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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37화 (337/1,559)

제 337화

블랙 드래곤? 웜급?

“내가 인마! 어?!”

콰지직!!

단단하기로는 최고의 금속이라는 오라히르콘도 우습게 알고.

보존성은 특수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계속해서 스스로 원형을 복구하는 힘 또한 지니고 있다.

당연 금속과 엮여 그것에 복원 능력을 전가하는 무식한 재료가 바로 드래곤 본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저놈의 육신은 대부분 본래의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칠 만큼 불량품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써먹을 곳이 제법 많다는 소리다.

단 하나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하지만 섬광의 화살 단 한발이 놈의 날개 죽지를 거침없이 찢어발기며 뼈째로 으스러뜨려버린다.

“너거 로드급이랑 마! 날개 쥐고 쎄쎄쎄도 하고, 어?! 재활용해 주려고 이빨 발치도 해주고, 어?!”

투쾅!!!

콰지직!!

완전히 찢기지 않아 덜렁거리던 놈의 날개가 이격에 완전히 뜯겨 나갔다.

“다했어 마!”

-뭐하는 거야 그대…….

“이거 꼭 해보고 싶었다.”

-……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페르세르크의 딴죽에 나는 담담하고 진지하게 답했다.

“레이나, 날개 챙겨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오른쪽 시야를 극도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시야가 멀어질수록 가까이 있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발견하지도 못할뿐더러 알아챈다 하더라도.

투쾅!!!

오기도 전에 벌집이 될 테니까.

블랙 드래곤의 날개를 관통한 기술인 광충룡포를 쓰기 위해선 우선으로 내 육신에 최대한의 부하를 걸어야 했다.

그것이 신궁 아폴론이 만들어낸 독자적인 기술인 하늘의 눈이다.

아폴론의 주 기술 중 하나인 신궁 저격 [하늘의 눈]은 엘프 고유의 능력은 아니었다.

단순히 보우마스터의 아득한 경지까지 올라간 그가 만들어낸 독자적인 기술로 바람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까지 관측하고 그걸 시야에 담는 기술이라 봐도 무방했다.

방대한 정보가 순식간에 눈을 통해 들어오며 두통이 수반되기 시작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던 시야가 드디어 어느 지점에서 속도를 늦추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처럼 상공을 배회했다.

“일단 한 놈.”

로브를 입은 채 빠르게 전장 쪽으로 향하던 몇몇 뱀파이어들을 확인한 내 시야에 놈들이 가진 혈기의 수준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중위급을 넘어선 마스터급 뱀파이어들이다.

아마 제대로 참전하는 순간 힘의 밸런스가 뒤틀리리라.

연합군 병사는 기껏해야 사제들과 보조 마법사들에게 버프 마법을 받은 평범한 병사.

뱀파이어 군세는 하나하나가 뛰어나진 않다고 해도 평범한 병사 수명이 달려들어야 효과적인 전투를 펼칠 정도로 기본적인 스펙이 좋은 편에 속했다.

그 탓에 연합군 소속의 익스퍼트나 마스터급 강자들은 하나같이 상대 중 강한 이들을 찾기보다는 뱀파이어의 군세들이 연합군 병사들을 학살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제어하는 쪽으로 힘을 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상위 뱀파이어가 끼어든다면?

아마 힘든 싸움이 되리라.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 전력의 보유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점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지만 나는 침착하게 화살을 당겨 그대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위 뱀파이어 한 놈의 심장을 겨누었다.

머리를 노리는 게 효율적이지 않으냐고?

군대에서 사격을 가르칠 때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니들이 적군의 머리를 맞추건 몸을 맞추건 어차피 똑같이 요단강 건너간다. 그러니까 FPS 총 게임 마냥 헤드샷 따서 점수 딸 생각하지 말고 적중에만 신경 써라.

나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그 말을 천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같은 경우에서는……

콰드득!!

이윽고 허공을 찢고 날아든 금빛의 초 강사가 일순간 궤적을 남기고 놈의 상체 전체를 날려버렸다.

머리를 노리건 가슴을 노리건 상반신 하나 날려버리는 데엔 똑같은 법이다.

시야 너머로 당황한 주변의 뱀파이어들이 급히 기습에 대비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새끼들아.

투쾅!!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아든 섬광의 화살 한 발에 또 한 명의 뱀파이어가 치명상을 입는다.

불사의 권능 덕에 큰 효능을 보진 못했지만, 그동안 놈들을 잡아 털어내면서 한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불사의 권능으로 육신을 복구할 때마다 놈들의 힘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보통 동족도 아니고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별동대가.

계속되는 습격과 재생으로 인해 제구실을 못 할 정도로 약해진다면 그 상황 참…….

볼만할 거다.

-세상에…… 어디까지 쏘는 게야?

산 너머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소리 없이 날아드는 섬광의 화살을 보며 주머니에서 고개만 내민 페르세르크가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보이지도 않는군.

“대충 20킬로미터 정도.”

-뭐?

기겁한 얼굴로 그녀가 되물어왔다.

“아폴론의 신궁 저격은 원래 초장거리 저격용이야. 고작 1~2킬로미터 저격하는 정도로 신궁이라 불렸으면 그 당시 엘프들은 죄다 신궁이었을 거다.”

당장 넓은 땅에서 고배율 대물 저격총을 당겨도 그 정도는 날아가겠다.

-그럼……, 그 신궁이라는 난봉꾼은 얼마나 쏴댄 게야?

“그 양반 회랑에서 못해도 천 년은 살았으니까. 극도로 정보를 제한해서 사용하면 거리는 끝도 없이 늘어나.”

회랑에서 지옥의 아포칼립스가 열렸을 때.

아폴론이 로 아이아스를 견제하면서 놀릴 때 사용하던 방법이기도 했다.

스케일 큰 양반들은 뭘 해도 커지는 법이니.

-그…… 로 아이아스라는 사령 마법 스승 말이야. 그대의 말대로라면 분명……

“그래. 괴물 하나 빼고 전부가 덤벼도 못 이기는 괴물이긴 하지,

-어떻게 됐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겠군.

기억 상으론……

그 순하고 얌전하던 로 아이아스가 꼭지가 돌아버린 기점이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범 행성 단위 파괴급 마법인 독자개발 흑마법 발현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흑마법은 단순 파괴력만 따지면 일반 원소 마법보다 상위호환이니까.”

유틸성이 원소 마법보다는 떨어져서 그렇지.

늘 강조하는 건데, 영웅의 회랑은 말이다. 하나같이 수많은 세상 중에서 최고들만 모인 괴물들의 집단이라 봐도 무방했다.

투쾅!!!

잡담을 늘어놓으면서도 나는 쉼 없이 저격을 계속해댔다.

아직도 벨리얼이 경고한 키메라의 존재나 상위 마족, 혹은 심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마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속되는 저격에 재생을 하지만 압도적인 파괴력에 짓눌린 뱀파이어들은 결국 한둘씩 재생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사태를 보였다.

몸을 피해도 날아드는 공격에 엄폐물로 몸을 보호하거나 보호마법을 걸어도 예외 없이 모조리 관통해버리는 파괴력은 단순한 공격 수준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반면 그로 인해 내 육신은 빠르게 지쳐가지만.

그동안 준비하면서 내가 해온 것은 마나의 저장.

방대한 영역으로 펼쳐지는 전쟁의 흐름을 모조리 잡기 위해선 지금 이 포지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아무리 레이나가 뛰어나다 해도 다른 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공격까지 모조리 커버할 순 없으니 말이다.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하나둘 계속되는 저격 끝에 뱀파이어들은 모습을 최대한 감추는 쪽을 택한 듯 보였다.

필사적으로 기척을 숨기고 나를 찾아내려 발버둥 쳐보지만.

“그래 봐야 손바닥 안이다.”

투쾅!!

허공이 찢겨 나가며 또 한발의 섬광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장시간의 이동 끝에 어마어마한 거리에 있던 뱀파이어의 상체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놈은 금방 재생을 시도했지만 나는 연달아 두어 발의 화살을 더 당겼다.

-데이비 그만해! 지금 땀이 비 오듯 쏟아지잖아!

“얼마 안 남았어. 그리고 슬슬 벨리얼이 연락을 해올 거다.”

-벨리얼이? 대체 그가 무엇을 하려고?

“뱀파이어가 마왕의 부활 의식을 시작할 거야. 제물은 내가 아무리 막아도 모일 테고 결과적으로 마왕부활의식이 되겠지. 막무가내는 아니야. 아마 네 영혼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의식도 진행할 거다.”

심연이 개입된 이상 원격으로 막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니.

“직접 가서 다 때려 부수는 수밖에.”

-데이비, 본녀는 마왕으로서 부활을 해야 해. 그게 정해진 사실이야. 그대는 운명의 흐름을 보고 피할 수 있다고 했지.

“그래.”

-본녀는 싫어. 이대로 그대가 위험에 처하는 꼴을 두고 볼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어.

그것은 그녀가 나를 각별히 생각하기에 내린 결론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을 테니까.

“분명히 말하는데,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네가 마왕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내 말에 페르세르크가 망설임 없이 손을 휘저었다.

파악!

그러자 바닥의 흙이 튀어 올라 내 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당연히 맞아줄 이유도 없기에 슬쩍 피해내자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게야. 그대는 본녀를……

그때였다.

[데이비 올 라운]

“키메라의 움직임은 안 보이는데.”

[뱀파이어의 사령관 중 하나인 글러트니와 함께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마 네가 이곳으로 오면 그 틈을 이용해 인간들을 몰아치겠지.]

“마음대로 하라 그래. 의식은?”

[네가 말한 계산 방식대로 위치 좌표를 넘겨주겠다.]

남이 말하는. 그것도 적이었던 자가 말해주는 좌표를 무작정 믿는 건 미친 짓이지만.

내게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신뢰에는 신뢰로 답하고 충절에는 믿음으로 답한다.”

[……대담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모르겠군. 좌표는……]

벨리얼의 통신마법을 통해 들려온 좌표를 머릿속에 새긴 나는 화살을 쏘아 보내던 신궁 브류나크를 아공간에 던져넣은 뒤 청단이와 홍단이를 꺼내 허리춤에 걸었다.

그리고는 레이나와 에밀리아를 향해 통신을 걸었다.

“이동한다. 전장을 잘 부탁하마.”

[다녀오세요. 당신의 기대를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따를 뿐이에요. 어머니가 당신의 계획을 받아들이셨다면, 저는 거기에 맞춰서 당신을 믿고 뒷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사전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터라 놀라울 건 없었다.

이후 나는 청단이와 홍단이를 감싼 검집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청단이 홍단이, 아빠랑 여행 한번 다녀오자.”

* * *

상황을 보고받은 뱀파이어 진형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당장 인간들의 저항이 생각 이상으로 거세다.

거기에 이상한 바이러스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하위 뱀파이어들이 괴물화가 진행되어 전력의 반절이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은 그들이 예상한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서 날아드는 것인지도 모를 저격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역을 모조리 포함하여 말이다.

전장에 참전하기 위해 이동하던 상위 뱀파이어, 그리고 특수작전을 위해 움직이던 중하위급 뱀파이어, 혈마수, 혹은 마족들도 그 공격에 모조리 당해버렸다.

숨어도 파고들고, 막아도 파고드는 공격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젠장…… 그 괴물인간 놈들! 대체 그게 뭐야!”

“이미 상위 귀족들 반절 이상이 정체불명의 저격에 당해버렸다더군. 하나같이 어디서 날아오는 건지, 어디 보여야 뭘 대처하든지 하지!”

“인간 놈들의 전력은 분명 조사할 땐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짧게 중얼거린 상위 뱀파이어 하나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그는 저격에서 살아남은 이로 공격이 심상찮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무섭게 바로 자신들의 은신처로 도망쳐온 운 좋은 케이스였다.

그뿐만 아니라 은신처에 남아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그런 케이스였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그 저격이 날아들지 않아.”

“제아무리 강해 봐야 이 단단한 암반이 지지하고 있는 지하 유적까지 공격해 들어오진 않겠지.”

“인간의 오래된 문명이 우리의 보금자리라니,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쓰게 중얼거린 뱀파이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 정리가 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그 성자라는 인간 놈과 용사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뱀파이어들이 크게 전쟁의 승패를 걱정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글러트니님과 아스타로트님의 말씀대로라면 이제 블랙 드래곤 가르가스가 이성을 되찾고 제힘을 발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살아만 있다면 당장이고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

싸늘한 목소리에 상위 뱀파이어들이 화들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구의 사내가 담담한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격이 멎었다. 다시 움직이도록.”

“……대공.”

뱀파이어 대공, 우르가. 그리고 그 곁에는 외알 안경을 쓰고 있는 하프 뱀파이어이자 파라셀루스라 불리는 밀피유가 서 있었다.

그의 존재감에 짓눌린 중 상위 뱀파이어들은 긴장한 얼굴로 우르가를 지켜보았다.

“글러트니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인간의 저력은 우리가 조사한 것 이상으로 숨겨진 것이 많았다. 이대로라면 전쟁의 승패를 떠나 피해가 막심해진다.”

그러니, 이제 이쪽에서도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 위험부담을 안고, 모든 계획을 진행해야 할 거다.

그의 말에 뱀파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너희들은 당장 지하 수용소로 가라. 제압되어있는 키메라를 모조리 해방하고 전선으로 향해라.”

“아, 알겠습니다.”

“시간을 벌어라. 마왕께서 깨어나시는 순간,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마왕께서는 그 괴물 같은 인간을 죽일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하다.”

그의 말에 뱀파이어들이 천천히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려 했다.

“가능하기야 하겠지. 멀쩡히 부활하면 말이다.”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우르가의 심장에 새빨간 선혈이 묻은 손이 퍽! 하고 튀어나왔다.

“저격이 멈췄다고? 그럴 수밖에. 니들 쏴 죽이던 내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저격질을 해.”

빙그레 웃는 인간 소년의 미소와 천천히 치켜뜨는 그의 붉은 눈에 뱀파이어들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인간 괴물!! 여, 여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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