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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40화 (340/1,559)

제 340화

갑작스런 내 발언으로 주변에 의문 어린 표정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마치 꿈이라도 꾸듯 아무렇지도 않게 부서지는 사슬의 존재에 더더욱 황당한 표정들을 짓는다.

마치 나를 묶고 있던 게 사실 별거 아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사슬이 가지는 구속력이 어떤지 알고 있는 이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브!!”

“어, 어떻게?!”

가벼운 내 행동에 의식을 진행하던 마족 대공 아스타로트가 놀란 듯 그레이브를 불렀지만, 그 또한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그냥은 빠져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나를 구속한 사슬은 마족의 마기도 뱀파이어의 혈기도 아닌 심연의 정체불명 같은 힘이다.

사용 제한이 문제가 아니라 법칙이 다르다는 소리였다.

그 말인즉, 내가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고.

“내가 너희 쪽에서 가져온 놈을 가지고 무슨 실험을 했게.”

상대를 모르면 함부로 싸움 거는 게 아니다.

나는 너희를 반쯤 알았고, 너희는 나를 반도 몰랐다.

그 차이, 제법 클 거다.

카앙!!

동시에 내 의지에 반응하듯 사슬에 묶여있던 홍단이와 청단이가 사슬을 부숴버리며 내 손에 안착했다.

이곳을 장악하고 있던 마족과 살아남은 뱀파이어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다.

심지어 의식을 진행하며 육신과 혼을 동기화하던 페르세르크도 나긋나긋한 시선을 거두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 놈을 막아라! 의식을 방해하게 두어선 안 된다!”

그렇게 외쳤지만 나는 곧바로 덤벼들지 않고 허공을 후려쳤다.

그리고는 아공간 속에서 기괴한 금속 덩어리를 꺼내 허공에 던졌다.

-데이비……. 무슨 짓을……

“미안한데. 내가 처음부터 말했지.”

네가 마왕으로 부활할 일은 단연코 없을 거라고.

-아, 안돼! 데이비! 그러지 마라!

뭐가 뭔지 뒤늦게 눈치챈 페르세르크가 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내가 던진 금속 덩어리가 반응을 시작한 후였다.

순식간에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벨리얼을 무시한 채 나는 허공에 떠오른 금속 덩어리 속에 들어있는 살점 덩어리,

바로 심연의 촉수 생명체의 힘을 역으로 이용했다.

촤아악!!

동시에 금속 덩어리에 무수한 균열이 일어나며 빛을 내뿜었고 그 속에서 튀어나온 촉수 다발이 페르세르크의 양팔과 다리. 그리고 목과 허리를 휘감았다.

-꺄아악?! 싫어!!

생리적 혐오감. 그리고 당혹스러움에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나는 금속 덩어리의 제어를 풀고 내 손에 쥐어진 청단이와 홍단이를 각 색으로 빛내며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

“자, 다들 고생했다. 이제 여긴 내가 먹는다.”

촤악!!

순간적으로 번뜩인 새빨간 검의 궤적이 그레이브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가장 위험한 놈을 살려둘 이유는 없다.

순식간에 몸이 양단되어 쓰러지는 그를 뒤로한 채 급히 모여드는 뱀파이어와 마족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이미 꼭지 돌아간 내 입가엔 광기 어린 미소만 걸려있을 뿐이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빚은 빚이지?”

“이…… 이익!”

촤악!!

순간적으로 번뜩인 청단이가 대공 아스타로트의 방어막을 부숴버렸고 뒤이어 새빨간 궤적이 놈의 팔 한쪽을 잘라버렸다.

그래도 일검을 피할 실력은 되니 대공 소리를 듣는 것일 터다.

그래 봐야 제대로 된 블랙 드래곤 놈보단 못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마족은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내쫓긴 인공 마계에서 이곳으로 오는 데에 많은 힘을 소모하기에 본체가 넘어와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분신체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놈을 막아! 이것이 실패하면 우리 종족에게 미래는 없다!”

“죽여라!!”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밀고 들어오는 그들의 저항은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이에 나는 홍단이와 청단이를 이기어검으로 띄운 뒤 양손을 강하게 부딪쳤다.

[8서클 지(地)속 마법]

[하이 그라운드 브레이크]

쿠웅!!

지면이 순식간에 뒤틀리며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악어의 턱처럼 벌어졌고 나를 향해 덤벼들던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씹어 삼켜버렸다.

콰드득!!

거기에 멈추지 않고 자잘하게 부서지며 그들을 포박한 채 허공으로 띄웠다.

그리고 그들을 묶어둔 채 내가 손을 움켜쥐자 어마어마한 압력 속에서 그대로 터져 나갔다.

보기 처참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이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스카앙!!!

마족과 뱀파이어의 저항은 거셌다.

대공 아스타로트의 곁에 있던 서큐버스로 추정되는 소녀 리리네 올로와쥬가 거대한 사이드를 이용해 내게 덤벼들었고 의식을 지켜보던 뱀파이어의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 글러트니가 내 후방을 공격해 들어왔다.

카앙!!!

미련 없이 손을 뻗어 검지와 엄지 그리고 중지로 리리네 올로와쥬의 사이드 날 부분을 낚아챈 나는 그녀를 직시하는 와중에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쿠웅!!!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놈의 육신이 튕겨 나가자 리리네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리는 게 보였다.

“으읏…… 빠지질 않아?!”

“나는 남녀 평등하게 미사일 드롭킥을 꽂아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 악물어라. 서큐버스 아가씨.”

투쾅!!

그 말을 기점으로 그녀의 육신이 마치 거대한 배트에 맞은 것처럼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단 일격에 기절하기라도 한 것일까.

부서진 벽면의 파편에 늘어진 리리네는 움직이지 않고 침묵했다.

순식간에 싸움판이 된 의식장 내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다만 그 시간 자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많은 양의 뱀파이어가 아직 살아있지만 실상 이곳에 들어와 있는 적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항하던 마지막 상급 뱀파이어 하나가 벨리얼의 손에 머리를 붙잡히고 심장을 관통당하자 난투는 순식간에 끝을 고했다.

느긋하게 의식의 마법진을 바라보던 나는 촉수에 붙잡혀 현실에 구현된 페르세르크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벨리얼을 볼 수 있었다.

눈물 고인 얼굴로 혼란스레 벨리얼을 바라보던 페르세르크는 곧 그가 그녀의 앞에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자 눈을 살짝 찌푸렸다.

-당신…… 대체 뭐야.

“처음 뵙겠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주군이시여.”

담담하게 말한 벨리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혼령으로나마 무탈하신 점, 신의 은혜입니다.”

“벨리얼, 시간 없다. 마법진 꺼지기 전에 움직여.”

내 말에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앞으로의 무례를 용서하소서.”

아직 살아남은 이들은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이에 벨리얼은 묵묵히 마법진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며 제물이 만들어낸 힘의 기류와 페르세르크의 부활과 동시에 마왕의 등극을 위해 혼에서 빼둔 힘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쫘드드득!!

동시에 거대한 고치가 그를 감싸더니 이내 거대한 번데기처럼 그를 완전히 덮어 싸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벨리얼의 배신.

그 결과에 모두가 침묵했다.

-데이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페르세르크의 외침은 모두의 생각과 같았을 것이다.

비록 목적은 달랐지만 뱀파이어도 페르세르크도 마왕 부활이라는 것을 이루려 했으니 말이다.

이에 나는 홍단이와 청단이를 가볍게 검집에 밀어 넣고 아공간에 넣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너희들에게 묶여서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하나.”

“뭐, 뭐라?”

한쪽 팔을 잃은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마족 대공 아스타로트가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레이나의 세상에선 아스타로트는 인간을 멸절시킨 공포의 존재 중 하나였겠지만.

여기선 심연의 버프를 받아 더 강해져도 이지 난이도의 잡몹일 뿐이었다.

끽해야 후손인 놈이 선조부터 이어져 온 닉스보다 강할 리는 없다.

-데이비…… 설마 그대……

“그래. 마왕 찬탈이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고치를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다음 대의 마왕은 페르세르크가 아니라 벨리얼이 될 거다.”

“대체 어째서…… 어째서 이 같은 일을 저지르는 게지?! 네놈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결국, 벨리얼이 마왕이 되나 페르세르크가 마왕이 되나 결과는 똑같다.

벨리얼은 내 적이었고, 페르세르크는 모종의 힘으로 조종하면 그만이니 마왕의 부활 자체는 똑같다.

아스타로트는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다르지.”

쩌적!!

그리고 곧이어 의식 속에서 마왕의 힘을 모조리 받아들인 벨리얼이 고치를 부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페르세르크가 마왕이 되냐 안되냐의 차이.”

“뭐……라?”

“이봐 마족 대공.”

담담하게 말한 내가 한 손에 모여든 마나를 가볍게 휘저어버리자 거대한 충격파가 일대를 휘저으며 주변에 펼쳐진 마나를 모조리 부숴버렸다.

기습을 준비하던 이들은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신의 힘에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의식장의 한쪽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던 한 소녀가 놀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검의 힘으로 몸을 숨기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 난장판 속에서 기척을 완전히 숨기진 못한 그녀였다.

“미행 실력 많이 늘었구나! 일리나.”

“데이비……,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너……”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가 물어왔다.

“마왕 찬탈이라고? 너 지금 인간을 공격한 적들과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서서히 금이 가는 번데기를 확인한 뒤 다시 아스타로트에게 물었다.

“마왕이 되는 조건을 알고 있나?”

아스타로트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잘려나간 자신의 팔을 강하게 지압하며 이를 갈았다.

“마왕은 존재하는 이상 그 어떤 마족이나 생명체도 마왕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이 마왕이 공석일 경우를 포함해…… 두 가지 방법으로 마왕이 정해진다.”

“첫째, 마왕의 부재 시 정식 의식을 통해 마왕이 되는 것. 전대 마왕의 힘을 몸에 받아들여 살아남으면 마왕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다른 경쟁자를 죽일 이유는 없고.”

둘째, 마왕이 발현한 쟁탈 사투에서 마왕을 죽이는 것.

그것이 둘째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벨리얼은 페르세르크의 힘을 강제로 찬탈해 마왕으로 재등극하려던 그녀가 봉인된 틈을 이용.

그대로 마왕의 의식을 치렀다.

페르세르크는 마왕이었고 마왕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이미 죽은 몸이었다.

죽은 그녀가 마왕이 되는 방법은 힘을 고스란히 가진 채 부활하는 방법뿐이니 당연 이런 의식을 치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녀를 잠시 묶어두고 그 힘을 빼앗아 의식을 무사히 치를 수만 있다면 그녀는 마왕이 되지 않고, 죽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페르세르크가 마왕이 되는 최악의 수를 완전히 봉쇄해버린 것이다.

벨리얼이 살아있는 한 페르세르크는 절대 마왕이 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벨리얼이 마왕이 된다면, 다시 페르세르크를 마왕으로 옹립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내가 그 꼴 못 두고 보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천천히 방향을 틀어 일리나에게 다가갔다.

“네가 날 찾아오는 데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더라.”

시계를 왜 자꾸 들여다봤는지, 넌 몰랐을 거다.

담담하게 말하자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 내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뜨드득! 뜨득!!

이윽고 번데기가 완전히 깨어지며 그 안에서 방대한 힘을 품은 벨리얼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의 벨리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을 품은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겉모습도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 사이엔 심연의 힘까지도 뒤섞여 있다.

심연 놈들. 페르세르크의 마왕 부활의식을 적극적으로 도운 이유가 저것이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이전의 벨리얼이 무리 없이 해치울 수 있는 존재였다면 지금은 조금 빡세게 긴장해야 할 것 같은 강대한 힘이 느껴졌다.

애초에 벨리얼을 이용해 페르세르크에게 마왕의 자리를 찬탈하게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것이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극도로 경계하는 수밖에.

“하…… 하하하하하하!! 멍청한 놈!”

멍하니 있던 아스타로트와 글러트니는 곧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다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이 마법진을 통해 마왕이 된 자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인간! 네놈이 벨리얼을 어떻게 꼬드겼는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누가 되었건 우리의 왕을 내세우면 그만인 일이다!!”

벨리얼이 내 편이 되었다 해도 페르세르크처럼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종하면 그만이니.

그의 외침대로였다.

페르세르크건 벨리얼이건 마왕이 부활하면 마족과 뱀파이어의 목적은 이루어진다.

티오니스 대륙의 인간과 그 동맹 종족들을 몰아낼 힘을 얻어낸 것이니까.

다만 내가 그것도 모르고 이 사태를 만들었을까.

“다시 질문하지. 마왕 의식을 치를 수 있는 조건은?”

“……무슨……”

-마왕이 될 자격을 갖춘 마족……, 데이비 그대 설마……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한 듯 페르세르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지 마!!! 지금 그대가 하는 짓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심연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섬뜩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일리나에게 완전히 다가갔다.

놀란 듯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내가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일리나. 한 번만 더 빌리자.”

“뭐, 뭐?”

“이거.”

뜨득!!

그녀의 옷섶에 채워져 있던 브로치를 강제로 뜯어낸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칼디라스를 강제로 활성화 시켰다.

지독한 데자뷰가 느껴지는지 멍한 얼굴을 해 보이는 일리나였지만 그녀는 결국 내 수작에 놀아나 여기까지 찾아왔다.

벨리얼이 도망칠 때부터 넌 이미 낚여있었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아무런 소리소문없이 그녀의 칼디라스를 빌릴 수 없으니까.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침묵하고 있는 벨리얼을 향해 검 끝을 겨누며 말했다.

“벨리얼은 너희들이 만든 부활 마법진에서 뽑아낸 힘으로 마왕이 되었지. 거기에 무슨 수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결과적으로 그냥 놔두면 나는 반드시 저놈과 싸워야 하고. 저놈은 너희 손에 놀아나 대륙전쟁으로 번진다.”

멀쩡해도 나는 결국 저놈과 싸워야 하고, 그렇게 되면 또 전쟁의 불씨가 된다.

담담하게 말한 내 귓가로 칼디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망설임 없이 신성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이때를 위해서 신성력을 모조리 아껴놨다.

[주신 프리아 여신님.]

[미안한데, 당신과 전(前) 마왕님 둘 다 내게 속았습니다. 그 대가는 달게 받겠사오니.]

[차후 흘릴 슬픔과 아픔, 그리고 피의 굴레를 벗어내려 하는 미련한 성자의 일탈을 자비롭게 용서하소서.]

“대가를 지불해라 벨리얼.”

[초월 서클 종속 계약 흑마법]

[로드 오브 기어스]

로 아이아스가 내게 걸었던 흐름 거부의 바로 아래 단계급 저주가 효능을 발휘한다.

동시에 신성력과 같이 지금까지 소량만 사용했던 모든 사령마나가 모조리 빨려 나간다.

마왕조차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절대 결계 속에서 강대한 힘을 품은 벨리얼이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양손을 펼쳤다.

“맹약에 따라, 내 목숨을 마왕 페르세르크님을 향한 충절의 대가로 바치겠다. 마왕의 이름으로 데이비 올 라운 그대에게 마왕쟁탈 사투의 대결자로 받아들이겠다. 네가 이기면 다음 대의 마왕은 네가 된다.”

마왕이 되는 두 번째 조건.

마왕이 내건 마왕쟁탈 사투에서 마왕을 죽이는 것.

“페르세르크. 내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마왕이 되게 둘 생각이 없다고 했지.”

내 뒤통수를 치고 나를 지키고 싶었다면, 그게 무슨 뜻인지 그때 눈치챘어야 했을 거다.

내 손바닥 안이라고 했던 말.

그게 마족과 뱀파이어 한정은 아니거든.

세상을 속일 정도는 되어야 신을 아주 잠깐이라도 속이지.

스르릉!!

새하얀 섬광에 휩싸인 칼디라스가 흰 궤적을 만들며 아래로 향했고 나는 누가 반응할 새도 없이 내 신형이 그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일리나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칼디라스의 검 끝이 그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신뢰에는 신뢰로, 충절에는 믿음으로. 명언이 따로 없군.”

마왕이 되었음에도 선조의 유지를 이어받아 마왕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 목숨을 바친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자신의 주군이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진짜 충신의 마음을 가진 마족이었으니 말이다.

“고생했다.”

단 한 명을 위한 함정.

뱀파이어와 마족은 나를 위한 함정을 팠지만.

나는 나 또한 페르세르크만을 위한 함정을 오랜 시간 파왔다.

그녀를 단순히 특이한 힘을 가진 마족 소녀로 부활시키기 위해.

그리고.

엄한 놈이 그녀를 마왕으로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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