야 인간일 뿐이지."

비웃음을 던진 대공대리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흑빛의 보석을 가볍게 움켜쥔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저, 저 무례한!"

"아무리 젊고 패기가 가득한 나이로서니! 어찌 저런 언사를 한단 말이오!"

" 그 언사에 대한 대가를 치르셔야 할게요. 성자!"

시작부터 번진 기 싸움에 주변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사방에서 나를 향해 경악한 시선들이 날아든다.

바리스는 설마 내가 삼 제국 중 서부 제국의 황제에게 대놓고 반박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솔찍히 제정신 아닌 짓이긴 하지만 이만큼 좋은 기회도 잘 없다.

"이 짐에게 수 싸움을 걸지 말라?"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하는 그의 행동에 린디스 제국의 황제, 데오르트 알 린디스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콘타스 대제, 지금 자리의 근본적인 목적을 잊지 말라."

"흥! 동부의 늙은이께선 아주 성자에게 푹 빠지셨군."

"그 입을 험하게 놀리는 건 서부 제국의 관례라도 되는 모양이군. 다만, 네 아비도 내게 그토록 오만하진 못했다."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데오르트 황제의 발언에 그가 인사을 찌푸렸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우리 콘타스 제국의 전통이외다. 데오르트 황제, 나는 당신을 황제로서, 그리고 무인으로서 존경하고 있소. 다만 존경을 받는 자라면 어찌하여 내가 이런 선택을 내렸는지도 이해해주리라 믿소이다."

"......영악한 놈."

콘타스 대제의 말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준비해온 이가 있고 그가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은 채 이 사태가 벌어졌다면 이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문제였으니 말이다.

"사태를 정리하지. 성자 데이비 왕자. 그대는 이 일이 있기 오래전부터 대량의 자금을 이용해 팔란제국의 신무기를 사들였고, 그것을 주문 제작하여 팔란제국 내의 창고에 적재했다. 그 외에 식량을 공수하고 마탑에 공격 마법 스크롤 양산을 위한 투자를 하였다."

콘타스 대제가 조용히 말했다.

"세상에...... 그건 완전히......"

"이 사태를 예견한 것이 아닌가."

"허면! 어찌하여 이 사태를 미리 말하지 않았소!"

여기저기서 불만이 가득한 성화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해온 일이 알려지는 건 반드시 벌어질 일이다.

그리고, 지금의 추궁은 좋든 싫든 앞으로 반드시 한번은 겪을 일이기도 하다.

"맞소! 이런 사태가 벌어질 거라 예견하였다면!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다면! 두 국가가 며칠 사이에 잿더미가 되지도 않았을 겝니다!!"

똑똑.

순식간에 청문회 비스름하게 상황이 돌아가자 보다 못한 살리반이 가볍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다들 지금 연합 회의를 하는 겁니까! 아니면, 청문회를 하는 겁니까!"

"살리반 황태자! 황태자께서도 마찬가지요! 이 사실을 알면서 어찌하여 모두에게 사실을 숨겼는지 해명해주시오!"

콘타스 대제의 기세에 편승한 몇몇 국왕 대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자 살리반의 표정이 더욱 찌푸려졌다.

문제는 이곳에 참석한 몇몇 황자들이었다.

"형님께선 아직 대소사를 구분하기엔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오?"

"이리 무능해서야......"

열이 뻗친 살리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황자들은 느긋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지금 뭣들 하시는 겁니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내가 조용히 물었다.

"뭐라?"

"대제께서 말씀하신 대로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허면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하였습니까."

"그, 그걸 말이라고 하는게요?! 성자!"

당장 격노한 타국의 귀족 몇몇이 분개하며 물어왔다.

"펠리스티 공국의 사태 이후 벌써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후 팔렌제국의 언데드 창궐 사태, 해상도시 발카스의 몬스터 침공."

내 말에 시끄럽게 떠들던 좌중이 입을 다무는 건 한순간이었다.

"질문에 답해주십시오. 제가 그것들을 다 처리하는 동안 여러분께서는 위화감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무능한 지도자였습니까?"

"우,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오! 그 소리를 듣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성자의 도리 아니오!"

"성자가 당신네들 귀에 속삭여주는 알림 마법인 줄 아셨습니까? 내리지도 않은 계시를 어떻게 전할까요. 거짓 계시라도 내릴까요?"

"신, 신성 모독이오!"

"신성 모독은 당신들이 원하고 있는 거고."

쾅!!

"아무리 성자라곤 하나 무례가 지나치지 않소! 이건 라운왕국의 뜻이오?! 아니면 성국의 뜻이오?!"

"맞소! 이런 무례를 감당할 자신은 있는게요?!"

"그만!!"

데오르트 황제가 분개하여 주변을 중재시켰다.

"데이비 왕자. 저들의 알량한 정치질에 장단을 맞추지 말라."

아닌 척 데오르트 황제는 나를 계속 부채질 하며 지지했다.

"벌써 세 차례의 대형사태만 봐도 뭔가 모종의 세력이 있다는 걸 알아 채셨을 겁니다."

정확히 하나는 뱀파이어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만.

걸음을 옮기는 내 모습에 모두가 침묵했다.

"과거에서 배운 게 있으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알아서들 준비하셨어야지요. 먼저 미래를 불안해 준비해온 이가 잘못된 겁니까. 아니면,"

그런 세 번의 사태를 겪고도 본인들의 일이 아니라며 국고를 아끼던 이들의 잘못입니까.

"최소한의 언질이라도 해줄 수 있지 않소!"

그 물음에 내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비대한 체격의 왕족이 얼굴을 찌푸렸다.

"언질이요. 하......! 언질 좋죠. 그런데 말입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 내 눈이 순간적으로 새빨갛게 번뜩였다.

"당신들의 알량한 무능함을 왜 내가 감당해야 합니까?"

"이, 이이!"

"마나트리나스왕국 태자, 지금 이 상황. 감당할 자신 있습니까?"

"이 무례는 절대 용납할 수 없소. 당장 폐하께 고하여......"

그 말에 내가 조용히 품 안에서 작은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스스로 작동하는 수정구 너머로 귀여운 인상의 작은 엘프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이비님.]

"에밀리아, 준비는 어떻게 됬어."

[대륙의 위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엘프 병단의 수는 그리 만지 않지만, 님프와 앤트분들이 지원병력을 보내셨어요. 출정 준비는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병단의 창끝을 돌린다. 목적지는 마나트리나스 왕국."

내 말에 사방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대륙의 평화에 지대한 위협을 가하는 적이 코앞까지 왔는데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권 싸움을 하는 자들은 적이다. 출정해."

단호한 내 발언에 사방에서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 제국의 통수권자들 모두 단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

"이, 이보시오! 대체 무슨 짓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나트리나스 왕국의 태자가 급히 삼 제국의 황제와 나를 번갈아 보며 상황을 중재하려 했다.

"대, 대륙 전쟁 금지 협약을......!"

"라운 왕국은 이 시간부로 대륙연합에서 탈퇴하겠습니다. 허니, 대륙 연합의 전쟁 근절 협약은 라운왕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테지요. 에밀리아."

[정말...... 인간을 향해 공격을 개시하나요?]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건 강한 적군이 아니라 무능한 아군이다. 출정해."

[......]

내 말에 에밀리아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이어 누군과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신목의 어머니께서 데이비님의 의견에 찬동하셨어요. 그럼 이 시간부로 님프와 엘프, 그리고 정령수 동맹군 전군을 움직이겠습니다.]

"잠, 잠깐!!"

엘프병대가 갑자기 창끝을 돌리자 당황한 것은 마나트리나스 왕국의 태자였다.

그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내게 소리쳤다.

"이, 이건 말도 아니되오! 대륙의 안위를 위해 모인 곳에서 같은 편끼리 싸움이라니!"

"같은 편? 내가 볼 때 당신은 같은 편이 아니야. 적의 간자일 뿐이지."

[들어주세요! 모두 진군합니다. 목적지는 중부대륙의 소왕국! 마나트리나스! 최대한 빠르게 왕국을 점령하고 항복을 받아내어야 합니다! 잊지마세요! 진짜 저은 인간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불태우려 하는 이들이라는 것을요!]

마치 들으라는 것처럼 진군을 명하는 에밀리아의 조금 착찹해 보이면서도 단호한 외침에 그가 허둥지둥거렸다.

"누, 누가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그럽니까! 데, 데이비 왕자! 진정하시고."

"왜 그러십니까. 이런 상황을 바란 거 아닙니까? 적이 누군지 귓구멍 열고 못 들은거 아니지요. 블랙 드래곤입니다. 단 며칠 만에 왕국을 초토화한 괴물이 밀고 들어오고 있어요. 자칫하면 대룩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위기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의 이권부터 챙기려 들어?"

쿠웅!!

내 전신에서 새하얀 신성력이 터져나가자 몇몇은 성자라는 존재가 가진 신성력의 압박감에 눈을 부릅떴다.

"어디 변명해보시지요."

"그만, 마나트리아스왕국의 태자, 이 이상 멋대로 행동한다면 대륙연합의 삼 축 중 하나인 콘타스 제국은 그대들을 비호하지 않겠다."

"팔란제국 또한 이하동문입니다."

"린디스 제국은 단호하게 대처하지."

"그, 그럴수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저앉아버리는 태자를 뒤로한 채 내가 조용히 물었다.

"또 불만 있으신 분."

"......"

이만큼 판을 깔았는데 있을 리가.

멍청한 놈들이 삼 제국의 통수권자들이 쳐놓은 함정에 그대로 빠진 꼴이다.

"이견은 없소. 우리 발카스 해상왕국은 대 은인인 성자 데이비 왕자의 의견에 따를 것이오. 또한, 데이비 왕자가 대륙연합을 탈퇴하겠다면 우리 발카스 또한 마찬가지로 마나트리나스 왕국을 적대하겠소."

"...... 우, 우리가 언제 그렇게 사생결단을 내잡디까. 그, 그저 조금 의아하여 물어본 거지 않소. 자자, 노여움을 가라앉히시고......"

뭐라도 좀 뜯어내려다 되려 기가 잡힌 모습들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하는 이들은 대부분 좀 전 나를 물어뜯더 이들이었다.

"데이비 왕자님. 그쯤 해두시지요."

이윽고 살리반이 조용히 입을 열자 나는 다시 수정구를 연결해 에밀리아에게 진군을 취소시켰다.

그야말로 한차례 폭풍이 온 것 같은 난장판이 된 회의장 속에서 함부로 입을 여는 이는 단 하나녿 없었다.

이후 나는 콘타스 대제를 향해 물었다.

"대제, 유흥은 마음에 두셨습니까."

그리 말한 나는 거대한 테이블의 중앙에서 걸음을 멈췄다.

동시에 살짝 덧붙였다.

"적들의 위치는 특정할 수 없고, 목적도 모릅니다. 전력도 모르고 어디부터 노릴지 모르죠. 그렇기에 대륙 전역으로 가장 빠르게 무기를 이송할 수 있는 중앙 국가인 팔란 제국에 이 같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있을지 없을지 모를 대 분란을 우려해서요. 이제 대답이 되었습니까 대제?"

내 말에 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키득거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대단하군! 아주 대단해! 예상 이상의 거물이 아닌가!"

그리 외친 그가 미소를 일순간 지웠다.

"나 콘타스 제국의 황제 이슈시즈 콘타스는 이번 원정의 사령관으로서 데이비 왕자를 추천한다."

동시에 살리반과 데오르트 황제가 기다렸다는 듯 덧붙였다.

"린디스 제국의 의견 또한 동일하다."

팔란제국도 찬성합니다."

자신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다는 듯 당황하는 몇몇 왕국의 인물들이 보였지만 삼 황제 모두가 찬성하는 자리에서 반대를 던질 겁 없는 인간은 없었다.

앵초에 마나트리나스 왕국의 사태를 좀 전에 지켜보지 않았던가.

"데이비 왕자."

이응ㄱ고 그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대의 통찰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군. 좋다. 짐의 무례를 인정하마. 어떤 것이든 좋다. 짐의 목이라도 내주마."

"대, 대제!"

"그만! 남아로 태어나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법. 네놈들은 감히 네놈들의 군주에게 치욕을 안길 셈이냐."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내게 고개를 살짝 숙여 경의를 표해준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 일이 만약 잘 풀렸을 때, 과연 각국의 인간들이 이번 일을 미리 준비한 내게 어떤 트집을 잡을지, 그는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해서 시작부터 과감하게 불을 질러버린 꼴이었다.

겉으로 보면 확실히 과격하긴 하지만 확실하게 사후 문제를 깡그리 정리해버린 결단이긴 하다.

동시에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그 행동은 제법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방금 그 발언, 좋았다.

"대제의 목을 베는 소모적인 행동을 바랄 리가 없지요. 다만, 굳이 원하는 바를 말씀하신다면 좋네요."

들어는 봤는가.

폭탄 낙하산 인사라고.

"저를 대신할 총사령관으로 한 사람을 임명해주시지요. 대제를 필두로 삼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공인해주셔야 합니다. 레이나, 들어오세요."

이어지는 내 말과 함께 회의실 문이 열리며 하늘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레이나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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